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149화 (149/373)

00149  Episode 2-5 영원의 미궁  =========================================================================

상대방을 본 케이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갈색머리에 작은 몸.

검은색 칼을 든 소녀가. 자신을 쳐다보았다.

똑같은 칼 두 개가. 서로를 노리고 있었다.

케이시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타난 상대방의 모습은

자신과 똑같은

또 한명의 케이시였다.

***

“뭐..뭐야 넌!”

“뭐..뭐야 넌!”

어두운 숲 속.

똑같은 갈색머리의 소녀가 서로를 보며 외쳤다.

케이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만난 순간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본능적인 두려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를 바라보며, 그녀는 어린 시절 들었던 도플갱어의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도플갱어를 만난 사람은 죽는다.)

“다.. 다가오지 마!”

상대를 향해 독이 묻은 칼을 들어 올리는 케이시. 그녀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상대방도 조금씩 뒤로 움직였다.

(도플갱어는 진짜를 죽인다. 그 후. 그 사람의 행세를 한다.)

부스럭. 부스럭.

그녀와 케이시가 멈추어 섰다.

상대와 15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

케이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도플갱어... 침착해..’

그녀의 눈에, 겁에 질려있는 상대편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자신도 저것과 같은 표정일 것이었다. 그녀를 향해, 케이시가 어렵게 입을 땠다.

“너.. 너는 누구지..?”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표정의 상대편.

그녀의 대답은.

“무..무슨 소리야.. 이 괴물. 내 모습을 따라하지 마!”

오히려 케이시를 향했다.

겁에 질린 목소리.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도플갱어는 진짜의 몸을 빼앗는다.)

케이시가 상대편을 향해 소리쳤다.

“날 죽이고 내 행세를 하려는 거지!?”

상대방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케이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아.

하아.

케이시의 호흡이 가빠졌다.

부스럭.

상대방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마!!”

“너야말로!!”

주르륵.

칼을 쥔 손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조금씩, 팔이 떨려왔다.

상대편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자신도 저렇게 손을 떨고 있을 것이다.

‘상대편의 정체를 밝혀야 해... 저것에게는 없고 나에게 있는 것..’

문득.

니세나가 건네주었던 카드들이 생각났다.

화염구. 뱀 떼. 슬로우.

칼을 든 오른손으로 상대방을 겨눈 채, 왼 손으로 주머니 속에 있는 카드들을 뒤졌다. 긴장해서 그런지, 카드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카드가 손에 잡히는 순간. 케이시가 상대방을 향해 소리쳤다.

“네가 진짜라면! 니세나에게 받은 마법 카드도 가지고 있겠지!”

그녀의 외침에, 상대방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는 소녀.

케이시는 그녀보다 먼저, 카드를 한 장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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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카드 No.18.

♣슬로우

상대방의 움직임 속도를 1/2로 줄입니다.

한 시간에 한번 사용 가능

※이 카드의 소유자 : 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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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의 트릭은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다.

가짜라면, 아이템 까지 복제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네가 진짜라면.. 이 카드... 어?”

카드를 들고 소리치던 케이시가 말을 하다 멈추었다.

긴장한 표정의 상대편이.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낸 것이다.

‘설마..’

케이시에게 보이도록, 그녀가 카드를 뒤집었다.

슬로우 카드.

자신과 똑같은 카드를 들고 있는 상대방을 보며, 케이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이템까지 흉내 낼 수... 있는 건가?’

카드를 들고 있던 케이시가.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카드를 들고 있는 그녀.

‘겉모습은 모르더라도.. 능력까지는..!’

케이시와 상대편이, 동시에 주문을 외쳤다.

“ [슬로우] ! ”

“ [슬로우] ! ”

주문과 끝남과 동시에.

느려지는 상대방의 모습.

1/2배속 비디오테이프처럼.

어기적거리며 움직이는 소녀.

‘좋아! 주문까지 복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상대편을 향해. 케이시가 소리쳤다.

“이이 가아짜아야! 어어때!”

입을 여는 순간.

그녀의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느려진 건 상대편뿐만이 아니라

그녀 역시.

느려진 것이다.

‘뭐..뭐야..?’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상대편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자신도 저런 표정일 것이었다.

‘그녀의 카드도.. 진짜..?’

주륵. 이마에 맺힌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게..무슨...’

카드로는 진짜를 구별해 낼 수 없었다.

‘아니야.. 이럴 리가..이럴 리가 없어..’

상대가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슬로우를 풀자고..?’

얇은 카드를 잡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렸다.

상대방과 똑같이 슬로우가 걸린 지금.

서로간의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일단..’

“[슬-로우. 해-제]”

“[슬-로우. 해-제]”

동시에.

양쪽의 마법이 해제되었다.

그 직후. 상대편이 케이시에게 질문을 해 왔다.

“네가 진짜라면! ..설원에서 널 구해주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겠지!?”

그녀의 물음에. 케이시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케이시에게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대답해!”

설원. 적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곳.

케이시가 소리쳤다.

“당연하지! 그때 존스 오빠가 날 구해줬어! 그 당시에는 내 초능력도 절대 온도 뿐이었고!!”

