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171화 (171/373)

00171  Episode 2-7 혼란  =========================================================================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시현의 귓속에, 면접 실 안쪽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스퍼님!! 일하는 중이잖아요!!)

(뭐야. 오랜만에 내가 왔구만.)

에스퍼라는 여자가 레이나에게 잡혀서 돌아오고 난 뒤에야, 시현을 찾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흠..흠.. 시현님 면접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쪽에 앉아주시면 됩니다."

긴 주황머리의 여자. 레이나가 멀뚱하니 서 있는 시현을 향해 말했다.

"....."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빼내어 앉는 시현. 그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저보다 앞에 면접을 본 여자아이는 통과한 것인가요?"

보통사람이라면 '이곳은 어디죠?' '어떤 것을 물으시는 것인가요?' 등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자신의 상황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묻는 것을 보며. 레이나는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아.. 그 소녀는 이미 입국 심사가 끝났습니다. 당신도 면접을 통과하게 된다면 곧 만날 수 있겠지요."

별 것 아니라는 듯 싱긋 웃어 보이는 레이나. 그녀가 앞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혹시나,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예를 들어 난동을 부리신다던가..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다는 말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곳에는 뛰어난 초능력자들이 즐비해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시현은 이곳을 지키고 있을 능력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아까 전 공항 직원이 말한 바에 따르면 이곳은 상당히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의 가족들이 있는 곳이라...'

더군다나,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회색 방들을 거쳐서 도달한 곳. 자신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유저는 엄청난 시련을 겪고서 살아남을 유저들일 것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훅 가는 사람도 있겠군..'

한동안 말을 않고 있는 시현을 보며, 레이나가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상당히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또한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곳이기 때문에... 입국을 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기억을 읽어야 합니다."

음? 당황한 표정을 짓는 시현. 기억을 읽힌다는 것은...

'칸나의 대한 내 생각 같은 것도.. 다 읽힌다는 거.. 아냐..?'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시현을 보며 레이나가 말했다.

"제가 읽어내는 것은, 오로지 이곳에 해를 끼치는 사람인가 아닌가... 그뿐입니다. 다른 사항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듣는다고 해도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시현이었다.

"음.. 기억을 읽히는 것 말고 이곳을 통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이겠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나.

"없습니다."

"......"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시현을 바라보며, 레이나가 말했다.

"손을 앞으로 내밀어주세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시현이. 양손을 테이블의 위로 놓았다. 레이나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손을 맞잡아 왔다.

"음..."

기억을 읽는 능력.

시현은 쿠에시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 소수결게임에서 만났던 그도, 기억을 읽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억을 읽는 횟수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 여자는 계속해서 기억을 읽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 상위 능력자인가..?'

레이나가 시현의 손을 잡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아무런 느낌도 느낄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냥 테이블에서 두 손을 맞잡고 있는 여자와 남자 정도로만 보일 것이었다.

"음...."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는 레이나. 시현은 긴 주황색 눈썹을 가진 여자를 바라보며, 자신도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플레이어들의 마을이라면.. 과거 지구... 아니 어쩌면 더 나은 마을을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시현의 눈에, 레이나가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현... 당신.."

"네?"

무언가 면접에서 통과되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는 것일까?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 시현을 향해 그녀가 말했다.

"그런 약한 능력으로 이곳까지 온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군요."

"......"

칭찬인가 욕인가. 잠시 고민을 하던 시현의 귀에, 그녀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것이 들렸다.

"당신..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사라드에 필요한 능력이 있네요.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정부차원의 도움?

'햄버거..능력인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 시현. 그가 만든 햄버거들은 우체통을 통해서 동료들에게 보내거나, 나중을 위해 저장하고 있던 터라(특히 칸나를 위해), 이곳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자신의 전력이 많은 부분 사용되기 때문이었다.

"음..그게.."

어떤 식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까 생각을 하던 시현의 눈에, 눈을 반짝이는 주황머리의 레이나가 보였다. 시현이 그녀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햄버거 능력이라면.. 제가 동료들을 위해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수량을 지원하는 것은....."

