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202화 (202/373)

00202  Episode 2-9 꿈을 꾸는 사람들.  =========================================================================

다급하게. 시아페가 시현을 향해 붉은 빛을 뿜어내는 반지를 건넸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겠습니다. 이 반지를 절대로 손에서 떨어뜨려선 안 됩니다. 빨간 불빛이 강해지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달아나기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시아페가 건물 사이를 달려 나갔다. 이에구사가 땀을 닦으며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시현이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처럼 떠있는 수많은 돌들과 태양이라도 된 듯 도도하게 떠있는 우주전함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붉은 반지를 손으로 가져갔다. 손가락을 타고 여성의 목소리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블루문 시스템 가동. 사용자의 몸과 동기화 중. 메인 보석과 접속 중.]

그가 끼고 있는 것은 반지가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OS가 내장되어있는 하나의 소형 컴퓨터였다.

몇 개의 점이 시현에게 가까워졌다. 시현은 그래도 오랫동안 버텼다고 생각했다. 그가 양손을 하늘로 올렸다.

저항은 무리한 짓이었다. 오히려 양손을 허공에 들어 저항할 의사를 표하는 것이 살 가능성이 높았다. 시현은 케이시가 그들에게 납치되는 장면을 보았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능력자들을 상대로 반항하는 것 보다 순순히 투항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나았던 것이다.

몇 개의 점들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 순간. 그들은 이미 시현의 주변에 와 있었다. 금속의 기관총들이 의심스러운 듯이 엘라의 온몸을 훑었다.

“오~ 정말 이쁩니다 대장. 소문보다 더 한데요?”

전투용 헬멧과 탄약 조끼를 입은 헌터 대원 한명이 시현을 기관총으로 조준한 채 말했다.

“이상한 짓 할 생각 하지 마. 왕께서 부탁한 물건이다. 흠집이라도 났다간 네 놈 심장에도 큰 흠집이 날 거야.”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말에 헌터가 히익. 하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두 손을 휘저었다.

“독사 같은 년이구만. 잘못 건드렸다가 황천 갈 뻔 했네.”

시현이 양 손을 계속해서 하늘로 들어 올리고 있을 때. 사라드 전체에 커다란 음성이 울려퍼졌다.

(나는 헌터쪽 우주전함의 함장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모든 자들은 목숨을 살려주겠다. 헌터들의 왕은 더 이상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지금 투항하는 자들의 아이들은 살려주겠다. 반복한다..)

사라드 전역에 울려 퍼지는 음성을 듣고는 시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헌터들을 향해 물었다.

“거짓말이겠지요?”

갑작스러운 시현의 물음에 헌터한명이 호오 요년 봐라? 라는 표정으로 시현의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비웃음의 가면이 씌워졌다.

“요 년이 우리 헌터들을 너무 잘 아는 거 같은데요. 대장? 으하하하하.”

시현을 둘러싼 헌터 대원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돌한 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들어볼까?”

재미있다는 듯 시현을 바라보는 헌터. 그를 향해 시현이 그의 말을 되던졌다.

“사람들의 목숨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이곳에 쳐들어오지 않았겠죠.”

시현을 둘러싸는 헌터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예쁜 여인을 사로잡았다는 무전에 이곳저곳에서 수십의 헌터가 몰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 여기 꼬마 한명이랑 남자 놈 찾았습니다.”

시현의 뒤쪽에서 헌터 한명이 이에구사와 에이프릴을 질질 끌고 왔다. 미안하단 표정의 이에구사가 시현을 올려다보았다.

“맥스. 대악마에 연락해서 상품 옮길 셔틀 보내달라고 해. 헌터의 왕께서 원하신 상품을 확보했다고 전해라.”

“예이~”

헌터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군화로 엘라의 드레스자락을 밟거나 긴 황금색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이에구사가 원통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사라드를..”

그의 말을 들은 헌터 한명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잘못이 없어. 단지 약한 너희들을 탓해야지. 능력이 없는 자는 약한 자들에게 먹힌다.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라고.”

엘라의 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금색 비단의 감촉이 이럴까? 헌터의 눈에서 놀라움이 퍼져나왔다.

“이 년. 굉장한 상품인데요? 저도 한번...”

“맥스. 죽기 싫으면 손 치워.”

-철컥.

대장으로 보이는 헌터가 시현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던 헌터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금방이라도 쏴 버릴 듯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고 있는 대장을 보며 헌터가 실수였다는 듯이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어이쿠. 고정하세요 대장.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습니다. 헤헤. 에잇!”

