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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13화 (213/373)

00213  대가(代價)  =========================================================================

째깍. 째각.

학원의 복도에 누워있는 시현은 자신만의 고요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00년 47일 오전 10시 32분]

무언가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 진실이라는 것의 꼬리만이 자꾸 눈앞에 왔다갔다 거리는 듯 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

덜컹 문을 열고 누군가가 학원의 복도로 나타났다. 아마 남학생의 방을 수색하러 간 헬사일 것이었다.

째깍. 째각.

트윈테일의 소녀. 그녀를 보며 시현은 그녀가 당황하던 장면을 생각해 냈다. 햄버거소환이라는 능력이 복사 되었을 때, 너무나도 어이없어 하던 소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저기 헬사.”

종종걸음으로 다른 방으로 향하던 헬사가 시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음?”

“복사 능력이라는 거. 특별한 조건이 있는 거야? 아니면 네가 원하지 않았는데 복사가 된 거야?”

“으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헬사가 그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능력을 비밀로 해 준다고 했으면서 복도라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말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말 해 줄 수 없어요. 오빠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한수는 말 안 해 줄 거잖아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초능력이라는 것은 밝혀지는 순간 상성관계가 나타나는 것. 시현이 나쁜 맘을 품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딜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

째각. 째각.

“음..”

과연 그런가 라는 표정의 시현의 눈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헬사가 말했다.

“뭐 다른 거라면 충분히 대답해 줄 수 있지만 그건 좀 아닌 거 같지 않아요?”

계속해서 천장을 바라보는 시현.

“음..”

자신의 말을 마친 헬사가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시현의 말이 그녀의 고개를 다시 돌리게 했다.

“추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헬사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자신의 능력이 추리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그녀의 궁금증이 시현을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야. 게임이 시작되기 전. 이미 누군가가 우리에게 손을 써 두었다.”

“...어?”

째각. 째각.

시계소리와 함께 헬사의 사고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초능력의 조건은 아무렇게나 복사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햄버거 소환이라는 어이없는 능력이 떡하니 그녀에게 붙어있을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로또 랜덤 뽑기 같은 그런 우연적인 조건이지 않았다.

“알려준다면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안되려나?”

시현의 조그마한 말이 복도를 타고 흘렀다.

째각. 째각.

시계 소리가 헬사를 향해 빨리 결정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헬사가 고개를 돌렸다. 딸깍. 다른 방의 문을 여는 소리. 그녀는 자신의 능력의 조건을 말해 줄 생각이 없는 것일까?

‘흠...’

시현이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방문을 열고 들어가던 헬사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조그마하게 들려왔다.

“...키스요.”

“음..?”

왜인지 개미만한 목소리로 변해있는 헬사의 목소리. 그녀가 한마디를 하고는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상대방과 키스를 하면 복사 돼요.”

부서질 것 같이 흔들리는 문. 무언가 분했던 것일까. 아하하하.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건 아닌지 시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키스하면 복사된단 말이지.’

그녀의 말을 생각하던 시현의 머리 위에서 느낌표가 떴다.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시현이 방에서 눈을 떴을 당시. 나머지 세 명이 먼저 깨어나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헬사는 햄버거 능력이 복사된 것에 당황한 감정을 내비쳤었다. 어째서?

“......”

시간을 조금 더 뒤로 돌리자 그녀가 자신에게 물어봤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호..혹시 나 잠자고 있을 때..키.. 아니 뽀.. 뽀뽀 같은 거 나한테 했어요?)

그녀의 말은 어떤 사실을 이야기 해 주는가?

째각. 째각.

시계가 맞춰보면 맞춰보라는 듯이 시현을 비웃고 있는 듯 했다.

“......”

시현은 다시 한 번 자신이 눈을 떴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노드와 나이아 헬사는 모두 깨어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는 것은 남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시현의 입장에서는 그가 가장 늦게 눈을 뜬 것이다.

