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67화 (167/171)

대고려 제국, 세상을 통일하다 - 5

[제1함대 전력 항모의 조종실]

왕기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통신 담당 장교가 다급히 천리안과 연락을 취했는지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새로 들어온 정보입니다.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신성 프랑스 제국군도 고려군도 아니라고 합니다. 해적에게 쫓기고 있는 오십여 척의 상선들이 해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양측 모두 대포가 없기 때문에 상선의 갑판에서 피비린내 나는 육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말이냐? 여태까지는 왜 아무런 보고가 없었지?"

"상선을 덮치려는 해적과 도망치려는 상선의 추격전이 시칠리아 섬 뒤쪽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천리안에서 발견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들이 해협 쪽으로 진입하자 지금 막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협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들이 갑자기 합세하여 상선을 공격 중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어업 금지령 때문에 그동안 수익이 없던 해적들이 오래간만에 출항한 대규모 상선단을 노린 함정에 제대로 걸려든 모양인 것 같습니다."

"해협 뒤쪽에 집결해 있는 교황의 전함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해적과 상선과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쪽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

"거리가 멀어 교황의 전함들이 장착하고 있는 대포의 사정거리가 닿지 않기 때문에 적들의 대포에 포격당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무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폐하.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갑작스러운 해적과 상선의 등장이라니요.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둘이 아니며 아무리 대포의 사정거리가 아니더라도 위험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고려 제국과 관련이 전혀 없는 외국인들이옵니다."

"하지만 해적들은 상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처참하게 죽일 것이야. 그것이 그들의 습성이니까. 상선의 숫자가 50척이라고 하면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야. 눈앞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편 그 시각 상선들 중에서 가장 큰 배인 대장선으로도 해적들이 건너와 상인들을 처참하게 살육하기 시작했다.

[상선의 대장선]

수하들과 건너온 해적의 수괴가 갑판 한쪽에서 자신의 시종과 함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육을 방관만 하고 있는 몬시뇰 프란치스카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몬시뇰 경. 다시 뵙게 되어 반갑소이다. 그대가 원하는 것처럼 지중해 일대를 돌아다니는 해적들을 잔뜩 이끌고 와서 상선들을 습격했소. 이게 지중해 쪽의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한 교황의 함정이 아니길 바라오. 나도 만일을 대비한 한 수 정도는 준비해 놨으니까 말이오."

그러자 몬시뇰이 돼기 기름을 잔뜩 발라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얼굴로 대꾸했다.

"교황의 함정 따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소. 그대들은 상선에 타고 있는 자들을 다 죽인 다음 갑판에 놓여 있는 재물들을 챙겨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적지 않은 재물이니 그대와 약속한 대가로 충분할 것이오. 그리고 상선에 타고 있는 자들은 어차피 죽을 각오를 하고 승선한 자들이니까 맘 놓고 다 죽이시길 바라오.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포로로 잡았다가는 이쪽이 곤란해진다는 걸 명심하시고, 애초에 약속한 대로 선저로 내려가서는 절대 안 되오. 알겠소이까? 잘못하다간 그대들도 크게 다칠 수가 있으니까 꼭 지키셔야만 할 것이오. 서두르시오. 최대한 빨리 약탈을 끝내고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몸에 좋을 테니까."

"그러도록 하지요. 근데... 명색이 교황과 몬시뇰이라는 작자가 사람들을 이렇게 죽이도록 방관해도 되는 것이오? 근처에 해적들의 약탈을 막을 수 있는 교황의 함대도 보이던데 말이오."

"상선에 타고 있는 자들은 주님을 위한 순교자들이오. 죽어서 다들 천국에 갈 것이니 그대가 걱정할 필요 없소이다."

"알겠소이다. 그럼 그대가 말한 것처럼 이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인 후 최대한 빨리 이 해협을 벗어나겠소이다."

그 순간 대고려 제국에서 수입한 망원경으로 대고려 제국 함대 쪽을 관찰하고 있던 시종이 외쳤다.

"몬시뇰 경. 적들의 배가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몇 척이나 되느냐?"

