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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36화 (36/373)

00036  짧은 휴식  =========================================================================

/ 대한민국 이지스함 내부(세종대왕함) - 함대 작전실 /

이지스함의 전광판에는 공중에 있는 물체가 레이더 좌표에 표시되고 있었다. 함대 사령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 헤드 셋을 낀 여성 오퍼레이터 몇 명이 그에게 상황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천사가 소형 운석낙하를 시작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와 일본, 한국 일대가 쑥대밭이 되고 있습니다!"

"미친...!"

- 삐빅 -

"이지스 시스템 상공에 목표물 포착, 공군의 피스아이가 위치 오차를 수정해 주고 있습니다!  "

"전 함대에 좌표 수신, 일본과 중국 함대에서 보내온 좌표 위치와 동일합니다!"

함장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얼굴을 굳히며 부관에게 물었다.

"민간인 대피 상황은?"

"현재 명동과 남산 일대가 소형 운석낙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혼란에 휩싸여 죽어가고 있습니다!"

-쾅!-

노인의 손이 의자의 손잡이를 내려쳤다.

"빌어먹을!! 사령부 상황은?!"

"데프콘 1단계가 발령되었습니다. 전면전입니다! 모든 미사일의 발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빌어먹을!! 전 함대, 미사일 발사! 남김없이 쏟아 부어라!!"

"전 함대. 미사일 발사!"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고. 미사일이 발사가 시작 되었다.

- 쿠콰콰콰콰콰콰콰콰! -

동해안과 서해안, 남해안 일대의 전함에서 일제히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수백발의 미사일이 연기를 뿜으며 끝도 없이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지스의 레이더에 수많은 물체가 포착 되었다.

여자 오퍼레이터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전투기가 도착했습니다."

빗방울을 뚫고, 미사일의 뒤를 따라 수백 대의 전투기가 끝도 없이 지나갔다.

***

/ 대한민국 전쟁대비 핵 벙커 시설 /

중앙에 커다란 탁자에, 대통령과 군 장성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전화를 받던 한 병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대통령님!! 미사일 공격이 실패하였습니다!! 전 세계에 소형 운석이 낙하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이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 따르르르르릉 -

- 따르르르르릉 -

- 따르르르르릉 -

핫라인을 통해 연결된 수십 대의 전화를 병사들이 받고 있었지만, 미친 듯이 몰려드는 통화량으로 인해 통신망은 이미 마비되어 있었다.

여러군데에서 전화를 받는 병사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러시아,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연합 등에서 핵 공격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동의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하아..."

“대통령님!!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운석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수십 개의 나라가 이미 국가의 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핵 공격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앞에 담배꽁초 수백 개가 쌓여있었다.

"대통령님!!! "

"대통령님!!! 핵 공격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대한민국... 한민족이 수천년을 지켜온 땅에... 내가.."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뒤덮었다.

"대통령님!! 시간이 없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한 그의 입에서. 힘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핵미사일 공격을... 승인하겠네... "

***

/ 대한민국 이지스함 내부(세종대왕함) - 함대 작전실 /

여자 오퍼레이터가, 함대사령관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첫 번째 핵미사일 공격, 천사에게 도달 중!!, 뒤를 이어 전 세계에서 수백발의 핵미사일이 발사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핵미사일 공격 명중 5초전 5.4.3.2.1!"

"제발..."

"명..중..?, 함장님!!"

오퍼레이터가 새하얗게 질린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말도 안 돼..!! 핵미사일이 폭파되지 않고 발사 되었던 위치로 되돌아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중 수십 발이 10초후 저희 함대 쪽으로 떨어집니다!!"

"...뭐라고?!"

노년의 함장이 자신에 목에 걸린 작은 십자가를 움켜쥐었다.

"젠장! 이지스 시스템, 미사일 요격 준비!! 전 함대 회피기동!!"

"이지스 시스템, 적 미사일 추적 중...!"

- 삑.삑.삑.삑.삑.삑... -

신호음이 하나 잡힐 때마다, 요격해야 될 핵미사일이 늘어났다.

오퍼레이터가 함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요격해야할 물체가 너무 많습니다!! 함대 내에 요격 미사일 잔량이 부족합니다!!"

"전 함대 회피하라!! 적어도 세종대왕함과 이순신함은 살려야하네!! 이들을 잃을 순 없어!! "

어느새 다가온 부관이 함장을 향해 소리쳤다.

"함장님 탈출해야 합니다!!"

"안 돼 !! 이들을 잃으면 우리의 바다를 잃게 된다!!"

억지로라도 그를 탈출 시키려는듯. 부관이 그의 온몸을 잡아 끌었다.

"함장님!! 탈출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지스 시스템 미사일 요격률 90%, 몇 발의 미사일이 요격 시스템을 뚫고 함대 우측에 낙하합니다."

"함장님!!"

***

/ 용산 - 시현 /

- 쏴아아아아 -

소나기가 시야를 방해했다.

"헉, 헉, 헉, 헉."

나는 미친 듯이 뛰어갔다.

운석낙하가 시작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아름다운 사람들도, 신을 믿는 자들도 구원받지 못했다.

