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6 Episode 16 - 정당성 =========================================================================
그녀의 말이 끝났다.
천막 안에 무거운 공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오직, 임시로 설치된 노란색 랜턴만이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
케이시가 조용히 천막 밖으로 나갔다. 크렝크가 아브나의 옆에 나란히 앉아 그녀의 어깨를 잡아 주었다.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한두 명씩 천막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디펜더스 멤버들은 모두 천막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카이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임시막사가 완성되었습니다! 팀별로 다른 곳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그의 옆에 천으로 가려진 임시막사가 보였다. 철림이 한숨을 쉬고는 일행들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 일단 리벤지들이 없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지,"
시현과 일행들이 무거운 어깨를 끌고 비척비척 다른 막사로 들어갔다. 막사에는 천으로 덮여진 여러 개의 임시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현식이 카이마이에게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읽은 듯, 카이마이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점점 멀어져 갔다.
철림의 입이 열렸다.
"어떻게 할 건가?"
"......"
다들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었다. 모두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잠시 후, 시현의 입이 열렸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인다면, 그것은 정당할까요?"
"......"
쇼코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습니다."
"......"
철림이 천장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가 그를 벌할 자격이 있는가?"
"......"
현식이 말했다.
"쿠에시에게 부탁을 받았다고 들었지만, 쿠에시와 아브나는 둘 다 자신이 살기위해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네."
"......"
철림이 현식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만약 아브나를 죽여야 한다면, 쿠에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존스가 철림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희는 대부분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들의 사정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그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
다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시현이 입을 열었다.
"쿠에시 씨와 아브나가 같은 악인이라면, 저희는 윤리의식이나 도덕관념에 의거해 그녀를 벌하는 것이 아니라..."
"....."
"살인 청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시현의 말을 들은 모두가 작게 한숨 쉬었다.
한나가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아브나나 쿠에시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
"다들... 자신의 이상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 하실 자신 있으신가요?"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
시현과 일행들은 각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밤이 깊어졌지만, 회의가 진행되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각자 생각의 정리를 하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다.
밤이 깊어갔지만 다들 아브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 할 수 없었다.
시현의 옆 침대에 누워있는 케이시가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시현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녀가 천장을 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시현에게 물었다.
"시현 오빠?"
"......응?"
"...궁금한 게 있어서요."
"...응 물어봐."
"세상은 왜 이렇게 복잡한 거죠?"
"......"
"동화 속 주인공처럼, 착하게 살면 모두가 행복해 지는 게 아닌가요?"
"......"
시현은 케이시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밤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다.
***
첫 번째 임시 막사 안에서 크렝크가 양팔로 아브나의 어깨를 잡고 말하고 있었다.
"....아브나, 신경 쓰지 마."
"......"
크렝크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구원받았어, 네가 우리 모두를 살린 거라고."
"...크렝크 씨."
팀 리벤지 동료들이 아브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카가 아브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전부 이곳에 서있지 못할 거야. 고마워 아브나."
크렝크가 아브나를 보며 억지로 미소 짓고 있었다.
"복수해야 하잖아, 잊었어?"
아브나가 크렝크를 올려다보며 슬프게 웃었다.
"...잊지 않았습니다."
"좋아... 일단 밤에는 감상적이 되니까... 자고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크렝크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아브나를 바라보았다.
아브나가 미소 지으며 크렝크에게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안심이 된 듯, 크렝크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
모두가 잠든 새벽에, 아브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렝크가 자지 않고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가 잠든 크렝크의 얼굴을 몇 번 쓰다듬었다.
그녀가 팀 리벤지 멤버들을 한 번씩 둘러보고는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의 천이 걷히며 별빛이 잠시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
아브나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달도 그녀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상념에 잠겨있는 듯 했다.
( 우리는 너에게 구원받았어, 네가 우리 모두를 살린 거라고 )
한동안 달을 바라보던 그녀가 미소 지었다.
(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전부 이곳에 서있지 못할 거야. 고마워 아브나)
그녀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 좋아... 일단 밤에는 감상적이 되니까... 자고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
그녀가 희미하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 감정 봉인 (感情 封印) ] "
[ 어떤 감정을 봉인하시겠습니까? ]
그녀가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달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복수심, 두려움."
[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두 가지 감정이 봉인됩니다. ]
그녀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인벤토리 오픈."
어느새, 그녀의 손에 권총 한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권총을 몇 번 쓰다듬은 그녀가, 달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이 자고 있는 막사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오른손을 들어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한두 방울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바르게 살고 싶었습니다.
푸른 풀밭에 누워
미소 짓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왜 계속 앞만 보고 걸었던 것일까요.
가던 길에 있던 어여쁜 꽃 한 송이 보지 못하고
왜 앞으로만 계속 걸어갔던 것일까요.
뒤돌아 한 발자국만 걸었다면
너무 앞만 보고 걷지 않았다면
길가에 있는 한 송이 작은 꽃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습니다.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것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 행복이 무엇입니까? ' 라고 묻는다면
저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
...당신은 그 의미를 아시나요?
***
총구가 아브나의 이마에 닿았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약,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 철컥 -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행복한 곳에서 태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탕 !
============================ 작품 후기 ============================
.
-작가의 말-
하늘에서뚝딱
드뎌 결론이 나오고 다음편이면 마무리겠내요..흐흐 보자.. 리메전엔 이정도가 90화나 91화 였던거 같은데 도입부분이랑 수정부분으로 분량이 늘어난거갰지요..ㅎㅎ 자 이제 다다음편부터는 스포일러가 아니라 코난독자가 되기위해 머리를 핑핑 돌려야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스포일러는 얼마 남지 않았지요.
무서운 코난님들만이 남아있습니다[...]
작가도 생각이 많아지게 되겠네요 흑흑..........
리메로 인해 분량은.. 많이 늘어나서 벌써 96화군요.
kb도 엄청 늘어났고요..
유입인
큭큭.. 나의 지능적인 스포에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군..
/그렇습니다.[...] 저것은 스포인가 스포가 아닌가 헷갈렸음
카이마이
크으...이 쿠죠와 아브나의 에피소드는 진짜 기가막히는듯...
/쿠조-아브나-에퀴야-쿠에시. 돌고도는.. 에피소드.
루미젤
더지니어스시즌2끝난거아니였어요? 끝난줄알았는데?
/허허허. 7화가 끝난후 시청율이 급락할것으로 예상되는 지니어스입니다[...]
SE바다빛우주
역시 아브나 스토리는 다시봐도 슬픈 내용이네요..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 내면까지 괴물이 되는 건 참 슬픕니다
/괴물...
괴물을 이기는 방법이 괴물이 되는 것 뿐이라면.. 어떤 결졍을 내려야 할까요?
붉은빛마녀
돌고 도는 이야기~ ㅠㅠ 아놔 OTL
/그렇습니다.. 돌고~ 돌고[..]
쿠에시-아브나-에퀴야-쿠조
돌고도는 이야기이죠.
마치며.
96편이 끝났습니다.
어느새 선작이 600대가 넘어섰군요.
감개무량합니다[..]
좀 더 독자님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대탈출을 쓸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