"백 척 정도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400척 중에 100척뿐이라고? 아쉽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건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니까. 주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어서 신호를 보내거라. 상선 밑에 싣고 있는 그리스의 불을 바다에 뿌리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시종이 북채를 들어 옆에 놓여있는 북을 힘차게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 둥. 둥. 둥...

[제1함대 전력 항모의 조종실]

숫자가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을 것 같고, 너무 많이 보내자니 함정의 위험이 있어서 100척의 전열함만을 해협 쪽으로 보낸 왕기가 조종실에서 무선 통신을 통해 연속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해적의 배와 상선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으니 100척의 전열함은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후 대포를 발사하거라."

"죄 없는 상인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정확히 해적들의 배만 격침시키란 말이다. 그렇게 몇 척의 배만 박살 내면 해적들이 꽁무니가 빠지라 도망갈 것이야."

"그리고 모든 배들의 선장은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거라. 지금 이 상황은 잘 짜인 적들의 함정일 수도 있어."

"어차피 교황의 배들에 실려있는 대포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고, 배의 속도 또한 고려의 배에 비해 뒤떨어지니까 큰 위험은 없을 것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모든 전함들은 그 즉시 뒤로 빠져 본대로 합류하거라."

이윽고 해협 현장에 도착한 전열함에서 보내온 통신들도 날라오기 시작했다.

- 함정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갑판에 막 죽은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즐비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해적들이 상선의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 해적들이 싸우기도 전에 도망치려고 합니다. 전열함은 흩어져 해적들의 뒤를 쫓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모여서 진격했던 100척의 전열함이 각개격파를 위해 막 흩어지려는 그때 몬시뇰이 쏜 불화살이 그리스의 불 재료들이 표면 위에 둥둥 떠있는 해상으로 날아갔다.

- 화아악.

2마일에 불과한 좁은 해역 전체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시커먼 연기가 발생하여 해협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전열함과 천리안에서 곧바로 급박한 통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갑작스러운 불길로 인한 연기로 병사들의 호흡이 곤란해지고 있으며 하나둘씩 빠르게 쓰러지고 있습니다.

- 해협 뒤쪽에 집결해 있던 교황의 전함들이 도망을 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들짝 놀란 왕기가 다급히 전열함 쪽에 후퇴 명령을 내린 다음 최영 장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적의 함정이다. 산소 호흡기! 병사들을 살리려면 산소호흡기가 대량으로 필요해. 산소 호흡기가 배에 실려 있나?"

"산소호흡기는 비행선 용으로 개발된 것이라 전함에는 실려있지 않습니다. 전력 항모에 있는 의무실에 물에 빠진 사람을 위해 하나씩 비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왕기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후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산소 호흡기를 무공이 뛰어난 무지와 무장에게 하나씩 줘서 해협으로 즉시 보내도록 해. 어차피 병사들을 일일이 구해내기는 늦었다. 그들에게 전열함에 올라타 선수를 이쪽으로 돌리기만 하라고 말해. 배가 본대로 돌아오는 즉시 이쪽의 병사들을 올려보내 구조 작업을 실시한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그리고... 도망치려는 적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적들의 해군력을 일거에 소멸시킬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격파해야만 한다."

"하지만 폐하. 해협 일대에 붙은 불이 꺼지기 전에는 전함들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속도로 승부한다. 화염 속으로 들어가면 모든 병사들 보고 숨을 참으라고 해. 그동안 화염 지역을 빠르게 돌파한 후 뒤쪽에 있는 교황의 전함들을 향해 돌격시킨다. 불길이 꺼진 후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그들을 잡아둬야만 해. 그런 속도를 지닌 배는 거북선밖에 없어. 8대의 거북선을 모두 출격시키고 최고 속도로 운항을 해 불길 지역을 통과하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폐하."

왕기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산소통을 울러매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무지와 무장이 고무보트를 타고서 불타고 있는 해협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1함대와 제2함대의 전력 항모를 호위하고 있던 8척의 거북선이 선대에서 이탈해 일렬로 줄을 지은 다음 해협 쪽으로 전력을 다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왕기가 그런 거북선을 보며 명령했다.

