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31화 (231/373)

00231  Episode 2-11 돈의 왕좌.  =========================================================================

과자는 너무나도 비쌌다.

허망한 표정의 칸나가 홈렁볼을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 후로도 한동안 그녀는 홈렁볼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처량한 모습에 카운터 안에 있던 알바의 마음속에서 동정심이 일었다. 처음 본 여자이지만 대신 사 주고 싶을 정도였다.

초록색 과자봉지를 바라보며 울 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칸나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돈이 없으면 벌어서 사 먹으면 된다.

그것은 위대한 발견이었다.

‘일해면 돈 주지 않던가?’

휙. 하고 그녀가 180도 몸을 돌렸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칸나의 모습에 편의점 알바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타타타탁 마치 귀신이 걸어오는 듯 한 스피드로 다가온 칸나가 눈을 빛내며 카운터에 종이뭉치를 내려놓았다.

<추천 직업 1만선>

“......”

의도를 모르겠다는 알바의 눈빛에 칸나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느 직업이 돈 많이 벌어요???”

“...에?”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알바가 힐끗 종이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직업의 이름이 나열되어있고 그 아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종이 위를 훑어보던 알바생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단순히 많이 버는 거라면... 펀드 매니저 정도면... 많이 벌걸요.”

“감사합니다!!”

쌩.

직업 소개 용지를 챙긴 칸나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딸랑. 딸랑. 편의 점의 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칸나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서 미처 말하지 못한 알바의 음성이 뒤늦게 새어나왔다.

“토..토익 자격증 요망이라던데...”

비뚤어져 놓여있는 홈렁볼만이 그녀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띠띠. 거리로 부터 희미한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좁은 공간.

산발머리를 한 괴인은 어두운 골목에 앉아 있었다.

빌딩과 빌딩 사이의 틈.

그가 고개를 돌려 을 살피자 아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며 허리의 뒤 쪽으로 손을 넣자 쿠크리가 잡혔다. 그의 눈빛이 빛났다.

‘사람사는딘디 청부사가 필요한 자들이 있겠지. 그것이 아니라면... 다 묻어버릴까.’

인벤토리에서 나온 숫돌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누군가를 죽이기 전, 칼날을 몇 번이고 가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끽. 끽. 숫돌로 칼을 갈으며 그녀는 검은 머리띠를 지닌 여자를 생각했다.

‘어째야쓰까.’

돈을 버는 재주는 없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을 죽이고 뺐으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타겟을 정하는 일이었다.

‘아니면..’

동전을 들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 흰색 머리의 여인.

그녀를 습격하는 방법도 있었다.

‘......’

끽. 끽.

그녀들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을까.

그의 직감이 세력을 좀 키우라고 말했다. 쿠크리를 다시 등 뒤에 묶으며 그가 계획을 새워갔다.

‘일단은 조폭들과 푸닥거리를 좀 해야쓰것군.’

늦은 밤이 되면. 술집의 앞에 똘마니들이 돌아다닐 것이었다. 그들을 좀 주물러 주면 큰 몸통이 나타나겠지.

‘피 맛 좀 보자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타를 등에 짊어지고 있던 금발의 여성이 공원의 분수대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는 앉았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뭔일인가 싶어 그녀를 힐끗 힐끗 바라보았다.

“옛날 생각나네.”

청바지의 위로, 기타의 몸통이 뉘어졌다.

기타의 빈 집은 그녀의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그녀가 천천히 기타 줄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잔잔한 선율이 공원을 감싸 안았다. 사람들이 한두 명씩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그녀의 연주는 계속되었다.

어느새 수십 명의 사람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그녀가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감명을 받은 듯. 몇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빈 기타 집에 동전과 지폐들을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웨이브 하듯 움직였다.

‘슬슬 손가락도 풀었으니...’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내, 그녀가 뭐라 뭐라 적고는 빈 기타가방의 앞에 붙였다.

<아무 음악이나 한 번 들으면 모두 연주 가능. 곡 당 1000원>

‘언제쯤 오려나.’

그녀가 자리 잡은 곳은 방송국에서 멀지 않은 공원이었다. 누군가는 자신을 보고 스카우트하러 올 것이었다

방송국 건물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그녀는 연주를 잘할 자신이 있었다. 기타가 아니라 대금을 연주한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이 충만했다.

어떤 음을 듣던 어떤 악기를 다루던

무조건 연주 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경력을 쌓을 시간이 없어. 이대로 방송에 출현해서 일자를 잡는다.’

