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86화 (86/373)

00086  자신의 길  =========================================================================

전장의 한 가운데,

이그네스가 서 있었다.

수많은 기사가, 그녀를 둘러싸고 수십의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했다.

내리쳐오는 해골의 검을 막은 채, 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외쳤다.

"대신관님! 지금입니다!"

깊은 후드를 눌러쓴, 이그네스가 손을 앞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감정이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마그누스, 익스페리마 ]"

순간, 하늘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땅이 갈라지며, 신성한 빛이 바닥으로부터 올라왔다. 그녀에 주변에 있던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신성한 빛에 타격을 받은 듯 제자리에서 비명질렀다. 빛은 계속해서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그 기세를 몰아 기사들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더니, 쓰러져있는 기사를 바라보고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 그레이트 힐 ]"

황금빛의 물결과 함께, 쓰러져서 죽어가던 기사의 몸이 점점 되살아났다. 울면서 죽어가던 기사는 후드를 뒤집어쓴 이그네스의 모습을 보고 잠시 감사 인사를 한 뒤 다시 주춤거리고 있는 몬스터들의 사이로 뛰어갔다. 언데드 몬스터들의 진형이 뚫리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몬스터를 정리하며 서로에게 외쳤다.

"서쪽 지역! 섬멸했습니다!  3분대 지역으로 지원이 가능합니다!"

"우리에겐 ' 이그네스 대신관' 님이 계시다! 모조리 쓸어버리자!"

"와아아아아!"

몬스터들을 전멸시키고 포위망을 푼 이그네스와 기사들이, 다른 분대를 지원하기 위해 뛰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며 기사 한명이 이그네스에게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이그네스 대신관님!"

그 말에 이그네스는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기사가 이해한다는 듯 씁쓸하게 웃었다. 얼마간 달려가던 그들에 앞에, 압도적인 모습의 전장이 펼쳐저 있었다. 수천의 기사와 언데드 몬스터가, 서로 뒤엉켜 끝도 없는 금속성과 비명을 만들어 냈다.

기사들이 약간 밀리는 듯, 부상을 입고 쓰러지는 기사들의 많아졌다.  흉측한 몬스터들이 이그네스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도 일말의 동요도 없이, 기사와 이그네스들은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이그네스의 아름다운 입술이,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 홀리 라이트 ]"

하늘에서 신성한 빛이 떨어지며, 이그네스 주변에서 분전하던 기사의 상처가 낫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처를 바라본 그가, 이내 기쁜 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대신관님이 오셨다!! 대신관님이 오셨어!!"

한명의 기사로부터 퍼져나간 말은, 순식간의 수천의 기사에게 전염되어 갔다.

"대신관님이 오셨다!! 조금만 버텨라 !!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그네스님이 오셨어!! 살 수 있다!! 으아아아!!"

"우아아아아!!!!"

작은 함성의 물결이 점점 퍼져나가, 수천의 기사들의 기세가 불꽃같이 변했다. 그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언제 몬스터들에게 밀렸냐는 듯. 기사들이 분전하기 시작했다. 이그네스는 망설임 없이 전장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계속해서 신성마법을 사용했다.

"[ 마그누스, 익스페리마 ]"

하늘과 땅에서 신성한 빛이 나타났다. 그녀 주위의 수십의 몬스터가 타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의 기사들이 더욱 더 거센 함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우아아아아아!! 모조리 무찔러라!!"

"대신관님이 오셨다!! 이그네스님이 오셨다!!"

기세가 오른 기사들의 물결이 언데드 몬스터를 파도처럼 쓸어버리고 있었다. 대신관 이그네스가 온 이상. 절대 질 리가 없다는 듯. 기사들이 무서운 파도가 되어 몬스터들에게 밀려갔다.

"우아아아아아!!!!!!!"

"모조리 무찌르자!!!"

자신을 지나쳐 뛰어가는 수백의 기사들을 보며, 이그네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 세크리드, 홀드 퍼슨 ]"

이그네스의 신성마법에 의해, 전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었다.

