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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25화 (25/373)

00025  Episode 6 - 위대함  =========================================================================

- 쩌저저적 -

얼음 지반이 갈라지고 있었다.

1번 지역에서 탈출하기 전, 우리는 이글루에 들려서 잡템들을 챙기고 있었다.

"얼음 지반이 붕괴되고 있어요 ! 시간이 없어요!"

"칸나 양! 남은 물건 챙겨주게!"

"네! ... 인벤토리 오픈! 들어가라~~ !"

칸나가 인벤토리를 열고 이글루 안에 있는 잡템을 모조리 쓸어 담고 있었다.

"존스! 괜찮은가?"

"네, 잠깐만 쉬면 괜찮아 질 겁니다."

"쇼코양은 ?!"

"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요"

존스와 쇼코는 지친 모습으로 이글루 앞에 앉아 있었다.

쇼코가 무라마사의 후유증으로 움직임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존스가 쇼코를 업고 이글루 까지 뛰어온 것이다.

- 쩌저저저적 -

지면에 금이 더 깊게 파이고 있었다.

"이제 탈출해야 되네!!"

"됐어요, 전부 챙겼어요!"

"존스 아저씨 ! 출발입니다!"

칸나와 철림 아저씨가 먼저 밖으로 뛰어나갔고 나는 남은 물품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내 옆에 있는 케이시를 업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는 존스가 일어나서 쇼코를 들쳐 업었다.

쇼코가 염치없다는 표정으로 존스를 바라보았다.

"존스님... 잠시 신세 지겠습니다."

"예쁜 여인을 공짜로 업는 기회는 언제나 생기는 게 아니죠 ! 하하!"

***

-쿠구구궁!!-

"헉,헉,헉,헉..."

우리는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우리가 뛰어서 밟고 지나간 자리는, 10초안에 모두 붕괴되었다.

"으아아아아아!!"

철림 아저씨가 소리 질렀다.

- 쿠쿠쿠궁! -

계속해서 무너지는 얼음지반이 우리 일행을 따라왔다.

희한하게도, 우리는 땅이 무너지기 바로직전에 계속 그곳을 지나가면서 뛰어갔다.

"헉,헉,헉,헉..."

쇼코는 존스에게 업혀있었는데, 존스의 몸을 양 팔로 꽉 잡고 있었다.

존스는 정말 대단하게도, 성인 여성을 한명 업고 뛰면서도 속도가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았다. 놀라운 체력이었다.

"헉,헉..시현 괜찮아!?"

"헉..헉..헉..칸나는?!"

"헉..헉,...난 괜찮아! 좀만 힘내!!"

존스와 달리 케이시를 업고 뛰는 나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거...

- 쩌저저저적! -

- 쿠구구구궁! -

근데, 이거... 재밌는데?!

"헉, 저기.. 달리는 거 재밌지 않아요?“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였다. 하지만...

"헉,헉,헉...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입니다. 하하하하하!"

"헉...풉... 긴장감 없는 ..헉..사람들 같으니...풉.. 아 웃기지 마요, 힘 빠지잖아요!"

우리들에 이런 말에, 나에게 업혀있는 케이시가 꺄르르르 웃었다.

"재밌어! 재밌어!"

우리는 어느새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왜인지, 모두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 쿠구구구궁! -

"하하하하하! 이대로 설원 끝까지 달려봄세!!"

"풉... 웃기지 말라니까요..헉..헉.."

"달려!! 히히히!"

"하하하하하!!"

설원에 남녀 여러 명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오빠! 고마워요!"

"헉...헉...헉...헉..."

나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케이시가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케이시.. 너 생각보다 무겁구나.

"더 이상은...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겠습니다.. 하하.."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해 온몸을 움직이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지!"

존스 씨가 호탕하게 웃었다.

- 휘이이이잉 -

우리는 2번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쓰러져가는 썩은 오두막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헉..헉.. 후우..이제... 칸나 야수모드 변신 못하잖아요..?"

"음... 이글루 만드는데 오래 걸릴 것 같네..."

"..하아..하아.. 별수 없군요."

칸나의 에너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야수모드로 얼음조각을 만드는 게 불가능 했다.

그런 우리를 보며 쇼코가 입을 열었다.

"그냥 오두막 다시 만들까요?.. 어때요?"

쇼코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쇼코양.. 저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나무로 다시 만들자는 이야기인가?"

철림 아저씨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쇼코를 쳐다보았다.

"왜요..? 열심히 달리신 분들이 있는데..."

그녀는 오두막 문짝에 손을 대고 우리를 보고 웃었다.

"이정도 서비스는 해드리죠 !"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우리 앞에는 방금 지은 것 같은, 오두막이 나타나 있었다.

-덜컥-

오두막 문이 열렸다. 쇼코가 우리를 보고는 미소 지으며. 문을 반쯤 열고는 말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들어가실까요?"

"......"

"......"

"......"

***

-타닥, 타닥-

나무 조각이 타들어가며 소리를 냈다.

우리는 오두막의 벽난로 앞에 앉아있었다.

"쇼코양이... 우리를 만나기까지 얼어 죽지 않았던 건, 이 능력 때문이었군..."

"네, 아니면 이미 설원한가운데에 얼음조각상이 돼 있었을 꺼에요."

"냉기 방어 아이템이 없이 설원 한가운데 떨어지신 거군요?"

"덕분에 오두막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죠, 시현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굶어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초능력은, 물건의 상태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이었다.

이름은 [절대 복구]

"하지만, 이 능력 여러 가지 제한이 있어서... 몇 가지 제약도 있고, 제가 물건에서 멀어지면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 버려요."