상대방이 흠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과 똑같은 몸짓을 보며, 케이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너무나도 똑같은 행동.

이를 악물을 케이시가. 상대방을 향해 소리쳤다.

“너야 말로 대답해봐! 내 꿈이 무엇인지!”

칼을 내리지 않은 채로. 케이시가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고는 케이시를 향해 소리쳤다.

“환상향 맵을 거치면서! 모두가 각자의 사정 때문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그녀의 대답을 듣자.

케이시는

칼을 든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완벽하게 같은 생각.

‘뭐...뭐야..’

반사적으로. 케이시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나..나는 언니 오빠들에게 받은 편지들도 있다고..!! 인벤토리 오픈!”

케이시의 손에 <위기 상황 시> 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잡혔다.

그 모습을 보며, 상대편이 겁에 질린 모습을 했다.

“봐!! 나는..나.. 어..?”

편지를 손에 잡고 있던 케이시.

그녀가 칼과 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툭.

‘뭐...뭐야..이거..이거 뭐야..’

영원의 미궁.

니세나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초능력과 인벤토리 등을 사용할 수 없는 공간.

그런데 어째서.

편지가 자신의 손에..

‘거짓말이야...’

“이.. 가짜!!”

소녀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케이시의 정신이 깨져갔다.

‘아니야..아니야.. 내가..’

“아니야..무언가 잘못되었어.. 여긴..여긴 초능력을 쓸 수 있는 공간일수도..”

케이시의 중얼거림에, 상대방이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 가짜야!! 봐봐! 이곳에서 인벤토리를 사용하면 이렇게..된다고!! 인벤토리 오픈!!”

자신을 보라는 듯. 팔을 뻗는 그녀.

그리고 다음 순간에.

자신과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손에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위기 상황 시>

탁.

그녀가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죽은 낙엽 위.

풀썩 주저앉는 소녀.

“이..이럴 리..없...”

온몸을 덜덜 떠는 갈색머리의 소녀.

그 모습을 보며.

케이시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와 그녀가.. 모두 인벤토리 사용이 가능하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결론.

케이시가 풀썩. 하고 낙엽위에 주저앉았다.

‘그녀와 나 둘 다..... 가짜...?’

그녀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언니 오빠들과 역경을 이겨내며. 이곳까지 함께 달려왔던...

기억.

‘내가 가진 기억이... 전부 가짜..?’

온몸이 덜덜 떨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소녀가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진짜 케이시라고..’

케이시의 얼굴에서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정글섬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치던 시현오빠의 모습.

(케이시! 정신 차려! 케이시!! 꼭 살아야해!!)

환상향에서 자신을 놀리던 철수오빠의 말.

(대단하군! '얼음폭탄' 양! 이건 완전히 재앙급 초능력인데?)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진짜.. 케이시라고...’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면..

진짜 케이시는 영원의 미궁을 탈출하고

자신은...

케이시의 기억을 가진 채..

영원히 이 어두운 숲속에서..

‘시..싫어.. 절대.. 절대 싫어..’

그녀가 온몸을 덜덜 떨었다.

“내가..내가 진짜 케이시라고..내가..”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떨고 있는 갈색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저... 저애가 없으면..’

문득.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

진짜고 가짜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살아남는 하나가

진짜가 되는 것이다.

‘이..인벤토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초능력도..’

단 한방.

단 한방이라면

케이시가 고개를 들어 상대편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동시에. 두 명의 소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천천히

천천히

서로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

숲의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아이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케이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절대 온도!!)

(절대 온도!!)

케이시와 상대편의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눈동자가, 공포와 불안감으로 물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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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하늘에서뚝딱 @로ㄹ..아니 케이시는 보호해줘야합니다! 시현이 플래그도 없어졋는데 넘 굴리시다니!! 칸나한테 테이크다운당하시고싶으신가요..흐흐흐흐 그것도 나름 행복하ㄱ..아닙니다. 스스로를 의심하게된다하니 가볍게 생각하면 도플갱어.. 아니면 둘다 자기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가짜고 진짜는 잠들어있을지도..ㅎㅎ

/불쌍한 케이시.. 칸나에게 테이크 다운 당하면 가드해도 죽습니다요.. 질량 조금만 실어서 치면 가드한 제 팔목은 김 안녕[...]

어두 운 숲속. 과연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phara

@으흐흫흐 역시 케이시가 최고군요 으흐흐흐흐흫

/흐흐흐흐 케이시가 인기가 많군요. 등장인물 중 가장 강한 어린아이[...] 인 것으로 생각되네요.

장차 누가 업어갈지[..]

kunhe

@이제 한 3개월은 잠수탈일이 없겠죠 하하 3개월간 같이갑시다.

/3개월.. 허허 이왕이면 더 오래 같이 갑시다.

제가 열심히 성실연재를 해서. 계속해서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유희왕화 된 케이시를 벌써부터 기대하시는 여러분[..]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일대일로 붙어서 가장 쌘 케릭터가 누구냐고 물으신 분에게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대탈출이 대망의 150화를 향해 가는군요. 함께 달려주시는 독자님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는 케이시.

대탈출 150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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