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5 Episode 2-7 혼란 =========================================================================
분홍색 침대가 놓여 있는 방 안. 주황머리의 소녀가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게임패드를 내려놓았다. 연심 하품을 하던 그녀는 굴러다니던 곰 인형을 집어들고는 자리에 드러누었다.
‘......’
어질러져 있는 방 안으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 살집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보였다. 그녀가 방안을 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프릴. 어지르면 바로바로 치우라고 했잖습니까.”
“...흥.”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그녀가 냉장고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녀는 이곳의 생활이 지겨웠다.
그저 방안에서 했던 게임만 계속하고 있는 생활.
중년의 여자가 주황머리의 소녀, 에이프릴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일으켜 세웠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주근깨가 있는 이 소녀는 언제나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에이프릴..”
한 숨을 푹 쉰 중년의 여인이 앞치마의 주머니에서 CD를 한 장 꺼내면 말했다.
“이거 선물입니다. 얌전히 좀 계세요.”
인상을 찡그리며 중년인을 쳐다보는 소녀.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이 거짓말처럼 변해갔다. 지루함에서 놀라움으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중년인의 손에 마법소녀 녹화 CD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보자, 방금 전까지의 소녀는 사라지고. 눈을 반짝이는 소녀가 나타났다.
“마법소녀 프린세스!!”
드러눕는 것이 습관이라고 할 만큼 굴러다니는 것을 즐기는 에이프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두 다리로 중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손을 뻗는 그녀의 목적은 중년인의 손에 들린 CD였다.
바둥거리는 소녀.
중년인이 알았다는 듯 손사래치며 CD를 내밀었다.
“시아페 씨가 방송에 나오지 않은 몇몇 부분도 추가로 넣어주셨...”
말을 하던 중년인이 이미 TV의 아래쪽에 있는 CD롬에 CD를 넣고 있는 소녀를 보며..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프릴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티비의 바로 앞에 딱 붙어 앉아있었다.
"......"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년이이 그녀의 뒤에 굴러다니고 있는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작게 미소지었다.
가끔 도망치거나, 심술을 부리기는 하지만,
이 소녀에게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이곳에서 갇혀있는 소녀.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신새를 안쓰러웠던 했다. 그리고 그것은 중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이프릴...'
그나마 요즘에는 그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많이 희석시킬 수 있었다.
심술궂은 소녀였지만 얼마 전 방영된 ‘마법소녀 디펜더,’를 본 뒤로 자주 미소를 짓고는 했던 것이다.
잠시 미소를 지은 중년인이 방안에 굴러다니던 쓰레기들을 들었다. 그녀가 방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밤늦게까지 보시면 안 돼요!”
그녀의 눈에 정신없이 TV 화면에 빠져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좋을까...’
TV화면 속에, 엘라(신데렐라)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
쿠조가 머무는 호텔의 방 안.
점심이 좀 지났을 무렵이지만, 그는 이불을 덮은 채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에스퍼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무시렵니까.”
에스퍼의 물음에. 남자가 별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이제 좀 자야지~ 계획들도 척척 잘 되고 있고.”
남자의 기분 나쁜 웃음. 악의 세력들이 그러하듯, 남자는 남의 사정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다른사람의 파멸을 바랄뿐이며 건강한 사회가 심연으로 전복되기를 바랐다.
“커텐좀 쳐 주겠어~ ”
어둠을 더 좋아하는 사내.
자리에서 일어난 에스퍼가 커튼을 치며 물었다.
“헌터들과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에스퍼의 물음에 남자가 또 한 번 기분나쁜 웃음을 지었다.
“그런 재미없는 녀석들.. 괜찮아~ 어차피 같이 파멸시킬 생각이니까. 그 녀석들 쪽은 그냥 나둬.”
“...알겠습니다. 오늘 타깃은..”
“에이프릴 쪽으로 해.”
소녀의 이름을 말하는 그를 보며, 에스퍼가 물었다.