(호..혹시 나 잠자고 있을 때..키.. 아니 뽀.. 뽀뽀 같은 거 나한테 했어요?)

헬사의 말은 그러한 그의 논리와는 정 반대 되어 있는 것이다. 시현이 가장 늦게 눈을 떴으니 그가 헬사에게 몰래 키스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또한 그녀의 말을 토대로 추리해 보았을 때. 복사된 능력에 대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즉. 자의가 아닌데 복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둘 다 의식을 잃었을 때 우연에 의해서 몸이 부대껴서 키스가 되고 능력이 복사가 되었다?’

뭔가 이상했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

통상. 회색방간의 이동이 될 때에는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 대부분 공간이동을 하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헬사는 자신이 잠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현도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밤 시간대에 이곳으로 이동한 것인가..?’

억지로 상황을 만들라면 만들 수는 있었다. 3일 밤낮으로 전투를 하다가 피곤에 지쳐 다른 방으로 이동되는 상황을 말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 다른 방으로 이동될 때 자고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떠한 죽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해.’

목이 탔다.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생수 통을 하나 꺼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인벤토리에는 알 수 없는 생수 통들이 들어있었는데, 아마 사라드 사람들이 넣어준 것인 것 같았다.

후. 시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아, 모르겠다.’

눈을 감는 시현.

대악마의 함장을 죽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의 곧은 눈빛이 시현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젠장..”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 나쁜 느낌. 헌터들을 베어넘긴 그 날부터. 소름돋는 느낌을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죄책감과 공포라는 감정들을 떨치려면 얼마의 세월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째깍. 째각.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의식은 점 점 더 집중력을 더해갔다.

‘......’

그는 가장 늦게 눈을 떴다. 헬사도 잠들었던 상태로 눈을 떴다. 둘 다 키스를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능력은 복사되었다. 그리고 시현의 말은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헬사가 거짓말을..?’

첫 번째 가정. 헬사가 거짓말을 했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시현을 속여야 했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어째서 능력을 복사하고. 시현을 속인 것일까.

두 번째 가정. 헬사가 정신계 계열에 조종을 당했거나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

노드와 나이아의 능력은 이미 봤다. 그들이 트윈능력자가 아닌 이상. 정신계 초능력자는 아니었다. 그들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감옥 안에 죄수들뿐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헬사와 시현이 눈을 뜨기 전 깨어있던 나이아나 노드가 두 명을 의도적으로 입맞춤 시켰다...?

'음...'

세 번째 가정. 헬사와 시현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어떤 이야기인가. 예를 들 테면...

‘실제로는 키스를 한 적이 있는데... 둘 다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시현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음유시인뮤즈

매회 더 미궁 속으로ㅋㅋ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젠 네스호의 괴물이 튀어나와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네요.

phara

범인은 헬사 엿다던가.....

/그것은 식스섹스급의 대 반전..?

ka첨이

...... HAHAHA! 그냥 마취침으로 다 기절시키죠! HAHAHA!

/그렇습니다. 코난처럼 다 기절시키고 나비넥타이로 음성변조를..

내ㅙㅈ?

....저 스토리 언제 끝나지... 난 추리물을 보고 있는건가...

/대탈출은 무슨 소설일까요. 전투? 도박? 연애? 추리? [...]

地獄血魔帝

에도가와군이 필요해

/나루호도. 과연 그렇군 하면서 손뼉을 딱 쳐주게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루미젤

흠냐 완전수라장이네요 ㄷㄷㄷ 잘보고갑니다~~!

/개판 오분전이군요. 뒤통수에 뒤통수를 치는 관계들이[..]

-마치며.

사실 어제 2일 밤을 새고 꾸역꾸역 업로드를 하고 엄청나게 많은 수면을 취한 터라. 컨디션이 괜찮네요. 아침 일이 빨리 끝난다면 오후에 한편을 더 업로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헬사의 능력에서 부터 몇가지 가정들을 끌어내는 시현.

세개의 가정중에 그가 생각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탈출. 다음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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