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7 Episode 2-11 돈의 왕좌. =========================================================================
칸나와 유라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꽃등심 집 주인에게 돈다발을 건네주었다. 젊은 아가씨 둘이서 사고 친 것이라 몇백만원은 마음에 묻어두려던 고기집 아저씨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 하루만에 몇 백만원이라는 돈을 약속대로 만들어 온 것이었다.
그가 잠시 주방장에게 가서 뭐라 뭐라 말하더니 커다란 비닐봉지에 고기를 한가득 채워가지고 왔다.
“비싼 부위는 아니지만... 서비스일세. 그리고 하얀 머리 아가씨.”
“네?”
“언제든 찾아오게, 할인 많이 해 주겠네.
“하하....
칸나가 고기집의 출구를 나섰다.
유라의 몸만 한 고기봉지를 들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세미야 고기먹자!“
달동네의 작은 집. 세미는 칸나가 갔던 일이 부디 효과가 있었기를 기도하는 중이었다. 우물쭈물하며 칸나의 표정을 보는 세미에게 유라가 말했다.
“다시는 시청 쪽 안 가도 될 것 같아.”
“...실패했어요?”
과거에 삥뜯기던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아직도 유라를 대하는 것이 어려운 세나였다. 유라가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아니. 대 성공.”
“아!”
세나가 걱정되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 망신만 당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어 위까지 아픈 지경이었다.
“역시 참모야! 내가 뽑았지!”
단순히 만난 순서대로 정했을 뿐이지만 칸나는 마음에 든 다는 듯 엄지를 들어올렸다. 그녀가 등 뒤에 숨겨두었던 고기 더미를 꺼냈다.
“짜잔!!”
“허얼..”
엄청나게 큰 고기의 꾸러미가 세나의 앞에 나타났다. 요즘 따라 맛있는 것을 자주 먹게 되는 세나였다. 칸나를 만난 후로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것을 많이 먹게 되었던 것이다.
‘독사 아저씨한도 얻어먹었었는데.. 칸나 언니에게까지..’
“이거랑 봉급 퉁!”
“에에..?”
감격의 바다로 빠지려던 세나의 입이 벌어지며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세상에 고기로 봉급을 주는 곳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칸나가 말했다.
“봉급 주고 싶지만! 일단 3위까지는 탈환한 뒤에~ 주겠어. 참모야 진짜 나 위험하다니까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에 세미와 유라의 표정이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칸나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 죽음의 게임 하고 있거든.”
“죽음의 게임요?”
더더욱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그녀들의 표정을 보며 칸나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돈 모으기 대회에서 하위권 되면 죽는데.”
“네?”
“엉..?”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칸나를 향해 유라가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찰나. 문 밖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십니까?!)
여자의 외침소리에 세나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연예 기획사에서 받았던 명함을 아직 칸나에게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으음..’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생각하는 세나였다. 스스로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느새 칸나의 진짜 참모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세나가 문을 열자 선글라스를 쓴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방안을 바라보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찾고 있던 칸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분수대 여신님?”
“....응?”
자신을 이상한 명칭으로 부르는 여자를 향해 칸나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생각 있으면 꼭 연락해 주세요!!!”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당부에 당부를 하고는 명함까지 수십 장을 건네주고 사라졌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칸나를 섭외하려 했지만 칸나의 대변인인(?) 유라와 대화를 하면서 일이 틀어졌던 것이었다.
그녀가 칸나를 섭외 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 달 안에 노가가보다 큰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라의 ‘지금부터 연습생으로 시작해서 한 달 동한 일하면 1억 5천만원을 벌 수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그녀는 K.O 패를 인정하고 돌아서야 했다.
‘노가다로 하루에 500을 번다니.. 말이 돼?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마음 한 편에, 칸나라는 여자가 연예인이 되기 싫어 거짓말 하는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드는 관계자였다.
“또 오겠습니다!”
사라지는 그녀의 뒷통수에 칸나가 손을 흔들었다. 사진만 좀 찍어주면 돈을 준 다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초반 봉급이 아쉬워 그녀와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유라가 칸나를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젊어 보이는 언니는 순식간에 자신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꿈을 포기해 버린 자신과 다르게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한 복판으로 돌파하여 뚫어버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와는 그릇이 달라..’
상념에 잠겨있는 유라의 어깨에 칸나의 손이 올라왔다. 흠칫 하고 유라가 몸을 떨었다.
“뭐예요?” “연습하러가야지!”
“격투기요?” “마당에서 하자~ 나도 스위치히터 연습해봐야 해.”