화풀이라도 하듯. 헌터가 이에구사의 복부를 군화로 걷어찼다. 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이에구사의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분하지? 억울하면 힘을 더 키우지 그랬어?”

대장에게 받은 모욕을 이에구사에게 풀기라도 하는 듯 헌터가 이에구사의 배를 연속적으로 걷어찼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에구사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버러지 같은 것들. 정의니 뭐니 외쳐대지만 니들은 위선자일 뿐이야.”

발길질과 욕설이 이어졌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게 뭐가 나뻐? 너희들도 우리와 마찬가지야. 언젠가는 너희들도 동료의 심장에 칼을 꼽아 넣게 될거야. 이 위선자 새끼들!”

퍽. 퍽.

다른 헌터 한명이 맞고 있는 이에구사를 무시한 채 대장을 향해 말했다.

“꼬맹이 한명 깨어난 거 같습니다. 이 꼬마도 생포 리스트에 있습니다.”

“음...”

초점이 흐린 눈동자를 하고 있는 소녀. 그녀를 바라보며 헌터의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기력이 쇠한 듯 보이는 꼬마였기에 그가 한숨을 품 내 쉬었다.

“시체를 가지고 올라가는 게 더 나을 것 같군.”

시현은 후들거리는 양 다리를 티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수많은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이대로 잡혀간다면 알 수 없는 실험을 당하거나. 노예로 평생을 살아가거나 신체 기관 몇 개정도는 다른 헌터들에게 건네줘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될 지도 몰랐다.

긴 드레스가 그의 하얀 다리를 가려주지 않았다면 오돌오돌 떨고 있는 그의 심정이 세상에 드러났을 것이었다.

도망가.

본능이 계속해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무리라고. 너는 영웅이 아니라고. 이대로 개죽음 당할 뿐이라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대학교를 다니며 동기들과 과제도 하고, 가끔씩 컴퓨터를 이용해 책도 읽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었다.

후우. 후우. 하고 시현이 심호흡을 했다. 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작은 소녀를 바라봤다.

그의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녀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작전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시현은 맞고 있는 이에구사를 바라보았다. 그와 항상 함께하던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정확히 설치를 한 것이다.

***

시아페가 허겁지겁 부서진 지하 통로를 달렸다. 신발은 어느새 벗겨 없어졌는지 발에 기다란 상처가 피를 흘려내고 있었다.

“헉, 헉, 헉.”

미친년처럼 풀어헤쳐진 머리와 온몸의 타박상을 한 채. 그녀가 긴급 보호소의 문을 열었다. 어른들이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곳. 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

몇 명밖에 없는 어른이 쓰러지려는 시아페의 양 어깨를 부축했다. 그들이 무언가를 묻기도 전에 시아페가 허공에 소리쳤다.

“헉..헉.. 8번 채널에서... 프린세스 시리즈.. 헉..헉.. 신작 합니다.”

미친년을 보는 표정으로 어른 몇 명이 시아페를 바라보았다.

***

죽은 눈을 하고 있던 에이프릴이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그곳에 있지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그 말에 시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네. 에이프릴.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기겠지요?”

“물론.”

시현의 대화를 헌터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에이프릴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어째서 당신은 지지 않는 건가요?”

에이프릴에 물음에. 시현이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당신이 저를 믿어주니까요.”

미친년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어이어이. 둘 다 돌아버린거야? 대장. 이 상품들 하자가 있겠는데요? 컄컄.”

***

이에구사의 카메라는 주인의  손을 떠나 바윗덩어리의 위에서 시현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시현은 지정된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고. 이에구사는 정확하게 그 위치를 카메라의 화면에 넣었다.

저장된 화면은 사라드의 내부컴퓨터로 저장되어 사라드의 전역에 뿌려졌다. 그리고 그 중 한곳인 지하의 대피 실에서도 시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정말이네? 프린세스 디펜더다!”

아이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틀게 된 8번 채널. 그 화면을 수많은 아이가 지켜보았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영웅. 실현되지 않을 꿈을 어른들이 거짓으로 만들어 낸 존재.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드라마. 프린세스 디펜더. 유치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거짓말뿐인 가짜 드라마.

어른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쟁 중에 저게 뭐하는 짓이냐고. 사라드 최후의 순간에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사람이 죽는 모습을 정녕 보여주는 것이냐고. 어른 몇 명이 커다란 스크린의 장치를 향해 달려갈 때. 시아페가 들고 있는 붉은 보석의 빛이 거대한 공동을 감싸기 시작했다.

