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141화 (141/373)

00141  Unknown  =========================================================================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손바닥만 한 섬.

달랑 나무 두 그루만이 흰색 모래위에 서 있었다.

나무의 그늘 아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

근육질의 거대한 몸.

“이 스테이지는.. 좀 아닌 거 같아..”

모래위에 쭈그려 앉아서 수평선의 끝을 바라보는 존스.

[이곳에서 3일간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물. 물. 물밖에 없었다.

“에효...”

한숨을 쉬던 그가. 아무렴 어떻냐는 듯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휴가라고 생각하자. 무인도에서 뭐 위험한 것도 없을 것이고.’

지금 그의 고민은 하나였다.

‘.....심심해.’

아무 일 없이 바다만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심심한 일이었다. 달랑 나무 두 그루만 있어도 꽉 차 보이는 섬.

“...그나마... 야자수가 있어서 덜 외롭네.”

추욱 늘어진 야자수의 잎을 보며 존스가 푸욱 한숨을 쉬었다.

‘할일이 없을까......’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그가. 얼마 후 무릎을 탁 쳤다.

‘그거야!!’

인벤토리에서 햄버거 종이들을 꺼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존스.

<존스의 격투기 교본>

격투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던 칸나.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것이 아쉬웠던 그였다.

‘기술들을 그림하고 편지로 적어서 알려 주는 거야!’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딱 좋은 소일거리였다.

‘좋아.. 숨겨왔던 나의 그림실력을!!’

거대한 거한이. 조그마한 볼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10분 후.

존스는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웠다.

그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림을 더럽게 못 그리는군!’

파란색 하늘에 흰색 구름들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해야......’

눈을 감고 고민을 하는 존스.

얼마간 고민을 하던 그가 시스템 음성에 눈을 떴다.

-띠링-

‘뭐지..?’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 확인되지 않은 사용자가 게이트를 열고 있습니다. 관리자 승인 중... 승인 허가 확인, 차원관문이 열립니다. ]

‘이건.....’

존스의 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등록되지 않은 Unknown 사용자가 섬 지역에 도착합니다 ]

‘좋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이곳에서 존스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의 초능력이 상대편의 공격을 미리 읽을 수 있다고 해도. 그가 사람인 이상 땅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만약 지금 나타나는 상대편이 공중 이동이 가능하다면... 존스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었다.

‘젠장...’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응?’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작은 점.

그리고 떨어지는 위치는... 존스와 가까운 곳이었다.

“엇!”

본능적으로 가드자세를 취하는 존스. 마음 같아서는 회피하고 싶었지만. 손바닥만 한 섬에서 딱히 회피할 공간도 없었다.

‘운석낙하 공격?!’

검은 점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존스가 이를 악물었다.

‘낙하속도가 너무 빨라.. 궤적을 읽는 순간. 이미 타격이 들어올 거야...젠장!’

존스가 가드자세를 유지한 채두 눈을 감았다.

하늘로부터 날아온 물체.

-퉁!!-

거대한 물보라가 솟아올랐다. 가드자세로 굳어있던 존스가 슬그머니 실눈을 뜨자. 하늘로 부터 떨어지는 물벼락이 보였다. 괴물체 낙하의 여파.

별 생각 없이 물보라를 맞은 존스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왔다.

“으어어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물보라의 힘이 너무 강력하여 섬 밖으로 밀려날 뻔 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섬의 가운데에 있는 야자수를 잡지 않았다면 지금쯤 물속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파도 힘이.. 장난 아닌데..?’

가슴을 쓸어내리는 존스.

“옷.. 다 젖어버렸네.”

머리를 매만진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상의를 벗었다. 구릿빛 피부와 강인한 신체가 드러났다.

‘음.. 바지도 말려야 하나..’

아무 생각 없이 바지에 손을 가져간 존스. 그의 머릿속에서 경고가 울려퍼졌다.

‘아차! 언노운 유저!’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의 공격이 상대방에 의한 것이라면. 몇 번의 공격이 더 있을지도 몰랐다.

