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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24화 (224/373)

00224  대가(代價)  =========================================================================

나이아와 노드는 피해자의 방에서 이곳저곳을 뒤져보고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속으로 스며들었다.

"......"

피해자의 등 뒤에 있는 날카로운 찔린 자국. 확실한 단서 중 하나였다.

나이아가 시체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말을 믿나요?”

여러 가지 습작 그림들을 들어보던 노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물은 건가?”

“당신 말고 이 방에 있는 사람 없는데요.”

“신기하군..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도움이 되면,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죠. 키퍼잖아요.”

탁. 노드가 습작 작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가 윗주머니에 들어있는 작은 천을 꺼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안경을 벗어 천으로 닦으며 노드가 말했다.

“달리 못 믿을 것도 없지 않은가.”

“...진심인가요?”

노드의 대답을 들려오지 않았다. 시체를 바라보며 나이아는 깊은 생각에 빠져갔다. 범죄자들의 기억이 모두 조작이라면, 추리에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증거 밖에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증거란. 피해자가 등 뒤에서 칼로 찔렸으며 유력한 범행도구는 수면제. 라는 것 밖에 없다.

그 정도는 움직이지 못하는 시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보다 단서나 더 찾아보지 그러나?"

나이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말이 맞았다. 어떻게든 범인을 확정할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미치겠군.’

째깍째깍.

열어놓은 문 사이로 시계소리가 들렸다. 문득 그녀는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고 싶었다.

"당신이나 잘 하시죠."

그녀가 노드를 쏟아붙이며 원장의 방 밖으로 나갔다. 끼익.

복도에 걸려있는 시계가 보였다.

[00년 47일 오후 03시 32분]

힐끗 시계를 바라본 나이아가 피해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밤 12시가 되면 선택을 해야 할 것이었다. 증거를 찾는 일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고 있었다. 지구에서 처럼 자신이 원하는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초코바가 먹고 싶어..’

산행을 할 때면 언제나 함께했던 초코바.

회색방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녀가 다시 방의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현과 대화하던 원장의 귓속에 새로운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뭐지?'

[특수 조건이 완성되어 새로운 히든 미션이 개방됩니다.]

죄수들이 동시에 동작을 멈추었다.

[플레이어들이 범인 검거에 실패하면, 한 명의 죄수와 플레이어의 포지션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바뀌는 플레이어와 죄수는 죄수들의 투표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플레이어가 된 죄수는, 이 방에 들어오기 직전의 기억까지 복구됩니다.]

“...이건..”

남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시현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뭡니까?”

“아니에요.”

죄수들의 눈에서 희망이 맴돌았다. 철창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 아닌 밖에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학생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게.. 무슨 소리죠?"

얼굴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원장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창살 안에 있는 사람들이랑.. 밖에 있는 사람들이랑.. 서로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같군.."

그의 말에 남학생의 얼굴이 펴졌다.

“우..우리도 나갈 수 있어요.”

“쉬..쉿”

“다들 들은 거죠?”

"......"

그들의 얼굴에서 긴장감과 희망이 부딪혔다. 쇠창살에서 죽어갈지도 모르는 운명. 그것이 끝날 가능성이 보인것이다.

"하하.."

그러나.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의 웃음은 얼마되지 않아 멈췄다.

“..그런데.. 한명밖에 못나가요?”

“......”

누구를 플레이어와 바꿔야 하는가.

"......"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제..제가 나가면 안 될까요.”

남학생이 의견을 냈지만 여선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널 어떻게 믿고..”

여학생이 그녀의 말에 덧붙여 말했다.

“이 자식 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요.”

“왜?”

분한 표정으로 그녀가 대답했다.

“기억이 조작되었다면서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 전에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그걸 어떻게 알죠? 한명이 나가서 창살 안에 있는 사람 다 쏴 죽이면요? 다음은 없잖아요?”

“......”

그녀의 질문은 타당했다. 애초에 기억이 조작 된 것이라면, 그 전에 뭘 하던 사람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지금의 인격이나 생각으로 선택하면 안되는 것이다.

“......”

그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누구나 원하는 단 한 번의 기회. 이번에 나가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곳에서 썩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그것만큼은 원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두가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때. 멀리서 시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허튼 짓은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는 그들에게 경고를 하는 시현이었다. 여차하면 연결되어있는 텔레파시 링크로 나이아를 부를 예정이었던 것이다.

“...별 일 아닐 세. 우리는 어떻게 되는 가 이야기 하고 있었네.”

“......”

흠. 흠. 계속 누워있어서 그런지 띵한 머리를 부여잡은 시현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쪽의 숫자가 4명이 아니라 40명에 도달한다고 해도. 플레이어 한명을 이길 수 없음을 잊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그들은 중무장입니다. 거기에  초능력도 가지고 있어요.”

