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05화 (205/373)

00205  대가(代價)  =========================================================================

Episode 2-10

대가(代價)

-모든 일에는 대가(代價)가 따른다.

회색의 방 안.

쇠사슬에 속박되어 서로를 바라보는 남녀. 커다란 근육질의 사내가 상대편에 앉아있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니세나. 마지막 카드는... 당신이라고 하더군..”

보라색의 드레스를 입은 회색머리칼의 여인이 존스의 말을 듣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회색방의 관리자. 그는 자신을 무대 위의 광대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쾅.

그녀의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이 의자를 내리쳤다.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블루문....”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가 자신을 살려두었는지도 자신의 기억이 왜 남자와 일치 하지 않는지도 말이다.

“...당신이 선택을 할 시간이군.”

케라. 로키백. 그들을 비웃으며 영원한 감옥에 가두었던 니세나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신세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녀의 입을 타고 진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보랏빛의 드레스에 붉은 물감이 칠해졌다. 존스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모든 대가를 치렀지. 이제는 네 차레야 니세나.”

니세나는 세상이 빙빙 돌고 있다고 느꼈다. 몇 번이고 자신은 관리자의 놀음에 놀아난 것일까. 황금의 황제는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온몸을 파르르 떠는 니세나. 그녀는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죽어야 탈출의 마지막 조각이 완성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자신은 기억을 잃은 채 영원의 미궁을 떠돌게 될 것이었다.

“..이봐.”

“결정을 했나?”

중저음의 목소리가 니세나를 압박했다. 니세나의 날카로운 눈빛이 존스의 눈을 두드렸다.

“거울을 줘.”

존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거울.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건. 그럼에도 니세나의 표정은 확고했다. 화가난거 같기도 증오에 찬 것 같기도 평안해 보이기도 하는 얼굴. 머리를 긁적인 존스가 인벤토리에서 거울을 꺼내들었다.

“이것을 사용하면 더 이상 네가 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될 거야.”

“......”

니세나는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생명체들의 비웃음을 느꼈다. 네 년도 어쩔 수 없다고 일을 저질렀으면 대가를 받아야 하고 지금이 그 순간이라고 말이다.

“웃기지 마.”

인간을 구원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대가도 받을 자신이 있었다.

“블루문. 너는 나를 너무 얕봤어.”

니세나가 존스에게 거울을 비춰달라는 손짓을 했다. 어떠한 존재든 똑같이 복사하는 거짓의 거울. 이것으로 그녀 역시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었다.

“황제시여. 제가 곧 찾아가겠나이다.”

존스가 들고 있던 거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쇠사슬에 묶여있는 니세나의 옆에 또 다른 니세나가 나타났다. 그녀를 바라보며 니세나가 기묘하게 웃었다.

“황제를 잘 부탁한다.”

“물론.”

니세나가 테이블의 위에 있는 카드를 한 장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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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카드 No. 00

♣자기 살인

스스로를 죽인다.

※이 카드의 소유자 : 니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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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죽음에 이르게 했던 카드. 여러 작용으로 니세나가 손도 안대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했던 카드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반작용으로 그녀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자신이 만든 카드. 사람들을 꾀어내어 스스로 죽게 만들며 비웃음으로 바로 보던 아이템.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던 카드를 스스로에게 사용하게 되었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마지막 순간에도..틀린 건 없어.”

그녀가 천천히 카드의 시동어를 외친다. 수많은 악령들이 그녀의 죽음을 환호하는 듯 했다. 목을 부여잡는 니세나. 그녀가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녀가 숨을 거두었다. 의자의 옆에 서있던 또 다른 니세나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는 틀리지 않았어.”

그녀가 니세나의 심장부근에서 무언가를 뽑아내었다. 미궁의 마지막 카드.

니세나카드가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모든 카드를 전부 획득하셨습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다른 대기공간으로 이동됩니다.

초기화되는 영원의 미궁.

-클리어 한 유저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의 기억과 미궁의 구조가 초기화됩니다.

존스.

결국 그가 두 주먹만으로 영원의 미궁을 클리어 해 내고 만 것이다.

