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3 Episode 2-7 혼란 =========================================================================
자신의 턱에 검지를 가져다 댄 레이나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공연은 꼭 시현 씨가 계속해서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녀가 시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칸나 씨나 이그네스씨 정도의 미인이 온다면, 신데렐라 양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
"하..하하.."
이 여자... 상당히 제멋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시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귀에 즐거워하는 레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드 안쪽으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레이나가 자신의 뒤에 있던 문을 열었다. 그녀가 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디펜더스의 시현."
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어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갈색머리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케이시. 그녀가 시현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태양빛이 시현의 눈에 쏟아져 내렸다. 그가 손을 들어 태양빛을 가린 뒤, 도시를 바라보았다.
곡선으로 휘어진 포장된 도로. 그 양옆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들. 그리고 그 주변에 솟아있는 수백 개의 고층 빌딩들.
‘......엄청난데?’
“시현오빠!”
쪼르르 뛰어오는 케이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시현의 가슴팍에 안겨왔다. 갈색 머리카락이 시현의 얼굴을 간질였다.
“아하하...”
갑작스러운 포옹에 머뭇거리던 시현이 손을 들어 케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케이시를 향해 말했다.
“케이시.. 괜찮아.. 괜찮으니까..?
문득, 그녀가 시현을 향해 말했다.
“..꿈...”
“응?”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요..?”
그녀의 말에. 피식하고 시현이 웃었다.
꿈이라.
그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꿈이 아니야. 다시 만나게 된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더욱 울먹거리는 케이시. 시현은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나 생각했다.
꿈이 아니라는 말.
그 단어의 무엇이 그녀를 울먹이게 한 것일까.
‘케이시..’
시현이 케이시의 등을 토닥였다.
‘케이시..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구나..’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현은 그녀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케이시는 지금처럼 크게 의존적인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슬퍼하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었지..’
항상 웃음 짓고 있던 소녀. 무엇이 그녀에게 슬픈 표정을 짓게 만들었던 것일까. 시현이 품안에 있는 그녀를 향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해다.
“괜찮아 케이시.. 이제 다시 만났잖아..”
마치 시현의 품 안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꿈이라고 말할 것 같은지. 그녀는 시현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시현이,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괜찮아 케이시.. 괜찮으니까...”
시현은 그녀가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한참을 케이시를 위로해주고 있을 때.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현씨. 케이시씨가 맞나요?”
시현이 고개를 들자. 정장차림의 검은 단발머리 여성이 보였다. 그가 대답했다.
“네, 제가 시현입니다.”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곳의 안내를 맡고 있는 잼이라고 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아.. 잼씨군요.”
시현이 케이시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케이시.. 이제 움직여야 해.”
그의 말에, 케이시가 시현의 품안에서 얼굴을 땠다. 그녀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녀가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응.. 오빠.”
안타까운 표정으로 살짝 웃은 시현이 그녀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갈까요. 레이디 케이시?”
“으..응”
전방을 바라보자. 독촉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잼이 보였다. 그녀가 시현을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가시죠.”
“그런데..제 동료들이.. 뒤쪽에 있습니다만..”
시현의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한번에 2명 이상의 안내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저 말고 다른 안내가 그들을 이끌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시현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들과 연락은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시현의 말에 잼이 피식 웃었다.
“우리는 헌터들처럼 나쁜 녀석들이 아닙니다.”
“아..네.”
말을 마친 그녀가 성큼성큼 대리석으로 된 바닥을 밟았다. 첨단 도시의 사이를 걷기 시작한 그녀. 시현과 케이시가 뒤를 따라 걸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앞에서 걷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바쁜 관계로, 설명은 걸어가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녀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불안한 듯 시현의 옷을 손으로 꼬옥 쥐고 걸어오는 케이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시현을 향해 물었다.
“음.. 두 분 사귀시는?”
그 말에, 시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아닙니다.”
케이시를 바라본 그녀가, 아무렴 어떠냐는 듯. 자신의 말을 시작했다.
“시현씨, 케이시씨. 이곳은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있습니다. 음식, 수도, 전기, 의약품. 심지어 총기류나 수술도구 등도 있죠.”
“......”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케이시와 시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은 무료입니다.”
한산한 인도를 계속해서 걷는 잼. 그녀와 시현 일행 외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들어 빌딩들을 가리며 말했다.
“당신들이 살 곳입니다.”
빌딩들이 몰려있는 곳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케이시가 물었다.
“정확히.. 어디쯤이에요?”
케이시의 물음에, 잼이 허공에 수평선을 긋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모두 당신들의 집입니다. 원하는 곳을 쓰도록 하세요.”
케이시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향해 되물었다.
“무슨...?”
반면에 시현은 ‘과연 그렇군. 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걸어가며 힐끗 뒤를 바라본 잼이 시현을 의식하며 말했다.
“당신은 별로 놀라지 않는군요.”
그녀의 말에, 시현이 빌딩의 숲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부분의 빌딩들은 비어있겠지요?”
“......”
인상을 찡그리는 잼. 그녀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춰 섰다. 가전제품 매장의 앞에서 시현을 노려보는 그녀를 보며, 시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별 것 아닙니다. 공항 직원분께 이곳의 인구수가 5천 명 정도라고 들었거든요.”
“...그렇습니까?”
그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지구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네...’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시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잼을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실례했군요. 총 인구수가 5천명인데.. 이곳은 수백만 명이 살아도 될 정도의 도시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건물들은 비어있진 않을까 생각한 겁니다.”
