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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08화 (208/373)

00208  대가(代價)  =========================================================================

나이아의 음성을 받은 노드가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이봐, 그 여선생을 믿지 말라고. 그 여자 정신상태가 이상해. 방에 왔더니.. 뭐야..그로테스크한 그림들? 그런 게 잔뜩있다고.. 거기에.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나이프가 나왔어. 살해 도구로 충분해.)

나이아가 눈썹을 찌푸리고는 여선생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우리 인원 말로는 당신이... 그러니까 이상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고..)

(아, 그런 제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연구하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미술 하는 사람 다들 그런 것들 한번씩은 그린다고요.)

머리를 긁적인 나이아가 인벤토리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진술이 길어질 것 같아 중요사항을 적는 것이었다.

(핸드백에서 휴대용 나이프도 나왔다고 하는데.. 여자가 가지고 다닐 물건은 아니잖아요?)

(이봐요.. 내 말 들어보세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에요. 여자도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기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한다고요..)

(그래도 호신나이프는 좀.. 보통은 후추 스프레이라던가..)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잖아요.. 전 아니라까요.. 진짜 원장이라는 사람 이상하다니까요..)

음... 복잡해지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그녀가 종이에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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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생.

방에서 그로테스크한 그림과 호신용나이프가 발견됨. 자신의 말로는 그림은 미술 연구의 일환이며 나이프는 호신용일 뿐이라고 함. 친근해 보이는 원장이라는 사람이 사실은 살인범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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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한숨을 쉰 나이아가 등산 모자를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알겠어요. 다음은.. 원장님 좀 이야기를 해 볼까요.”

불안한 눈빛의 여선생의 등을 쓰다듬던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철창안과 철창 밖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헬사는 원장의 방 안에 서서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고 있었다.

‘뭐지..’

그녀는 자신의 절대능력을 잃어버렸다. 아니 또 다른 능력이 생겼을 것이지만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노드가 손톱을 휘두르던 순간.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팔로 막았다. 원래대로라면 3초안에 모든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팔에서 피가 계속해서 주르륵 흘렀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녀가 설정해놓았던 초능력을 건드린 것일까? 누군가와 키스를 한 것일까?

식은땀이 그녀의 평상복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나이아의 텔레파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의문의 개미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헬사. 그쪽은 뭐 이상한 것 없나요?)

그녀가 원장의 방을 둘러보았다. 어느 학원의 원장실처럼 손님을 접대하는 유리 테이블과 원장의 철 책상만이 놓여있었다.

(음.. 뭐.. 커피기계랑.. 생일케익..? 이 있네요. 반쯤 자르다 만 생일케익이랑.. 서랍에는..)

드르륵. 그녀가 원장의 첫 번째 서랍을 열었다.

각종 학원비 입금 내역이 보였다.

(학원비 입금 내역하고..)

문서를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다음 서랍을 열었다.

드르륵. 이상한 약통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의 약통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돌리자 약품의 유의사항이 보였다. 과다복용하지 마시고...

글씨를 꼼꼼히 읽어보던 헬사의 눈에 의문이 퍼져 나왔다.

‘이..건.. 수면제?’

(음... 수면제.. 같은 게 있는데요?)

나이아는 헬사의 메시지를 받고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려고 애썼다. 수면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무저항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약품.

‘침착하자..’

그녀의 앞에는 원장이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 자신의 심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마음을 안정시킨 나이아가 그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원장님?)

(네..아 네.)

(피해자가 죽었다는 걸 언제 아셨죠?)

(아.. 그러니까.. 저녁 10시 경이었죠. 그때쯤이면 학원이 끝날 시간이라 다들 퇴근하자는 분위기였는데 권군이...)

(권군이요..?)

(죽은 제 학생..입니다.)

(아..네.)

괴로운 표정의 원장. 마치 자신이 아끼던 제자가 죽어서 굉장히 슬퍼하는 듯 한 표정이었다.

(권군이.. 방에서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나오라고 두들겼는데..)

(..문을 잠가요?)

(아.. 뭐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권군은 언제나 자신의 방문을 잠그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겨서...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림도 잘 그리는 친구고 학원비도 꼬박꼬박 잘 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두들겨도 아무 반응이 없기에.. 제가 여학생을 시켜서 열쇠를 가져오라고 했죠.)

목이 타는 듯. 그가 물 한잔만 줄 수 없겠냐고 이야기를 했다. 고개를 끄덕인 나이아가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 정수기에 있는 물을 컵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약간의 물을 마신 원장이 물 컵을 여선생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고맙다는 듯이 웃으며 물을 받아마셨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자신들도 물을 달라고 나이아에게 아우성쳤지만 그녀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원장을 향해 물었다.

(직접 가지고 오시지 않으시고.. 왜 여학생에게..)

(그녀는.. 학원비를 내고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 학원 잡일을 하는 것으로 학원비를 퉁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창고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쪽에 열쇠가 있거든요.)

(아..네.)

물기 가득한 눈으로 나이아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손가락으로 초초하게 자신의 팔꿈치를 매만지고 있었다.

(혹시. 피해자가 죽던 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었나요?)

(...평소처럼.. 각자의 방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시쯤 에는요.)

(음..)

