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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제국건국기-168화 (168/171)
  • 대고려 제국, 세상을 통일하다 - 6

    1348년 1월 31일

    [로마 외곽에 위치한 마르스 평원]

    과거에는 양을 키우던 목초지였으나 나중에는 군인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장소로 바뀌었으며, 고대 로마에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이나 황제의 개선식이 시작되는 장소로도 유명한 마르스 평원. 현대에서는 마르스 평원 중심지에 세워진 나보나 광장이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한 평원을 마치 쇠로 된 거대한 괴물이 움직이듯 길게 늘어선 대고려 제국군의 기갑군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진격을 하고 있었다. 니코테라 항에 정박해 있는 함대를 보호하기 위해 100대의 장갑차와 10대의 땅크만을 남겨둔 왕기가 4,900대의 장갑차와 140대의 땅크를 이끌고 로마 시내로 입성하기 위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 크르르...

    로마의 앞날을 암시하듯 괴물의 거친 울음소리 같은 무한궤도의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며 마르스 평원에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니코테라 항에서 로마까지 오는 이틀 내내 선두에 서서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단숨에 격파하던 왕기의 전용기인 붉은 땅크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로마 인근에 도착하자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적의 매복을 염려한 신하들의 간절한 하소연 끝에 왕기의 땅크가 뒤로 물러나고 무지와 무장 그리고 최영 장군이 타고 있는 무선 통신용 장갑차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그 옆을 여러 대의 벌컨 장갑차가 호위를 하며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무선 장치가 가득한 장갑차 안에서 최영 장군이 근심이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걱정이네. 페하께서 너무 흥분하셨어. 그대들도 이틀 내내 보지 않았나? 폐하께서 기갑 군단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불문곡직하고 포격부터 하여 다 때려죽이시는 것을 말이야."

    그러자 무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그럴 만도 하시지요. 적들의 함정에 걸려 죽은 병사의 숫자가 2천이 넘습니다. 페하께서는 왕위에 오르시자마자 시작한 쌍성총관부 탈환 전쟁부터 얼마 전의 오스만 제국 정복 전쟁 때까지 수하의 병사들을 이번처럼 대규모로 잃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던 분이십니다. 장군께서도 잘 아시잖습니까? 폐하께서 병사들을 얼마나 아끼시는지를요. 머나먼 타국에 와서 목숨을 잃은 병사도 병사지만... 패하께서는 고려에 남아있는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디 전쟁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병사들의 희생 없이 어떻게 전쟁을 이긴단 말인가? 폐하께서 워낙 특출한 분이셔서 여태껏 피해가 없었던 것이지 2천 명의 죽음 정도는 전쟁에서 극히 미미한 피해란 말일세. 본 장군이 걱정하는 건... 대로(大怒) 하신 폐하께서 로마로 입성해 행여나 대량으로 살육을 벌이실까 하는 것이야.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폐하의 성정상 훗날 분명히 후회를 하고 괴로워하실 것일세. 수하 된 입장으로서 그런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잔뜩 흥분해 있는 무장이 거칠게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페하께 포로로 잡혔던 몬시뇰이란 놈이 이미 다 불었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힘없는 백성들 생목숨을 죽여가며 판 치졸한 함정으로 대고려 제국의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입니다. 폐하께서 분노하실 만도 하지요. 페하께서 그들을 다 죽이시겠다고 하면 다 쳐 죽여야지요. 그래서 폐하의 마음이 풀리신다면 로마가 아니라 서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병사들의 희생 없는 전쟁은 없다고요.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인류의 전쟁 역사에서 한 도시가 몰살하는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습니까? 우리는 폐하께서 적들을 죽이실 때 쓰시는 칼이지 폐하께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모조리 다 죽이라고 명하시면... 명하신 대로 다 죽이면 그만입니다."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무장의 발언에 최영 장군이 탄식을 내뱉었다.

    "어허... 폐하를 말리고 진정시켜야 할 그대가 더 흥분하면 어떡하자는 겐가?"

    그러자 무지가 입을 열었다.

    "불가능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소인의 생각으로는 지금 이 순간 페하께 부디 진정하시라고 충고하며 폐하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자는 전 세계에 딱 두 명뿐입니다. 한 분은 폐하께서 끔찍이도 아끼시는 황후마마이시고 또 한 명은 어렸을 때부터 폐하를 모셔왔던 상령이지요. 하지만 그 두 명 중 누구도 이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영 장군께서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폐하의 성품은 그 누구보다 냉철하시기 때문에 비록 초반에는 로마에서 대살육이 이루어질지라도 금방 정신을 차리시고 알아서 중단시킬 분이시니까요."

    "그러면 다행이겠지. 근데... 적들의 매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그들도 제법 위력이 뛰어난 대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야."

    "괜찮을 겁니다. 10여 대의 장갑차가 정찰조로 편성되어 각자의 차량에 천리안을 매달고 진격 방향을 계속 정찰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매복이 있다면... 그들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격이지요. 페하의 심기만 더 거슬리는 꼴이 될 테니까요."

    그 순간 장갑차 안에 있던 무선 통신 장교가 입을 열었다.