“...알고 있네.”

담담한 원장의 목소리에 시현이 한숨을 내 쉬었다.

“제가 도와 드릴 게 있으면 말씀 주세요. 최대한 편의를 바 드리겠습니다.”

“...생기면 이야기 하지.”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각자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여학생이 말을 꺼냈다.

“원장님이 가는게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죄수들의 음성이 급해졌다.

“무슨 소리야. 내가 나가야 된다니까.”

하아. 하고 한숨을 쉰 여학생이 말했다.

“이곳의 모두는 똑같습니다. 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

여학생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말을 들어봐요. 지금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어요. 그게 핵심 아니에요?”

“...그렇지.”

“그런데. 생각해봐요. 원장님은 태극권을 썼어요. 생애 한 번도 연마해 본 적이 없다면서요.”

그녀의 말에 시선이 원장 쪽으로 쏠렸다. 그가 대답했다.

“그렇네.. 처음이네. 다들 알 것 아닌가. 내가 태극권 못 쓴다는 것..”

다들 원장의 평소모습을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학원을 관리하는 모습 외에 한번도 무술같은 것을 쓴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의 기억이 조작 된 거라면.. 그전에 배웠을 수도..”

“그거라고.”

여학생이 남학생의 말을 자르며 들어왔다. 그녀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봐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면, 분명 그 전. 기억이 조작 되기 전에 배운 것이란 말이에요.”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왜..”

답답하다는 듯이 그녀가 자신의 손바닥에 반대 손 손가락을 집으며 말했다.

“과거에 태극권을 배웠다는 거잖아요. 근데 그 많은 무술 중에서 태극권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조폭이나 뭐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태극권 같은 무술을 배우겠어요? 킥복싱이나 유도 같은걸 배우지.”

“...조폭은 무술 잘 안배우..”

“어쨌든요. 핵심은 태극권은 살상에 적합한 무술이 아니에요.”

“...그래서?”

“살상에 적합하지 않은 무술을 배웟다는 건. 그걸 익힌 사람도 나쁜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

여선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 원장님은 내보내야 하는 이유라고?”

여학생이 가슴을 팡팡 치며 말했다.

“아 진짜. 처음에 무슨 말 들었어요.

이상한 사람이 나가서 원래 기억 찾고, 우리 총으로 다 쏴 죽이면 어쩔 거냐고요. 최대한 성격 좋은 사람 내 보내서 우리가 총 맞을 일도 없어야 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요. 머리도 좋아야 해요”

“나도 성격 좋은데..”

"나도 머리.."

“아.. 지금 성격은 상관없다니까요. 머리 좋은데 왜 저만큼도 생각 못했어요?”

몇분간 티격티격 대던 죄수들.

시간이 흐르고

결국에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나가고 싶지만 어차피 다수결의 투표였다. 한 명만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럼 어떤 플레이어랑 바꿔야 하지?”

“......”

여선생의 물음에 남학생이 대답했다.

“우리 안 쏴죽일 것 같은 놈으로요.”

내보내는 죄수도. 창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죄수도 한명씩 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위험한 사람을 밖에 두면 안되요."

“맞네.”

“......”

"그렇다면..."

그들의 시선이 시현을 향했다.

"저 사람?"

죄수들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이 시현이었다. 대부분의 일을 말로 해결하려고 했으며 결정적으로 장애인이었다. 혼자서 사람들을 쏴 죽이고 싶어도 무리가 있는 것이다.

"저 자는 아니야. 가장 안전해."

여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애인은 논외 대상이었다.

“여자는요?”

나이아. 그녀는 죄수들과 대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총으로 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뒤로 물러나 철창으로 돌아가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성급히 방아쇠를 당기는 타입이 아닌 것이었다.

"그녀는 상식을 가지고 있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네."

죄수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럼..."

“결정됬군요.”

미술학원의 문을 바라 본 채 여선생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노드라는 자를 죄수로 바꾸죠.”

============================ 작품 후기 ============================

루이레아

근데 움직이지 못하는거라면 누가 신데렐라 구두를 신겨주었을텐데 그 기억까지 리셋하고 마지막에 멀쩡해지면 안쓰는걸까요

/무슨 질문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음.....미션 완료도 밤 12시. 신데렐라 폼의 한계 시간도 밤 12시입니다.

우울한악마

크흑 1타라 좋네요...잘보고 갑니다.

노블로 오기전부터 보고있는데 요즘에는 자주 올라와서 좋아요.. 힘네세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올리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한편 더 올릴 수 있었네요.

하지만 2연참은 섭섭하니. 오후 중으로 한편 더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연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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