하늘에 있는 구름사이를 쳐다보는 존스의 뒤에서 ‘푸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으억!!”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는 존스. 그가 몸을 돌려 킥복싱 자세를 취했다.

“누구냐!!...잉?”

그의 바로 앞에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한 회색머리 여자가 서 있었다.

“아오. 낙하지점이 좋지 않았...음?‘

서로를 바라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는 남녀.

170cm 정도의 소녀와. 190cm 의 거한이 서로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양쪽 모두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존스가 먼저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화가양?”

존스의 말을 들은 그녀가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존스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우리..몇 주 전쯤.. 만난 적이 있죠? 설원에서요.”

존스가 기억난다는 듯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설원에서 거대좀비를 상대하던 당시. 미녀와 미남의 그림을 수집한다며 돌아다니던 소녀였던 것이다.

설원이라는 말을 듣자. 그녀가 양손바닥을 짝. 하고 마주쳤다.

“아! 그때 옆에 있던 아저씨군요.”

“네.. 오랜만입니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키하고 몸이 많이 변하셨...”

말을 하던 존스가 흠. 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2주전에 만났을 무렵 160cm 정도에 불과했던 소녀가. 지금은 10cm가 넘게 자란 것이다. 그리고..

존스가 고개를 먼 바다 쪽으로 돌렸다..

‘슴가가... 2주 만에 저렇게 되는 게 가능해..?’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같았지만, 키와 몸매가 몰라보게 성숙해진 것이었다. 그녀가 손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짜며 존스에게 물었다.

“혹시.. 칸나, 시현님과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죠.. 시간상으로?”

존스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

“하루 전이죠.”

“아!”

아쉽다는 듯이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치는 그녀.

‘미녀와 미남을 찾아다닌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름이..’

존스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리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그런데.. 이름이.. 뭐라고 하셨었죠..?”

“...으.. 아.. 네?”

그녀가 입을 벌린 채 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 이름이요. 제 이름 드라세나에요. 오래 되어서 잊으셨죠? 당신 이름은요?“

“드라세나님.. 이제야 기억이 나네요. 저는 존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손에 끼어져 있는 초록색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뭐.. 워프 실패라고 할까요.. 아하하하하.”

“...자유자재로 회색 방을 넘어다니실 수 있습니까?”

놀란 표정을 짓는 존스. 드라세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건 아니고.. 특수 아이템이 있어서요. 보실래요?”

그녀가 자신의 손을 존스에게 내밀었다. 끼어져있는 초록색 반지가 보였다. 존스가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반지만 있으면 이동이 가능한 겁니까?”

“에너지만 충전되면요.”

“에너지..?”

약한 탁한 빛을 띠는 초록색 반지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이동시 영혼력을 엄청 먹어서... 자동 충전은 시간이 좀 걸려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존스. 그녀가 존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세한건 저도 잘 몰라요. 하하하. 그나저나, 이 스테이지 목표는 뭐에요? 싸우는 거? 즉, 나쁜 놈들 때려잡는 거죠?”

무언가 의욕에 차있는 듯 한 그녀를 보며 존스가 한숨을 쉬었다.

“음..그게... 여기는 그냥..”

“그냥요...? 그냥 다 해치우는 건가요?”

눈을 빛내는 드라세나. 존스가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섬에 3일간 있는 것인데요.”

“...네?”

얼빠진 표정을 짓는 드라세나. 잠시 후. 그녀가 야자수 아래로 가서 앉았다. 무언가 시무룩해진 표정.

‘......’

괜히 미안해진 존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두 명이 앉았을 뿐인데 섬이 꽉 차게 느껴졌다.

존스가 그녀에게 물었다.

“싸우는 것을 좋아하시나보군요.”

“...격투기... 재미있잖아요.”

의외인 그녀의 말에. 존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격투기 좀 하실 줄 아십니까?”

“...이론은 잘 모르지만. 상대 때리는 건 좀 해요.”

