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5 Episode 2-7 혼란 =========================================================================
편안한 표정으로, 면접실의 의자에 앉아있는 레이나의 모습이 보였다.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닌 레이나를 향해 공항 직원이 말했다.
“아..참.. 걱정했잖아요. 쉬면 쉰다고 이야기를 하지.”
“조금 전 분들의 기억을 읽느라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한숨을 푹 쉰 정장차림의 레이나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쉬엄쉬엄 하세요. 방금 전 분들은 별일 없었나요?”
그녀의 물음에, 의자에 앉아있던 레이나가 말했다.
“응. 별일 없었어. 에스퍼님이 보증해주신 분이잖아. 작은 레이나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소 짓는 레이나를 보며, 작은 레이나라고 불린 레이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믿고 돌아갈게요. 좀 쉬시고 다음 분들 기억 읽을 수 있을 때 연락해 주세요.”
문을 닫고 돌아가는 작은 레이나.
주황색 머리를 지닌, 기억을 읽는 레이나가. 바닥에 떨어진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가 면접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
“다음 분 들어오세요.”
공항직원의 말에, 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내라는 듯 손을 흔드는 요한을 보며, 그녀가 푹 한숨을 쉬었다.
‘정말 오래 기다리게 하는구먼..’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 높은 구두소리가 공항에 울려퍼졌다. 카푸가 뒤통수에 말했다.
“리자씨. 면접직원이랑 싸우시며 안 됩니다.”
빠직. 하고 그녀의 머리에 힘줄이 돋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그녀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안 싸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호쾌하게 문을 열어젖히는 리자. 그녀의 눈에, 주황머리를 지닌 여자가 보였다. 그녀를 향해, 리자가 비야냥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면접 받으러 왔습니다만?”
레이나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문을 닫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닫히는 면접실의 문. 또각또각 걸어온 리자가,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그 위에 앉았다.
“당신이 날 판단하겠다고?”
도발적인 그녀의 말에, 레이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의 기억을 읽어, 이곳에 위험이 되는 인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아..그러세요?”
레이나가 테이블의 위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제 손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흥. 하고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은 리자가, 레이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눈을 감는 레이나.
리자는 기억을 읽힌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녀의 과거를 남이 안다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불쾌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레이나가 그녀의 손을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가드를 부르겠습니다.”
“..뭐?”
그녀가 귀에 꼽혀있는 무전기의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헤밀턴씨. 랑켄씨. 면접실로 와 주세요.”
순간. 레이나의 좌우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순간이동?”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리자를 향해.
레이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자. 당신은 불합격입니다.”
***
면접실의 안에서 고성이 오고가는 소리가 들렸다. 대기실의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요한이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이탈하지 말아주세요.”
공항 직원이 요한의 행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면접실의 안을 바라보던 요한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리자누나.. 괜찮은 걸까...’
카푸가 긴장된 표정으로 면접실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리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인가..?’
불길한 기분을 느끼고 있던 그의 귓속에, 공항의 안내음이 들려왔다.
(카푸씨. 1:1 면접실로 와 주세요.)
요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푸가 요한의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별일 없을 거야.”
“......”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푸.
요한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그의 마음역시 불안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전투 준비를 해야 하나..’
그가 공항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상대편의 기지 안. 이제 와서 무력으로 벗어나는 것은 힘들었다.
(카푸씨. 1:1 면접실로 와 주세요.)
심호흡을 한 카푸가, 면접실을 향해 다가갔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면.. 능력을 쓰는 수밖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카푸가 면접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주황머리의 레이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레이나라고 합니다.”
“카푸입니다.”
***
얼마 후.
카푸는 비행기의 앞에 서 있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비행기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그의 뒤에, 기관총을 든 능력자들이 서있었다.
‘추방이라니..’
그의 기억을 읽은 뒤, 곧장 가드를 부른 레이나.
그녀는 카푸가 위험인물이라며, 도시로의 진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유가 뭐지.’
카푸의 등에 총신의 끝이 닿았다.
뒤에 있던 능력자들이 빨리 비행기로 오르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나..?’
그가 고개를 돌리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능력자들에게 끌려오고 있는 요한의 모습이 보였다.
‘요한도 불합격인가?’
카푸가 천천히 비행기에 오르는 계단을 밟아갔다.
'...일단은..'
그가 비행기의 입구를 지났다.
승객칸으로 가려던 그의 눈에, 이상한 모습이 보였다.
객실의 바닥에, 검은 라택스 재질의 옷을 입은 여인이 큰 대자로 누워있는 것이었다.
“......”
카푸가 한숨 푹 쉬고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리자씨. 그런 곳에 누워있으면 옷에 더러운 것 묻습니다.”
“배 째.”
심술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카푸는 겉모습과 성격이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쿨 할 것 같은 붉은 단발머리의 여인. 하지만 그녀의 속은 깊은 편이 아니었다.
