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자신의 길 =========================================================================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이그네스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침대의 아래에 이불이 굴러다녔다. 잠꼬대로 이불을 멀리 차버린 듯 했다. 그녀는 잠든 채 베시시한 웃음을 지었다. 큰 대자로 속옷만 입은 채 말이다. 그때. 집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네스양!! ) ( 네스양!! ) ( 할말이 있습니다! 네스양 )
남자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계속 울려퍼졌다. 그때, - 쾅 - 하고 네라가 이그네스의 침실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이그네스를 흔들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저사람 좀 어떻게 해봐!! 하루 이틀도 아니고!! "
희미하게 눈을 뜨며 잠에서 깬 이그네스는, 자신의 동생을 보더니, 베시시 웃고는 뒤로돌아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네라가 분노하며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아 쫌!! 빨리 옷 입고 나가봐!! 일어나!! 일어나!!"
한동안 네라에 의해 좌우로 빠르게 흔들리던 이그네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알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그리고 네라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한번 해준 뒤 침대에 옆에있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아 ! 뽀뽀 좀 하지마! 여드름 생기잖아"
이그네스는 동생의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화장대에 앉아 자신의 아름다운 초록색 머리를 빗어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옷들을 대충 정리한 뒤, 옷걸이에 걸려있는 편해보이는 옷을 입었다. 거울을 한번 바라본 그녀는 방문을 넘어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 끼익 -
"누구신가요?"
그녀의 앞에는, 꽃다발을 든 갈색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녀를 보자 그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이그네스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정말로 좋아합니다. 저와 사귀어 주십시오."
이그네스가 난감하다는듯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남자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강제로 일으켜져 있는 남자의 앞에, 미안하다는 표정의 이그네스가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케네이도 실패했군! )
( 벌써 30명은 넘은거 같은데! )
( 우리 공주님을 독차지하려고 하다니! )
꽃다발을 들고있던 남자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하더니 그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침울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이그네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뒤로 네라가 나타나 이그네스에게 조용히 소리쳤다.
"네스 언니! 오전에 남자들좀 오지 말라고 해! 시끄러워 죽겠어!"
"...오지 말라그래도 오는걸 어떻게 해?“
"밤에 돌아다니지좀 마!!"
빽 하고 소리지르며 네라가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아마 이그네스를 위해 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리라, 네라의 생각을 읽은 이그네스가 또 한번 베시시 웃으며 부엌에 있는 네라를 향해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
"네라야~ ♥"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준비를 하던 네라가, 뒤를 돌아보고는 오지말라는듯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런 그녀를 보지 못했는지, 이그네스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에게 거머리 처럼 달라붙은 이그네스를 향해, 네라가 바둥바둥 거리며 소리 쳤다.
"아 쫌!!"
***
이그네스는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의 초록색 빛나는 긴 머릿결이, 그녀의 발걸음에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한 남자가 다가와 작은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걸어가던 이그네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녀에게 갈색머리의 남자가 별 것 아니라는 듯 상자를 건넸다.
"그냥... 집에서 구운 애플파이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그런 그를 보고, 이그네스는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
이그네스의 화사한 웃는모습을 보고 잠시 멈추어 선 남자는,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졌다. 그런 남자를 뒤로하고 이그네스는 다시 도도하게 길을 걸었다. 그녀의 뒤로, 여러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쟤가 남부 지방에서 가장 예쁘다는 네스야? )
( 남부 뿐이겠어요? 아마 왕국에서 제일 예쁠수도 있어요)
( 와.. 장난 아닌데요? 보기만해도 빠져들 것 같아요 )
( 저 아름다운 초록 머리와... 육감적인 몸매, .. 나같으면 내 전재산을 주고라도 한번 대쉬해 보겠어 )
( 그래도... 안타까운게 소리가 들리던데.. )
( 무슨소리야? )
( 몇년전 몬스터 습격때, 네스 부모님 다 돌아가셨다는거 아냐... )
( 아.. 쯧쯧쯧, 하긴 그때 많은 사람이 죽었지 )
( 지금 모습을 돌아가신 부모님이 봤어야 하는데.. 아쉽구만 )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이그네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의 앞에 웅장한 건물이 서 있었다.
