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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06화 (206/373)

00206  대가(代價)  =========================================================================

피에 잠겨있는 바다.

온몸을 웅크린 채, 시현은 심해를 유영했다. 수많은 원망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죽일 거지? 얼마나 더 정의인냥 행세할거지? 넌 영웅이 아니야. 사람을 죽였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는 한없이 심해의 아래로 가라앉았다. 공포와 죄책감이 그를 지배하기 전. 한줄기 목소리가 붉은 세상에 울려퍼졌다.

[당신은 범인의 방에 진입했습니다.]

(뭐야 이 병신은?)

(꺄악!)

(으악)

쿵.

찌르르한 고통이 온몸을 관통했다.

(꺄악! 뭐하는 짓이에요!)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인간 같은데! 코인이나 얻자고!)

시현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가 떨어졌다.

등이 끊어질 듯 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그만해요!!)

(그만 때려요!! 이 나쁜 아저씨.)

천천히 시현이 눈을 떴다.

현대식 건물의 천장이 보였다. 차가운 온도가 그의 등을 만지고 몸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이어져왔다.

“...으윽.“

시현은 무언가 크게 비명을 내고 싶었지만 개미 소리만한 음성이 나올 뿐이었다. 그의 마음대로 입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괜찮아요?”

트윈 테일을 하고 있는 갈색머리의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케..케이시?’

시현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떴다. 케이시처럼 보였던 소녀는 전혀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아직도 그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요?”

땡글땡글한 눈과 빵빵한 볼. 원형으로 길게 휘어져 착해 보이는 눈썹.

14세쯤 되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놈 죽여서 코인 획득하자니까! 딱 봐도 다음 스테이지에서 죽을 놈이야!”

“이 미친 작자가! 당신 헌터에요?! 아무나 죽이려고 그래요?!”

남자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현이 고개를 돌리자 남녀가 옥신각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소녀가 소리쳤다.

“아저씨는 헌터보다 못해요! 헌터라고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뭐라고? 이 꼬맹이가?”

“아 씨. 좀 그만 하라니까요!”

등산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신경질난다는 듯이 안경 쓰고 있는 남자를 밀쳤다. 주춤주춤. 남자가 밀려나며 소리쳤다.

“이 답답한 인간들아. 저런 녀석 살려줘 봤자 얼마나 살겠냐고! 차라리 지금 깔끔하게 죽여주고 코인을 얻는 게 낫다니까! 헌터들에게 걸리면 저녀석은 생체실험에 쓰여서 영원히 고통받을거라니까!”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꼭 나쁘게 된다는 법이 있나요! 좋은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도 있고!  착한 헌터가 치료해 줄 수도 있고!”

“너 이씨. 꼬맹이라고 내가 못 때릴 줄 알아! 일로와!!”

화를 내는 안경을 쓴 사내와 그를 막아서는 등산복 차림의 여자. 시현은 그들이 모두 30대쯤 되 보인다고 생각을 했다.

시현이 눈을 감았다. 그는 그저 눈을 감고 쉬고 싶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죄책감이 그를 점점 지치게 했다.

“저..저 병신. 또 잔다. 또 자. 봐봐 내말 맞지! 저러다가 혼자 죽어버리면 코인도 못 챙긴다니까!!”

“뭐래요 이 미친 아저씨! 아저씨는 왜 그렇게 못됐어요! 헌터도 아저씨보다는 나아요!”

“이..이..!”

“아 진짜!!”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그들을 말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지만 방 전체에 시스템 음성이 울려 퍼지자 모두들 잠잠해졌다.

어떤 스테이지인지. 어떤 게임 룰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리 생각을 해야. 이번 스테이지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곳은. 범인의 방입니다.]

그들은 복도에 서 있었다. 왼쪽에는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한 대가. 앞에는 어디론가 통하는 문이 보였다.

[당신들은 살인범을 밝혀내야 합니다. 선택한 용의자가 진범이 아닐 경우 50년씩 수명이 줄어들게 됩니다.]

“뭐..범인?”

“시끄러워요.”

“이 꼬맹이가..”

[용의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그들의 옆에 섰다. 붉은 색으로 4층이라는 표시가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다. 일반 엘리베이터 문보다 3배는 커 보이는 금속 문이 좌우로 갈라졌다.

“뭐야..?”

“쇠창살?”

