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3 Episode 2-11 돈의 왕좌. =========================================================================
공원의 분수대 앞. 칸나는 또다시 이곳에 앉아있게 되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취업에 실패하고 처량하게 앉아있는 것이었지만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화보 모델인가...?”
칸나는 뚫어져라 직업 종이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음..”
믿고 있었던 시현의 가게까지 실패한 지금 그녀는 전략이라는 것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
‘생각을 잘못했어.’
취업이라는 적을 맞아서 그녀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어떤 적이던 물리치는 아케넨의 제왕. 취업이라는 녀석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머리 쓰는 일은 안 돼!’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었다.
‘으음...’
그녀가 눈썹을 좁혔다.
‘참모를 구해야겠어.’
제왕은 머리가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똑똑한 자를 만나면 그 자를 벗으로 삼고, 최고의 무장을 만나면 그를 벗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왕은 무적.
칸나의 눈빛이 빛났다. 그녀가 손을 꽉 쥐자 500원짜리 동전이 만져졌다.
‘기필코 홍렁볼을 사먹고 말리라.’
불타오르고 있는 그녀의 주변으로 누군가가 주춤주춤 거리면서 다가왔다. 안경을 쓴 여자 고등학생이었다.
“저기...”
“응?”
우물쭈물 하는 여고생.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는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코스프레.. 하시는 분인가요?”
너무나 화려한 흰색 머리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전문 코스프레인 인줄 알고 다가온 것이었다. 칸나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여고생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너.”
갑작스럽게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칸나를 보며 여고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여고생은 어쩌면 자기가 건드려서는 안 될 무서운 언니를 건드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살짝 드러난 칸나의 송곳니가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칸나가 말했다.
“내 부하가 되라.”
읭...?
기묘한 표정을 짓는 여고생이었다. 부하가 되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일진 언니?’
덜덜 떨고 있는 여고생에게 칸나가 무언가를 던졌다. 반사 신경이 느린 여고생의 이마에 금속이 부딪혔다.
땡그렁.
아픔에 이마를 문지른 여고생이 바닥에 떨어진 금속 동전을 바라보았다.
500원.
‘......’
저것은 무슨 의미인가.
멍하니 바닥에 떨어져있는 500원짜리를 바라보던 여고생의 귓속에 칸나의 말이 들렸다.
“이봐 부하 1.”
“...네?”
“봉급.”
여고생과 일진칸나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이게 가장 힘든 일이라 이거지?”
고층 빌딩을 새울 예정인지 깊게 파인 넓은 땅에 수없이 많은 철근 콘크리트가 박혀 있었다. 여고생은 칸나에게 잡혀 공사장까지 반 억지로 끌려왔다. 웬지 그녀의 말을 어기면 공원 한 구석에 묻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네.. 근데 여자는 안 받아 줄 텐데..”
“고마워! 나 일할동안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헉. 그녀가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도망치려고 했던 여고생은 기다리고 있으라는 칸나의 말에 얼굴이 핼쑥해 졌다.
이 일진 누나는 보통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500원을 주고 자기 편한 대로 계속 끌고다니는 것이었다. 이제야 벗어나나 싶었는데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라니.
‘이..이러다가 나 큰일나는 거 아니야..?’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여고생이 공사장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어차피 집으로 가도 슬픈 일만 일어날 것이었기에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었다.
[첫날 중간 스코어를 알려드립니다. 두 번째 날 부터는 밤 12시에 스코어를 알려드립니다.]
공사장으로 돌격을 하고 있던 칸나의 눈에 커다란 전광판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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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1420만원.
2위. 229만원.
3위. 102만원.
4위. 35만원.
5위. 21만원.
6위. 7만원.
7위.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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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어..!”
칸나가 전광판을 바라보고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게임이 시작 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1000만원이 넘는 플레이어도 있었던 것이다.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있겠네.’
1000만원이란 돈이 있으면 홈렁볼을 몇 개 살 수 있는 것인가? 몇 명의 부하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인가.
‘엄청나..’
500원에 부하 한명을 구했으니 1000만원이면 군단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다른 부하를 500원에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었다.
흙으로 된 내리막을 내려가며 그녀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철근과 벽돌들이 쌓여있는 공사장의 안에 몇 명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문 노가다꾼들인지 굵은 팔뚝과 새카맣게 타버린 얼굴들이 인상적이었다.
칸나의 눈이 사람들을 훑었다. 이곳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그녀의 목표였다.
‘저자인가.’
그녀의 눈에 곡괭이를 들고 다니는 아저씨가 보였다. 바위를 부수며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짓를 하는 모습을 보며 칸나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느꼈다.
‘자.. 가볼까.’
언덕을 마저 내려가며 그녀가 인부를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일을 하고 있던 인부들이 일제히 칸나를 쳐다보았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여성이 내리막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헐.. 회장님 딸인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족의 포스에 일을 하던 인부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휙휙 뛰어오는 그녀를 보며 현장소장은 자기가 뭐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새 현장소장의 앞까지 다가온 칸나를 보며 그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어쩐 일로...”
“이거요!!”
