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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10화 (210/373)

00210  대가(代價)  =========================================================================

나이아가 남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의 소년의 표정이 보였다.

‘......’

원장에 증언에 의하면 남학생과 피해자가 저녁 무렵 싸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 부분을 밝혀내야했다.

(사건 당시에는 어디에 있었죠?)

(저요? 저는 권군 옆방에서 그림 그리고 있었죠. 그곳이 제 연습실이거든요.)

(그날 특이한 일은 없었나요?)

(음.. 저를 이곳에서 꺼내주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줄 용의도 있어요.)

뭐 이딴 놈 다 보겠냐는 듯이. 나이아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나이아일행의 손에 그들의 목숨이 달려있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요구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좀 힘듭니다. 저희에게 열쇠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한 당신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으니까요.)

(에이. 저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당신들을 공격 할 수 있는걸요.)

(네..?)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는 남자아이. 나이아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제정신과는 거리가 먼 소년이었다.

(흠.. 흠.. 원장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당신이 피해자와 싸우고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거요~ 음~ 왜 그럴까요. 잘 생각이 안 나네.)

(... 자꾸 그러면 당신을 용의자로 지목 할 수도 있습니다.)

(하시던가. 마시던가요..)

(......)

나이아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녀의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살펴본 소년이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농담이에요. 원하시는 거 물어보면 다 알려드릴게요.)

(......)

(그.. 권혁이랑은 제 여자 친구 때문에 싸웠어요.)

(여자 친구요?)

(네, 여기 같이 갇혀있는 여학생이요. 그녀석이 제 여친에게 돈을 뺏어간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학생끼리 돈을 뺐어요?)

(그럼요. 그 녀석은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니까요. 하하.)

소년은 밝은 표정으로 나이아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헬사로부터 여학생의 방에서 발견 된 선생님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찢어진 그림?’

잠시 이야기의 앞뒤를 맞추고 있던 나이아가 남학생을 향해 물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죠?)

(그럼요.)

(음.. 혹시 여학생. 그러니까 여자친구.. 방에서 찢어진 여선생의 그림이 나왔는데요. 혹시 어떤 이유인가 알 수 있을까요?)

(그것에 관한 것은 여학생에게 묻는 것이 낫지 않나요?)

(..알고 있는 것은 없나요?)

(뭐.. 조금 말하자면 여자 선생님과 제 여친은 남남이 아니에요.)

(..네?)

남남이 아니라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나이아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제 여자 친구는 여자선생님의 딸입니다...만.)

(...만..?)

(제 여자 친구는 선생님에 대해 말을 꺼내면 죽일 듯이 허공을 노려보고는 합니다. 예전에 몇 번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년.. 아니 선생님이 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

십자로 찢어져 있는 여선생의 그림. 어떤 사연이 있기에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미워하게 된 것일까.

(이혼한지 꽤 되었었는데, 어쩌다 이 미술학원에서 마주쳤다고 하더라고요.)

어째 이야기가 복잡하게 돌아간다고 느끼며 나이아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로 나온 헬사가 쓰러져 있는 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현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저기요. 오빠.”

“...응?”

인상을 찡그리며 복도의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는 소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호..혹시. 오빠 초능력 시동어 있어요?”

그것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시현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응.”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녀가 재차 물었다.

“혹시.. 시동어 좀 알 수 있을까요?”

시현의 머리위에 물음표가 생겨났다. 초능력 시동어를 알려달라니 회색방에 와서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내 능력이 뭔지 알아내려고?”

회색방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숨기는 것이 좋았다. 상대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면 상대방도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그건 아니고.. 그냥요.”

잠시 몇 가지 생각을 하던 시현이 그녀에게 시동어를 알려주었다.

“햄버거 소환.”

툭. 하고 시현의 손 옆에 매그도나르도 버거가 떨어졌다. 어차피 그녀가 시현을 죽이고자 하면 얼마든지 죽이는 것이 가능했기에 초능력을 믿고 알려준 것이다.

헬사가 천천히 바닥에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시현이 말했다.

“저기.. 이름이..”

“헬사요.”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손에 들고 있는 햄버거 조금만 내 입에 넣어 줄 수 있을까? 혼자서는 먹을 수 없어서 말이야.”

