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전설의 용사 (The Legendary Hero) =========================================================================
결국. 요한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바닥에 있던 차가운 물웅덩이가. 그의 몸을 적셨다.
야수가 요한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입 밖으로 삐져나온 야수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요한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
동쪽 성문 지역.
“문이 열리지 않게 막아!! 버텨야 해!!”
수십 명의 병사가 성문이 열리는 것을 막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성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다른 부대들은 언제 도착하는 거야!!”
야수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도시는 끝장이었다.
이스나엘의 경우 산과 바다를 낀 도시.
성문은 단 하나.
이곳이 돌파당한다면. 군인은 몰라도.
도시에 사는 모든 민간인은 죽은 목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젠장!!!!”
쾅. 쾅. 성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으아아아아!!”
등을 성벽에 기댄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성문이 열리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몸의 추위와 빗속에서의 땅의 미끄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시의 사람들이라 함은. 병사들의 가족.
이곳에서 죽을지언정. 성문만은 절대 뚫리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절대로 지나가지 못한다!!”
쾅. 쾅. 성문을 막고 있는 병사들의 온몸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그들의 입에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순간. 문을 두드리는 야수들의 소리가 멈췄다.
“..무.물러간건가?”
“빨리!! 성문을 막을 것들을 구해와!! 나무판자 쇳덩어리 전부다 빨...”
성문에 대한 공격이 멈춘 순간. 조장으로 보이는 병사가 다른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했지만. 야수들이 더 빨랐다.
-쾅!!-
“크아아악!!”
수십 명의 병사가. 부서져버린 문과 함께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크르르르..-
병사들의 눈앞에. 3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물이 몸을 드러냈다. 거대한 고릴라를 닮은 그것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의 먹이인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안 돼!! 괴물들을 저지해!!”
수십 명의 병사들이 성문으로 다시 뛰어갔지만. 괴물이 팔을 휘두르자. 모두 힘없이 치여 날아갔다.
“크아아아악!!!”
성문근처 물바닥에 핏물 섞이기 시작했다.
‘막아야 해. 제발.. 막아야 해.’
두려움이 병사들을 감싸 안았다.
‘이곳이 뚫리면.. 내.. 가족들이.. 내 가족들이!!’
병사 한명이 거대한 괴물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병사의 두 다리가 허공에 뜨며 그 자리에 넘어졌다.
‘크윽..뭐야..’
“좋은 용기였습니다.”
흑색 갑옷을 입은 검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검은색 검을 뽑아들었다.
“다..당신은”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검은 검사.. 검은 검사가 왔다!!”
그의 뒤로. 플레이어인 카푸의 모습이 보였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인간군 최강의 검사.
‘안디가‘가 등장한 것이다.
***
“...이..인간이 아닌가?”
단 한명.
검은 갑옷을 입은 검사 한명이. 성문 지역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바람. 질풍.
어떤 단어가 그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을까? 괴물의 앞쪽을 베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그는 괴물의 등 뒤에 존재했다.
-크워워워워...!!-
몇 초도 되지 않는 순간.
괴물의 몸에. 수백 개의 검상이 생겨났다.
-쿵-
거대한 괴물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고여 있던 물들이. 주변으로 비산했다.
수백의 괴물들이 성문으로 돌격해 왔다.
저벅. 저벅.
검은 검사가 물웅덩이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일말의 두려움도 없는 움직임.
괴물들이. 그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그는. 단 한번.
검을 휘둘렀다.
단 한번이었을 뿐인데.
달려오던 수십의 괴물들이
균형을 잃으며 쓰러졌다.
자신들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던 듯.
괴물들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앞으로 미끄러졌다.
“검은 검사가 왔다!! 검은 검사가 왔어!!”
절망적인 표정이었던 병사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 명의 검사가.
마왕군의 진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시현.
그가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하나 꺼냈다.
<< 위기상황 시 >>
디펜더스 멤버들이 헤어지기 전에 서로 적어준 글.
빗속에서. 시현은 그 글을 읽었다. 그의 눈이 아래쪽에 쓰여 있는 문장에서 멈추어 섰다.
< 이그네스 : 최후의 최후까지도 희망은 존재합니다. >
잉크가 빗방울에 번지기 시작했다. 시현이 인벤토리를 열어 종이를 다시 넣었다. 그의 눈동자가. 방금 전과는 다르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희망은 존재한다. 포기하지 마 시현.’
그가 이를 악 물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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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님이 채팅에 참여하셨습니다.
B : 동쪽 성문을 검사 분이 막고 있습니다.