“대천사는 그냥 두는 것입니까?”
그녀의 물음에 쿠조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쪽은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럼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편안한 꿈꾸십시오.”
고개를 꾸벅 숙인 에스퍼가 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뒤로 쿠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후면... 이곳의 사람들도 진실해지게 될 거야.하하.”
어두운 방 안에서
악은 그렇게 다음 계획을 꿈꾸고 있었다.
***
상위 헌터들이 머무는 곳.
살인자들의 마을.
그곳의 주인은 살인자들의 왕이라 불리는 자였다. 그는 자신의 왕성을 만들었으며 왕성의 가장 안쪽에 앉아. 모든 살인자들의 생사여탈을 정하고 있었다.
높은 옥좌의 위에 앉아있는 검은 가면을 쓴 남자. 그가 따분하다는 듯 아래쪽에 부복하고 있는 여러 명의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누구도 그를 거스를 수 없었기에 그를 보게되면 누구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살인자의 왕이시여.”
부복하고 있는 남자 한명이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왕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쳐다보았다. 차가운 심장을 남자. 혹자는 그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쿠조라는 자가.. 사라드에 잠입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자가. 성공했군.”
어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왕이 물었다.
“그대가 할 수 있겠지?”
그는 항상 질문을 해왔지만. 하지 못하겠노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말을 거역하는 순간.. 깊은 공포의 심해로.. 떨어져버린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부복해 있던 사내가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개발에 성공한... 대악마를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사라드의 방어벽이 뚫리면. 그곳의 모든 플레이어를 ..학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소식일 만도 하지만. 살인자들의 왕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다른사람들과 달리. 그는 살인자들의 왕이었으니까.
부복해 있던 사내가 그를 향해 물었다.
“그.. 쿠조라는 사내는. 포상을 주면 되겠습니까?”
"......"
헌터가 아님에도 자신들에게 제의를 해왔던 사내.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자가 플레이어들을 소탕하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사라드 집입작전이 성공한다면.. 모든 공은 그에게 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보상을 생각하고 있던 사내의 귀에
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레이어들을 처리할 때... 함께 치워버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왕의 말에 사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왕의 질문.
왕은 그를 죽이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왕의 말에 따라야 했다.
“함께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좋군.”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는 왕을 향해. 남자가 물었다.
“...외람됩니다만.. 그자를 꼭 죽여야 하는 이유가..”
많은 용기를 짜내서 말한 질문.
"......"
쿠조라는 자는 죽이기 아까운 자였다. 그의 능력이면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저 고개를 조아린 채 떠났어야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긴장을 하고 있던 남자의 귀에
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자는. 나와 비슷하지.”
“...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내를 향해.
왕이 어두운 목소리를 흘렸다.
“수만 명을 죽이고도...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지.”
그가 차가운 눈빛을 흘렸다.
"괴물은.. 한명이면 충분해."
***
넝쿨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깊은 정글의 안.
늪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칸나는 먹을 것을 먹고있었다.
"이곳 과일들은 다 맛있네..!"
그녀가 정신없이 식욕을 발산시키고 있을 때,
편지가 왔다는 알람음이 들렸다.
"응? 시현인가?"
아무 생각 없이 인벤토리를 여는 칸나.
그녀의 눈앞에 편지 한 장과 도화지들을 엮어놓은 알 수 없는 물건이 보였다.
"으..음?"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과신하지 않았다.
무엇인지 추측을 하는 대신 손을 뻗어 편지를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몸이 느리면 머리가 고생이지!"
재빠르게 편지를 펼치는 칸나. 뭔가 이상한 좌우명이긴 했지만 그녀는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잘 살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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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를 비롯한 디펜더스 멤버들을 위해서.
