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3 겁쟁이 =========================================================================
니세나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찾아온 의문의 남자.
애초에 그녀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 무덤덤한 표정이 약간은 걸리긴 하지만, 그를 이용할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그렇지만.. 케이시라는 여자는 여기에 없어요.”
그녀가 만든 공간인 영원의 미궁. 이곳에는 그런 이름의 여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리 없다는 듯. 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이곳에 왔어. 회색방 음성이 들렸지.”
“...네?”
이상한 표정을 짓는 니세나.
‘회색 방에서 공간 이동 중..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것인가..?‘
그녀는 계속 이곳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곳에 왔을 리는 없었다.
“아니에요. 케이시라는 여자는... 이곳에 온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거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곳에 왔어.”
“......”
알 수 없는 당당함에, 니세나는 혹시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에요. 이곳에 제가 모르는 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힐끗 자신의 옆에 쌓여있는 인형더미를 바라보았다.
‘.....’
그에게 ‘패배하면 제 인형이 되니까요’ 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니세나의 부하가 될 예정인 수많은 인형들.
그녀의 눈이 인형더미 위를 훑었다.
‘로키백..케라..거울카드. 뱀카드.....음?’
인형들을 바라보던 니세나의 얼굴에 의야함이 생겨났다.
처음 보는 모양의 소녀 인형.
‘...저건..’
그녀는 저런 소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이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니세나가 존스를 바라보았다.
“케이시..라고요?”
존스가 니세나를 노려보았다. 손 사례를 치는 니세나.
“아니에요.. 저는 거짓말을 하려던 게 아닙니다. 맹세코 저런 인형은..본적이..”
니세나의 마음속에 한줄기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본적이 없을 리가 없다.
이곳의 인형은 모두 그녀 자신이 만드는 것.
결론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자신 몰래 인형을 만들어서 이곳에 넣어두었던지.
자신이 인형을 만들었지만 기억을 하지 못하던지.
‘설마...’
니세나의 얼굴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언가 맞지 않았다.
무언가가..
다급한 표정의 니세나가, 존스를 향해 물었다.
“혹시, 팔레인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몰라.”
“페릴은... 혹시 트와일라잇(Twilight-황혼) 팀은요..?
“몰라.”
그들은 잊힌 것인가?
“황금의 황제는..”
그녀의 말에, 존스가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는.. 들어본 적이 있군..”
그 말에, 니세나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는, 그는 잘 있나요? 그와 헤어진 지 몇 달 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말에, 존스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니세나는 굉장히 젊은 외모를 하고 있다. 반면에, 황금의 황제는 늙어버린 노인.
‘...수명코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존스가 대답했다.
“그 할아버지는.. 내 동료가 만난 적이 있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허공에 궁전을 세웠다고 하더군.”
니세나의 머릿속이. 띵. 하고 좌우로 흔들렸다.
“하..할아버지요..?”
“이미, 몇 주 전 일이야..”
머리를 부여잡는 니세나.
그녀가 기억하기로. 자신이 황제와 헤어진 것은 몇 달 전.
그런데 어째서.
젊었던 그는 할아버지가 되어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여자의 인형이..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흔들리는 니세나의 시선.
“그럴 리 없어요..그럴 리..”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존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케이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 그녀는 네가 궁금해 하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존스의 말에. 니세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 모든 사건의 진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케이시라는 여자를 찾으면 알게 될 것이었다.
니세나가 존스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요... 당신을 도와드리죠.”
고개를 끄덕이는 존스.
니세나와 존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잠시 손을 잡기로 했다.
***
“케이시라는 여자를 찾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케이시 카드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뽑는 것이지요.”
돌로 되어있는 테이블.
뒷면으로 놓여있는 있는 수많은 카드들.
“몬스터 카드를 뽑게 되면, 이동이 시작될 거예요.”
긴장된 표정으로, 존스를 바라보는 니세나. 오히려 존스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 가운데에 뒤집혀져 있는 카드들 중에서. 한 장을 선택하세요.”
곧바로, 존스가 카드 한 장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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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카드 No. 215
♣마음의 균열
당신이 넘을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카드입니다.
※이 카드의 소유자 :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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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며 심호흡을 하는 존스.
‘케이시.. 조금만 기다려...’
-공간이동이 시작됩니다.
사라져가는 존스를 보며.
니세나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일들이...’
***
캐나다.
학교의 안.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 잔디 위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
존스는 자신이 축구장 바깥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그의 옆에. 작은 체구를 지닌 꼬마아이가 앉아있었다. 꼬마가 존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에요?”
“어?...나..”
당황한 존스.
그가 무언가를 대답하려는 순간. 공을 차고 있던 아이 중 한명이 꼬마를 향해 다가왔다.
“야! 존스! 너 정말 축구 대회 안나갈 거야?”
그 말을 듣고, 손사래를 치는 꼬마아이.
“나.. 나는 괜찮아..! 축구도 잘 못하고..”
아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존스! 너 축구 좋아하지 않았나..?”
“에이.. 나는 체구도 별로 안 크고.. 잘 못하는데.. 민폐만 될 거야..”
아이가 옆에 서있는 존스를 향해 물었다.
“와! 아저씨 덩치 정말 크네요. 이름이 뭐에요..?”
당황하는 존스.
그가 어물거리다 대답했다.
“아..내.. 내이름은 호세야.”
“호세요..? 이상한 이름이네.. 아무튼 알겠어요.”
축구 코트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
존스라고 불린 꼬마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꼬마가 존스를 향해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몸이 엄청나게 크니까.. 뭐든 잘 하겠죠..?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하시겠죠..?”
“......”
꼬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는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아이들이 전부 사라진 축구장.
하지만 존스와 꼬마는 그 안에 서 있었다.
꼬마는 축구공을 들고 이것저것을 연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존스.
잘 안 되는 드리블을 억지로 하다가 넘어진 꼬마.
넘어진 채로, 꼬마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안한다고 하길 잘했어요. 이렇게 넘어져서 망신만 당했을 거예요.”
꼬마가 아픈 다리를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축구공은 이제.. 창고에 넣어둬야겠어요.”
존스가 바닥에 굴러가는 공을 발로 잡았다.
“좀 더 연습해 보는 게 어떻겠니?”
그 말에, 꼬마가 대답했다.
“축구 선수가 되려면... 우리 동네뿐 아니라... 몇몇 동네를 통 틀어 가장 잘 해야 된데요.”
슬픈 표정을 짓는 꼬마.
“제가 어떻게 그 안에 들겠어요..”
공을 잡은 존스를 뒤로 한 채. 꼬마가 터벅터벅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축구는 하지 않을래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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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코멘트를 달아주신
SE바다빛우주,담뇨,歪曲,루미젤,iaksal,셰이크,kunhe,롤리팝
님 감사드립니다!
SE바다빛우주 @이거 내용이 상당히... ㅋㅋㅋ
/내용이 상당히... 뒤에 생략된 말은 ..[...] 무엇일까요. 허허
상당히.. 대탈출스럽다..?
kunhe @요샌 리맆신청댓글 줄어든듯ㅋ 전편엔 저만했네요 독자들 늘어나는 페이스가 좀 줄어든것같음
/독자들이 팍팍! 늘어나면 좋겠지만.. 뭐.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하. 일단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
-마치며.
대탈출 163편이 끝났습니다.
알 수 없는 카드를 뽑아.
꼬마를 만나게 된 존스.
어떤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대탈출 164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