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64화 (164/171)
  • 대고려 제국. 세상을 통일하다 - 2

    1347년 12월 1일

    [홍해의 수에즈 항구]

    최영 장군을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을 떠난 왕기는 이집트의 시나이반도 서쪽에 위치한 수에즈(Suez) 항구 인근 상공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늘에서 내려본 지상에서는 제1함대와 제2함대의 모든 공병대원들이 투입되어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기 위한 대고려 제국 제2운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레이트 비트 호수 옆 막사]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운하 중간에 위치해 있는 이집트의 그레이트 비트 호수. 그곳을 기점으로 제1함대는 홍해 쪽으로 연결되는 수로를 파고 있었고, 제2함대는 지중해 쪽으로 연결되는 수로를 파고 있는 중이었다. 차후 운하가 완공되면 홍해와 지중해의 바닷물이 만나게 될 호수 옆에는 대고려 제국의 막사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훗날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이름을 딴 '레셉스의 이주(Lessepsian migration : 담수호였던 호수가 바닷물과 만나 염호가 되면서 홍해의 물고기들이 영양분이 풍부한 지중해 쪽으로 이주하는 현상)'가 일어날 호수 옆 막사에서 왕기가 최영 장군과 무지 그리고 목은 이색과 함께 의논을 하고 있었다.

    "최영 장군. 운하 공사는 잘 되어 가고 있소이까?"

    왕기의 물음에 최영 장군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폐하.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운하가 개통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로는 과거 이집트에서 백성들을 동원하여 운하를 개통시키기 위한 공사를 여러 번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홍수와 침니(沈泥) 현상으로 인해 모두 막혀버렸지만요. 그 말인즉슨 땅의 대부분이 모래와 진흙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삽차로 땅을 파기가 수월하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제2운하는 대고려 제국의 제1운하처럼 양쪽 바다를 막는 갑문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기에 공사 일정은 더욱 단축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고려 제국 공병대는 이미 제1운하 공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왕기가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파고 있는 수에즈 운하 그러니까 대고려 제국 제2운하에는 갑문이 필요 없소. 어차피 모든 배는 이곳의 호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지. 굳이 바다 쪽 입구를 막을 필요 없이 호수에 전함 몇 척만 띄어 놓으면 대고려 제국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배도 통과할 수가 없다는 뜻이오. 그리고 지금 파는 운하는 속도가 생명이오."

    왕기가 무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전에 그대와 의논했던 것처럼 서역을 공략하는 기본 전략은 양동이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그 길이가 워낙 길어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소. 짐은 서역과의 전쟁을 대고려 제국 역사상 마지막 전쟁이 되게 만들 생각이라오. 오스만 제국이 이미 항복을 한 이상 서역만 정벌하면 이 세상에서 대고려 제국을 막을 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소.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고 세계 경영을 시작해야만 할 것이오. 전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짐의 수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이 세상을 짐이 바라는 세상으로 만들려면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만 하오."

    그러자 무지가 곧바로 답했다.

    "폐하의 그런 마음을 소신도 잘 알고 있기에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운하를 완공해서 제1함대와 제2함대가 지중해 쪽으로 진입을 하게 되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최소 1년 이상은 빨리 서역을 정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함대가 아프리카 대륙을 빙 둘러 가서 지중해로 가는 것보다 운하를 뚫는 것이 더 빠를 것이고요."

    "좋소이다. 예상 완공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소?"

    "6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자 왕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땅이 물러 파기가 쉽다면서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말이오?"

    그러자 무지가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2운하를 파기 전에 사전에 이집트에서 공사를 한 자료들을 철저히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두 가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사옵니다. 하나는 대고려 제국 함대의 배가 고대 이집트에서 운용하던 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기존의 수로를 확장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대 이집트에서 봉착했던 문제를 대고려 제국 공병대 역시 똑같이 만난다는 것입니다."

    무지가 지도의 한 부분을 콕 집으며 말을 이었다.

    "이집트에서 판 수로는 이 지역을 피해 빙 둘러 가게 되어 있사옵니다. 물길을 몇 백리를 더 돌아가게 말입니다. 그러한 이유는 이곳에 두꺼운 암반지대가 있기 때문이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러한 암반 지대를 뚫을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고려 제국 공병대는 이 암반지대를 그대로 돌파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건설 기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운하가 개통되었을 때 배의 운항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먼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러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암반 지대를 뚫을 기술력도 충분히 가지고 있고요."

    "좋소이다. 이번에 온 공병대에는 암반에 구멍을 뚫는 천공기도 실려 있으니 그리합시다. 짐도 고려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계속 머물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소. 제1운하를 뚫을 때처럼 말이오."

    "그리만 해주신다면 공사 기간이 몇 달은 단축될 것입니다."

    1348년 1월 10일

    왕기가 이집트에 머물며 운하 공사에 참여한지도 어언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암반 지대를 뚫는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왕기의 합류 이외에도 무지, 무장과 같은 절대 고수들의 힘이 하나로 합쳐졌기 때문이었다.

    - 쾅. 콰광. 쾅...

    삽차로 흙을 파낸 땅 위로 우뚝 솟아있는 암반지대를 무장이 공중에 둥실 떠있는 상태에서 주먹을 번갈아 날리며 끊임없이 두들겨 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암반이 조금씩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무장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전설로만 듣던 소림사의 백보신권(白步神拳)인가? 보아하니 네놈도 화경에 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모든 것은 폐하 덕분입니다. 폐하로 인해 소인이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짐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다? 짐은 백보신권을 익힌 적도 없고, 비급조차 본 적이 없는데..."

