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7 Episode 2-11 돈의 왕좌. =========================================================================
허름한 마당에 미어터질 듯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백화점 80프로 세일이라도 하는 듯한 인파에 세미가 종이로 된 순서 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줄 서시래요. 줄...”
씨름판이라도 된 듯. 미어터지는 마당의 구석에 남 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칼을 잘 쓰기로 유명한 독사파의 독사. 그가 몇 번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기어이 칼을 집어든 것이었다.
“내가 이번에도 지면 독사가 아니라 지렁이다 지렁이!”
수많은 관중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칸나와 독사가 서 있는 마당의 뒤로 크게 적혀져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젤 쌘 놈이 두목하기.>
독사가 칼을 칸나에게 내밀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양 눈은 이미 멍이 들어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나이프와 함께한 수십 년의 인생.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에게 어이없이 꺾일 수는 없었다.
그가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그의 자세를 관찰하던 칸나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 그거 좀 배워야 겠다.”
“뭬야?”
“크라브마가?”
칸나는 과거 쇼코가 보여주었던 단검 격투술의 자세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칼은 상대방을 향하고 급소를 노리며 늘어뜨린 자세를 취한다.
독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쉬뱅!”
도발이라고 생각했는지 그가 칸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게 휘둘러진 독사의 오른팔이 칸나의 손에 잡혔다. 독사는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완력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미친!!’
칸나의 등이 독사의 품으로 들어왔다. 독사는 세상이 뒤집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퍽.
유도의 업어치기를 제대로 당한 독사가 온몸을 파르르르 떨었다. 유도를 매트위에서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멘트 바닥에 매다 꼽히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독사파 일원이 다가와 들고 갔다. 5전 5패. 지금까지 그의 기록이었다.
자신의 말에 의해 지렁이가 된 독사가 실려 나가자 장내를 바라보고 있던 칸나가 소리쳤다.
“다음!”
달동네의 아래. 수많은 오토바이 수백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런 시벌! 이놈들은 싸워도 왜 달동네 같은데서 싸워서..! 야 오토바이 잘 지켜라.”
폭주족들의 조직망은 전국적으로 뻗어있다. 어딘가에 큰 일이 생기면 오늘처럼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것이었다.
웬만한 불량배 조직은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폭주족 집단. 싸움이 있을 것이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폭주족의 동생들을 위해 그들이 모인 것이다.
“어느 놈들인지는 몰라도 다 쓸어버리겠..응?”
달동네로 올라가려는 폭주족들의 뒤에 수십 대의 검은색 차가 멈춰 섰다.
“뭐..뭐야.”
차 문이 열리며 수백 명의 깍두기들이 내려섰다.
온몸에 문신을 한 조폭이 그를 향해 말했다.
“니들이 독사형님 건드린 놈들이냐.”
“...아닌데요.”
폭주족이라지만 쇠파이프나 나이프 등을 전부 들고 있는 조폭들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아따 달밤에 체조들을 하시는.. 응?”
조폭들의 시선이 일제히 달동네의 위쪽으로 쏠렸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뭐..뭐야.”
학생들. 양아치들. 깡패들. 불량배들. 조폭들. 폭주족들.
수많은 사람들이 달동네의 아래로 내려왔다.
“뭐..뭐시여 새로운 조직 애들인가?”
독사파의 조폭들이 연장을 집어 들었다. 동시에 한쪽에 있던 폭주족들이 오토바이에 있는 체인 등을 꺼냈다.
긴장된 표정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던 조폭의 눈에. 동료들의 손에 들려오는 독사의 모습이 보였다.
“혀..형님!”
뱀 파의 고위급 간부는 아니지만. 가장 앞 선에서 행동하는 독사파의 최고수. 독사가 동료들의 손에 실려 오고 있는 것이었다.
우르르르. 조폭들이 그의 앞으로 뛰어왔다.
얼굴이 떡이 되어있는 독사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그들아...”
“네. 형님.”
“1:1 다이다이 젤 쌘놈..”
“예 형님?”
“1:1 다이다이 젤 쌘놈.. 100명만 데려와...”
조폭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낡은 초등학교의 운동장.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교문의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번호 표 받으세요.”
“아, 네.”
폭주족 한명이 세미가 나누어주고 있는 번호표를 받아들었다.
운동장의 한쪽에 걸려있는 팻말이 보였다.
< 젤 쌘 놈이 두목하기. *10명이 한 번에 덤벼도 됨. >
폭주족들은 싸움이라는 것이 이렇게 현실감 없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운동장의 중앙에서 연장을 들고 돌격하던 조폭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아!!!”