커다란 회오리에 파괴되어가는 공간. 블록이 되어 이리저리 날아가는 공간을 바라보며 존스는 고요하게 앉아있었다. 그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가 그렇게 큰 잘못은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운이 없어서 케이시가 이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것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 정도는 책임이 전혀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일. 하지만 존스에게는 그것은 같은 이유였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대가를 받는다. 그것이 존스의 방식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죽게 되는 한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의 눈앞에 흰색 공간이 펼쳐졌다. 지금쯤 니세나도 같은 공간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수없이 쌓여있는 인형더미. 그가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정말 힘들었다. 남들은 그를 무쇠의 파이터라고 보지만 그 역시 알게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스테이지는.. 정말 너무 무섭고 괴롭고 견디기 힘들었다.

“잘했다. 존스. 이걸로 된 거야.”

커다란 그의 손이 인형더미를 헤집었다.

그와 함께 여러 여행을 했던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능력이 없어 자리에 쓰러지려 했던 케이시를 그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었었다. 좀비들의 떼에 그녀가 습격당했을 때에도 그는 홀로 뛰어가 그녀를 구해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는 그녀를 구하러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이것 참. 어떤가 호세. 내가 네 말을 잘 지키고 있는 거 같아.’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라던 그의 오랜 친구 호세. 그가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때 내가 아닌 호세.. 자네가 살아야 했는지도 몰라. 나는 그냥 철부지이지만.. 자네는 진정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지.”

존스의 손이 이곳저곳을 헤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시의 인형이 그의 손에 들려졌다.

“오랜만이야 케이시.”

존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눈에 구석에 굴러다니고 있는 자신과 똑같은 생김새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님은 말하셨지.. 남자는 언제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덩치 큰 존스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의지 하지 않고 살아온 세월. 남들에게 하소연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언제나 포기 하고 싶었다.

‘힘든 인생이었어. 존스 너도 이해해 줄 거지.’

존스가 자신의 얼굴을 한 인형을 집어 들었다.

‘너라면 이해해 줄거야. 미안해.’

존스의 인형이 웃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했다. 인형이 그를 바라보며 괜찮아 라고 말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몸을 지닌 존스가 끅끅 울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었다. 그가 눈물을 훔치고 일어났다.

호세의 말대로. 누군가의 웃음을 지켜줄 때였다.

-되살릴 인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존스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이제 다시는 지지 않겠어.”

그가 자신 모양의 인형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른손에 들린 케이시 인형을 바라보며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케이시.. 그녀를 살려줘.”

무너져가는 세상.

커다란 덩치의 존스가

울음을 터뜨렸다.

존스의 모습을 한 인형이 괜찮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모든 세상이 거의다 무너저 갈 무렵.

마지막이 될 시스템 음성이

텅 빈 공간에 울러퍼졌다.

-축하합니다. 거울 존스.

당신은 살아남았습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루미젤

시현네들은 언제 제대로 쉴수있을까요 ㅠㅜ 잘보고갑니다~~~!

디펜더스들이 언제 다시 모여서 술을 마실 수 있을까요.. ㅠㅠ 그날이 오기를..

홀솔

ZZ+ 까지 갈려면 한참 가야할듯여 ㅋㅋㅋ

/한 10년정도는 연재를..?[..]

루이레아

정신체만 참여하는 게임도 있나요? 몸 안움직여도 생각만으로 하는 게임이나 절대 움직이지 않는게임이라면..!

/그런게임도 있습니다만.. 회색방 게임은 어떤게 걸리지 모르죠. 혹시 철인 3종경기 걸릴수도?

파레토법칙

작가님 주인공 너무 굴리신다.... 여러 노블 소설들 중 가장 스펙 떨어진 주인공이였는데.... 이제 환자를 만드셨네요... 작가님 악마다!!! 쿨럭...

/괜찮아요. 시현에게는 햄버거가 있잖아요. 찡긋

내ㅙㅈ?

...나중에 최종보스(천사? 악마?)와 싸우게 될 때 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모든 능력자의 영혼력을 모으면... 어떻게 되려나

/최종보스랑 싸울때 쓰면 좋긴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될련지는...

유입인

@2.3초짜리 휴가나왔슴다 우헹헹

/반가와요. 2.3초 휴가 나오셨군요. 요새 군대 뒤숭숭하던데 몸조심하세요.

유조아。

첫코

식물인간 상태로 새 게임 참여하나ㄷㄷ

/첫코다.. 음. 아마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기도..?

-마치며.

불굴의 의지로 케이시를 구해내고 마는 존스.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비추고 마는데

대탈출 다음 화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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