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190화 (190/373)

00190  군인(軍人)  =========================================================================

“마마..어디에 계시나요..”

전쟁의 포화 속.

무너진 건물들의 사이에 한 소녀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핑크색 곰돌이는 가슴이 반쯤 찢어진 채였다.

-쾅!-

머지 않은 곳에서 터진 폭발에 그녀의 주황색 머리가 크게 펄럭였다.

“...마마...”

쿠조라는 남자는 그녀를 전장의 한 가운데에 놔주었다. 간단한 말과 함께 말이다.

(그래그래. 우리 에이프릴 양은 여태까지 사라드를 지켜왔으니까~ 내가 특별히 살 기회를 줄게. 뭐... 나쁜 사람들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책임은 있으니까~ 능력만 쓰지 못하는 것으로 할게~ 부디 꼭 살아남길 바래~)

알 수 없는 남자.

그는 그녀를 납치한 후 다시 풀어주었다.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감상하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었다.

-두두두두!!-

-으아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마마.. 에이프릴은.. 사라드를..’

그녀의 부모님은 회색방의 부름을 받고 떠났고 계속해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에이프릴은 언제까지나 부모님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 얼굴로 그들은 에이프릴을 바라보았었다.

(에이프릴.. 엄마는 나쁜 녀석들 혼내주고 올 테니까.. 그때까지 사라드를 잘 지켜줘.)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모님을 올려다보는 주황머리의 소녀.

그녀를 향해 미소지어보이는 여자.

(걱정 마. 나쁜 녀석들은 이 엄마가 다 혼내주고..! 돌아올 테니까!)

-쾅!!!-

멍한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있던

에이프릴의 오른쪽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

무게감이 없는 허수아비처럼. 에이프릴이 멀리 튕겨나갔다.

(쾅!!)

(으아아악!!)

끊임없는 죽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전쟁터.

부서진 보도블록 사이에서 에이프릴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응..! 그럼 나는 사라드를 지키고 있을게!)

과거의 약속.

에이프릴이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온몸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지..켜야 해...사라드..”

아무런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 소녀. 그녀가 힘겹게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그녀의 기운이 점점 빠져나갔다.

(으악!!!)

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녀는 자신이 사라드를 지킬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피를 쏟으며 건물의 잔해 사이를 걸었다.

부모님이 돌아올 때 까지 ..어떻게든 사라드를 지켜야 했다.

가능하지 않은 소망.

수만 명의 헌터를 작은 소녀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

“......마마..”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피.

고장 난 그녀의 몸이 자리에 주저 않으라고 끊임없이 명령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헌터들의 눈을 피해 건물 사이를 걷는 것뿐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과 피를 흘리며 걷는 것.

사라드를 지키고 싶어 하는 그녀의 의지는. 단지 앉아서 죽느냐 걷다 죽느냐의 차이밖에 없었다.

‘.....’

언제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부모님.

(걱정 마. 나쁜 녀석들은 이 엄마가 다 혼내주고..! 돌아올 테니까!)

에이프릴은 그들이 보고 싶었다.

삐이.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계속적으로 들려오는 포탄소리와 함께. 그녀는 균현감각을 잃기 시작했다.

‘...안..돼..’

기울어지는 세상.

무너져 버린 빌딩의 잔재로. 그녀의 몸이 기울어졌다.

바로 그 순간.

고운 손 하나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에이프릴은 누군가가 자신이 넘어지는 것을 막아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는 에이프릴.

그녀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다...당신은....”

***

-쾅!!

쇼크로 인해 시현의 온몸이 감전된 것 마냥 떨렸다.

건물의 잔해에 몸의 반이 깔려버린 상황.

죽음이 그에게 다가와 있었다.

‘으..어..어..’

생각을 떠올리기조차 힘든 쇼크. 견딜 수 없는 고통.

그는 어떻게든 하반신을 건물의 잔해에서 빼내려고 했다.

시현이 붙잡고 있었던 돌에 긴 손톱자국이 새겨졌다.

“끄아아악!!”

쥐어짠 그의 힘은... 그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을 뿐이었다.

시현의 온몸이 계속해서 떨렸다.

전쟁.

부상.

죽음.

사망.

시현은 언젠가 자신도 회색방에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죽음이...찾아온 것인가..’

그는 영화나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죽을 때는 의미 있는 마지막이 되기를 바랬었다.

‘건물에 깔려죽는.. 마지막인가..’

그는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장황한 죽음은 축복받은 자나 가능한 것이었다.

멀어져가는 의식.

그는 그동안 정말 힘들게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죽을 고비가 아닌 적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쉬고 싶어..’

어두워져가는 세상.

시현.

그의 모험은

‘......’

끝났다.

끝나버린 공연처럼.

그의 이야기도 막이 내렸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물들어가던 순간.

-띠링.

우편이 왔다는 소리.

무너져가는 시현의 세상이

잠시 멈춰 섰다.

편지에서부터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

자신을 바라보던 동료들.

(에이 뭘 고민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시현에게 물어보면 되지!!)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던 쇼코

(다들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돼요!!)

자신을 바라보던 황금의 황제.

(고얀 놈!! 네놈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웃으며 죽음을 향해 걸어가던 쿠에시

(자네에게 걸겠네.. 복수를 부탁하네.)

그는 아직 죽을 수 없었다.

무너져가던 시현의 세상에 작은 빛이 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부상당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

그의 외침에 따라.

금빛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가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눈을 떴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루미젤 오랜만이에요~~! ㅋㅋ 시험시즌이여서 그런지 대탈출이 늦었나봐요 ㅠㅜ 잘보고갑니다~~!

/그러고보니 시험시즌이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적은 용량이지만 일단 다시 감을 찾는데 주력해야 겠네요. 언제나 응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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