***

남부의 몬스터와의 일전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이그네스는, 기사들의 환호성과 환대를 받으며 다시 교황의 대성당으로 돌아왔다.

힘든 일정을 마치고,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 와 있었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는 후드를 벗자 여전히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과 초록색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감정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인형사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인형을 만들었지만, 감정만을 부여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그네스 대신관님, 들어가도 되나요? )

그 말을 들은 이그네스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아마루이."

이그네스와 유일하게 대화를 하고 지내는, 아마루이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그네스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그네스님..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

"사람들이.. 대신관님이 너무 무표정 하다고... 대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아마루이의 말을 들으며, 이그네스가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사람을 구하는데 표정이 필요한가요?"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에서 희망을 봅니다..."

"......"

"진심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부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셨으면 합니다."

아마루이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고 있었다. 그런 아마루이를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그네스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방법을 물어보는 이그네스에게, 아마루이가 죄송하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당신의 진짜 마음은.. 이미 과거의 그날 멈추어 버렸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가짜로나마 웃음과 희망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 가짜도 상관없나요?"

"사람들이 그렇게만 느낀다면, 당신의 진정한 마음이 다르다고 해도..."

아마루이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숙여졌다. 그녀가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

"밝은 표정이 아닌... 밝은 표정의 가면을 쓰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 말을 들은 이그네스가 침실의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마루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마음이 아닌 표정만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연습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마루이, 이만 일어나세요."

아마루이가 묵념을 한 뒤, 방을 나갔다. 방에 홀로 남겨진 이그네스의 머릿속에, 과거의 비명소리와 원한에 찬 음성이 울려 퍼졌다.

( 네년!! 네년 때문에 우리가 죽은 거야!! )

( 네가! 네가 그때 신관만 따라갔어도!! 우리 아버지는!! )

( 네스!!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해 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았어!! )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신성력과 몸은 계속 성장했지만, 그녀의 시간은 과거에 멈추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과거의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녀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거울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표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 매혹적인 미소, 대신관이 지을 것같은 차분한 미소, 밝은 톤의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아닌

' 행복한 대신관의 가면 '을 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의 진정한 마음인 '소녀 네스'는 영원히 과거에 머무르고,

가짜 표정과, 거짓 웃음을 짓는 ' 행복한 대신관 이그네스'가 태어나고 있었다.

몇 시간 후,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똑똑 -

( 대신관님, 코레타전 승리 축하 연설을 하실 시간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 대신관님?! )

생전 처음 듣는, 대신관의 밝은 목소리에, 밖에서 이그네스를 부르던 사람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런 그에게 이그네스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시간에 맞춰 가겠습니다."

밖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대신관님이! 대신관님이 마음을 되찾았습니다! )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그네스가 따뜻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는 점점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

대성당의 강당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신전의 기사들과 각계 각층의 귀족들, 그리고 지방의 대 부호등이 이그네스의 연설을 듣기 위해 대성당에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대신관이 표정이 없는 인형 같다는 게 사실인가? )

( 말도 말게, 들려진 로브 안으로 무감정한 표정이 숨어 있다는구먼 )

( 그런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 할 수 있는가? )

( 난, 그녀의 무감정한 눈동자를 보고 소름 돋는 줄 알았네 )

그때, 이그네스가 강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그녀를 보며, 사람들이 놀란 듯이 소리쳤다.

( 헐... 저렇게 화사한 미소를 지은 분이라니.. 소문과 다른데? )

( 마음을 녹여 버릴만한 아름다운 표정이네... 반하겠군 )

( 저 확신에 찬 눈동자를 보게.. 그녀가 우리를 구원 할 것이네.. )

( 사람을 빨아드리는 ... 아름다움.. 이군.. )

웅성웅성 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이그네스가 지나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슬프도록 화사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강당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그네스 대신관의 신탁을 모두가 믿기 시작한 것이다.

"이그네스!  이그네스!"

누군가가 소리치기 시작했고, 한사람의 외침이 강당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그네스!  이그네스!"