A : 나도 장비를 점검한 후 증원을 가겠어.
C : 저는...
B : 하지만, 검사 분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인간인 이상. 체력이 무제한인 것은 아니니까요.
A : ...조금만 버텨보라고.
C : ...체력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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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 대화를 마치고 채팅창을 닫았다.
쏟아지는 빗방울 속에서.
시현은 자신이 추위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에시의 목걸이.
그의 유품이 시현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내 목숨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모두가...’
(최후의 최후까지도 희망은 존재합니다.)
시현의 머릿속에서. 용사의 방에서 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행성 엘카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과거 회생방의 플레이어였던 사람들의 자손이 퍼져있는 행성입니다.)
(존재할지도 모르는 ‘전설의 용사’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회색방 시스템의 추측 결과, 이 행성의 용사후보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현이 감았던 눈을 떴다.
“설마..”
-우당탕탕-
웬 거지 한명이. 쓰레기통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으익!! 빨리 도망가야 되는데.”
시현이. 거지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점이 있는...
‘점?’
시현은. 소녀 페이가 말했다는 거지에 대해 생각했다.
(얼굴에 점 있는 거지 아저씨가...)
'작은희망이라도.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이봐요!!”
반사적으로. 시현이 그에게 달려갔다. 바닥에 있는 물들이 얼굴까지 튀어 오르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시현이 거지의 팔을 잡았다.
“히힉! 뭐야!! 왜이래!!”
거지가 놀란 눈을 하며 팔을 빼기 위해 힘을 주었다. 시현이 외쳤다.
“요한의 아버지에 대해 더 아는 것이 없습니까?!”
“..어..어떻게? 모..몰라 당신 누구야!!”
“요한의 아버지를 찾아내는 것에 이 세상의 운명이 달렸을 지도 모릅니다!!”
거지가 시현의 손을 뿌리치려고 바동거렸다. 시현이 거지의 한쪽 다리를 잡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우당탕탕 하며. 쓰레기통과 시현. 그리고 거지 마피가 한꺼번에 넘어졌다. 깊은 물 바닥이 크게 출렁였다.
“야이 미친 새끼.. 나한테 왜 이래!!”
시현이 거지의 멱살을 잡았다.
‘요한이 전설의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마음상태를 안정시켜야 해! 그 열쇠는 요한 아버지의 행방!'
“정말 숨기는 것!! 없습니까?!”
시현은 페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거지 마피가 숲 속에서 요한의 아버지를 보았다고 했을 때. 요한의 아버지의 얼굴과 음성은 똑똑히 기억하지만. 왜 같이 있었던 나머지 한명의 음성과 복장등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는 것일까?
순간적으로, 마피가 시현의 눈을 피했다.
‘숨기는 것이 있다!’
“말하십시오!! 모두의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흙탕물 속에서. 시현이 마피의 멱살을 잡았다.
***
야수가 요한을 덮쳐왔다.
‘제..젠장. 살려줘!!’
“으아아악!!”
입을 연 야수가. 요한을 통째로 삼키려고 했다.
요한이 두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퍼억-
둔탁한 타격소리와 함께. 야수가 깨갱하며 뒤로 날아갔다. 요한이 눈을 뜨자. 술 냄새와 함께 뚱뚱한 뱃살이 눈에 들어왔다.
“카리안..아저씨...?”
술주정뱅이 카리안이,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하군."
***
“말하십시오!! 모두의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흙탕물 속에서. 시현이 마피의 멱살을 잡았다.
“몰라!! 모른다고!!”
마피가 온몸에 힘을 주었다. 시현의 몸이 옆으로 넘어갔다. 질세라. 시현이 다시 몸을 뒤집었다. 흙탕물 속에서 시현과 마피가 뒹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면! 그냥 말해주면 될 것 아닙니까!!”
“몰라!! 모른다니까!!”
"젠장!!"
이대로는 안된다는걸 깨달았을까?
시현이 마피를 놓고 일어났다.
후우.후우. 하고 시현이 거친숨을 토해냈다.
빗방울을 맞으며.
시현이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후.
시현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금색의 코인.
“그..금화?”
거지 마피가.. 넘어져있는 상태로, 놀란 눈을 했다.
시현이 애원조로 말했다.
“제발.. 부탁입니다. 숨기는 것을 말해주십시오. 사실대로 이야기 해 주신다면... 이 금화를 드리겠습니다.”
마피가, 침을 꿀꺽 삼켰다.
시현이 금화를 마피에게 건넸다.
시현이. 눈을 감았다.