“...잠시 만요.”

그녀가 시현에게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심호흡을 하며 허공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햄버거 소환].”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앞에서 시현이 소환해 냈던 것과 같은 햄버거가 나타났다. 시현과 헬사의 눈에서 동시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컥..”

헬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시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오빠?”

“...응?”

“호..혹시 나 잠자고 있을 때..키.. 아니 뽀.. 뽀뽀같은거 나한테 했어요?”

사과같이 붉어진 얼굴로 이상한 말을 하는 소녀를 향해 시현이 말이 되냐는 듯이 대답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해. 그런걸.”

“호..혹시 못 움직이는 척 속이고 있는 것이라던가!”

퍽. 소녀가 시현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크억!!”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도 고통은 그대로였기에 시현이 눈물을 찔끔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뭐..뭐하는 짓인가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한 시현을 바라보며 헬사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갑작스런 공격에도 시현의 몸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주장대로 그는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른 헬사가 머리끝까지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말했다.

“흠..흠.. 죄송해요.”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시현이 아픔이 좀 가신 뒤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햄버거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야?” “쉿..쉿요”

헬사가 무릎을 꿇고 앉으며 검지로 시현의 입을 막았다.

“제 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요..”

“......”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시현이 별로 생각도 하지 않고는 말했다.

“복사?”

“으아악!!”

퍽. 하며 소녀의 주먹이 시현의 명치를 내리쳤다. 크허헉. 하면서 시현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미..미안해요.”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매를 이용해 시현의 입가를 닦았다. 헉. 헉. 숨을 몰아쉬며 이대로 가다간 여자아이한테 맞아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현이었다.

“으.. 뭐. 걱정 말라고.. 다른 어른들이 두려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 능력은 아무한테도 말 안할 테니까..”

소녀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추리만으로 모든 상황을 끼워 맞춘 것이다.

‘..이 사람..’

“피해자는 어떻게 죽어있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헬사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그러니까 피를 흘리고... 쓰러져.. 날카롭게 베인 자국이..”

“난투의 흔적은 있었어?”

쏟아지는 질문에 헬사가 으음 하며 자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아뇨. 그냥 편안한 표정으로 찔려있었던 것 같은데요.”

“음.. 그럼 제정신으로 찔린 건 아니네. 상처는 오른쪽 왼쪽?”

“......”

헬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왼쪽 등 뒤요.”

“그럼 왼손잡이네. 아니지. 다들 어떤 손을 쓰는지 아니까 똑똑 한 녀석이면 그걸 숨겼겠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몇 마디 정황만으로 그는 순식간에 많은 것을 파악한 것이다.

“혹시 피해자를 잠들만한 물건이 있었어?”

침을 삼키는 헬사. 그녀의 머릿속에 원장실에서 찾았던 수면제가 생각났다.

“..수..수면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군.. 누군가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쓰러진 틈을 타 뒤에서 흉기로 찌른 거 아닌가?”

쿵. 하고 헬사의 동공이 커졌다.

‘뭐..뭐야 이 사람.’

헬사가 시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장애인 오빠. 보호해줘야겠다고 생각한 이 사람은,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 초능력은 아무에게도 안 밝힌다니까.. 밝히면 네가 나 죽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다만 노드 씨는 좀 막아주면 좋겠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처지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하는 남자. 궁전의 안에서도 이런 남자는 희귀했다. 헬사가 햄버거의 종이를 벗겼다.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코를 타고 흘렀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자 그녀의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최고급 유기농 매그도나르도 버거를 섭취하셨습니다. 피로가 회복되며 회복속도가 빨라집니다. 사용자가 알고 있는 모든 능력치가 미묘하게 상승합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라고 생각하며 소녀가 시현을 내려다보았다.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는 음식이라니. 이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계속해서 능력치가 올라간다는 이야기 아닌가?

“하하하..”

어설프게 웃고 있는 시현을 보며 헬사는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햄버거를 베어 물었을 때의 회복능력. 그것을 통해 자신을 치료하려 했던 것이다.

몇 번의 추리로 헬사를 깜짝 놀라게 한 것.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헬사를 안정시킨 것. 햄버거를 통해서 자신의 몸을 치료 하려던 것.

