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0 Episode 2-11 돈의 왕좌. =========================================================================
“오, 오랜만입니다!“
커다란 텔레비전 상자를 달동네의 언덕까지 손수 들고 온 사내는 칸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다. 아, 그러니까....... 음..... 칸나는 한동안 검지로 턱을 집었다. 정장을 입고 초조해 보이는 그를 보며 물었다.
“내가 먹을 거 훔쳤던가??”
칸나의 물음에 시멘트 바닥의 위에 상자를 내려놓은 사내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그의 반응에 칸나가 그건가? 라고 중얼 거린 뒤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내가 혹시 너 때린 적 있다면 미안!”
“뭐야? 누구 왔어요?”
수건을 목에 두른 유라가 땀투성이의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나타나 물었다. 어? 칸나와는 달리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저번에 가전제품 매장 직원? 직접 온 거?”
“하하하하......”
“제가 직접 온 이유는......”
그가 말을 하기도 전, 유라가 텔레비전 상자에 다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티비 왔어요!!”
유라의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사내는 돌담 뒤에 숨겨놓았던 장미 꽃 한 송이를 건넬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유라의 외침이 있고 얼마 후, 집 안에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사람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왔구나!”
“아 DMB로 보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칸나누님! 이제 제가 당신을 넘어뜨릴......”
깍두기 머리를 한 채, 어깨에서 새끼손가락 끝까지 뱀 문신이 꿈틀거리는 사내들과 딱 봐도 노란 단무지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양아치들이 잔뜩 나타나 사내와 티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야! 빨리 설치해줘!”
준비해 놓은 장미꽃을 이용하지도 못한 채, 사내는 개미떼에게 들려가는 먹이처럼 마당 구석으로 끌려갔다. 그에게 다행인 점은 어린아이 같은 눈의 칸나가 그의 티비 설치과정을 옆에서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머리 전체를 흰색으로 탈색한 여자는 불량아가씨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무심결에 그는 묻고 말았다.
“저기, 칸나 씨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지요?”
그의 한마디가 파동이 되어 물결처럼 번져나갔다.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마당에 있는 사내들이 모두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칸나의 대답이 이어졌다.
“응. 있어~”
케이블 선을 감으며, 사내는 필생의 용기를 쥐어짜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에게 말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여자였다. 이런 여자를 놓친다는 것은 게이머가 99퍼센트 할인율의 스팀 세일을 지나치는 것과 같았다.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내는 물었다. 혹시 자신에게도 역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뭐하시는 분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마당의 한가운데에 거의 다 연결되어가는 티비를 보며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뱉었다. 그리고 그 말은 사내에게 희망이 되었다.
“햄버거 만들어~”
사내의 머릿속에 생활고에 못 이겨 햄버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칸나의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케이블 선과 위성이 달리고 작업의 마무리를 하는 사내의 몸에서 힘이 감돌았다. 설치를 마친 그가 자신의 명함 한 통을 꺼내 텔레비전의 옆에 놓고는 물었다.
“켜보시겠습니까?”
“오~ 나 이거 키는 법 모르는데! 음, 우리 미래의 챔피언 유라가 켜보자! 유라야!”
그녀의 말에 사내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유라가 텔레비전 스위치를 눌렀다. 유라와 세나, 칸나 세 명 모두에게 영원히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커다란 텔레비전이 그녀들의 집 마당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8각의 링 안에 서있는 두 명의 선수가 보였다.
“와, 진짜 UFX 경기다.”
“칸나 누님! 이거 사길 잘하신 겁니다. 제가 꼭 같이 보자고 했잖습니까!”
“우와와와와.”
무언가에 홀린 듯, 싸우는 사람들을 주시하는 칸나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혹시 무언가 잘 안되는 게 있으면......”
“AS센터요?”
세나의 당연한 물음에 사내는 다른 대답을 돌려줬다.
“아뇨! 텔레비전 위에 있는 명함으로 전화주세요.”
한통이나 쌓여있는 그의 명함을 보며 세나가 식은땀을 흘렸다. 칸나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텔레비전에 기스가 나거나, 리모컨에 건전지가 없거나. 하는 일도 제가 전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부담 없이 전화주세요!”
“......”
묘하게 의욕적인 판매원을 바라보며 세나가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판매원은 수십 번이나 칸나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몇 번을 머뭇거린 뒤 물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신지요?”
텔레비전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던 칸나가 음식 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리고는 아이처럼 웃었다.
“햄버거.”
사이다 캔의 옆구리를 찌른 듯 무언가 치이익 김빠진 표정의 사내가 간신히 흠흠 하고 정신을 추스르고는 말했다. 혹시 나중에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세나의 인사와 함께 달동네의 임무를 마친 사내는 칸나를 뒤로 한 채 문 밖으로 나갔다. 양복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그가 인터넷에 [맛있는 햄버거 집] 이라고 검색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검색결과를 기다리던 그가 계단의 중간쯤에 있던 포장된 장미꽃 한 송이를 집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까......”
계단을 차마 내려가지 못하고 쭈그려 앉아 핸드폰을 쿡쿡 누르고 있는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하며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저기요.”
맛있는 햄버거 집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를 향해 검은 머리띠를 한 여자가 물었다.
“죄송한데, 이 주변에 백발의 긴 머리를 지닌 여자가 사는 곳을 알고 있나요?”
그녀의 말에 사내가 핸드폰에서 눈을 때고 시선을 들어올렸다.
지친 듯 눈이 퀭한 흑발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짱깸뿅
언 제 오 시 려 나 ㅜ ㅜ . . .
/바로 오늘? 반가워요~
Raeicion
연중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디펜더스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이거2번쨰아이디
기달립니다
/감사합니다.
사탕수수158
쿠폰젬 ㄷㅎ
몸은 건강하신지 잠은잘주무시는지 안부좀 묻겠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네요 다음편 다음내용 궁금해요
/아직 살아있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탕수수158
군대가셨나 ㅋㅋㅋㅋ
/허허헉 (자다가 군대가는 꿈을 꾸며 일어난다)
숮랑
기다립니다!영원히!파이팅~
/왔습니다!
사탕수수158
ㅎㅎ 오랜만에오내요 근대 작가명이바뀌었는데 작가가바뀐건가요 닉변인가요? 궁금하네요.....
/잠시 닉변을 했다가 원래 닉으로 다시 변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판타지 마법사가 가장 난 것 같네요.
유조아。
숙성 시간 가지신분 뱀술 되신듯 ㅠㅠ
/(....) 이제 꺼내 먹으면 되죠 뭘 허허헣
kreest
기억하실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일반연재시절에 대탈출 팬이었던 사람입니다. 어찌 노블1일 쿠폰을 구해서 밥도 안먹고 몰아봤어요ㅎㅎㅎ 정말 과거에도 그랬지만 소름끼치는 상상력은 여전하셔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탈출은 볼때마다 손끝을 짜릿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거 같아요 오늘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서 못보지만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하. 언제나 잘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깊지만, 잘 되는날도 있고 잘 되지 않는 날도 있죠.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