마피가,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시현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사람들에게 속아 모든 재산을 탕진한 마피.
그는 이번에는 자신이 상대방을 속일 차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청년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
마피가 입을 열었다.
“...요한의 아버지와 같이 있던 그 자는.. 손에 십자 흉터가 있었어...”
띵. 하고
시현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손에 십자흉터..!!’
헤나의 집에서 만났던 자. 요한 아버지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
‘술주정뱅이 카리안!!’
시현이 빗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
카리안 : 과거 요한의 아버지 한리과 마수의 숲에서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 직후. 요한의 아버지는 사라진다.
검은 검사(안디가) : 인간계 최강의 검사. 카푸와 협력하여 동쪽 성벽을 단신으로 막아낸다. 순식간에 수십번을 베는 검격과 순간이동으로 착각하게 되는 움직임이 특징.
-작가의 말-
phara
황금검=>엑스칼리버 마왕은 여자였군요!!!흑화??
/마왕이 시현을 만나고 이렇게 묻는것이죠
"당신이, 나의 마스터인가?"
......
유입인
큭큭
/허허허. 유입인님 매번 감사드립니다.
하얀마왕
정주행!! 드디어 따라잡았네요 재밌어요!
/정주행 감사드립니다! 재미있다니 감사드립니다!
abcbbq
ㅋㅋㅋㅋㅋㅋㅋ 마왕이 용사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몸은 용사인데 마왕이 영혼을 잡아먹은건가?
/어떤 전개가 될지.. 사실 마왕이 착한놈이고.. 용사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
asfaF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한번 써 보겠습니다!
담뇨
b가 맡은 사람의 이야기가 안나오는걸 보니~ 후후
/이번화에 b가 맡은 사람인. 검은 검사가 나왔네요. 홀로 수백의 야수들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허허.
노무노무
난 그장면을 바라며 무려 110화나 보았건만 날 애태우기만 하는군
/[.....]
시현과 칸나가 같이 잠드는 장면은..
다메다메!! [...]
kunhe
하하하 제가 그짓하는건 작가님들이 주로 업뎃하는 정각시간대입니다 하하하 너무 놀라지 마셔요 ㅋㅋㅋ
/너무 빨라서 깜짝 놀랐네요 [..]
정각시간대에 업로드를 하면 대탈출이 순식간에 묻혀[...] 버리더라고요. 슬픕니다.
루미젤
ㅋㅋㅋㅋ 역시 회색방은 초반러쉬가 쩌는군요 마치4드론러쉬처럼 ㅋㅋㅋ 장기에서 포때고하는거랑같은난이도라고 볼수있네요 잘보고갑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인간군은 정비도 안되어있는데[...] 검은 검사 아니면 하마터면 본진 뚫려버릴 뻔 했네요. 저글링 러쉬가 오는데, 좁은 입구에 서있는 2파벳 + 2메딕 같은 효괄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뚝딱
카이마이님 이러시면 안되요..ㄷㄷ 시현사마는 신데렐라면신해서 카리안?을 유혹해 침실로 유인하고... 그리고 마왕도 유혹하고..ㄷㄷㄷ 본격 ts 꽃뱀물!!
/카이마이님의 엄청난 화력.. 앞으로의 스토리는.. 시현은 마왕에게 붙잡히게 되고.. 신데렐라 폼으로 유혹하며.. 해피엔딩으로..? [..]
카이마이
혹 이번 글 적으며 제 리플을 참고하신건가요, 아니면 원래 그리 쓰셨는데 제가 얻어걸린 건가요? 마왕이 용산사닛ㅋ
/허허허.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리플에 그렇게 다셔서.. 흠칫했었습니다[...] 마왕이 용사라면. 시현은 인간을 죽이는 편으로 가게 되겠지요?
카이마이
마지막 세코도 내것
/첫코, 두코, 세코까지 모두 해버리면.. 다음분들은 할게없는[..]
카이마이
간만에 두코도 독식
/이런시간에 독식이라니.. 멋집니다.
카이마이
첫코
/카이마이님이 간만에 뛰어난 스피드를 [..] 짝짝짝.
- 마치며 -
마왕군이 인간군 성 기습해서 깽판을 치기 시작했군요.
검은 검사씨가 없었으면 순식간에 밀려버릴 뻔 했네요.
요한의 아버지인 사기꾼 리한의 행방을 알고있는 자는, 헤나에게 눈독을 들이는 듯 했던 술주정뱅이 카리안. 점점 혼돈의 스토리가 되어가는 대탈출.
앞으로도 쭈욱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