<< 케피야 국립 종합 예술 대학교 >>
그녀는 건물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스양, 이번에도 무용 점수 높다면서요?"
"네스씨, 그림 점수도 이번에 1등이죠?"
"네스씨..."
끝도없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케피야 국립 종합 예술학교의 최고 연예인, 성적 우수, 외모도 비견할 자 없는, 최고의 인기인 이그네스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멀리서 음악학부 학과장이 급한 듯 뛰어왔다. 동시에 이그네스를 향해 소리쳤다.
"네스!! 네스!! 큰일났다! 큰일났어!!"
멀리서부터 소리치며 다가오는 학과장님의 모습에, 다들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그네스를 향해 헉헉거리며 뛰어온 중년의 남자가, 이그네스를 향해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 그를 향해 이그네스가 물었다.
"무슨 일이죠? 학과장님?"
학과장은 따라와 보면 안다는 듯,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학과장 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그네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학과장에게 끌려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가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학과장님~ 저 조금 있다가 학생 대표 모임하러 가야되는데~ ♥ "
그런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학과장은 계속해서 그녀를 끌고 갔다. 그리고 결국은 학과장실의 문 앞에 도착했다. 학과장은 자신의 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들어가지 않고 문을 열어 이그네스만 들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이그네스는 천천히 방 안에 들어갔다. 뒤에서 학과장이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 딸각 -
앞에는 4명의 기사와, 수녀복을 입은 한명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이그네스를 보고 입을 열었다.
"네스양인가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그네스는 자신이 뭔가 잘못 한게 있나 생각하기 시작했다. 3일전에 사랑고백을 거절한 사람이 신전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나? 눈알을 굴리며 이런저런 기억을 하고있던 이그네스에게, 상대방이 다시 한번 물어왔다.
"네스양이 맞나요?"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이그네스가 그녀의 음성에 대답을 했다.
"네~ 제가 네스가 맞아요~ 신전분들이 무슨 일이시죠~?"
그런 그녀를 보며, 수녀복 위쪽의 휘장을 걷었다.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피드의 종 '아마루이' 라고 합니다. 당신에 대한 신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뜬금없는 말에, 이그네스가 무슨소리냐는듯, 손을 휘휘 저었다.
"잘못...찾아오신거 같은데요~ 헤헤... 저는 그냥~ 학생일 뿐이에요~"
그런 그녀를 보며, 아마루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신관이 되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냐는 듯, 이그네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저는 술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데.. 무슨 신관이에요 .. 잘 못 찾아오신거 아닌가요~ '
어이없다는 표정의 이그네스를 보며, 아마루이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잘 들으라는듯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신관이 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입니다."
방실방실 웃고 있던 이그네스의 표정이 굳어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저기...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잘..."
아마루이가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바라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신탁이 있었습니다. '케피야의 네스라는 아이를 찾아라, 그 아이가 수많은 사람을 구할 것이다.' "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말에, 이그네스가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그녀를 향해 말을 던졌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
"저는 사람들하구 재미있게 웃고 지내는! 지금의 인생에 만족하거든요! 신관 후보생은 다른곳에서 알아보세요♥ 전 이만!“
- 쾅 ! -
문을 강하게 닫고 나온 이그네스의 옆에 학과장이 서 있었다.
뜨끔한 표정의 이그네스가 그를 향해 한번 미소짓고는 학교 밖을 향해 빠르게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로 학과장실의 문을 열고나온 아마루이가 소리쳤다.
"시간이 없습니다! 네스양! 지금 당장 저희와 가야 합니다!"
