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9 Episode 2-5 영원의 미궁 =========================================================================
눈을 감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케라.
케이시는 그의 마음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케이시의 배가 고파질 무렵이 되서야.
그가 눈을 떴다.
허공을 바라보며.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거울 카드를 .. 잠시 보여주게."
그에게 온 새로운 기회.
케이시에게 카드를 받아드는 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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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거울.
오래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무생물이 있었다.
행복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을 부러워 한 그것은.
자신이 아닌 남을 완벽하게 따라 하기에 이르렀다.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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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이 오두막 안의 이곳저곳을 향했다.
자신과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정든 오두막.
알 수 없는 인물에게 들은 탈출 방법.
그 스스로가 용기를 가진다면...
수백 번을 읽었던 책들을 바라보며. 케라는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죽어있던 것인가 생각했다.
'어쩌면 이 오두막에서.. 나는 이미 죽어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 카드 0번을 가지고 있나?"
갑작스런 케라의 물음에. 케이시가 자신의 주머니 속을 뒤졌다.
마법카드 NO.00.
여러 가지 카드의 번호를 확인하던 케이시의 동작이 멈췄다.
"...가지고 있나보군.. 건네주게."
조심스럽게 카드를 내미는 케이시.
카드를 받아든 케라가 착잡한 표정으로 카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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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카드 No.00.
♣자기 살인
스스로를 죽인다.
※이 카드의 소유자 : 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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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을 넘겨주게."
케라의 말에. 케이시가 소유권 이전 주문을 말했다.
담담한 표정의 케라.
"잠시만 기다려주게나."
그가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지런히 책장에 꼽히는 책들.
책장을 깔끔하게 치운 그가. 부엌으로 향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케이는 문득 쓸쓸함을 느꼈다.
한참을 지나서야.
그가 다시 책상의 앞에 앉았다.
정리된 그의 오두막.
"이제.. 시간이 다 되었군.."
그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자신은 속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복제된 자신이 패배하면 자신은 이대로 죽는 것일까.
'......'
그가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책상의 위에 있는 안경을 바라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거울을 불러내면. 나와 나와 같은 존재가 생기게 될 것이네."
"...네."
케라가 안경을 집어 들었다.
"혹시. 그때에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없다면. 이것을 사용하게."
케이시를 향해 내밀어진 알이 작은 안경.
'안경알을 왜 이렇게 작게 만든 것이지..?'
"이건..."
어리둥절해하는 케이시를 바라보며, 케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진실의 안경' 이라고 하지.. 세상의 거짓을 알아낼 수 있는 물건이네."
"..아.."
"그것이라면... 누가 진짜 '케라'인지. 알 수 있을 것일세."
안경을 손에 쥐는 케이시를 보며. 케라가 작게 미소 지었다.
"만나게 되서 반가웠네."
무언가 대답할 말을 생각하고 있던 케이시의 눈에. 케라가 카드 한 장을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 [거짓의 거울] "
-복제하실 존재의 숫자를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 [한명] "
삐이이이이이.
귀에 이명 음이 끊임없이 들리며.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앞뒤 좌우가 분간되지 않으며.
평행감각이 무너져갔다.
케이시가 구토를 하기 직전.
세상이 다시 잔잔해졌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케이시.
그녀의 귓속에 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경을 사용해주게."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두 명의 케라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두려움.
케이시는 그것을 알았다.
"...알겠어요."
자신의 손에 들린 안경을 눈으로 가져가는 케이시.
안경의 알을 통해 세상을 보자.
자신의 눈이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녀의 시선이 두 명의 케라를 향했다.
아니.
진실의 안경을 통해 보자.
한명의 케라와
하나의 거울이 보였다.
'......'
오른쪽에 있는 케라가. 케이시의 시선을 느낀 듯 착잡하게 웃었다.
"내가 가짜인가 보구만.."
고개를 끄덕이는 케이시를 보며. 왼쪽에 있는 케라가 그를 바라보았다.
"잘 부탁하네."
자신을 향해 부탁의 말을 하는 케라.
그를 향해. 가짜 케라가 말했다.
"자네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나라네. 꼭 원하는 바를 이루겠네."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케라.
두 명의 케라가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며.
케이시는 자신을 믿었던 다른 케이시들을 떠올렸다.
'반드시... 나도 그녀들을..'
"이별의 시간이군.."
케라가 카드를 들어올렸다.
NO.00.
자기 살인.
"뒷일을 부탁하네."
잠시 카드를 바라보던 케라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주문을 말했다.
"...[자기 살인].."
케라의 몸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오두막의 안에서.
케이시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다.
***
석실의 안.
돌로 된 의자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늙은 여인.
니세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케라가..... 죽었어?"
그녀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하하하...하하...."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숙원.
그녀가 알고 있던
마지막 한 장의 카드.
케라 카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케라 모양의 인형을 보며. 그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하하하하"
길고 길었던 세월.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케라를
작은 소녀가 해치운 것이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녀의 눈이 야망으로 빛났다.
소녀가 가져오게 될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이제 자신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다.
"하하.."
인류를 구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녀가 계속해서 헛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드디어.."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황금의 황제.
이제 그도. 자신의 뜻을 이해해 줄 것이었다.
'황제.. 곧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
죽은 케라의 몸을 옷가지로 덮는 또 다른 케라를 보며. 케이시는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또 다른 케라의 팔다리를 가지런히 눕혀 놓고 나서야. 케라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 남은 2장의 카드. 하나는 니세나 카드.. 그리고 또 하나는..."