- 삐뽀삐뽀... 콰쾅!! -

옆쪽에 있는 경찰차가 터져 나갔다.

"엄마! 엄마!!"

피를 흘리고 쓰러진 중년의 여인을 향해 남자가 울부짖었다.

"도망쳐!!"

"총신대입구로 가는 다리가 끊겼습니다! 서쪽으로 이동하세요!!"

이곳은 아수라장이었다.

끝도 없이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운석낙하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가스관과 차량들이 폭발하면서 2차 피해를 일으켰다.

처음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파묻혀 같이 뛰어갔지만, 이제는 달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남은 건 순전히 운 이었다.

운이 좋게도 머리위로 운석이 정면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행렬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가스관이 폭발했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방패가 되어 내가 죽지 않았던 것뿐이다.

- 콰콰쾅 -

"으아아악!!"

"꺄아아악!!"

소형 운석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헉.헉.헉.헉"

몸이 무거워 졌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시체만 즐비할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다...

-탁-

나는 멈춰 섰다.

거대한 그림자가 나를 덮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뿐만 아니라 시야에 보이는 모든 곳이 깜깜했다.

하늘을 바라봤다.

여태까지 떨어졌던 것의 수백 배 되어 보이는 크기의 운석이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도망가는걸. 포기했다.

나는 죽음을 예감하고 눈을 감았다.

온몸이 떨려왔다.

'3초 후면.. 난 죽겠지... 정말. 최선을 다해 발버둥친 인생이었어...'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나를 구원해 줬으면 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죽음 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을 했다.

죽음의 순간은. 외롭고.

너무 두려웠다.

'곧. 운석이 낙하하겠지.. 아마.. 3...2...1..'

-탁-

갑자기 뒷목에 충격이 왔다.

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운석에 맞은 게 아니라, 갑자기 누군가 내 뒷목을 잡은 것이다.

나는 눈을 떴다.

'어..?'

부웅 하고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누군가가 내 뒷목을 움켜쥔 채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이 점점 멀어져 갔다.

"으아아아!"

고개를 돌려 내 뒷목을 잡은 물체를 바라보니... 말도 안 되게도...

악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색 뿔. 그리고 두 쌍의 악마날개.

나는 악마에 의해 구원 받은 것이다.

악마가 날 쳐다보았다. 매혹적인 붉은 눈동자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악마는 내 팔을 들어올렸다.

-철컥-

악마는 내 팔에 금속 팔찌를 채웠다.

'이건...?'

[팔찌. 사용자 인식. 블루문 시스템 스탠바이.]

그 때, 앞쪽 하늘이 울렁이더니 떨어지는 운석들 사이로 천사가 공간을 가르고 나타났다.

비현실적으로 찌이익 하고 하늘이 찢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악마가 나를 허공에 던지고는, 수만 개의 같은 모습으로 나뉘어졌다.

수만의 악마가 천사에게 돌진하며 동시에 외쳤다.

"익시드!!!"

천사 역시, 수만 개의 같은 모습으로 나뉘어져서 악마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운석들 사이로 세상이 멸망할 듯한 폭음들과 지축이 흔들리고 있었고, 소나기는 폭우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으아아아악!"

지상을 향해 추락하며.

무언가에 부딪혔다고 느꼈을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으으으으..."

내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인 것은 회색의 방이었다.

"으으으으..."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양반자세로 앉았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10평 남짓 되는 회색 방이었는데, 정말 그냥 방일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방이라기보다 그냥 회색 네모 상자 안에 들어와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

정면에는 내 키만 한 문이 있었는데 금속으로 된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슬쩍 왼쪽손목을 내려다보자 은색 팔찌가 보였다.

'여긴 어디지……. '

그 직후. 갑작스러운 충격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온몸에 피칠을 하고 있는 본성을 만났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곧. 나와 같은 처지가 될 거야.”

내 몸의 피부가. 천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었다.

잊고 싶었던. 두려운 지구에서의 기억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지구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했다.

끝도 없이 머리 위를 지나가던 전투기들. 어디에서인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미사일들...

세계가 멸망한다면 아마 그런 분위기였을 것이다.

‘꼭 살아남자... 꼭 살아 남는거야...’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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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시드  :  지구를 습격한 의문의 천사. 분신과 차원도약, 운석낙하를 사용한다.

세종대왕함 : 한국의 이지스함. 2023년형 개량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을 탑제,

한번에 1500개 까지 미사일 추적이 가능하다. 요격율은 약 95%.

이순신함 : 한국 최초의 4000t급 구축함.

피스아이 : 공중 레이더 시스템을 지닌 항공기.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탑제.

블루문 시스템 : 팔찌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OS 시스템, 특정시점이 되면 스스로 부팅된다.

마치며.

일반란에서 보시던 분들이면 무언가 친숙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반란의 대탈출 오프닝이 과거 회상 형식으로 내용과 문체등이 수정되어 이번편에 끼어들었습니다.

과거 내용부분도 세부적드로 잘 기억하시는 분이면 이 부분도 무언가 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일요일이군요.

기독교의 하느님도 7일째에는  쉬셨다고 하는데.

우리도 푹 쉬고 에너지를 충전합시다.

독자여러분들! 편안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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