안녕하세요. 존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멤버들을 위해서 제가 무었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제 주특기인 격투 술에 관한 여러가지 이론들을 적은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드라세나[예전에 시현과 칸나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던 여자입니다.]의 도움을 받아 격투기 교본을 완성 할 수 있었고. 지금의 편지와 함께 동봉해서 보냅니다. 가장먼저 받을 칸나는 모두 익힌 후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저는 무인도의 방을 지나 케이시를 구하러 갑니다.
제 실수로 그녀가 위험에 빠졌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어떻게든 그녀를 구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얼마간 소식이 없다고 하더라고 해도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중일 테니까요.
그럼 디펜더스 여러분.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모두 몬스터들을 잘 물리치고 있기를 바랍니다.
-BY 존스.
PS. 케이시를 구하게 되면 모두에게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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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든 칸나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으으음........."
그녀의 두뇌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얼마전에 케이시에게 편지가 왔었는데. 이번에는 존스로부터의 편지였던 것이다.
"으으음........... 케이시 쪽은 시현이 해결해 준것이 아니었던 건가?"
존스까지 그녀를 찾으러 간다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칸나가 손뼉을 탁 쳤다.
"아. 맞아."
존스가 케이시를 도우러 간다면. 그 역시 생명체들이 필요할 것이었다. 왜냐면 시현이 케이시에게 생명체를 보내주라고 했으니까.
"역시 난 행성의 제왕이야."
자신의 똑똑함에 기세가 등등해진 칸나가 주변에 있던 병정개미에게 생명체들을 구해오라고 시켰다.
복잡한 일이 해결된 것에 만족한 그녀가.
존스가 보내온 <존스의 격투기 교본> 을 펼쳐들었다. 상당히 자세한 그림과 함께 여러 가지 설명이 달려있었다.
레슬링. 주짓수, 복싱, 유도, 카포에라, 무에타이, 태권도, 킥복싱, 극진가라데...
여러 가지 설명들과 동작이 자세히 적혀있는 글을 읽으며 칸나는 머리가 뱅글뱅글 도는 것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다 외워!"
잠시 고개를 숙였던 그녀가. 아하!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냥 몸으로 다 익혀놓으면 되잖아!"
역시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이었다.
그녀는 힘들게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작을 따라 익혀놓으면 자연스럽게 손 발이 나갈 것이었기 때문이다.
빨리 이번스테이지를 마치고 격투기를 익힐 생각을 하고 있는 칸나였다.
그녀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과일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좋아! 빨리 다 먹고 격투기 익혀야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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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마을.
일정 조건이 충족된 헌터들이 향할 수 있는 곳.
자주 살인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낮은 등급의 헌터들과 달리. 살인자들의 마을에 있는 헌터들은 최고등급의 대우를 받으며 가끔 살인을 하는 것 만으로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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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왕.
검은 가면을 쓴 어두운 사내. 냉정하며 남에게 마음을 드러낸 적이 없다. 옥좌의 위에 앉아 조아린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명령을 내린다. 살인자 마을 헌터들에 대한 생사 여탈권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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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사라드 마을의 소녀.
주황머리와 검은피부. 주근께 있는 얼굴을 지니고 있으며. 방에 자주 있는 탓에 지루한 표정을 짓고있다. 남의 말을 거의 무시하지만, 얼굴이 예쁜사람의 말은 잘 듣는다. 상위급 초능력인 '대 결계'를 사용중이다.
사라드에 방송되는 '마법소녀 프린세스' 물의 광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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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코멘트를 달아주신 사탕수수158님, 이거2번쨰아이디님, 루미젤님 감사드립니다.
사탕수수158
@저 돌아왔어요 쿠폰뿌리고가요 ㅎㅎ
/감사합니다! 이번달은 기필코 연재 신 기록을 세우겠습니다. 고마워요.
루미젤
@1빠 잘보고갑니다~~!
/잘보고 가셨다니 다행이네요 ㅠ 이번화는 인물묘사와 서술방법을 좀 바꿔보았습니다.
-마치며.
다시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려..
빠른시일내에 파워연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