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2 Episode 2-7 혼란 =========================================================================
지하 깊은 곳의 연구실.
제피는 홀로 투명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정이 되기 전에 자러가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지만 오늘은 무언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그의 모니터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입술을 깨물은 그가 셰네브에게 받은 편지를 컴퓨터에 옮겨 적어 놓고 있었다.
‘......’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 대천사가 완성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셰네브에게 받은 편지 한 장이 그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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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네브입니다.
최근 중간지점으로 도착하는 플레이어의 수가 급감하는 것에 대한 조사입니다. 평소의 30퍼센트도 되지 않는 유저들 생존 숫자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데이터를 모아봤습니다.
몇 주 전부터. 팀원 간의 알 수 없는 살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팀 라이레나.
중요한 순간에 착했던 팀원 한명이 팀의 대장의 등에 나이프를 꼽음. 대장은 그 자리에서 즉사. 칼을 꼽은 대원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온몸을 벌벌 떨며 말했지만 나머지 멤버들에게 그 자리에서 살해당함. 그 일의 여파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하고 야생 괴수들에게 전원 뜯어 먹힘.
팀 가르파스.
스테이지 클리어 후. 보상을 받고 있던 리더가 갑자기 멤버들을 향해 극독에 관련된 초능력을 발사. 갑작스러운 기습에 리더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그 자리에서 녹아버림. 이후 리더는 자살.
팀 파이어월
함정의 방을 지나던 4명이 멤버 중. 맨 뒤에 가던 멤버 한명이 고의로 함정을 발동시킴. 문제는 함정의 범위에 자신도 들어있었다는 것임. 4명 모두 내려오는 천장에 깔려 사망.
그 외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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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공교로운 사건들.
제피가 지끈지끈 울리는 머리를 손으로 붙잡았다.
‘......’
편지는 길게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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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직접적인 원인도 없었지만,
동시 다발적으로 사람들이 미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의 과거를 조사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류를 찾아 본 결과.
하나의 접점에 도달 할 수 있었습니다.
자살. 타살. 이상행동. 분신 등의 행동을 한 플레이어는
모두 과거 한명의 인물을 만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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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중간에,
흑인 남성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천천히. 제피가 편지를 눈높이 까지 들어올렸다.
평범해 보이는 흑인 중년인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잠시 동안 편지를 살펴보던 그가 아래의 내용을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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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의 이름은 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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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불안.
제피의 눈빛이 좌우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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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추측이 분명하다면 이 사건들에는 이자가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과 다르게. 쿠조라는 인물은 플레이어로써 회색방을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가 누군가를 죽이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제 권한으로 시스템 조회를 해 본 결과.
현재까지의 살인 카운트가 0 이라고 나옵니다.
즉, 직접적인 살인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그자는 수많은 헌터들과 플레이어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를 만났던 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자를 만난 자는 모두 파멸에 이르지만.
정작 그자의 손은 누구보다 깨끗하다면
그를 의심해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의 생각이 지나쳤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현재 상황에 물증은 없습니다만,
제피. 당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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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피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몇 번 어루만지고는 편지로 눈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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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위치경로를 추적해볼 때.
3일 안에 사라드 쪽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또는 벌써 진입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자가 사라드에 도착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파멸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자를 다른 곳으로 추방시키거나 사라드로 진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붙잡아야합니다.
사라드의 수많은 군사무기를 개발하고, 장비하고 있는 당신이라고 해도.
그와 마주치지 않기를 당부 드립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 셰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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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내려놓은 그가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두통. 셰네브의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그가, 허공을 향해 말했다.
“마더, 최근 일주일간 사라드에 진입한 흑인 남성이 있었나?”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색 중. 공항 기록원에 따르면 일주일 안에 사라드로 진입한 흑인 남성은 없음.)
크게 숨을 내 뱉은 제피가 몸을 뒤러 젖혔다.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불안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제피.
자신이 과민한 것일까. 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제피..’
사라드의 검열 시스템은 여태까지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었다. 헌터의 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에이프릴의 방어막. 정신 공격계열의 방어벽을 구축하는 차단반지. 상대의 기억을 읽어내는 레이나. 회색방을 여행하는 플레이어들의 진술을 토대로 구축된 인물 시스템.
‘...그래.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제피. 요즘 과로로 과민한 거야.’
한숨을 내쉬는 제피. 그가 고개를 저었다.
“쉬어야겠군.”
자리를 일어서려는 그의 머릿속에 셰네브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그자가 사라드에 도착한다면, 그를 만났던 수많은 사람이 파멸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무언가. 불안감이 그를 감쌌다. 일어나려던 제피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더. 이틀간의 공항 감시 카메라 보여줘.”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공항의 상황. 침을 삼킨 제피가 허공을 향해 말했다.
“지나간 인물들만 자동으로 검색해줘.”
빠르게 앞으로 감기는 화면.
몇 명의 사람들이 카메라에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역시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지..’
“마더.. 멈춰 줘.”