그가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무언가를 꺼내는 케라.
그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가 케이시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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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 NO.1.
♣거짓말쟁이 카드
자신이 원하는 카드 이름과 설명을
카드에 새겨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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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일세.."
케이시에게 카드를 건네는 케라.
"...거짓말쟁이 카드?"
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카드종류와 설명을 넣을 수 있네. 하지만 진실은 적어 넣을 수 없네."
"이것을..왜 저에게..?"
그의 늙은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이제부터.. 니세나를 잡으러 가겠네."
***
석실에 나타난 남녀를 바라보며. 니세나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추가된 하나의 돌 의자.
쇠사슬에 묶여있는 케라를 바라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무슨 일이.. 일어난.."
그녀가 만든 미궁의 설계에서. 케라는 절대로 자신의 방을 탈출 할 수 없다. 그 스스로가 죽어야. 미궁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니세나...많이 늙었군."
낮은 톤이 음성이 석실에 울려 퍼졌다.
니세나가 몇 장의 카드를 집었다.
케라에게 카드를 들어 올리는 니세나.
"케라.. 당신은 이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이건.. 말이..."
주문을 외우려는 니세나의 모습을 보며. 케라가 피식하고 웃었다.
"니세나.. 정말 많이 늙었군.. 나와 함께 있는데.. 어찌 카드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인가?"
니세나의 등골이 찌르르 울렸다.
케라 카드.
카드를 소지한 자의 주변에서는
그를 제외한 어떠한 사람도.
카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애초에 카드로는 이길 수 없게 설계되어있는 케라.
그것은 그 누구보다 니세나가 잘 알았다.
그녀가 이 미궁의 설계자였으니까.
니세나의 손에서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니세나를 바라보며 케라가 입을 열었다.
"진정하게나.. 예전 이야기를 하자고 온 것이 아니니. 그리고 케라가드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네."
그의 시선이 케이시를 향했다.
그제야. 니세나는 케라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럼 당신은..."
자신을 바라보는 니세나를 보며. 케라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가짜지."
니세나의 머릿속에서. 케이시와 케라가 했을 행위가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다..당신. 자기 자신을 죽인건가요..? 그런 것이.. 가능할리가."
그녀의 말에. 케라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더 이상.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
케라의 섬뜩한 눈빛.
니세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케라가 입을 열었다.
"니세나. 나는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왔네."
".....무슨.."
케라가 케이시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케이시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테이블의 중앙에 놓쳐지는 카드. 그녀가 니세나를 향해 말했다.
"...보세요."
미심적은 표정을 지으며. 니세나가 카드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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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카드 NO.99.
♣관리자
회색방 관리자 블루문은. 자신에게 대항했던 니세나를 비웃으며
그녀가 만든 공간의 몇 가지를 수정했다.
121장의 카드 외에, 모아야 되는 카드를 더 만든 것이다.
관리자가 추가한 카드는 2장.
한 장은
'힌트카드NO.99'
또 한장은
'니세나카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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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니세나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썼던 방법.
어떤 존재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가 목숨을 끊어야 하는
영원히 나올 수 없는 미궁.
그는 그녀를 비웃듯.
그녀의 방법으로. 그녀를 가두어 버린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
니세나의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그런 거였어.. 그런거였어.."
실성이라도 한 듯. 니세나가 미친 듯이 웃었다.
눈물이 나올 때 까지 실컷 웃는 니세나를 보며. 케이시가 긴장되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니세나가 웃음을 멈췄다.
"..그래..이 정도는 되야 블루문답지.."
눈물을 닦은 그녀의 귀에. 케라의 말이 들렸다.
"뒷면도 보게나."
니세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뒷면..?'
미궁의 숲 카드에 뒷면은 없다. 인상을 찡그린 니세나가 카드를 뒤로 뒤집었다. 그곳에는 다른 글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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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방 관리자는. 그녀를 비웃듯.
그녀가 죽지 않고 '니세나 카드를 획득하는 방법' 을 남겨두었다.
그녀가 스스로 '자기 살인' 카드를 사용하면.
50프로 확률로. 죽지 않고도 '니세나 카드를 획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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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세나의 눈에.
자신을 비웃고 있는 관리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블루문..."
카드를 우그러뜨리는 니세나.
이를 악 문 그녀를 바라보며.
케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니세나. 나는 이미 선택을 했지."
니세나의 눈에. 섬뜩하게 웃고 있는 케라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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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코멘트를 달아주신
phara,내ㅙㅈ?,jdh1020,달나라토끼,붉은빛마녀,매직쾌두,kunhe,루미젤,알테마웨폰
님 감사드립니다.
phara @사스가 시현 대단하군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 그것이 시현 아니겠습니까...
kunhe @드디어 한다한다 하시던 연참을 하셧네요 ㅎ 그나저나 역시 시현은 천재 나중에 삼국시대로떨어져도 살만하겟음 외전으로 써보는건 어때요? ㅋ
/독자님들이 연참을 좋아하시는것을 당연히 알고있지만.. 지금에서야 소소한 연참을 했네요.
시현이 삼국시대로 떨어지게 된다면. 그 외전 에피소드만으로 900편은 쓸 수 있겠군요[..]
시현 in 삼국지. 라고 이름을 지으면 되겠습니다.
그외에 많은 독자분들의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즐거워 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이번편은 용량도 신경써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치며.
대탈출 159편이 끝났습니다.
자신을 죽이면서 까지. 오두막을 떠난 가짜 케라.
그를 바라보는 니세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케이시.
그들의 운명은.
대탈출 160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