    "정찰조 장갑차에서 긴급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통신 장교의 말에 화들짝 놀란 최영 장군이 다급히 물었다.

    "뭔가? 정말로 매복해 있는 적들을 발견하기라도 한 거야?"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정찰조에 있는 통신병이 보내온 내용이 장황해서... 잠시만 기다려 보시길 바랍니다."

    해석을 끝낸 통신 장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로마 원로원의 수장이라는 자가 정찰조 장갑차의 앞을 가로막고 협상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로마의 원로원과 모든 시민들은 대고려 제국이 로마를 정복했음을 인정하고 대고려 제국의 황제를 로마의 황제로 인정한다. 따라서 그에 따른 새로운 황제의 개선식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으니 진격 속도를 조금만 늦추어 달라. 개선식은 본래 그대들이 지금 통과하고 있는 마르스 평원에서 시작해서 로마의 성스러운 도시구역인 '포메리움(Pomerium)'에 들어가기 위해 '포르타 트리움팔리스(Porta Triumphalis : 개선문)'을 통과한 후 콜로세움을 지나 최종 도착지인 유피테르 신전 앞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로마의 시민들이 그대들과 새로운 황제를 환영할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전쟁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고 적들의 수괴인 교황도 아직 잡지 못했는데 말이야. 지금 당장 원로원 수장에게 본 장군의 말을 전달..."

    최영 장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신 장교가 다급히 외쳤다.

    "잠시만요. 페하께서 직접 보내신 통신이 도착했습니다."

    "땅크에 타고 계시는 황제 폐하께서 통신을 보냈다는 말이냐?"

    최영 장군의 물음에 연필로 통신 내용을 열심히 공책에 옮겨 적으며 해석을 하고 있던 통신 장교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아시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고려 제국의 무선 통신은 모두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타고 계시는 전용기에는 성능이 가장 뛰어난 통신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가 받은 정찰조의 통신을 페하께서 받지 못하셨을 리가 없고, 해석을 하지 못하실리도 없지요. 통신에 사용되는 모든 고려 부호는 폐하께서 직접 창안하신 것이니까요."

    - 탁.

    해석이 다 끝난 듯 통신 장교가 연필을 내려놓자 최영 장군이 다급히 물었다.

    "폐하께서 뭐라고 하시더냐? 설마... 로마를 피로 씻으라고 명령하신 건 아니겠지?"

    "짐의 말을 원로원의 수장에게 그대로 전하거라. 짐은 아직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지만 그대들이 짐을 로마의 황제로 인정해 준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원로원의 공식적인 성명서를 발표하거라. 교황이 자국 백성들을 죽여가며 펼친 더러운 함정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리고, 이 시간부로 대고려 제국군에게 위해 행위를 가하는 자는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 죽인다는 것을 로마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공지시켜라. 둘째, 개선식을 하는 동안 로마가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왔다는 확실한 표시를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대들의 수괴인 교황을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라. 그렇게 한다면 짐도 로마의 전통을 존중해 주겠노라. 하지만 이중 하나라도 어긴다면... 짐이 로마 시민들을 모두 죽이고 로마를 지도상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대고려 제국군 기갑 군단의 진군 속도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라는 명령도 같이 내리셨습니다. 시간을 달라는 원로원의 요청을 들어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통신 장교의 말이 끝나자 최영 장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야. 폐하께서 다시 냉정함을 되찾으신 것 같군. 어서 빨리 폐하의 명령을 타전하거라."

    잠시 후 진군 속도를 늦춘 대고려 제국군의 기갑 군단이 로마 시내로 당당하게 입성하고 있었다.

    [왕기의 전용기]

    피처럼 붉은색으로 도색되어 있는 황제 전용 땅크에 타고 있던 왕기가 가장 먼저 선두로 다시 나와 로마 시내로 천천히 입성하고 있었다. 그런 왕기를 반기기 위해 악대들의 웅장한 행진곡이 연주되고 있었고, 잘 포장된 넓은 도로 양옆에는 로마 시민들이 도열해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꽃가루를 뿌리고 있었으며, 몇 명은 뭐라 우렁차게 외치고 있었다.

    그런 시민들을 둘러보고 있던 왕기가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을 발견했다. 맨 앞줄에 나와 있는 것은 모조리 여자와 어린아이였던 것이다. 건장한 남성들은 모두 뒷줄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바닥에 박은 채 새로운 황제에게 조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내건 조건인 로마가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왔다는 확실한 표시를 하라는 것을 제대로 잘 지킨 것 같군. 다들 죽기는 겁나는 모양이야. 구심점이 되는 교황은 이미 도망을 쳤으니 더욱 두럽겠지. 근데... 이자들이 지금 뭐라고 외치고 있는 거야?'

    왕기가 감각을 끌어올리며 소리에 집중하자 현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영화 제목과 유사한 이탈리아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제아무리 현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탈리아어에 문외한인 왕기가 원로원에서 어렵게 구해서 보내준 통역관이 있는 장갑차로 무선 통신을 보냈다.

    "메멘토 모리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곧바로 답신이 날라왔다.