영혼력의 보석은 믿는 힘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어른들에게는 거짓투성이인 가짜 드라마.

어렸을 적에나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시간때우기용 프로그램.

프린세스 디펜더.

하지만 어떤 누구에게는 그 것이 미래의 꿈을 키워주며. 올바르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희망을 이야기 한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그녀는 실제의 존재였다.

시아페가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을 두 손으로 가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미친년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어이어이. 둘 다 돌아버린거야? 대장. 이 상품들 하자가 있겠는데요? 컄컄.”

조롱을 하던 헌터들이 흠칫 놀라며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시현이 낀 붉은 반지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붉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영혼력 집결 중. 243명. 1862명, 4528명....]

거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엘라의 금색 머릿결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헌터들이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을 막았다.

[ 8732명.. 사용자의 랭크가 상승됩니다. ]

[ 사용자 시현. 일시적으로 랭크 상승 중 ]

[ E+++ , D , D+, D++, D+++ C , B... A.... ]

엘라의 드레스가 황금색으로 물들어 갔다.

[A+, A++, S, S+... SS]

끊임없이 올라가는 전투랭크.

[ ..10203명의 영혼력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

[ 사용자가 SSS 랭크에 도달합니다. ]

황금색의 회오리가 사라드의 전역을 감쌌다.

사라드의 상공.

대악마의 내부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 경고. 경고. 사라드 지역... ‘트리플S 능력자’ 등장. 지금 즉시 다른 공간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정함장과 부관이 말이 되지 않는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SSS ?"

부함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 병력! 지상의 능력자를 친다!”

에이프릴이 손을 뻗었다. 웃고 있는 엘라의 뺨이 만져졌다.

“이번에도 가시는 것이지요?”

시현이 그의 말에 작게 대답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엘라의 손이 바닥을 짚었다.

“[절대 복구].“

시현의 바닥 아래에서 작은 물결이 퍼져나갔다. 둥그런 파동을 따라 사라드의 모든 건물이 거짓말처럼 복원되기 시작했다. 무너진 빌딩들도, 파괴된 카페들도, 에이프릴이 가야할 병원들도.

파동은 계속해서 퍼져나가 사라드의 모든 것을 원상태로 되돌렸다. 최첨단 빌딩들이 태양에 반사된 빛을 뿜어내는 곳.

시현에 의해 사라드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트리플 S 등급의 능력자.

엘라가 이에구사를 향해 말했다.

“이에구사씨. 카메라를 부탁합니다.”

그가 기력이 다한 에이프릴을 안아들며 말했다.

“네, 엘라님.. 사라드를... 부탁합니다.”

무심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엘라.

어느새 그녀의 드레스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늘에 모여드는 새카맣게 많은 점들.

엘라의 앞에 황금의 검이 소환되었다.

용사 요한의 검.

금색의 소녀가 그 검을 받아들였다.

시현이 이에구사를 향해 말했다.

“가겠습니다.”

두 손을 맞잡은 이에구사가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현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엘라의 발이 땅을 밀어냈다.

아이들의 희망을 담은

황금의 별이 하늘을 오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phara

이것은 모두 꿈이었다....!!!!!!

/그리고 대탈출은 1편부터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홀솔

자자 다음화는 마지막 촬영 입니다~

/프린세스 디펜더 마지막회! 많이 시청해주세요.. ㅠ

루미젤

ㅋㅋㅋ이것모든것이 연극이었다는 연기를하면 원상태완성이네요 아이들의 믿음으로

/그러는 편도 괜찮을 뻔 했습니다[..] 보석이 1인 전용이라 아쉽군요.

벌레

이거전부를 연극화 ㅋ 그럼 전부 원상태로 오우 멋진데

/그렇다면 헌터들은 강제로 역소환 당하고.. [..]

우울한악마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그리고 연참~ㅜ

/이렇게 되었습니다. 용량 좀 많이 넣어보았어요!

Fade..

음 예상대로 프린세스 디펜더의 악당퇴치로 흘러갈 것인가 아니면 작가의 또 다른 진행 방향이 있는 것인가.

/예상대로 프린세스 디펜더의 악당퇴치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흑.

루이레아

아이들은 믿으니까 효과가 있지않으려나요

/이분 최소 작가 간담 서늘하게 하시는분..

-마치며.

10203 명의 영혼력을 받아들인 시현. 그의 운명은?

본격 잔혹 군사 감동 동화 심리 반전 마법소녀, 대탈출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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