엘리베이터는 사람을 태우는 용도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가두어 두기 위한 곳이었다. 자물쇠가 달려있는 커다란 쇠창살의 안에 4명의 사람이 지친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중년의 남녀 1쌍. 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1쌍.

그들이 밖에 있는 인원들을 바라보고는 철창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봐! 나는 범인이 아니라고!”

“구해주세요!! 구해..!!”

“이 씨발! 이 새끼들 다 이상한 놈들이라고!!”

“꺄악..! 살려주세요.”

쇠창살 안에 있는 사람들이 구해달라며 아우성쳤다. 등산복을 입은 여자가 기괴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야..이거..”

[이중에 한명. 살인자가 있습니다.]

“뭐..?”

안경을 낀 남성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쇠창살의 안을 바라보았다. 쇠창살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향해. 안경을 쓴 남자가 소리쳤다.

“닥쳐!! 시발!! 시끄럽게 하면 다 죽여 버릴 거야!!”

쇠창살의 안이 잠잠해졌다.

[살해현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쪽에 있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등산복을 입은 여자와 안경을 쓴 남자가 성큼성큼 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소녀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시현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시현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저런 병신도 쇠창살의 밖에 있는데..”

“아.. 범인 제대로 잡아야하는데..”

“이중에 한명.. 걸리기만 하면 저 녀석처럼 식물인간이 될 거야.”

[그곳이 사건현장입니다.]

헬사가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미술학원의 안. 금방 죽은듯한 시체의 등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이리 복잡해?”

이리저리 너부러져있는 미술도구들. 시체의 옆에 있는 물감 통. 방 전체는 잘 정돈되어있었지만 피해자 근처는 미술도구들이 즐비했다.

“으윽..”

안경을 쓴 남자가 천천히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코를 막으며 그가 말했다.

“왼쪽 뒷목을 칼로 찔렸군. 뒤에서 밀려 쓰러진 상태에서. 칼질을 당한 거 같아.”

시체의 왼쪽 목 뒤에 긴 자상이 보였다. 주변에 엎어져 있는 도구들은 그가 쓰러질 때 건드린 도구들인 것 같았다.

[네 명의 플레이어중 과반이 넘는 인원이 지목한 사람이 범인이 됩니다. 내일 이 시간까지 범인을 찾으시면 됩니다. 실패 시. 50년의 수명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안경을 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이 허공을 쳐다봤다.

“뭐 어쩌라는 거야 이거.”

끼익. 헬사가 방문을 열고 나갔다. 피해자의 방이 아닌 다른 곳들을 찾아볼 생각인 것 같았다. 그 뒤로 꼬마여자애가 방을 나서며 말했다.

“장애인 오빠 건들면 가만 안둘 거예요.”

“......”

시현 방법이 없겠나?

철림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법이요. 어떤..?

자네의 죄책감이 없어질 방법 말일세.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자네의 마음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네만..

..그냥 쉬고 싶을 뿐이에요.

그런가?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보겠네.

...

범인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인가?

[ 네 명의 플레이어중 과반이 넘는 인원이 지목한 사람이 범인이 됩니다. 내일 이 시간까지 범인을 찾으시면 됩니다. 실패 시. 50년의 수명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

시현이 눈을 떴다.

'케이시를..구하러 가야해..'

회색방은

그를 또 한번의 전장으로 불러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루이레아

주인공이 무한루프를 뚫어줄수있을까요?

/무한루프를 깨는 법이라.. 어떤 것이 있을지.. 그 전에 주인공이 미궁으로 가는 방법이..

유조아。

그나저나 "시현"이 "좌표 추적"했을 당시는 이거보다 늦은 시간인가 보네요?

/이분 최소 배우신분..

유조아。

또 거울 ㄷ ㄷ?

/그렇습니다.. 또 거울..

루미젤

ㅠ 무한루프 ㄷㄷㄷㄷ

/존스는 케이시를 구해냈지만.. 자신은 구하지 못했군요..

목들

니세나가 존스살리려나?

/그녀는 어떤 카드를 들고 나갔을까요?

크랠스

오묘한 이마음 ㅋㄷ

/살아온 케이시를 좋아해야 할까요.. 아니면..

일레이소

소름돋는다진짜..

/존스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해냈네요. 다만..

파레토법칙

헐 거울 존스가...... 그럼 존스는 누가 살려줘요??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마치며.

범인의 방에 도착한 시현.

죄책감에 휩싸여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에게

또 한번의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되는데...

대탈출.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ps. '범인의 방 구조'는 우측 작품설정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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