"공연 좀 해 주시죠."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레이나. 그녀의 말의 의미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시현이,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되물었다.

"네?"

그녀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공.연. 이요."

머리위에 물음표 수십 개를 띄운 시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

티라노 플레이어 스네이크와 생쥐 플레이어 니베로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룡, 생쥐, 달팽이, 개미, 타조, 코끼리 등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방.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변신할 동물들을 고르던 곳이었지만

칸나에게 패배한 후 시스템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페페의 말이 사실이길.."

패배의 대가는 잔혹했다.

6명의 플레이어 중 1명은 수명이 -200년. 그것을 정하는 것은 가장 많은 득점을 한, 개미 플레이어 칸나였다.

"...그게 사실일까..?"

니베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페페와 했던 채팅을 떠올렸다.

------------------------------

페페 : 다들... 패배 페널티는 알고 있죠?

니베로 : ...예

스네이크 : ......

-----------------------------

누군가는 수명이 다하여 죽게 될 운명.

그것이 자신이 아니길... 그들은 간절히 빌었다.

-----------------------------

페페 : 개미 플레이어... 그녀가 우리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스네이크 : ...네?

니베로 : ...우리끼리 죽을 사람을 정하라는 이야기이겠죠?

-------------------------------

한명이 죽는다고 해도, 다음 방에서는 5명이 함께하게 될 것이었다. 그들이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굳이 적을 늘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는 니베로와 스네이크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

페페 : 우리를 모두 살릴 수 있답니다.

------------------------------

두 눈을 번쩍 뜨는 니베로.

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그것은 불가능 합니다."

-------------------------------

페페 : 그녀가 자신을 믿으라고 합니다. 대신에... 뭐라더라.. 살려주는 대신 자신을 대장으로 모시고, '디펜더스' 라는 단체에 가입하라고..

-------------------------------

"......"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무슨 수로 자신들을 구한다는 말인가..?

얼떨떨한 표정의 스테이크가, 니베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

밀림의 한가운데에서, 개미 한마리가 산처럼 쌓인 열매들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 아래로, 수천만 마리의 개미가 각종 음식들을 나르고 있었다.

"칸나여왕님. 끌어 모을 수 있는 열매들을 모두 끌어 모았습니다."

병정개미의 말에, 열매의 산 위에 있던 개미가, 미끄럼틀 타듯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래? 그럼 이게 고기 종류 좀 갖다 줘."

"알겠습니다. 여왕님."

병정개미의 지시에 따라. 수천만의 개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칸나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다시 열매의 산 위로 올라갔다.

신나게 열매를 파먹던 그녀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현이.. 팀원 많이 모아오라고 했는데... 5명 정도면 잘한거겠지?"

행복한 상상을 하던 칸나가, 다시 과일들을 파먹었다.

"맛있어!!"

아무 생각없이 과일들을 먹는 칸나.

그녀의 주변에. 능력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여러가지 의견을 달아주신

tkdvud123 , 담뇨, SE바다빛우주, 석양s, ㅅㅅㅅㅅㅅㅅㅅㅅ , ka첨이 , 가노라, 셰이크

님 감사드립니다.

tkdvud123

@존스가 오리지날 케이시 구해서 돌아오면 케이시 두명이네 ㅋㅋㅋㅋ

/트윈 케이시라.. 존스가 과연 그녀를 구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대탈출을 계속보시다보면 그 결과가 보이실지도..

SE바다빛우주

@예상대로 거울이네요... 오리지널 구하러 간 존스는 어떻게 되는거지 쩝

/무언가 상황이 복잡해져 가네요. 디펜더스들끼리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

ka첨이

@시현은 이사실을 알아도 조용히 눈감아줄것 같은데...

/시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 사실을 알게 될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저도 궁금합니다.

-마치며

오랜만에 등장한 칸나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제의를 받는 시현.

레이나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대탈출 172편으로 이어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