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탈출-60화 (60/373)

00060  Episode 12 - 오르막과 내리막  =========================================================================

/ 철림 /

( 철림아저씨! ) ( 철림아저씨! )

어둠속에서 케이시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이시. 회색방에 와서 만난 동료 중 한명의 이름이다.

과거에는 안정된 직장에서 매일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정말 긴장되고 흥분되는 일의 연속이다.

잘못해서 죽게 될 수도 있겠지만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성공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어쩌면 어느 샌가 나는 시현들과 함께하는 싸움들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과 함께 이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언젠가 그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철림아저씨! ) ( 몬스터 요격요! )

몬스터 요격..?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됐나?

몸을 일으켰다. 갈색머리의 소녀의 손이 내 얼굴 앞을 좌우로 지나갔다.

정신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일까, 그건 깨어난 사람한태 쓰는 게 아니라 의식을 잃었던 사람한테 쓰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일어났네. 케이시양이 웃는 얼굴인거 보면 모든 작전이 성공한 것인가?"

"물론이죠. 우리가 누군데요? ...철림 아저씨? 우리가 누구?"

평소 내가 외치는 구호를 나에게 물어보는 케이시를 보며 나는 어이가 없는 한편 그녀와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우리가 누구긴. 어떠한 스테이지도, 어떠한 적도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를 가진 디펜더스[Defenders]지.

"몇 분 남았나?"

미리 짜놓았던 작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케이시에게 물었다. 케이시가 옆에 있는 존스를 깨우며 나의 질문에 답했다.

"32분이요!" 빨리 숲 끝으로 뛰어가야 돼요!"

나는 습관적으로 인벤토리에서 헥스의 리볼버를 꺼냈다.

[ 인벤토리 오픈! ]

이거 참...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완전 습관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리볼버의 약실에 걸린 이물질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고 있던 곳 바로 앞에 무릎까지 오는 높이의 가죽주머니가 놓여있었다. 쇼코가 리볼버 탄을 복구 시켜 논 것 같았다.

‘얼마나 가려나...’

탄환들은 이미 수없이 복구된 것들이었다. 아마 곧 복구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최대한 아껴서 써야했다.

"철림 아저씨 준비 끝났나요?"

케이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 준비는 언제든 돼 있지. 이미 소수결 게임에서 한번 죽었던 몸. 이제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다.

죽을 준비와

죽더라도 최선을 다할 준비.

- 철컥 -

리볼버의 탄환을 하나 장전했다. 그리고 케이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멋지게 처리하러 가보실까?"

***

/ 30분 후 - 동쪽 숲  /

"순삭 작전을 시작합니다."

쇼코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철림들을 바라보았다.

철림일행은 동쪽 숲에서 각자 지정 된 위치에 서있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몬스터가 항상 같은 위치에 나타난다는 것을 파악했고, 그것에 따른 작전을 짠 것이다.

- 철컥 -

- 착 -

- 철컥 -

한나와 쇼코가 기관총을 장전했다. 철림 역시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 장전되어있는 탄환을 재확인하며 리볼버 탄환을 재장전 했다.

존스가 멀리서 떨어져있는 철림들을 바라보았다.

공터 바닥에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었다. 거대몬스터가 나타나는 위치를 표시해 놓은 것이다. 철림들은 그 원보다 약간 뒤쪽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원의 100M 정도 앞에는 칸나가 쪼그려 앉은 채로 100M 달리기 자세를 취한 상태였다. 그 옆에 서있는 존스가 그녀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칸나의 양 발 뒤에는 돌까지 괴어져 있었다.

"멋지게 해치우죠!"

존스가 철림을 향해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힘내자는 포즈를 취했다.

"칸나! 부탁한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정확한 조준사격.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끈으로, 모두들 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띠링 -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들 어서 오라는 표정으로 원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눈빛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빛났다.

동시에, 앉은 채로 100 M 달리기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던 칸나가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Ready!"

옆에서 존스가 시작신호를 보내주었다.

[ C+ 급 몬스터 ‘하급 언데드 키메라' 가 등장합니다 ]

[ 거대몬스터 거대 붉은 반점 야생 곰이 등장합니다 ]

공터에 있는 흰색 원 안에 '거대 붉은 반점 야생 곰' 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 지금 입니다!! )

"GO!!"

달리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칸나의 두 다리가, 지면을 순식간에 밀어냈다. 괴어놓았던 돌이 튕겨져 나가며 칸나가 질풍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아름다운 흰색 머리 결이 찰랑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크어어어!!"

가슴에 붉은색 반점이 새겨져 있는 거대한 야생 곰이 두 다리로 서서 포효했다.

칸나는 질풍이 되어 곰에게 뛰어가고 있었다. 칸나가 밟고 지나간 지면을 따라 그녀를 따라오듯 연속적으로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100 M 달리기 전문 선수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달리기 자세로, 칸나는 곰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곰과 칸나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곰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다가 뒤늦게야 자신의 아래로 질주해 오는 한 생물을 바라보았다. 아직 포효도 다 안했는데 벌써부터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생물이 있었던 것이다.