"대신관 이그네스!  대신관 이그네스!"

"이그네스!  이그네스!"

이그네스가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화사한 미소로 인사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다.

이그네스의 표정이 변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사한 표정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당 전체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

세월이 지나며, 이그네스는 '네스의 마음'을 기억 저 편에 묻어두고, 대신관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언제 어느 때라도 차분하고 화사하게 웃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으며,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갔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마음의 시간은 소녀인 상태로 과거의 시점에 멈추어져 있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의 죄책감을 털어 낼 수 없었다.

몸과 신성력은 계속해서 자라지만, 마음이 과거 시점에 멈추어져 있는 존재.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언제나 환한 미소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해야 하는 존재.

그것이 '대신관 이그네스'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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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누스, 익스페리마 ]  : 하늘과 땅의 신성한 빛이 이어져 주변 15 M 를 신성한 지대로 만든다. 몬스터들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며, 약간의 타격을 받는다.

[ 세크리드, 홀드 퍼슨 ] : 언데드 몬스터의 동작을 잠깐 멈추게 한다.

-작가의 말-

담뇨

저번 외전 재밌었는데요~ 살인마가 착한애였다면ㄱ그거

/음..? 그런가요. 기회되면 한편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freeingan

존스: 나에게 보내는 심심한 위로♪

/존스와 쇼코편을 보고 계시군요.. [...]

freeingan

저 약쟁이 호세새끼

/그렇습니다.. 누구나 페어플레이를 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빨리 이루고 싶을때. 또는 자신을 믿지 못할때.. 도박이나 약물 등에 손을 뻗고는 하지요..

루미젤

연참 감사합니다~~ㅋㅋㅋ 그런의미에서 한편더.....ㅋ 하튼잘보고갑니다~!

/...그날이후로 작가는 죽었다고 한다

...[...]

즐겁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abcbbq

모든 트릭을 깨부순다! 브레이커즈! 물론 당신의 맨탈도 부숴드립니다

/시현의 새로운팀은.. 브레이커즈.. 일까요.. -0-;

abcbbq

다크시현+칸나+다수결의 방 맴버들로 브레이커즈를 결성한다면? 작가님의 다크력을 믿

/멤버구성은 이렇게 되겠지요

본성. 치후. 다크시현. 다크칸나.

[......]

칼데라린

이렇게 또 한분 과거가 밝혀지는구만

/그렇습니다.. 수녀님의 과거지요.

틈날때마다 멤버들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질 것 같네요.

유입인

깔깔

/허허허허허

나누키

흑흑흑흑 넘 슬퍼요 ㅜㅜ

/ㅜㅜ

이그네스..

그녀가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Sir아스라엘

언제나 잘보고 있으니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아스가드

작가님이 진화 하셨구나.. 두편이라니..

/그렇습니다..

[작가 초 진화!!]

....

원하셨던 독자님이 계서서 무리해보았습니다.

카이마이

네라를 설마 회색방애서 만나려나?리메전에도 궁금했었던 부분ㅋ

/으음.. 글쎄요

어떤 전개가 될 지..

그녀 역시 이그네스를 닮아 예쁘게 생겼기때문에

다시 등장한다면. 미모의 콤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Lyuna

잘봤어여~ 후우..

/코멘트 감사합니다 ㅎ 힘이 되네요!

하늘에서뚝딱

헐.. 방금 앞에꺼보고 갈려는데 신규가..ㅎㅎ 하얗게 불태우셨나보네요... 언능 주무시고 다음편을..ㅎㅎㅎ

10p에 네스를 네라로 적으신데가 있어요 .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10p의 네라는 덧글을 보자마자 고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따라 새벽업로드를 종종하네요.

-마치며-

어느새 또.. 86편에 도달해버렸습니다

이제 곧 대망의 90편이 되겠군요.

언제나 대탈출을 지켜봐주시는 독자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것을 알고 있지만..

계속 봐 주시는만큼

점점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럼. 다음 화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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