휘둘러지는 수많은 흉기. 그러나 칸나의 움직임은 귀신과 같았다. 앞에 있다 싶으면 뒤에 있고, 뒤에 있다 싶으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다음!”
독사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10명이 덤벼도 못 이긴다니. 그의 눈이 칸나를 쫒았다. 칼밥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던 십 수 년. 수많은 강자를 만났지만 그의 목마름은 계속 커져만 갔었다. 비록 조폭의 칼잡이일 뿐이었지만 그에게는 전설의 싸움꾼인 시라소니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의 눈에 계속해서 도전자를 날려버리는 칸나의 모습이 보였다. 전설속의 시라소니가 저런 모습이었을까?
그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은퇴할 때가 된 것인가.
그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세미가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칸나 언니! 휴식시간요!”
“알았어!”
운동장 한 가득 쓰러져 있는 주먹 좀 쓴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와 같은 숫자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칸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맨 처음에는 여자를 상대로는 1:1도 수치다! 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10:1로 덤벼왔다. 처음에는 불같은 분노로 그녀에게 도전했지만, 한 10번쯤 깨지다보니 왜 자기가 여자한테 맞는 것인가? 라는 궁금증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병을 든 칸나가 저벅저벅 독사의 곁으로 다가왔다.
“야. 지렁이.”
“크흑.”
남아일언 중천금. 하루 전까지 독사였던 지렁이가 칸나를 올려다보았다.
“일어나.”
덥썩. 칸나가 독사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칼을 너무 뻣뻣한 모습으로 잡으니까 여러 방향을 공격하는 게 느린거야.”
그녀가 독사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런 궤적으로 움직여야 한데.”
그녀의 조언에 독사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 졌다. 새파란 어린여자한테 칼 기술에 대해서 조언 받을 줄이야.
턱. 독사가 칸나를 밀쳐냈다.
그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칼 하나 더 가져 와.”
칸나를 향해 불타는 눈동자를 하며 그가 말했다.
“칼싸움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칼로 쑤셔보든가!”
10분 후.
칼로 쑤셔진 독사가 피가 나는 부위를 지혈시키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으으...개년.. 칼도 잘 쓰잖아...”
백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언덕에 있는 초등학교로 오르고 있었다.
“언 년인지 아주 그냥 잡히면 뒤졌다.”
지역 일진들로 이루어진 조직. 속칭 일진회의 학생들이었다.
높은 언덕을 오르자. 초등학교의 정문이 보였다. 밤늦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터라 그들의 짜증은 극에 달해 있었다.
‘누구든 걸리면 다 죽여 버릴 거야.’
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며. 일진들이 소리쳤다.
“아 씨발! 어떤 놈들이야 이 개...개...응?”
그들의 눈앞에. 수백 명의 조폭들과 수백 명의 폭주족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일진들이 침을 삼켰다. 덩치가 산만한 깍두기 한명이 일진들의 리더에게 다가왔다.
“저..저.. 아니요.. 저희 잘 못 온 거 같은데...”
저벅저벅 걸어오는 깍두기를 보며 일진의 리더가 어버버 말을 더듬었다. 굳은 표정으로 다가온 조폭이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번호가 적혀있는 종이쪽지가 일진 리더의 손에 쥐어졌다.
“.....?”
이것은 무슨 뜻인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일진의 눈에 자신의 뒤를 가리키고 있는 조폭의 모습이보였다.
“야.”
“네..네?”
조폭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흰 머리 여자 잡으러 왔지?”
“네?..네.”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 있는 일진을 향해 조폭이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 많으니까 뒤에 줄 서.”
“......”
일진들이 쪼로로 움직여 조폭들의 뒤에 섰다.
============================ 작품 후기 ============================
음유시인뮤즈
좋다 칸나쨩♥♥♥
/가끔보면 주인공보다 인기가 많은 듯한 칸나양입니다[..]
phara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가끔 니코틴을 너무 많이 흡입하면 그렇게 되고는 합니다.
phara
니코니코틴~~♥
/니코틴 파워를 사용하던 유라는 브라질리언 킥을 맞고...
어스트레이
근데 앞편의 부하2는 남자인데 이번편의 부하2는 여자네요?
/제가 잘못 적었네요. 말씀하신데로 남자가 부하 2 맞고 여자가 부하 3입니다.
현재 부하1 세미. 부하2 불량배. 부하3 유라. 부하4 독사입니다.
장지뱀
꿀잼!
/감사합니다!
TinyCleverCommander
수명-5000년인거보니까 질...수도...?ㅎ
/5000년.. ㄷㄷ 현재 칸나의 저장 수명은 200년 정도입니다. 정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구해주는데에 많이 썼습니다..ㅠ
불멸의군주
역시! 심심하면 세계정복을 해야지!