"크륵?"

곰의 앞까지 전력질주로 뛰어 들어간 칸나가 금빛을 뿜으며 순식간에 거대한 흰색 야수로 변했다. 그리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들이받을 듯 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때. 멀리서 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레프트 펀치! )

곰은 나오자마자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을 하며 왼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흰색야수는 곰의 왼쪽 앞발을 몸을 낮춰 피한 채 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속도를 유지한 채, 곰의 한쪽 다리를 팔로 잡아 밀어 올렸다.

"싱글 레그 테이크 다운(Single Leg Take Down)!"

쇼코가 소리쳤다.

설원 좀비전에서 시현이 사용했던 그 기술이었다.

기술을 당한 곰은 간신히 제 자리에 서있었지만 한쪽다리가 들어 올려져 뒤쪽으로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곰이 중심을 잡지 못한 듯.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휘청거렸다.

곰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뒤쪽으로 밀리는 와중에서도 최선을 다해 한발로 콩콩콩 뛰었다.

하지만 힘들게 힘들게 중심을 잡고 있던 곰의 뒷다리에 흰색 야수의 뒷다리가 얽혀져 들어갔다.

결국 곰은 자신의 등장모션인 포효를  다 끝내지도 못한 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걸린 채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 쿠우우웅!!! -

곰의 거대한 몸이 지상에 처박혔다. 거대한 흙먼지가 치솟아 오르며 곰의 뒷목에 끊어질 듯한 충격이 이어졌다. 곰은 온 세상이 빙빙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온몸의 균형감각과 평행감각이 깨져나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조그마한 생물들이 뛰어와 곰의 머리를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 두두두두두두!!! -

- 탕! 탕! 탕! -

- 두두두두두두!!! -

곰은 이건 반칙이라는 듯 팔을 버둥거렸지만, 수없이 많은 총탄이 곰의 머리로 쏘아지고 있었다. 곰은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일어나기 위해 바동바동 거렸다.

- 크아아아아!!! -

하지만, 흰색 야수가 곰의 한쪽다리를 계속해서 잡고 있었기 때문에 곰은 누워서 발버둥 칠뿐, 일어서지를 못했다. 만화에서도 등장모션 때는 공격 안하는데 이것들은 악당들보다 더 지독한 것들이었다.

- 두두두두두두두 !!! -

- 탕! 탕! 탕! -

- 두두두두두두!!! -

3개의 총이 끊임없이 화염을 토해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곰의 몸이 추욱하고 늘어졌다.

쓰러진 곰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 한이 맺힌 듯한 눈물이었다.

이게 뭐냐는 듯, 곰이 슬픈 표정을 간직한 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쇼코가 환호하며 기관총을 들어올렸다.

찬란한 금빛과 함께, 칸나가 인간형태로 돌아왔다.

전원이 팔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순삭 작전 성공!!"

"오예!!"

"칸나 나이스!!"

"굿!!"

불쌍한 거대 곰은 자신의 필살기인 '대지진 롤링어택'을 시전해보지도 못한 채, 등장 20초 만에 불쌍하게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쓰러진 곰의 표정에서 '이건 반칙이잖아' 라고 슬프게 말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

/ 남쪽 /

케이시는 김철수의 앞발에 잡힌 채, 전방을 바라보았다. 기동력이 약한 케이시였기 때문에 김철수가 케이시를 들고 다니기로 했던 것이다.

그녀의 눈에 한없이 몰려오는 몬스터의 파도가 보였다. 사자의 몸에 용의 머리를 붙이고 뱀의 꼬리를 지닌 소름 돋게 생긴 몬스터들이 단체로 줄줄이 뛰어오고 있었다.

"으.. 재수 없게 생겼네요."

김철수는 꼬리를 이용해 남아있는 돌들을 전부 언덕 아래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돌들이 언덕을 굴러 내려갔다.

- 쿠르르르릉!! -

- 쿠르르르!! -

- 꾸에에엑! -

"어때? 꼬리로도 볼링선수 감이지?!"

김철수가 신난다는 듯 케이시를 향해 물어보았다. 케이시는 그런 김철수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싸우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쿠에에에엑! -

수많은 언데드 키메라들이 돌에 깔려 넘어졌지만 그 정도 피해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달려오는 속도가 듀라한들보다 빨랐기 때문에 금세 김철수의 앞까지 수많은 몬스터가 쇄도해 들어왔다. 도저히 돌 굴리기로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이었다.

"자 그럼..  이럴 때는 3번 작전으로.."

김철수는 결심을 했다는 듯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를 향해 뛰었다.

"3번작전은... 줄행랑이지!!"