“할 줄 아는 거 아니었어요?”
“괜찮아! 좀 있으면 할 줄 알게 될 거야!”
언제나처럼 너덜너덜한 종이뭉치를 꺼내는 칸나를 보니 정말로 그녀가 전설의 무공서적이라고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한 생각이 드는 유라였다.
“싸우자~”
등을 문 밖으로 떠미는 칸나의 악력에 유라가 악. 소리를 지르며 깽깽이로 마당으로 밀려났다. 칸나가 어느새 마당의 한쪽에 서서 종이뭉치를 바라보았다. 유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말 한번만 보고 따라할 수 있다고?’
격투기란 하나의 동작을 수 천, 수 만 번이 넘게 담금질 한 다음에야 다른 사람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유라의 생각 안에서는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읽고 가르쳐 준다.’ 라는 행위는 콧방귀를 낄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결에서 볼 수 있었던 칸나의 격투 술은 이미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인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유라가 칸나를 주시했다. 음~. 음~. 하며 칸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진짜로...? 말도 안 돼.’
칸나가 씩 웃었다. ‘이해했다고?’ 경악어린 표정을 짓는 유라를 향해 칸나가 말했다.
“음.. 모르겠다!”
너무나 당당히 자신이 가르쳐 줄 것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칸나를 바라보며 유라는 할 말이 없어짐을 느꼈다. 잠시나마 이 사람에게 존경심을 느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그녀였다.
“이익..! 시...!”
양아치의 습관을 못 버려서일까. 자기도 모르게 욕이 입 박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은 유라가 말했다.
“알려준다면서요.”
그녀의 외침에 칸나가 대답했다.
“괜찮아!”
“뭐가요!”
“내가 안 되면 네가 보면 되잖아!”
당당한 표정으로 종이뭉치를 내미는 칸나. 유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
존스라는 사람이 진짜로 세계 챔피언이 맞다면, 그의 말대로 스위치히터가 되어야 했다.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 거린 유라가 종이뭉치를 받아들었다.
‘...어디 보자.. 스위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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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우스포(왼손잡이) 격투가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격투가가 오소독스(오른손잡이)를 상대로 연습을 하기 때문이지.
내가 말하는 스위치히터란 단순히 자세를 바꾸는 격투가를 의미하지 않아. 오른손 한손잡이의 경우에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나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카운터를 허용 할 수밖에 없지만 스위치히터는 이것을 무마시킬 수 있어.. 그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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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찡그리고 글을 읽어 내려간 유라가 잠시 검지와 엄지로 턱을 꼬집었다.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라도 된 듯 자세를 유지하던 그녀가 말했다.
“이게 돼?”
도대체가 가능할 거 같지 않은 격투 스타일. 유라의 말을 들은 칸나가 이해한 것이냐며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음.. 일단 서 봐야 알겠는데요. 자세 좀 잡아주세요..”
“응. 근데 어떻게 하는 건데?”
유라와 칸나가 킥복싱 자세로 마주섰다. 둘 다 오른손이 뒤에 있는 모습. 유라가 천천히 오른발을 움직여 로우킥을 차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렇게 오른발을 차고... 다시 발이 원 상태로 돌아와야 되잖아요?”
격투기의 기본은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잽과 로우킥을 보면 공격을 한 뒤 이용한 주먹이나 발이 다시 제자리로 빠르게 돌아옴을 알 수 있다. 상대방도 역시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타이밍에 카운터 기술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존스란 사람은.. 음.. 이렇게 하라는데요?”
유라의 오른발 로우킥이 칸나에게 휘둘러졌다. 동시에 칸나가 카운터펀치를 날리려는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유라가 먼저 왼손 카운터 자세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칸나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유라를 바라봤다.
“어? 왜 네가 더 빨라?”
“...이게 대체..”
스위치히터. 기본적으로 로우킥은 제자리 위치로 회수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존스의 설명은 이것과 완전히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른손잡이 상태에서 오른발로 로우킥을 쓴 후에. 오른발을 회수하지 않고 그냥 앞에 둔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왼손잡이 스탠스가 되어있다. 그러면 로우킥을 회수하는 시간이 필요 없고. 바로 왼손 스트레이트를 또 날릴 수 있다.
“...이걸 연습해야 한다고?”
책에는 이것 말고도 좌우 스텐스로 상대방의 거리감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과 스탠스를 바꾸며 오른손잡이들을 지옥에 빠뜨리는 횡이동 스텝들도 적혀있었다. 유라를 보고 있던 칸나가 말했다.