/취미는 뭐니뭐니 해도 행성정복!
타카르튼
칸나 역시 ㅎㄷㄷ
/세계 정복은 좋은 취미이죠[...]
kimnuri
ㅋㅋㅋㅋㅋㅋㅋㅋ 칸나답다
/칸나의 사고 회로. 할일이 없다 -> 세계를 정복한다.
어스트레이
세! 계! 정! 복! 시현요정 칸나를 말려줘요!
/시현요정이 있었다면 뒷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을 지도[...]
루미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freeingan
나 지금 소름돋아서 절반에서 스크롤 광속으로내림 신이여
/[...] 마법소녀 편이 좀 오글거렸나요?
벌레
칸나 직업을 정하고 하는거엿으면 푸드 파이터 하면 됏을텐데 초미녀 푸드 로 인기
/돈도 벌고 먹을 것도 먹고 1석 2조.
벌레
순식간에 쫄다구 증식 ㄷㄷㄷ
한대맞고 튈생각을 봉쇄햇어
/세미네 집이 너무 좁아서 운동장에서 2라운드를 시작했네요.
퀸터♠
역시 나라를 먹으면 되는거였군
/그..그런가요?
흑사신자
모든게 세계정복.... ㄷㄷㄷㄷ 이번에도 세계정복해서 갑부되는걸로 이기는건가 ㄷㄷ
/주먹으로 모든것을 해결하는... 근데 그게 통하는 이상한 칸나.
유조아。
세계정복 돋네?! 미국 먹으면 탑 부자 되겠네
/칸나가 미국의 모든 부를 가지게 되는 것인가요[..]
내ㅙㅈ?
...이럴 때 보면 주인공보다 칸나가 공략의 신 같다... 그냥 운빨로...
/그런 걸 보고 될 사람은 뭘해도 된다고[...]
학업따위개나주지
하악 칸나!
/짧은 바지를 입은 칸나의 돌려차기 한번에 수많은 남자들이 심쿵을..!
장지뱀
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
어스트레이
현기증 난단말이에요~~~!! 얼른 다음편 올려달란 말이에요~~!! ㅋㅋ
/올려드렸습니다 ㅠ
음유시인뮤즈
근데 칸나 일당 너무 적네요... 굴삭기 빌리는 대신 그 돈 다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흠.
/너무 적게 받은게 맞습니다. 당황한 현장소장이 자신의 지갑에 있는 돈을 다 빼주었는데.. 그 때 준 돈 액수가 장면으로 나왔습니다. 칸나를 수탈하려는 것은 아니고, 황당한 일에 너무 당황해서[...]
그 이후 몇시간 동안 일을 한 것은 은행에서 돈을 찾아온 현장 소장이 추가로 더 주었습니다.
『∑zero™』
ㅋㅋㅋㅋ 칸나 이러다가 뒷세계의 여신님되실듯....
/독사파가 지렁이파가 되게 생겼습니다.
벌레
작업 보조 없으면 작업속도가 ㅋㅋ
/그렇죠. 노가다라고 해도 요령이 있으니까요. 다만 칸나는 걸어다니는 다용도 중장비라.. 지게차나 중장비를 부르지 않아도 그때그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네요.
phara
여기서 이리하여 칸나는 개미부대 2를 만들게 되느...ㄴ데...음??
/개미부대 2.. 돌격하라!!.. 응?
kimnuri
하앍하앍 자주자주나와서 너무좋다 흐흐흐흐후후ㅜ후후흐흐흐흐흐
/많이 내면 독자님들도 좋고 저도 좋고. 윈윈!
퀸터♠
진짜 신기한 스테이지들이 많네요 작가님 아이디어 짱인듯 ㅋㅋㅋ
/즐거운 스테이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이거2번쨰아이디
자주나와서 행복하당
/앞으로 더 자주 올려보도록 할게요.
일레이소
아 어떻게돈벌지 기대된다진짴ㅋㅋㅋ
/과연 칸나가 먹는 식비보다 많이 벌 수 있을지... 지켜봐 봅시다.
TinyCleverCommander
첫코첫코 2연속!
/첫코의 제왕이시군요. 2연속은 별로 하시는 분이 없는데..!
-마치며.
광역버스가.........
입석을 안태워주는 바람에... 집에 엄청 늦게 도착했습니다. ㅠ
12시 안에 소설을 업로드하기로 했는데, 죄송하게도 이제야 올리네요.
그러한 관계로. 새벽 6시 전 까지 한편을 더 업로드 하고 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