“...그렇군요.”
알았다는 듯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 그녀. 시현과 케이시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얼마간 걷자. 그녀가 다시 말을 해왔다.
“이곳은 인구수에 비해 건물이나 물자가 터무니없이 많습니다. 음식을 원하신다면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셔서 드시면 되고, 자고 싶으시다면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셔서 주무시면 됩니다. 단 먼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길거리의 모서리를 돌자. 그들의 눈에 커다란 역이 보였다.
<사라드 모노레일>
허공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그것을 타기 위해 잼은 여태까지 걸어왔던 것 같다. 그녀가 역사의 앞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로 다가가며 말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중앙광장으로 갈 겁니다.”
“중앙광장이요?”
시현의 되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곳보다 경계가 삼엄하죠.”
시간이 없다는 듯.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성큼성큼 걸어올라가는 잼. 당황한 표정을 지은 시현과 케이시가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에스컬레이터가 끝나자 현대식의 전철역이 보였다.
“음..”
표를 넣으면 지나갈 수 있는 개찰구가 보였다. 하지만 잼은 상관없다는 듯 성큼성큼 개찰구를 향해 걸었다. 발자국 소리가 건물 내부에 울려 퍼졌다.
“저기 잼씨.. 표가..”
그 말을 무시한 채. 그녀가 개찰구를 뛰어넘었다.
“......”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케이시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그냥 뛰어넘어 오세요. 어차피 관리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네.”
그녀와 다르게, 천천히 개찰구의 아래로 기어 나오는 시현과 케이시.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잼을 향해 말했다.
“아하하.. 다치면 안 되니까요.”
“......”
그녀가 이전과는 다르게 천천한 걸어가며 말했다.
“어떤 건물을 사용하시던 상관은 없지만, 한가지만은 주의해주시기 바래요.” “어떤 일인가요?”
승강장으로 이어져있는 계단을 오르며, 그녀가 대답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12시에는, 웬만하면 도로 쪽으로 나와 계시기 바랍니다.”
“...왜 그렇죠?”
어느새 승강장의 앞에 도달한 그들. 잼이 힘들었다는 듯, 비치되어있는 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리셋이 되는 시간이거든요.”
“리셋..?”
크게 심호흡을 하는 그녀.
"......"
시현과 케이시도 의자에 앉았다.
‘엄청나게 많은 건물들.. 음식.. 도로.. 이동시설.. 공항.. 등을 한명의 능력자가 만들었다는 것은... 여태까지 내가 만났던 능력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인가.’
시현의 표정을 힐끗 본 잼이, 마음속을 읽었다는 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자의 세계는 크답니다.”
“......”
문득, 시현이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은색을 띄는 팔찌가 보였다.
‘역시.. 이 여자도 플레이어..’
시현의 옆쪽에서, 케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그만한 능력자들이 많나요?”
그녀의 물음에, 잼이 인벤토리를 열며 대답했다.
“네. 대부분은 바깥에서 헌터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모두 돌아오면 최강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군요.”
시현은 과거의 만났던 마스터 셰네브를 떠올렸다. 자신들을 가르쳤던 고위 랭커.
‘그리고.. 우리들을 보증해 줬다고 했지..’
그녀를 향해. 시현이 물었다.
“보증인인 없으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입니까?”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토스트 드실래요?”
인벤토리에서 빵을 꺼내며, 그녀가 물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시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케이시도?”
보통 햄버거만 먹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음식을 권유해주면 언제라도 먹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들이었다. 시현의 눈에 고개를 끄덕이는 케이시가 보였다. 그가 잼을 향해 말했다.
“토스트 두 개 부탁드립니다.”
잼이 인벤토리에서 구워져 있는 토스트와 병에 담겨있는 딸기잼을 꺼냈다. 익숙한 듯이 숟가락을 꺼내 잼을 바르는 잼.
“......”
잼이 발라진 토스트를 건네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보증인은.. 마스터 셰네브와 돌 아저씨라고 알고 있습니다.”
“돌..아저씨요?”
토스트 하나를 받아서 케이시에게 건넨 시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셰네브는 만난 적이 있는데.. 돌 아저씨라는 분은 .. 본적이 없는데요.”
시현의 물음에, 또 하나의 토스트를 건네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그를 만났습니다. 다만 그의 정체를 모를 뿐이죠.”
============================ 작품 후기 ============================
.
-작가의 말.
여러가지 좋은 의견을 말씀해주신
환영현자, phara , 담뇨, SE바다빛우주, 불멸의군주, 이거2번쨰아이디, 내ㅙㅈ?, 우르강. ka첨이 , ㅅㅅㅅㅅㅅㅅㅅㅅ , iaksal, 이비앙
님 감사드립니다.
phara
@ 신데렐라 폼이 가장 좋군요....쓰읍......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여성캐릭터 외모순위 Top 1 입니다. 그 이유는, 동화의 나라에서 모든 나라의 젊은 처자들을 올킬하고 오신 분이기 때문이죠.
ka첨이
@근데 이도시도 쫌웃기네요 자기들이 무슨 자격이있다고 착하다고 판단하거나 나쁘다고 거절합니까?
/어떻게 보면 누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만. 이들은 그렇게 하고있네요.
-마치며.
173편을 한번 날려먹고. 눈물로 잠을 잔 뒤, 다시 업로드 하였습니다. 간만에 새벽 업로드로 독자님들에게 읽을 거리를 주고 싶었건만.. 아쉽네요. 더욱더 열심히 하는 대탈출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