이상한 종이를 내미는 재벌집 딸. 혹시 공사를 중단시키라는 문서인가? 두려운 마음을 품으며 그가 종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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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칸나.
사는 곳 : 아케넨 행성.
자격증 : 없음.
경력 : 아케넨 행성 접수.
가능한 외국어 : 아케넨 어.
특별한 경험 : 개미가 되어 티라노사우르스를 무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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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소장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최대한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었지만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
“......”
칸나와 현장소장이 아무 말도 없이 한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되나요?”
“...네?”
무엇이 안 된다는 것일까. 티라노사우르스를 무찌름 부분을 쳐다보고 있던 현장소장이 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대답했다.
“취직요!”
쾅. 쾅.
곡괭이질을 하며 현장소장이 말했다.
“아..안 된다 그러네. 아가씨. 여기는 여자는 안 써요.”
그의 뒤에 선 칸나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를 써야 합니다!”
“아...안된다니까요. 다쳐요 정말 여기.”
곡괭이질을 하는 현장소장과 칸나의 말씨름이 한동안 이어졌다. 칸나역시 몸으로 하는 일에서 까지 취업이 안 되면 난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고 완강하게 버티는 것이었다. 시끄러워진 공사현장에 일을 하고 있던 다른 인부들이 소리쳤다.
“아! 전 소장님 그냥 쉬운 일 시켜서 보내죠!? 시끄러워 죽겠어요!!”
“젊은 아가씨가 사연이 있어서 그런데 그냥 쉬운 일주고 봉급 줍시다! 남자들만 있는 노가다판에 아가씨 한 명 껴있는 것도 좋지!”
한사코 안 된다 의견을 펼치던 현장소장이 칸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에이, 그냥 연예인 보는 샘 치자.’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칸나에게 말했다.
“아! 알았어요. 아가씨..! 알았으니까 그만 보채요! 대신 수당 많이는 못 주니까! 나중에 일당적다고 딴말하면 안 돼요!”
칸나가 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디펜더스에게 배운 고마움의 표시법이었다.
“에이.. 할 일이..”
갑작스러운 인원 충원에 현장소장이 할 일을 배정해 주기 위해 공사장을 둘러보았다.
“저기. 저기 봐요.”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칸나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갔다. 수백 개의 벽돌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벽돌들. 아래쪽에서 작업 하고 있는 인부들에게 건네주고 와요. 굉장히 무거우니까 수레 이용해서 5개 정도씩만 안 다치게 옮기세요!”
억지로라도 아가씨에게 일을 만들어 준 현장소장이 다시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그의 뒤로 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만 다 옮기면 되나요?”
“저녁까지 다 옮길 수 있으면 수당 온전히 드리겠습니다.”
연약한 여성이 옮겨봐야 벽돌을 얼마나 옮기겠는가. 현장소장은 그녀에게서 신경을 끈 채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예쁜 아가씨가 공사장까지..쯧쯧..’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인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전 소장님..!!”
아 또 왜.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짜증스러운 얼굴을 한 전 소장이 자신을 부른 인부를 쳐다보았다.
“박 씨 또 왜요!!”
그의 눈에 경악스러운 표정을 한 박 씨가 보였다. 박씨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전 소장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지나지 않아 박 씨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의 눈에 묶여있는 수백 개의 벽돌 더미를 한 번에 들어올리는 칸나의 모습이 보였다.
털썩. 그가 곡괭이를 놓친 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칸나가 거대한 벽돌 더미를 들고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거만 옮기며 되죠?”
“...네..?..네..”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오는 전 소장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왜..이제야 오셨나이까..”
“...네?”
영문을 모른 채 칸나가 그를 지나쳐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그녀의 등에 후광이 비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전 소장이 자기도 모르게 말을 했다.
“왜..왜 이제야 오셨나이까.”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가 말했다.
“노가다의 신이시여...”
============================ 작품 후기 ============================
진노을
칸나ㅋㅋㅋ귀염둥이. 시현요정님이라니 ㅎ
/칸나가 500원으로 부관을 영입했습니다!
루미젤
ㅋㅋㅋ 시현요정은 지금 이용불가능하네요 잘보고갑니다~~!
/그렇습니다.. 시현요정은 지금 쓸 수 없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벌레
학학 칸나 ㅁㅎ에 ㅋㅋ
자 무력을 사용 하렴
/칸나가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현장소장이 무릎을 꿇었네요.
마매모무
근데 이곳 방은 얼마나 넓은거지?ㅋㅋ
/대략 지구의 반 정도 되는 넓이입니다.
이거2번쨰아이디
생각한건데 칸나 돈 모으면 바로 먹는거에 투자할꺼같다.....리고 한참뒤에 깨닫고 돈을 다시 모으겟지
/...이분 최소 칸나 잘 아시는분
ㄷㄷ[...]
그녀와 결혼한 남편은 한달 식비 천만원씩.[...]
우울한악마
귀엽귀...그리고 시현요정..ㅋㅋ
/인기가 많은 칸나양.. 시현요정은 지금 머리 터지게 추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ㅠㅠ 시현요정 도와줘요!!
-마치며
내일도 연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