“뭐. 레이나의 말에 의하면 다시 비행기를 탔던 곳으로 데려다줄 뿐이라던데..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
큰 대자로 뻗어있는 리자의 귀에, 요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자 누나? 바닥에 누워서 뭐하세요?”
“여기가 편해서.”
“......”
비행기의 문을 닫던 여 승무원이,
리자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손님.. 뭐하시는..”
“탑승 중이잖아.”
뻔뻔한 대답.
하지만 이정도에 화를 낼 전문 승무원이 아니었다.
그녀가 리자를 향해 조근조근 말했다.
“...자리에 앉지 않으면 위험 할 수 있습니다만..”
“나는 의자 공포증이 있어.”
되도 않는 이야기.
여 승무원의 이마에서 힘줄이 돋아나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하. 하. 하.”
애써 웃으려고 노력하는 여 승무원.
리자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추방의 영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모노레일에서 내리며, 시현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 모노레일 선착장에서, 시현과 케이시는 도시의 중심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시가지에 설치되어있는 각종 진입 저지 설치물들과, 수백 개는 되어보이는 헬기 착륙장 .
수천개는 되어보이는 벌집처럼 생긴 대공 포대들.
“대..대단하군요.”
전쟁준비라도 하는 것일까?
케이시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수백 개의 전투기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
입을 다물지 못하는 케이시.
사실 그녀는 이곳의 사람들을 완전하게 믿지 못했기 때문에, 여차하면 능력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즉각 반성하는 케이시였다.
‘이 도시..너무 세..’
고층의 빌딩들이 너무 많아, 모든 곳이 보이지는 않지만. 도시의 중앙 지역에 엄청난 수의 군사무기들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
시현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시를 바라보았다.
잼이 시현을 향해 말했다.
“도시의 방어력이 집결된 곳이지요.”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는 케이시의 귀에,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잼 씨!)
잼이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흰색 연구원 가운을 입은 여성이 뛰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큰 안경과 양쪽으로 땋은 검은색 머리. 순해보이는 얼굴.
전형적인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 같은 모습이었다.
평소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지, 헉헉 거리며 숨을 몰아시던 그녀가 시현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시아페라고 해요.”
“아.. 네..”
시현의 손을 잡은 뒤, 케이시와도 악수를 나누는 그녀. 잠시 심호흡을 더 한 시아페가, 도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곧 할 시간이네요.” “..?”
뭐가 할 시간이라는 것일까.
잼과 시아페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에, 케이시와 시현도 그녀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빌딩의 위쪽에 설치되어있는 커다란 전광판들에서, 드라마 같은 것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성이 부르는 주제가와 함께. 파란색 머리와 흰색 드레스를 입은 미소녀가 나타났다. 화면속의 소녀가, 정면을 응시하며 외쳤다.
( 프린세스 K. 모든 악한 헌터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
“......”
시현의 눈에, 허공을 날아가는 아파치 헬기가 보였다.
대공포가 즐비한 이곳에서,
방영되는 마법소녀 드라마라니.
“......”
할 말을 잃은 케이시와 시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광판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듯, 하늘을 날며 헌터들을 무찌르는 프린세스 K의 모습이 보였다.
“......”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시현이 입을 열었다.
“....저건 뭡니까.”
그의 질문에, 정신없이 전광판을 보고 있던 시아페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아..이거 실례했군요. 보시다시피 프린세스K입니다.”
“아..네.”
그렇군, 저건 프린세스 K였어. 라고 되뇌는 시현.
그의 표정을 보며, 시아페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내, 애써 웃는 얼굴로 바꾼 시아페가, 시현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당신이 출연할 작품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던 시현이,
잠시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는,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누가 출연한다고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시아페가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당.신.이요.”
“......”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짓는 시현.
그의 눈에,
열정적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는 잼의 모습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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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러 의견 주신.
칼데라린, ka첨이, 번개맞은젖소구이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번개맞은젖소구이님은 아이디가 독특하네요[....]
칼데라린
@혹시나 173화 댓글 못보셨을까 다시 리플 답니다. 월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오랜만에 발견한 오타입니다. 즐겁네요.
@월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인듯하네요. 오타 오랜만에 발견하네요. ^,.^
/안녕하세요. 칼데라린님. 오타 발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잡아도 잡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오타. 알려주시니 바로 고쳤습니다. 덧글은 아무곳에나 달아주셔도 열심히 읽고있습니다. 시간순 덧글로 정렬하야 보기때문에, 어떤 편수에 덧글을 다셨건 저는 항상 읽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마치며.
오랜만의 3연참입니다. 어제 한편이 날아가지만 않았어도 4연참이 가능했을 텐데.. 아쉽네요.
더욱더 열심히 하는 대탈출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대탈출 176편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프린세스 K. 많이 시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