그는 순식간에 3가지 일을 해 냈던 것이다.

‘우연..?’

헬사가 침을 한 번 더 삼켰다. 어설프게 웃고 있는 이 장애인 오빠는 도대채 어디서 떨어진 존재란 말인가.

“이정도 조각으로 때 주면 돼요?”

헬사가 헴버거의 일부를 때서 시현의 입에 넣어주었다. 우걱우걱 시현이 최대한 햄버거를 입속에서 씹어댔다.

[최고급 유기농 매그도나르도 버거를 섭취하셨습니다. 사용자의 부상이 너무 심한 관계로 식도 주변의 일부만 미묘하게 괜찮아집니다.]

‘윽..’

시현은 자신의 생각이 또 한 번 빗나감을 느꼈다.

햄버거를 조금 먹었을 뿐인데 가뜩이나 더부룩하던 배가 더 더부룩해 졌기 때문이다.

‘많이 못 먹는다. -> 배가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 회복이 느리다.’

순식간에 전개되는 시현의 3단 논법.

‘에효. 회색방이 이렇지 뭐.’

낙심하고 있는 시현의 얼굴 위로 소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오빠.”

“...음?”

“..정체가 뭐에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시현이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햄버거 만드는 장애인?”

심각한 표정을 하던 헬사의 얼굴이 풀어지며, 에휴.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아의 앞에 다소곳한 표정의 여학생이 보였다.

(피해자와는 어떤 사이였죠?)

(......)

입을 다문 여학생을 향해 나이가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범일을 찾고자 하는 것일 뿐이니까. 올바른 범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녀의 말에 여학생이 눈을 지긋이 감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간 무언가를 생각하던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피해자.. 그러니까 권혁은.. 쓰레기 같은 놈이었습니다. 언제나 저를 괴롭히고 돈을 요구했어요.)

(...!?)

(누가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어도 싼 녀석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여학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혹시.. 여선생님과는.. 부녀 관계가..)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여자를 보며 나이아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딴 여자는 제 엄마가 아닙니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네요.)

고개를 돌리는 여학생.

나이아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덜컥. 노드가 문을 열고 나왔다.

“뭐야 이것들?”

시현과 헬사의 모습을 스쳐지나가며 바라본 그가 수색이나 하라며 헬사에게 핀잔을 주었다. 당신이 불안해서 못하는 거라고 소리치는 헬사를 향해 그가 그정도 가지고 그러냐는 표정을 지으며 미술학원의 구석에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싱크대. 도마. 밥솥. 가스레인지.

여러 가지를 살펴보던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다.

‘식칼이 없군.’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음유시인뮤즈

너무 무리하시진 마세요~~

/알겠습니다. 걱정 감사드려요. 체력적 한계가 오지 않도록 잘 조절하겠습니다.

이거2번쨰아이디

몸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몸조심 할께요.

불멸의군주

믿고 올라올 때 까지 깨어있겠습니다!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실지는.. ㄷㄷ

루이레아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다행히 잘 풀렸답니다. 하하.

kimnuri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당

/기대까지 하신다면야.. 이렇게 올려드려야..

유조아。

일이 좋게 마무리 되고 오시길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음유시인뮤즈

아이고 시현이 진퇴양난이네요ㅜㅜ

그가 이제 가진건 쭈글쭈글한 두뇌와 주둥이 뿐..

phara

유리구두 소환이 안된다는건 시현은 정황만 듣고 문제를 푼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ㅜ

루미젤

흠냐 초능력종류도 참다양하군요 ㅋㅋㅋ 잘보고갑니다~~~!

/이번편에서 헬사의 능력이 나오네요.

루이레아

누가 가져다놓았을 확률도... 잘보고가요!

/그렇습니다. 누군가 가져다놨을 확율도 충분히 있죠. 감사합니다.

아단

잘봤습니당.

/네, 또오세요.

-마치며.

약속한것 처럼 열심히 두드려 새벽에 업로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분들 감사드리며 한 회분이 밀린관계로 저녁 전 까지 한 편을 더 업로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점 윤곽이 들어나는 미술학원 살인사건.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며 주인공들은 그 단서와 이유를 밝혀 낼 수 있을지.

대탈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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