"같은 물건을 여러 번 복구 시킬 수도 있나요?"

"음..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횟수가 정해져있어요. 크면 클수록 복구 횟수가 줄어들죠."

멋진 능력이었다.

-쩝쩝쩝-

-쩝쩝쩝-

-쩝쩝쩝-

우리 모두는 햄버거를 베어 먹고 있었다.

"시현 씨 능력이 아니었으면 다 굶어 죽었을 거예요 "

"고맙네 시현! 하하."

"항상 고맙네!"

"오빠 이거 맛있어요."

"전 처음만난 순간부터 햄버거에 반했죠."

웃음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 능력도 의외로 괜찮은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으.. 땀 냄새"

케이시의 말 대로였다.

온도가 올라가자, 그동안 묵혀있었던 땀 냄새가 오두막에 퍼졌다.

"......"

"......"

음... 별수 없잖아...

여기서 목욕 할 수도 없고...

다들 민망한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때.

"온천 만들어 드릴까요?"

케이시가 우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우리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케이시는 [절대 온도] 능력으로 주변에 얼음지대를 녹여서 온천을 두개 만들어 냈다.

타원으로 긴 온천을 만들고. 가운데를 여러 가지 옷가지들을 나무에 묶어 안보이게 해 놓았다.

여탕과 남탕으로 나누어, 나와 존스, 철림 아저씨는 남탕에

칸나와 쇼코, 케이시는 여탕에 들어갔다.

케이시의 온도를 올리는 능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지만,

밖에 온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따뜻했다.

- 첨벙 -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왔다.

아아.. 역시 열심히 일한 뒤에 온천은 최고군

( 시현! 보면 죽일 거야! )

여탕 쪽에서 장난스런 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보인다니까!"

정말 안 본다. 아니 안 보인다.

얼마나 옷가지들을 칭칭 동여 메 놨는지, 몇번 슬쩍 여탕쪽을 바라보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칸나 언니! 가슴 너무 예뻐요! )

( 꺄악! )

- 풍덩! -

뭘 하는 건지...

"허허, 따뜻하니 좋구만..."

철림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목만 내민 채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 꺄악 ! )

"......"

"......"

"......"

도대체 뭘 하고있는건지...

"......"

"......"

".. 흠.. 우리 옷 조금만 들쳐볼까요?"

존스가 우리에게 악마의 속삭임 같은 말을 했다.

- 첨벙 -

갑자기 온천에서 존스가 일어났다.

웅덩이에 물이 크게 요동쳤다.

그의 온몸을 타고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하반신을 쳐다보게 되었다.

"헉!"

"헉!"

나와 철림 아저씨는 동시에 신음성을 흘렸다.

그리고는 외쳤다.

"흑산도 왕구렁이!!"

"아마존 킹보아뱀!!"

존스가 우리에게 고개를 으쓱거렸다.

- 퍽! -

- 퍽! -

하늘에서 눈뭉치들이 날아왔다.

( 무슨 이야기 하는거에요 !! )

( 변태들 !! )

여탕에서 던진 것 같았다.

"오해야 오해!"

존스가 우리들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 옷가지 손으로 잠깐만 스윽 하고... 들추면.. 어때?"

"안 해요 안 해.."

"괜찮다니까.. 철림씨도요!"

존스가 우리의 팔 한 짝씩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쑤욱 하고 나와 철림 아저씨는 존스의 악력에 의해 강제로 물 밖으로 일어나져 서있게 되었다.

"잠깐만.. 어때요?"

"......"

"......"

우리 세 명이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 일어나 있을 때, 어디선가 강풍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우드드득!-

-펄럭!-

갑작스런 강풍에 여탕과 남탕을 막아놓았던 옷가지들 부서져 날아갔다.

여탕을 바라보니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부 일어서 있었다.

물방울들이 아름다운 여성의 몸의 굴곡을 타고 흘러내렸다.

칸나의 몸을 바라보자. 나는 감전된 듯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신이 건강하고 매혹적인 육체를 빚어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해 있던 나는 조금씩 두뇌회전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여탕 여자들... 일어서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아.. 그나저나 큰일났다...

"꺄악!"

"와하하하!"

-퍽!-

-퍽!-

칸나가 눈덩이를 마구 던지고, 케이시가 즐겁다는 듯이 깔깔거렸다.

의외로 쇼코씨는 아무 말도 없...

-척-

쇼코씨는 온천 옆에 놔두었던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 있었다.

"쇼코씨..잠.."

"쇼코양 잠깐..."

"이건 사고.."

쇼코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검을 들고 외쳤다.

"....귀검(鬼劍) 무라마사(村正)... 개방(開放)."

-띠링!-

[ 귀검(鬼劍) 무라마사(村正)가 개방되었습니다.]

[ 일본무사들의 원한이 서린 원혼과 무라마사에 죽어간 원혼들이 깃듭니다.

온몸이 귀기로 휩싸입니다. ]

"......"

"......"

"......"

우리는 동시에 소리 질렀다.

"으악!!!!!!!!!!!!!!"

"살려줘!!!"

"끄아아아악!!!"

설원 한가운데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절대 복구] : 쇼코의 초능력, 물건을 원하는 상태로 되돌린다. 복구된물건은 사용자의 주변에 있어야하며, 사용자가 지역을 벗어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구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절대 온도] : 자신의 주변 지역을 그녀의 체온과 비슷한 상태로 만든다. 케이시의 초능력.

마치며.

처음으로 새벽에 2편을 업로드 하네요.

에피소드 6에 돌입했습니다.

온천 씬이 약간 바뀌었는데 알아채시는 분이 있을까는 모르겠군요.

그럼 다음 화에서 뵐게요!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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