00252 Episode 2-11 돈의 왕좌. =========================================================================
술집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아닌 광기에 취한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셔 찐득찐득 발에 밟혔다. 수많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고함을 치며 연장을 휘둘렀다. 잠시만 시선을 때면 그 사이 한명이 죽고 잠시 다른 곳을 보면 또 한명이 쓰러졌다.
사시미 칼에 복부를 찔린 사내가 자신을 찌른 사내를 보며 말했다.
“...니 새끼들은 스스로 떳떳하게 살 기회를 차버린 것이여...우리 독사형님이 희망..”
“지랄은 거기까지 해라. 난 니들이 떳떳하게 돈 벌자고 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조폭이 힘과 가오가 있어야지.”
“..돌머리가 누님 찾으러 갔다.. 누님이... 오시면.. 니들도...... 끝이야...”
말이 끝나기 전에 칼은 다시 복수를 빠져나왔고 덩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누가 오던 독사는 오늘부로 황천 행 이야. 청사형님이 다 접수 하실 테니까.”
독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주변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였던 모두가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린 지 오래였다. 그가 부하들의 시체위에 주저앉았다. 체력적으로 더 이상은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부르르르, 허벅지 쪽의 근육이 계속해서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따 독사형님. 그러게 청사형님 말 좀 잘 듣지 그랬소.”
지친 독사가 고개를 들어 말을 건넨 사람을 꼬나보았다.
“뱀꼬리... 역시 네놈이 올 줄 알았다... 네놈을 한 번 더 감옥에 보냈어야 했는데...”
팔에 긴 흉터가 있는 흉포하게 생긴 사내가 독사를 내려 보며 말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나..? 독사 형님? 아니, 예전처럼 불러드릴까요? 강남일 형사 아저씨?”
“.......”
“아저씨 때문에 나는 독방에서 10년을 썩었어요? 알아요?”
그 말에 독사가 한심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건 병신 같은 니 새끼가 절도하다 걸려 서지.”
“웃기지 마소! 당신만 아니었으면 내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 잡혀 들어갔지!! 당신이 우리 조직에 선이 있었기 때문에! 이 씨발!!!... 후.. 아니지... 이런 좋은 날에 화를 내야 쓰겠소.”
“.......”
“하지만 괜찮아요. 아저씨. 형사 아저씨가 내 10년을 가져갔고. 이제는 내가 당신 두 눈을 가져갈 차례니까.”
그의 말을 듣고 호흡을 들썩이던 독사가 크게 웃었다.
“...10년으로는 정신을 못 차렸구먼 애새끼가. 하긴 니 놈은 애초에 싹수가 노래보였다.”
“두 눈이 없어진 다음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지 보겠소. 독사 형님. 매일 형님 따라다니던 돌 머리 새끼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새끼도 조만간 잡아서 같이 작업해 줄 랑게. 다시는 못 볼 세상의 모습들 지금 많이 간직하소. 하하하핳.”
독사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일 태양은 네가 걱정해야 할 거다 꼬맹아.”
“..이 양반이 끝까지.. 애들아 연장 하나 줘봐라.”
덩치 한명이 그에게 드라이버를 건네는 순간 독사가 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젓고는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뭐요? 독사형님.”
뱀 꼬리의 시선이 독사의 손끝을 따라 이동했다. 술집의 출입구. 그곳에 도망친 줄 알았던 독사의 오른팔, 돌 머리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긴 흰 머리를 지닌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뱀 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 독사 형님 애인이소?”
“아니...”
“그럼 뭐요? 새로운 가족이요? 누구라고?”
독사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좀 더 고개를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뱀 꼬리가 독사의 칼을 경계하며 다가갔을 때. 독사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니들을 지옥으로 데리고 갈... 저승사자.”
***
세미는 낡은 집의 마당에서 홀로 서 있던 텔레비전을 지붕 아래로 옮기기 시작했다. 서늘한 기운과 함께 하늘에서 차가운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져 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웬 비가..으으.”
그녀가 티비 한쪽을 잡자 마루에 앉아있던 연예인 스카우터 고아라가 조심하라며 뛰어와 반대쪽을 잡아주었다.
“칸나언니는 싸움 바보라 연예인은 안할 거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세나가 물었다. TV를 움직이며 고아라가 대답했다.
“격투가의 방송출연도 쏠쏠한 수익이 된답니다. 그리고 뭐 정 안되면... 당신이나 유라라는 분을 데려갈 수도 있고요.”
“..네? 지..진짜요?”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니, 앞으로 저에게 잘하셔야 할 겁니다~.”
복잡한 표정으로 무거운 TV를 마루의 위에 내려놓은 세나의 귀로 끼익하면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꺅!..누 ? 누구세요?”
더블백을 든 남자가 비를 맞으며 문의 앞에 서있었다. 왼손에는 작은 쪽지를 오른손에는 단검을 든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꺅!!”
고아라도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대낮에 모르는 사람이 칼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상황인 것이었다.
비로인해 땅의 흙냄새가 강해진다고 느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마침 비가 오는군, 튀는걸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누..누구세요?! 경찰 부를 거예요!!”
뒷걸음치는 세나의 물음에 그가 들고 있던 종이쪽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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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칸나라는 여자의 지인들.
성공보수 : 1억. (착수금3000)
주소, 인간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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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고는 말했다.
“나? 인섭이라고 하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
일거리가 두 탕이나 있거든.”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의 입에 긴 미소가 그어졌다. 단검에서 칙칙한 빛이 새어나왔다.
“원망 말게, 이건 오직.....비즈니스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