“대단한데 유라. 한번 보고 아는구나.”
칸나에 말에 유라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뭐라고...?’
자신이 격투기로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칸나. 어떤 일을 해도 그녀보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칸나의 칭찬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칸나가 웃으며 말했다.
“이해 다 하면 나도 가르쳐줘!”
‘내가 칸나언니보다 잘하는 게 있었어.’
유라의 몸이 감동으로 떨려왔다.
그 순간. 그녀는 스위치히터가 운명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음을 느꼈다.
희대의 격투가.
‘스위치히터 유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루미젤
내일군대갑니다~~~!잘보고갑니다~~
/허얼... 루미젤님.. 훈련 잘 받으시고 백일 휴가때 뵈어요 ㅠㅠ 몸 다치지 마시고요!!
음유시인뮤즈
유라도 귀엽네요ㅎㅎ
/갱생한 양아치 유라양이 칸나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zero™』
11페이지에.. 칸나가 씩 웃으며 칸나의 뒷머리를 잡았다.. "엌" ㅋㅋㅋㅋㅋㅋ
/으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정하였습니다. 유라의 머리를 잡아야하는데 ㅠㅠ
타카르튼
인섭의과거가궁금하군요 ...
/인섭도 평탄하지 못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듯 하네요.
대형고철
아구... 이놈.. 아니 이년의 칸나 왜이렇게 갈수록 귀여워져!!! 나중에 시현 만나면 밝게 웃으며 안아줄듯.(시스템 메시지 : 시현이 베어허그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 죽었습니다) 칸나 : 우에에엥~~~ 시현~ 시현~~~!!!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회색방의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최종장에 선 시현. 하지만 칸나의 베어 허그 한방에 생애를 마감하게 되는데[...]
AQ240
대탈출 리메전 20화쯤부터 보다 노블레스 넘어가곤 한번도 못봤는데 역시 최고의 소설입니다!!!!!!!!!!!! 매번 방마다의 스토리나 설정이나 주인공들 개연성이나 감동 다른소설은 못따라올 미친 재능이네요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20화부터 한번에 쭈욱 보셨다면 정말 멀리 달려오셨군요;; 칭찬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1000 화 넘어가느 소설들도 있고.. 문체가 뛰어난 소설들도 많고.. 날이 갈 수록 진화하는 대탈출 되겠습니다.
SE바다빛우주
선이 들린다는 말을듣고 흠칫함
/심지어 무기도 나이프.. 안경만 있으면 완벽..?
phara
그런데 다 죽이면 일등이자 꼴등아닌가여??그럼 페널티 안받나??
/페널티 받을 가능성이 높고 시스템이 무효 판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퀸터♠
칸나 물생성은 그렇게 비중있게는 안다루나보네요...
하기사 존재자체가 초인급이니...
/그렇습니다. 칸나를 비롯해서 1단계에 머물러있는 능력들이 아직 있습니다.. 칸나는 경험치가 많이 쌓여있으므로 무언가를 원하게 된다면 다르게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거2번쨰아이디
꿀잼...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어스트레이
다음 연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만간 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dkdlsh
스위치 히터가 강하긴하죠 일단 카운터는 거희 불가능 하고 좌우의 파워가 균일하고(펀치나 킥 의 힘이강하다는 전제하) 단지 기술습득시 좌우의 동시 습득이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복잡한 연계기 구사시 무던한 노력이 아니면 스탭이 꼬이거나 기술이 엉성 하게 들어가거나 우측봉쇄 기술이 좌측으로 걸어 무용지물이 많이 된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노력으로는 매우 힘들다고 하네요
/ㅎㄹ. 이분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양손잡이 스텐스가 상대하기 힘든것들이 몇개있는데 사이드스텝의 스텐스가 자유롭다보니 봉쇄기술이 안먹히고 거리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카운터 펀치를 칠 상황에서 스탠스가 바뀌며 역 카운터가 나는 경우도 있고 자꾸 불리한 자세로 서있게 되는.. 점이 있지만.
익히기가 정말 힘들고, 프로선수의 경우에도 꾸준하게 양손잡이 스텐스를 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실제 대전시 적응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하지만...서도.
ufc에서 실제의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아실것 같지만.. 무패의 챔피언 바라오를 약세라고 여겼던 스위치히터 딜라쇼가 묵사발을 만들어낸 사건이었죠.
장지뱀
오옷! 선추코!
/감사합니다!!
-마치며.
연참 에너지 모으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