"거북선의 선장들을 잘 들어라. 짐이 요구하는 것이 뭔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야. 프로펠러를 이용하여 최대 속도를 올린 다음 화염 지역으로 돌입하는 순간 모두 숨을 참고 보조 추진장치를 작동시키도록. 최대한 빨리 그 지역을 통과한 후 후방의 적들을 급습한다."

- 알겠습니다. 폐하.

"거북선의 철판은 튼튼하고 지붕이 다 막혀있어서 적의 포격도 너끈히 버텨낼 것이야.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고 있거라."

- 존명!

초조한 표정의 왕기가 통신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일렬로 줄을 지어 빠른 속도로 화염 지역으로 진입하려는 거북선에서 일제히 선장들의 명령이 터져 나왔다.

- 보조작치 작동!

그 순간 거북선의 후미에서 호쾌한 불꽃이 터져 나왔다. 왕기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심혈을 기울여 장착한 산소와 수소를 혼합시켜 폭발시키는 제트 엔진이 실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제트 엔진이 작동되자 거북선의 선수가 번쩍 들리며 쾌속하게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한 빠른 속도였다.

일전에 최영 장군이 앞부분이 분명히 용대가리인데 페하께서 왜 거북선이라고 이름을 붙이셨는지 알겠다며 말한 거북선의 앞뒤에 장착되어 있던 거북이의 앞발과 뒷발과도 같은 곳이 왕기가 답했던 것처럼 날개 역할을 하며 거북선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시 후 숨이 막힐 듯한 조종실의 정적을 깨고 왕기가 바라던 통신이 들어왔다.

- 거북선 화염 지대 무사통과. 속도가 워낙 빨라 숨을 참은 병사들의 피해는 없으며 적들을 향해 곧바로 달려가고 있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왕기가 최영 장군을 보며 말했다.

"제2함대는 이곳에서 무지와 무장이 돌려보낸 배들을 인수받아 병사들을 구조한다. 제1함대는 화염이 잠잠해지고 연기가 사라지면 모두 교황의 함대를 향해 진격하도록. 거북선이 아닌 배에는 보조 추진장치가 없으니 최대한 조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폐하. 미처 몰랐을 때에는 당했지만 알고도 당할 만큼 소장이 어리석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조종실을 나와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호신강기로 온몸을 감싼 다음 화재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뇌까렸다.

'아무리 나라도 유독한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호신강기 안에 갇혀있는 공기라면 30분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이야.'

순식간에 화재 지역 상공에 도착한 왕기가 주변을 빠르게 정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에 양가죽으로 된 주머니를 소중하게 껴안고서 화재 지역 밖으로 벗어난 두 사람이 시칠리아 섬 쪽으로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그중 한 명은 일전에 본 적이 있어서 왕기의 눈에 익숙한 몬시뇰 프란치스코였다. 왕기가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빠르게 해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900척에 달하는 전함에서 쏟아지는 거센 포격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끄떡 없이 달려드는 거북선의 일제 돌격에 당황한 교황의 배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제1함대의 본진이 도착하여 교황의 전함들을 완전히 박살 냈다. 지중해의 해상 패권이 대고려 제국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1348년 1월 29일

해협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본토의 비보 발렌시아 지역에 있는 니코테라(Nicotera) 항에 도착한 대고려 제국군의 기갑군단이 로마를 향한 진격을 시작했다.

훗날 목은 이색이 대고려제국건국사에서 서술하기를 '피의 진군'이라고 명명한 진격이 그 막을 올린 것이다. 몬시뇰을 사로잡아 고문을 가하여 모든 작전 내용을 알아낸 왕기가 그 작전의 무자비함에 치를 떨었고, 함정에 걸려 희생된 2천에 달하는 대고려 제국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둘 수 없다며 기갑군단의 앞을 막는 자들은 모조리 갈아버리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군으로 인해 겁을 먹은 서역의 병사들이 대고려 제국군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진군이었다.

1348년 1월 31일

왕기가 분노한 것처럼 병사들도 분노한 듯 불과 이틀 만에 대고려 제국군의 기갑 군단이 로마에 입성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죽여버린다는 살벌한 소문이 이미 로마 전역에 퍼질 대로 퍼졌는지 그 누구도 그들의 앞을 막아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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