    -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입니다. 황제인 당신도 영원불멸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에 불과할 뿐이니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 로마 시민들이 짐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는 것인가?"

    통역관이 놀랐는지 장문의 답장이 날아왔다.

    -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황제시여. 이건 로마의 오랜 전통입니다. 로마에는 개선식의 주인공을 놀리는 구호를 외치는 풍습이 있습니다. 개선장군 또는 황제가 너무 교만해지면 신들에게 질투를 사서 다음 전투에서 질 수 있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과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개선식 때는 '시민들이여 마누라를 숨겨라. 대머리 난봉꾼이 나가신다네!'를 외쳤고,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정복했고, 니코메데스는 카이사르를 정복했다!'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니코메데스와 카이사르는 동성애를 즐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대고려 제국의 황제에게 적합한 구호는 따로 없기에 가장 일반적인 메멘토 모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지요.

    통신을 받고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왕기의 눈에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로마 시내라는 것을 알리는 거대한 구조물인 개선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개선문 아래에는 개선식을 주최하고 있는 원로원 인물들로 보이는 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왕기가 빠르게 뇌까렸다.

    '잘 되었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로마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대고려 제국군의 무력을 한 번쯤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야.'

    왕기가 다시 통신을 보냈다.

    "개선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라. 짐이 개선문을 부숴버릴 것이니까."

    이윽고 장갑차에서 튀어나온 통역관이 이탈리아어로 원로원 인물들을 향해 달려가며 뭐라고 힘차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기가 탄 땅크의 포신이 모터음을 내며 높이가 20m, 폭이 25m, 두께가 7m나 되는 개선문을 향하여 포신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 위이잉

    - 콰아앙

    고막을 찢는듯한 포성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간 날개 안정 분리 철갑탄이 두꺼운 돌을 단숨에 뚫고 들어가 안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 쿠르릉...

    단 한발의 포탄에 그 옛날 가톨릭을 국교로 인정하는 밀라노 칙령을 반포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식을 기념하기 위해 원로원이 지어 바친 개선문의 상탑이 단숨에 박살이 나며 돌덩이들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 제국이 침몰하여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오듯 말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로마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부서진 개선문 조각들을 가볍게 타고 넘은 왕기가 탄 땅크의 뒤를 이어 장갑차들이 줄지어 로마 번화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번화가 주변에 늘어서 있는 부유한 귀족들의 집 앞에는 개선식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과 각종 음식을 담은 그릇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개선문을 박살 내고 콜로세움을 지나 마침내 유피테르 신전에 도착하자 왕기가 땅크에서 내려 원로원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원로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공손히 두 손을 위로 올리며 새로운 황제에게 바칠 월계관을 진상했다.

    [로마의 원로원]

    오래된 그림에서나 보던 로마의 원로원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왕기가 서릿발처럼 냉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백성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던 교황이 원로원을 남겨둔 것은 본인의 독재를 감추기 위한 생색에 불괴했을 것이오. 하지만 짐은 그대들을 지위에 맞게 대우해 주겠소. 하지만 짐이 내건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소. 분명히 교황을 잡도록 협조하라고 명했거늘... 아직 짐은 거기에 대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소. 이 자리에서 똑똑히 말할 테니 잘 알아듣길 바라오. 짐은 로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소. 그대들이 믿는 가톨릭교의 중심이 로마이기 때문이라오. 그대들이 믿는 신만이 유일신이라는 아집으로 똘똘 뭉쳐진 교리를 싫어하고, 그를 믿는 자만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선민사상 또한 경멸하는 바이오. 정녕 짐이 그대와 로마 시민들을 모두 죽이고 로마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리기를 원하는 것이오?"

    그러자 원로들이 깜짝 놀라며 앞다투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 교황은 이미 로마를 벗어나 멀리 도망쳤습니다.

    - 황제시여. 사실이옵니다. 로마에서 가장 빠른 네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도망을 쳤지요.

    - 소인이 교황의 도피처를 알 것 같습니다. 교황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교황이 풀은 재물로 소인에게서 사간 식량의 도착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요.

    원로들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치켜들은 왕기가 식량을 팔았다는 원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곳이 어디오?"

    "프랑스의 오트사부아라는 곳입니다. 앞쪽에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몽블랑 산이 버티고 있는 곳이지요."

    왕기가 현대에서도 익히 들었던 몽블랑 산을 떠올리며 뇌까렸다.

    '몽블랑 산이라. 교황이 제법 머리를 잘 썼군. 알프스산맥은 나폴레옹도 말을 타고 넘어가지 못한 곳이야. 현대에서 익히 보던 아름다운 백마를 타고서 알프스산맥을 넘고 있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완벽한 거짓이지. 말은 등산에 취약한 편이라고. 진실은 산을 잘 타는 볼품없는 노새를 타고 넘은 것에 불과해. 제아무리 등판능력이 뛰어난 땅크와 장갑차라고 해도 알프스산맥 그것도 가장 높다는 몽블랑 산 쪽을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교황만 잡으면 모든 전쟁이 끝날 것인데... 아무래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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