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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21화 (221/373)

00221  대가(代價)  =========================================================================

사람들의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부정할 듯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기억이 조작되어있을 수 있다는 시현의 말에 모두가 의심이라는 괴물을 키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네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노드의 차가운 눈동자가 시현에게 내려앉았다. 신뢰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시현의 말이 맞는다면 그의 말은 어떻게 믿는다는 것인가?

“...증거를 기반으로 추리한 것입니다만.. 믿고 안 믿고는.. 각자가 판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책임하군.”

쾅. 노드가 엘리베이터의 옆면을 주먹으로 쳤다.

“우리는 시간이 얼마 없어.”

째각째각. 하루 안, 이라는 패널티가 붙은 곳. 범인을 찾는 것만으로 어깨가 무거운 그들에게 기억까지 문제가 있어 과거까지 추론해야 한다니. 짗궂은 것도 정도가 있었다.

“어찌 되었던 범인만 찾으면 되는거 아닌가? 다들 너무 심각한 표정 짓고 있는 거 아냐?”

정작 자신이 가장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노드가 말했다. 그의 기분 나쁨이 시현에게 쏘아졌다. 범인을 찾기도 힘든 마당에 기억까지 문제가 있음을 알려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

얼마간 그들에게는 침묵만이 주어졌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죄수들이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이곳은 지구가 아닌지, 플레이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기억이 이상한 것인지.

나이아와 헬사가 그들의 질문을 대답해 주었다. 그녀들의 머리도 많이 아파오는지 대략적인 설명만을 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면, 애초에 알리바이나 그런 것은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찾아야 하는 범인이 ‘기억을 조작 당한 상태에서의 범인을 찾는 것인지’ ‘기억이 조작 당한 것을 읽어내고 그 상태에서 살인자를 찾아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오빠. 그럼 방법은 없어요?”

헬사가 시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혹시나 하는 기색이 감돌았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정일 것이었다.

“......”

시현이 하는 것은 미래를 보는 것이나 점성술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직 증거와 추론을 통한 예측.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시현의 말을 들은 헬사의 얼굴에 실망이 내려앉았다.

‘생각을 해 내야 해..’

어떻게 된 것일까.

답을 내려고 했지만 시현은 진실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설은 무수하게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헬사가 답답한 마음으로 시현을 쳐다보고 있을 때. 나이아의 말이 복도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물리적인 증거 위주로만 범인을 예측합시다.”

시현이 놓치고 있던 것을 나이아가 일깨우게 해 주었다.

“아..”

그 단순한 사실을 왜 생각하지 못했던가. 모두의 기억을 믿기 힘든 수준이라, 알리바이만으로 범인을 찾을 수 없다면 답은 간단한 것이었다.

물리적 단서만을 모아 범인을 추려낸다.

그것이 지금의 해법이었다. 그녀의 한마디 말에 시현의 머릿속이 일자로 정렬되어갔다.

‘우리는 몇 번의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 실패의 패널티라면 모두가 해답을 풀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 풀었더라도 과반수가 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최소한 2번은 지금과 같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범인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떠한 장애물 때문에 우리들은 이 방에서 몇 번의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가?

‘...아니야.’

무언가 이상했다.

패배를 했다고 한다면 분명 50년 치의 수명 패널티가 발동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는 할아버지로는 보기 힘든 나이들이었다. 그 뜻은 수명 패널티를 받지 않은 것을 뜻한다.

‘......’

‘..잠깐’

시현은 자신의 가정이 틀릴 수 도 있는 특수한 경우를 생각해 내었다.

‘못 깬 것이 아니라 안 깬 것 이라면?’

그의 머릿속에서 키퍼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생존을 위해 얼마든지 게임을 질질 끄는 사람들. 그들이라면 이렇게 게임이 반복되도록 조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시현의 생각이 급속도로 확장되어갔다.

‘그렇다면 그들은 패배 패널티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이상했다. 적어도 이곳에 있는 모두는 늙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는... 어?’

있었다. 수명이 패널티를 받고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은 단순한 트릭이었다.

패널티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닌. 패널티를 받고 다시 수명코인을 사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혹은 받기 전이나.

‘...맞아.’

그렇다면 혹시 범인은, 많은 수의 코인을 지니고 있으면서. 다른 방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이아도 노드도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둘 중 한명이 범인일까?

시현은 용의자를 좁히려고 애썼다.

많은 수의 코인을 지니고

다른 방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이 방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수많은 가정들이 떠다니다가

시현이 눈을 번쩍떴다.

어떠한 가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방에서 가장 수명코인이 많은 사람.

이 방에서 가장 다른 방으로 가길 원하지 않는 사람.

그것은 바로

시현 자신이었다.

============================ 작품 후기 ============================

fanstory

에전 프롤로그에서 포기햇다가 오랜만에 다시보니 달라서 보개됐는데 이틀만에 여기까지왔네요.

/프롤로그 바뀐 것이 좀 나았나 보군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매모무

그런데 인벤토리 쪽지는 왜 복구가 되어있을까요?

/글세요..[...] 이유가 있으려나요.

음유시인뮤즈

허어어....음 전 그냥 현실에도 시현이의 유기농 맥버거가 있었으면ㅜㅜㅋㅋ

/계속 먹기만해도 국영수의 점수가 올라가는.. 오오오..!

샤이닝블루스타

햄...햄버거??!

/그렇습니다.. 햄버거입니다...

퀸터♠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초능력은 영혼력과 관계되어있는데

햄버거를 먹으면 모든 능력치가상승되잖아요?

결국 햄버거 짱짱맨?

/그것에 관해서는... 저도 잘 [..?]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니까요.

퀸터♠

아싸 추리왕 ㅋㅅㅋ

/그렇습니다.. 추리왕 꽝꽝.

루이레아

연참 감사해요! 잘읽고갑니다 근데 거울케이시도 햄버거로 영력키우면 조금은 쓸수있지않나요?

/엄청납니다.. 보통은 거기까지 생각 안하시던데..

이론상으로만 가능한데요

케이시가 생애동안 조금씩 쌓아왔던 영혼력 수치가 있는데

거울케이시는 그것을 0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

루미젤

연참감사합니다!!!!! 작가님 항상재미있는 글 잘보구갑니다!!

/연참 매일 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ㅠ

-마치며.

이동 중 노트북의 전원님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집에 도착해서 올릴 수 있었네요.

(글쓰다가 한번 날아간건 함정)

용량이 크지 않은 만큼

낮 시간대에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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