기타를 연주하는 그녀의 앞에

동전과 지폐가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

흰색머리의 여자가 빌딩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커다란 빌딩의 안에 도착한 칸나였다. 대리석으로 되어있는 1층 바닥을 밟으며 그녀의 입에서 우와. 라는 소리가 나왔다. 경비아저씨가 수상한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아저씨가 보기에 그녀는 약간 맛이 가(?) 보였기 때문이다.

칸나가 1층의 복도에 있는 층별 건물 안내를 보며 증권회사를 찾으려 노력했다.

‘회색증권, 회색증권......’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편의점 알바생의 말에. 그녀의 목표는 펀드매니저가 되어 있었다.

“흠..흠..”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헛기침 소리에 칸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파란색 옷을 입은 늙은 경비아씨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칸나를 향해 물었다.

“실례지만 어쩐 일이신지..”

수상하다. 수상해. 30년 경비 경력의 그의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여자는 굉장히 수상했다. 의심의 눈초리로 칸나를 보려하던 경비는 흡사 구세주라도 만난 듯 한 그녀의 얼굴표정을 바라보게 되었다.

“선생님!”

“으...네?”

졸지에 선생님이 된 경비아저씨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했다. 칸나가 말했다.

“저 여기 좀 데려다 주세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가 몰라 잠시 멈춰서 있던 경비는 이내 그녀가 회색증권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 저는 여기 비우면 안되서..”

경비는 함부로 1층 센터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그의 철칙이었다.

“그.. 계단으로 가셔도 되고..”

수상해 보이는 여자를 저지하기 위해 계단을 알려준 경비는 이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셔도..응?”

그의 눈에 어느새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는 칸나의 모습이 보였다.

“저..저기요!!”

그가 황급히 여자를 부르며 뛰어갔다.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에 도달했을 때에 그녀의 모습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즈..증권회사.. 33층인데..”

회색증권의 본부장은 갑자기 쳐들어온 이상한 여인에 의해 업무를 그만두고 면접심사관이 되어야 했다. 이곳에서 일해야 한다며 다짜고짜 자신감을 내비치는 흰색머리의 여자. 가끔씩 그런 패기 넘치는 신입이 있었다.

“과연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몇 년에 한번씩. 그런 신입 중에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가 탄생하고는 했다. 그들은 대부분 명문대 수학과 등을 졸업하여 수십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것이었다.

“기대되는군..”

복도를 따라 걷던 그가 면접실의 문을 열었다. 흰색머리의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요?”

“돈 벌고 싶습니다!”

패기가 넘치는 목소리에 본부장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의 앞에 있는 의자를 빼고는 그가 자리에 앉았다. 그의 앞에 칸나가 작성한 서류가 보였다.

‘어디 볼까.. 어떤 인재이기에 이런 패기가 넘치는..’

최소 자격증 10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본부장이 그녀의 이력서를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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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칸나.

사는 곳 : 아케넨 행성.

자격증 : 없음.

경력 : 아케넨 행성 접수.

가능한 외국어 : 아케넨 어.

특별한 경험 : 개미가 되어 티라노사우르스를 무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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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이력서를 바라보던 본부장이

옆에 준비되어있던 도장을 들고는 칸나의 이력서에 찍었다.

꽝.

도장이 찍히며 붉은색으로 쓰여 있는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 불합격 >

이어서

그가 핸드폰을 띠띠띠 누르고는 수화기에 입을 대고 말했다.

“여기 경비들 좀 불러주세요.”

잠시 후.

칸나가 경비들에게 몸을 들린 채 회색 증권의 밖으로 실려 나갔다.

============================ 작품 후기 ============================

이거2번쨰아이디

패션모델

/패션모델이 펀드매니저보다는 나아보이는군요.

루미젤

이번에는 칸나는힘들겠는데요ㄷㄷ 잘보고갑니다~~!

/그녀의 전공분야와 한참 많이 벗어나게 되었네요[...] 안타깝습니다.

phara

프린세스 ..... 이인조로 가도 좋지않을려나...

/예쁜 분들이 동시에 사라드에 도착한다면야.. 본격 전대물로..?

브라마

이게 그러니까 다 작가님 머리슥에서 나오는거..가둬놓고 글쓰시게 하고싶...아 물론 농담입니다

/제가 음료수를 좋아하므로.. 보수는 초록매실로..[??]

굴러다녀

헬라가 중간에 헬사, 헬리로 표기된 부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코멘은 지금 하지만 코멘트를 보았을 때 바로 수정하였습니다.

목들

편의점 알바하나?

/돈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면야.. 작은 돈 모으는데에는 좋을지도요?

-마치며.

오늘도 새벽에 업로드를 하게 되네요.

어제처럼 오늘도 연참을 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연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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