(알겠습니다.)
화면이 멈추고. 모니터에서 눈을 때고 일어나려는 순간. 놀란 그가 몸을 뒤로 움직였다.
“헉...헉...”
숨을 몰아쉬는 제피.
그의 등골이 찌르르 하고 울려왔다.
모니터의 안.
감시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흑인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그자의 얼굴은
자신 역시 제피를 바라보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그는 자신의 온몸이 떨리는 것을 경험했다.
결론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사라드의 방어 시스템이.. 뚫렸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사라드 방어 시스템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마더!”
(말씀하십시오.)
“상위 랭커 가드들에게 호출 부탁해! 지금 당장!”
그가 뒤쪽에 걸려있던 연구복을 걸치며 방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방.
전원이 들어와 있는 모니터에서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흑인남성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연구실을 나서는 제피.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는 그의 귀에 마더의 음성이 들렸다.
(2명의 상위랭커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32번 구역의 고속 엘리베이터 앞으로 5분 후에 도착예정입니다.)
이를 악문 제피가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사라드에 있는 모든 감시카메라를 동원해! 공항에서 찍힌 영상과 대조해!!”
(알겠습니다. 추가로, 사라드 전체에 경계령을 내리겠습니까?)
복도를 달리며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했다. 경계령을 내린다면 그자는 즉시 이곳에서 탈출할 것이다. 사라드의 모든 검열시스템을 비웃듯이 스며들어온 그라면 나가는 것 역시 손쉬울 것이었다.
“최 정예 요원들만 소집해! 그자를 사로잡는다!”
(알겠습니다.)
복도를 뛰어가는 제피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지상으로 이어지는 고속의 엘리베이터,
어두운 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발을 내딛는 제피. 얼마 안가 그의 양 옆에서 2명의 능력자가 나타났다.
“무슨 일입니까. 제피님.”
외팔의 능력자가. 긴장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전에 없던 갑작스러운 호출. 불안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상상황입니다.. 그..”
그자를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인가.
살인자?
‘......’
그를 살인자라 말해야 할까?
그는 아무도 죽인 적이 없었고
증거도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말문이 막힌 제피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S급 위험인물을 잡으러 갑니다. 얼마 후 다른 가드들도 도착할 것입니다.”
“......”
S급 위험인물. 제피는 그를 그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제피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처럼 생긴 물체를 꺼내들었다.
“마더. 위치 파악은?”
그의 말이 끝나자 허공에 수십 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그의 예상거주 구역은 38곳입니다.)
이곳저곳 퍼져있는 예상거주 구역의 지점들이 보였다. 고의라고 보일 정도로 그는 사라드의 이곳저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 놓았던 것이다.
‘우연인가.. 아니면...’
입술을 깨문 그가 뒤에 있는 능력자들을 향해 말했다.
“갑시다! 최대한 빨리!”
무언가 불안한 기분.
그것이 그의 마음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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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사라드 전체를 컨트롤 하는 컴퓨터.
몇명의 명령만을 들으며, 여러 화기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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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드 방어 시스템.
기본적으로
능력자 에이프릴에 의한 '헌터 진입 불가.'
마더 정보시스템에 의한 '신분 검색'
1:1 면접 능력자의 '기억읽기'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신공격 방어벽 반지'
사라드 전역에 퍼져있는 '감시카메라.'
능력자. 화기. 지역 폐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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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양한 의견을 주신 나야나사기꾼님, 벌레님, SE바다빛우주님, phara님, ka첨이님, 내ㅙㅈ?님, 루이레아님, 일레이소님, 이거2번쨰아이디님 감사드립니다!
벌레
@ 오글오글
시현델라 굴려
/[...] 굉장히 많았던 오글거린다는 의견이군요. 차후 마법소녀물을 찍을때[...]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현의 미래는....
SE바다빛우주
@ 몸 관리는 기본! 으로 하셔야합니다~
@ 도착하지 않을 완결을 향해 달려보죠
/ 도착하지 않을 완결이라..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제가 해야할 이야기가 아직 많기때문에.. 언제 완결이 될 지 모르겠지만.. 한번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phara
@꺄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이렇게 연참 달리시다가 작가님 몸 안 좋아지시는건 아닌지 걱정되네요..ㅎㅎ
/몸이 안좋아지더라도, 연참을 파파박 하고 쓰러지는게 흐느적거리면서 쓰는 것 보다 편수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요[..]
ka첨이
@.... 저마법소녀는 드래곤볼에 나와야 할것같은데...
/..... 사실 마법소녀 디펜더는 사이어인의 공주라는 설정... [...?]
보름달을 보면 거대한 고릴라가 될 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오그리토그리라는 의견을 많이들 달아주셨네요. 추후[..] 마법소녀물을 만들때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현재 기본적인 생각은 하루 한편씩 꾸준히 연재하는것 보다. 연참을 하다가 쓰러져서 몇일 쉬는 편이 더 많은 편수를 쓸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탈출 18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