나이아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학생을 죽였을 것이고 시간상 빵꾸가 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날 좀 이상 한 것은 없었나요?)

(그날.. 저녁 7시쯤인가.. 밖에 나가 밥을 먹고 돌아오는데.. 남학생이 권군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그냥 사소한 다툼이었다면서.. 서로 웃으며 화해를 하더군요. 그 뒤로 제 방에 들어가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그뿐입니다.)

초조해 보이는 원장의 얼굴 위로 헬사가 말했던 수면제가 떠올랐다.

(방에.. 수면제는 왜 있는 것이지요?)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불면증이 있어서.. 가지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맙다는 듯이 인사를 한 나이아는 종이에 원장에 대한 것을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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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저녁 10 시경 살해된 권군이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여학생에게 열쇠를 가져오라고 해서 방에 진입. 최초로 권군이 살해 된 현장을 확인. 불면증이 있어 수면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함. 7시 경 밥을 먹고 돌아오다가 권군과 남학생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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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의 눈에 주름이 깊어져갔다.

천장을 바라보며 강제로 눕혀져 있던 시현은 인벤토리 목록을 보고 난 뒤 우체통을 열려고 했다.

[이 지역에서는 우체통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음?’

우체통이 안 되는 지역도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가 목을 편안히 뉘였다.

슬슬 움직일 차례였다.

딸깍. 헬사가 원장의 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워있는 상태로 시현이 허공에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유리구두..'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리 구두를 보며 헬사는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그녀에게 유리 구두를 신겨달라고 하면 한시적으로 시현은 엘라로 활동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방에서 나온 헬사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유리구두 소환."

동시에 시현이 헬사를 부르려는 순간. 시스템음성이 시현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오늘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음?'

사라드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일까.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소환되지 않았다.

'......'

시현은 자신이 생각한 계획들이 전부 수포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의 룰은 오늘 안에 범인을 지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은 하루 동안 신데렐라 폼을 사용 할 수 없었다.

시현의 마음속에서 한 가지 단어가 폭풍같이 떠올랐다.

'…….망했다.'

노드는 의심 섞인 표정으로 선생님의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의 레이더에 분홍색 쓰레기통이 들어왔다.

'설마..'

쓰레기통은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그가 천천히 다가가 쓰레기통을 집어 들고는 거꾸로 쏟아부었다.

부아아악. 쏟아지는 쓰레기들. 휴지 맥주캔 등의 쓰레기와 여러 가지 종이 뭉치가 엉겨있었다.

'...괜히 쏟았나.'

약간 패기 돋았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그가 주섬주섬 쓰레기들을 분류해갔다.

아사히 맥주 캔. 부러진 연필들, 다 쓴 붓, 종이.. 영수증..

그가 딱딱한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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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펙스 영화관

제목 : 더 탈출.

오전 7:00 -10:00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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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을 하던 그의 머릿속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여선생이 누군가랑 같이 조조로 영화를 ..?'

헬사가 여학생이 그림을 그린다던 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덜컥.

그녀의 눈에 환풍기도 달려있지 않은 창고 비슷한 방이 들어왔다.

'......'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창고 방. 그 안에 새워져있는 여러 가지 캠버스가 보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나..?"

독한 물감냄새가 빠지지 않는 곳. 아무리 무료 수강생이라지만 이것은 너무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캔버스를 들어 올리니, 알 수 없는 남성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중년의 남성.

기괴하게도, 같은 남자를 얼굴이 수십 개의 도화지에 그려져 있었다.

"...뭐야 이거.."

그리고 맨 뒤에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긴 듯한 도화지가 존재했다.

"음.."

헬사가 찢어진 도화지를 하나로 맞추었다. 그녀의 등에 서늘한 무언가가 지나갔다.

찢어진 도화지의 안에는

여선생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루미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음유시인뮤즈

으헝 시현ㅜㅜㅜㅜ 드디어 리메하신 거 정주행했네요 에고;;; 그런데 프롤로그는 바꾸기 전이 더 나은 듯합니다...스토리와 직접적으로 크게 연관이 없는 캐릭터로 시작하는 게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주네요. 대신 노블로 오신 후의 연재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완전 재미 찰집니다♥♥♥

/안녕하세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주신 의견에 따라 본성-양치후의 스토리를 전체 삭제하고

주인공의 시점으로 재 구성하였습니다(1-4화 부분)

감사합니다.

음유시인뮤즈

아 제피 사실 띨띨한 애였네요 헐

/제피에게는 슬픈 전설이..

아단

잘봤습니당.

/감사합니다.

루이레아

햄버거 능력으로 치료는 불가능한가요? 혼자서는 못먹나요?!

/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군요..

벌레

죄수말고 플레이어중에 있을수도

/두든.. 어떤 사람이 범인일지..

shenz

아이템들 가지고싶다!

/저도 왜인지 저 아이템 다 가지고 있으면 최소 고철장수만 되더라도 엄청난 부자가[...]

-마치며

여태까지 많은 분들이 오프닝부분에 대한 지적을 해 주셔서

과거와 같은 오프닝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1-4화 부분)

삭제된 본성과 치후의 이야기는 작품설정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찢겨진 도화지 않에 있는 여선생의 얼굴

서늘한 감정과 함께 이어지는 스토리

대탈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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