그러한 신관의 목소리를 들은 이그네스는, 무슨 소리냐는듯 웃으며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의 뒤로, 아마루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네스양! 빠른시일내에 신전으로 오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신관으로 만드는, 재미있는 화술이라는 생각을 하며 네스가 미소 지으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
몇일이 지나고 학교를 나가자, 신관에 대한 소문이 쫘악 퍼져 있었다. 지나가는 그녀의 좌우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 네스가 신탁을 받았다며 ? )
( 네스가 빨리 신관이 되지않으면 큰 재앙이 내린다던데? )
( 에이 그런 걸 누가 믿어, 예쁘니까 신관 만들어서 홍보하려고 하는 거지 )
( 하긴, 네스가 좀 예뻐야지 )
그녀는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를 신경쓰지 않고, 도도하게 학교를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먼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는 아마루이가 보였다. 이그네스는 그 즉시 몸을 돌려 학교를 빠져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학교가 어느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푸념하며 집을 향해 걸었다.
"에효... 별 이상한 아줌마 다 보겠네, 나랑 사람들의 목숨이랑 뭔 상관이람? 나는 그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녀는 너덜터덜 걸어서 마을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그네스르 보며, 수많은 남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네스양! 오늘도 한판 하나요!!"
"네스! 네스! 네스!"
"너무 예쁘다!"
자신을 환호하는 남성들을 보며, 이그네스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몇일간 자신을 꾸준하게 찾아 돌아다니는 아마루이를 생각했다.
'당신이 신관이 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입니다.'
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입구에서 부터 걸어오는 이그네스를 보며, 수많은 남자들이 일어나서 다가왔다.
"오늘은 저랑 맥주 한판 하실까요~"
"저하고 하루만 데이트 하죠!"
"네스양~"
이그네스는 그런 그들에게 미소로 답한채 주점의 한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들이 환호하며 자신의 지갑을 열어 그녀의 앞에 맥주를 쌓아놓기 시작했다.
"오늘도 네스양을 이길 자는 없는가!!"
"술값은 우리가 쏜다!! 아무나 덤벼봐라!!"
그들을 보며 네스는 진정하라는듯이 손짓을 했다. 그때, 한명의 중년인이 이그네스의 반대쪽 의자에 앉았다. 얼마전에 집에 꽃을 가지고 왔던 케네이었다.
"케네이씨~?"
"하하, 고백해서 차였으니, 술이라도 이겨보려고 합니다."
그런 그를 보며 남자들이 야유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차인 사람은 물러가라!!"
짓궃은 미소로, 케네이에게 야유를 보내던 수십명의 남자들은 이내 씨익 웃으며 테이블에 맥주를 쌓았다.
"케네이!! 잘해봐라!"
"이그네스양! 51연승 갑시다!!"
이그네스가 맥주잔을 들었다. 그리고 케네이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보고 케네이도 맥주잔을 내밀었다.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남자들의 환호성이 절정에 이르던 그때,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으아아악!! )
( 꺄아아악!! )
맥주를 들고있던 이그네스가 고개를 들려 주점의 문쪽을 쳐다보았다.
알 수 없는 비명소리에 수십명의 남성이 지르던 환호성을 멈추고 상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으아아악!! )
( 도망쳐!! )
상점 문으로 나간 남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점안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몬스터다!! 몬스터다 쳐들어왔어!! 모두 피해!!"
이그네스의 초록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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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이 : 이그네스를 사랑하여 꽃다발을 들고온 남성, 고백한지 10초만에 차인다. 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이그네스를 만나기위해 몇일 뒤에 술집으로 다시 찾아온다.
아마루이 : 이그네스를 신관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 신관. 그녀에게 불길한 말을 던진다.
-작가의 말-
abcbbq 처...ㅅ 코군요... 칠검세가가 안나온다니... 그 시련을 어떻게 풀어갈지 참 기대 됬는데...
/사실 저도 쓰고싶은 내용이기는 했는데... 시현 편만 80편이 넘어갈 것 같아서.. 호흡이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칠검세가는 아주 먼 미래에 나올 예정입니다.
마치며.
오랜만에 새벽 업로드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꿈나라에서 자고 있으시겠군요..
푹 주무시고. 컨디션 끝내주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사랑하는 독자여러분.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