존스가 그녀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저번엔 화가라며..?’

무언가 미심쩍은 여자였다. 그녀의 옆모습을 노려보던 그가 이내 마음을 선회했다.

‘하지만 설원에서는 우리를 도와줬었으니... 괜찮은 사람이지 않나? 음.. 모르겠군..’

별 생각 없이 아까 적던 <격투기 교본>을 다시 인벤토리에 꺼내는 존스. 드라세나가 힐끗 존스가 들고 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존스를 보며 말했다.

“그림 정말 못 그리시네요.”

“......”

정곡을 찔리면 더 아프다고 했던가. 존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료들을 위해 격투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습니다만.. 잘 안되는군요.”

존스의 말에. 그녀가 눈을 빛냈다.

“와.. 격투기 교본이요..? 그 교본...다 만들면 동료들에게 보내시는 건가요.?”

눈에서 호기심이 일렁이는 그녀를 보며 존스가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뭐.. 그렇죠.. 하지만 그림이 이게.. 음..”

“저 잠시 보여줘 봐요!!”

종이를 보여 달라며 손을 뻗는 그녀에게 머뭇거리던 존스가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를 건네주었다.

-----------------------------

멤버들을 위해 격투기 교본을 만들어 봅니다. 내용을 다 숙지하신 분은 이 글을 보지 못한 다른 분께 전달해 주세요.

< 존스의 격투기 교본 >

1. [로우킥]

상대방의 허리 아래부근을 차는 기술. 회전력을 사용한다. 펀치와 섞어서 사용할 경우 막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주먹만을 사용하는 복싱에서 팔 길이. 즉 리치가 길수록 최대사거리가 증가하고 싸움에 유리하다. 하지만 로우킥을 장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대 사거리가 팔 길이가 아닌 다리 길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차는 법.

...

------------------------------

여러 가지 격투기 용어들이 써진 종이를 보며 드라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격투기 이론이.. 이런 거였구나..?”

그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존스 씨 이거요!! 그림!”

“네...?”

<존스의 격투기 교본> 이라고 써진 낱장의 종이를 흔드는 그녀.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존스를 향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거 그림 제가 그려드릴게요! 대신에 격투기 이론 좀 알려주세요!”

“...네?”

눈을 빛내는 그녀.

당장이라도 격투기에 입문하고자 하는 눈빛.

‘로우킥 차는 여자 화가?’

존스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phara

@학교갔다 왔더니 두편....!!!!!!!갑자기 페이스가 상승됬다

/허허허. 심지어 오늘은 2일 밤을샜는데도 업로드를 하고있는 페이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늘에서뚝딱

@근대 하나하나 다 따져보면 범죄자중에 몇몇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는 다 뒷이야기나

사연이 있을거에요 어렷을적 학대라던가 힘든 가정형편이라던가... 하지만 아시다시피 뭐라고해도 살인이나 다른범죄가 미화되선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에서 정당방위라면 모르겠지만 ㄷㄷ 암튼 올가의 반응은 과연 어느쪽일것인가!!

@아 이상한 말을 한거같아서..ㅎㅎ 이건 작가님에게 하는말이 아니라 갑자기 생각걸 주절주절한거라 뭔뜻인가하고 고민마시길 ㅎㅎㅎㅎ 암튼 연참 좋아요~~ 냠냐아암

/나쁜놈들 중에서도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있죠. 어쩌다보니 나쁜 길로 빠지게 되었다던가.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남편의 폭력이라던가 약물에 영향을 받아 뇌가 성숙하지 못하고 태어나게 되었다던가. 선천적으로 사이코 패스인데 사람들하고같이 살아가는 교율을 받지 못했다던가...

진짜 악질적인 녀석도 가끔가다 잇지만. 대부분의 악당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합니다.

사이코 패스의 경우 잠자리를 죽인는것과 사람의 죽이는 것의 차이점을 모른다고[...]

-마치며-

드라세나와 만난 존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