거대한 용이 쿵쿵거리며 키메라들을 달고 마을로 뛰어갔다. 용의 뒤를 따라, 키메라들이 용의 꼬리를 타고 올라가고 말겠다는 듯이, 개미떼처럼 쫒아가고 있었다.

***

마을로 진입한 몬스터는 빙빙 돌기 시작했다. 김철수가 몬스터를 유도하며 크게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분명 자신들이 공격해야 될 마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몬스터들의 앞에는 거대한 흙의 산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술래잡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잡히지 않고 뛰어가던 드래곤은 방향을 바꾸어 동쪽 숲으로 뛰어갔다.

"나 잡아봐라~!"

저게 용의 입에서 나올 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듯. 수천마리의 몬스터가 김철수를 따라서 동쪽 숲으로 진입했다.

먼 쪽에서, 흐릿하게 동료들이 작업을 끝내고 있는 모습이보였다.

김철수의 입 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신나게 숲의 한가운데를 질주했다.

거대한 흙먼지와 함께, 그 뒤로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따라 붙었다. 방역차에 붙은 어린아이들처럼,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흙먼지를 쫒아 계속해서 뛰어왔다.

그 뒤로도 한동안 뛰어가던 김철수는 숲의 반대편을 향해 외쳤다.

"지금이야!!"

그 소리를 들은 동료들이 허공에 유리재질의 무언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하급 언데드 키메라(C+) : 사자의 몸과 용의 얼굴, 뱀의 꼬리가 합쳐진 몬스터로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이동속도가 빠르고 꼬리에 독을 가지고 있다.

거대 붉은 반점 야생 곰 ( A ) : 가슴에 붉은색 반점을 가지고 있는 거대 곰으로 크기는 30M 정도 된다. 앞발 휘두르기가 강하며, 필살기인 '대지진 롤링어택'을 가지고 있다.

대지진 롤링어택(A) : 자신의 몸을 동그랗게 말아, 대지를 가르며 굴러간다. 전방에 있는 몬스터가 모드 압사하며, 구를수록 속력이 빨라진다. 최고속도에 도달했을때 물체에 부딪히면, 지진이 날듯 지축이 흔들리며 지반이 약할경우 땅이 붕괴된다.

하지만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사장된 비운의 필살기

-작가의 말-

루미젤

잘보고갑니다~~~! 60편미리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60편이 되었어요!

Croness

아 어쩌지 철수가 너무 귀엽다...

철수 긔엽다

일해라 김철수 넌 쉴수없어

/똑똑하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칭찬에 약하며 정이 많은 드래곤. 앞으로도 자주 보았으면 좋겠네요.

Sir아스라엘

하핫 스포가 하고싶군요

/가끔은 저도 스포가 하고싶어요 ㅠㅠ 하지만 우리 모두 자제를!!

ka첨이

철수씨... IQ230하고 그거리 갔다오는속도하고는 상관없잖아 ㅋㅋㅋ

/아이큐 230의 사고방식은 보통의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은 잘 모르겠고 사실 김철수는 실없는 이미지의...

fnkw

시현이가 왔어 시현이가~~~

/그렇습니다. 본성이 아닌 시현이 주인공이었던 것입니다.

카이마이

H신은 등장하는 케릭터들을 야설에나 나오는 녀석들로 둔갑시키는터라, 전 개인적으론 상세한 묘사는 반대합니다.이정도의 솜씨와 묘사력이라면 그딴거없어도 충분히 인기작 반열에 오를수 있다고봐요. 시간은 좀더 걸릴지언정 말이죠

/음.. 응원을 해 주시니. 반드시 인기작의 반열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kunhe

특히나 대탈출은 노블작이라먄 다있는 H씬이 아예 없어서...

전작은 일반이여서 누구나 보기땜에 조회수랑 선작이 잘늘었지만 노블넘어와선 힘들죠 노블에서 대박터지면 어마어마하지만 안터지면 힘든

/제가 요즘 느끼는건. 아무래도 노블레스는 홍보가 잘 안된다고 생각되네요. 일반란에서는 순위 안에 올라가서 독자님들이 보고는 선작을 해 주셨는데.

노블레스에 와서는 아예 이런 소설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인것 같아요. 매일매일 적은 수의 선작이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순위권에 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늘에서뚝딱

한편더라니..ㅎㅎ 시현이 햄버거의 최대 수혜자는 칸나.. 그담으론 철수씨정도인가요...흐흐 칸나는 점점더 이뻐지고~~

/그런 의미에서 한편 더더! 칸나와 시현은 상성이 참 좋죠. 성격적으로도 그렇고. 초능력도 그렇고.

저도 시현이 만든 햄버거 하나 먹어보고 싶네요!

- 마치며 -

60화에 도달했습니다.

여정이 멀지 않았네요.

매번 코멘트 달아주시는 독자님과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사랑하는 독자님들.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코멘트와 쪽지는 언제나 열려있으니. 다양한 의견 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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