    "소림사의 백보신권은 강호상에서 이름만 더 높을 뿐 유명무실한 무공입니다. 백보 밖에서 날린 주먹이 어떻게 집채만 한 바위를 부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백보는커녕 십보 밖에서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하지만 비급에는 분명히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인이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인가?"

    "폐하를 옆에서 모시면서 소인이 배운 것이 있지요. 이 세상은 산소와 수소를 비롯한 각종 원소들이 뒤섞여있는 공기로 뒤덮여 있다는 것과 물체가 음속을 돌파하면 충격파가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교토를 폭격하실 때 소인도 비행선에 타서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거대한 충격파가 교토 일대를 단숨에 폐허로 만드는 것을 말입니다. 그걸 참고해 무공 비급을 다시 해독해 보았지요. 그랬더니 백보신권을 익힐 길이 보이더군요. 백보신권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주먹을 빠른 속도로 내질러 대기 중에 거대한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한편 그러한 충격파를 한 점으로 모으는 비결이 적혀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 쐐애액...

    무장이 주먹을 앞으로 무찌르자 음속을 가뿐히 돌파한 주먹으로부터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멀리 떨어져 있는 암반에 충격파가 직격했다.

    - 콰과광...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놈도 이제 머리라는 것을 쓸 줄 알게 되었구나. 그 정도라면 짐이 대륙 하나를 맡겨도 되겠어. 하지만 짐도 그동안 그냥 놀고만 있지는 않았지."

    말을 끝낸 왕기가 삼삼이와 칠칠이를 꺼내어 허공에 띄운 후 강기를 씌웠다. 일전에 보았던 오색찬란한 강기가 아니라 아지랑이처럼 색깔도 없고 제대로 된 형체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 무색투명한 강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장이 물었다.

    "폐하. 강기가... 강기의 형태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짐도 깨달음이 좀 있었지. 짐이 처음으로 강기를 발현시켰을 때에는 지잉~ 지잉~ 하는 소리가 났었다. 그리고 오색찬란한 빛도 났었지. 하지만 이건 에너지 보전 법칙에 따르면 내공이 강기로 전환될 때 소리와 빛의 형태로 내공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뜻과도 같은 것이야. 그걸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느니라."

    - 쐐애앵...

    무색의 투명한 강기에 뒤덮인 쌍검이 두꺼운 암반 쪽으로 날아가더니 두부처럼 뚫고 들어가 검의 손잡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그러한 광경에 무장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 페하께서 말씀하신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란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소인이 죽기 전에 폐하의 뒤꽁무니라도 쫓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백보신권을 터득하면서 이 정도라면 폐하와 한번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쉽게 따라 잡혀서야 천하제일인이라는 내 별호가 무색하지 않겠느냐? 짐이 원하는 대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굶주림과 종교분쟁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면 무지와 무장 그리고 상령과 함께 조용한 곳에서 무(武)의 끝이 어디인지 다 같이 한번 찾아보자꾸나. 짐이 과학과 공학에 대해서 기초부터 제대로 알려줄 테니까 말이야. 그럼 다들 나름의 깨달음이 있을 것이니라."

    그 순간 아래쪽에서 반야심공을 운기하며 암반을 깨부수고 있던 무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페하. 이 속도라면 일주일 이내로 암반 지대를 다 뚫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식사부터 하시지요."

    왕기가 무장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갈 때 위고 교황은 대고려 제국을 상대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었다.

    [로마의 교황청]

    위고 교황의 집무실에서 교황과 장군들이 모여 대고려 제국의 침공을 막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다들 모두 첩보를 들으셨을 것이오. 대고려 제국의 함대가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 운하를 파고 있다는 정보를 말이오. 그리고 그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하오. 이제는 회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소이다. 그들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만 할 것이오."

    그러자 장군 중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들의 군대가 무섭기는 하나 그 숫자는 그리 많지가 않기 때문에 숫자로 압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신성 프랑스 제국 전역에 소집령을 내려 병사들을 모아야먄 할 것입니다. 병사 천 명당 적 하나를 죽이게 되면 결국에는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대고려 제국의 군사력을 직접 목격한 몬시뇰 프란치스코가 반박했다.

    "내가 몇 번이나 강조하지 않았소? 머리 숫자로 들이밀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이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갑차와 땅크의 위력은 무섭소이다. 몇 백만을 긁어모아봐야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전멸될 것이오. 그리고 그렇게 많은 병사들을 모으면 제국의 경제가 파탄 날 것이오. 그대는 머리가 없소?"

    그러자 누군가가 다시 반박했다.

    "그럼 그대는 뾰족한 수가 있소이까? 그대의 말처럼 대고려 제국군의 화력이 그렇게 막강하다면 그들이 상륙하게 되면 막을 방법이 없지 않소? 해결책이 있소?"

    "결국 바다에서 막을 수밖에 없소이다. 그래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오. 육지에서는 절대 무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오."

    몬시뇰의 대답에 누군가가 또 반박했다.

    "바다에서 무슨 재주로 그들을 막는다는 것이오? 대포의 사정거리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것이 이미 홍해의 전투에서 밝혀졌잖소? 비록 우리에게 9백 척에 달하는 전함이 있지만 해상에서의 교전은 필패일 것이오. 남을 욕하기 전에 그대부터 제대로 된 해결책을 가지고 말씀하시오."

    그 순간 교황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본 교황에게 방법이 있소. 어쩌면 한방에 적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오."

    갑작스러운 교황의 말에 장내의 이목이 집중되자 교황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대고려 제국의 기술력은 막강하오. 현재로서는 그들의 기술력을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소이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대고려 제국에도 없는 것이 우리에게 있소."

    누군가가 신음 소리와 함께 답을 말했다.

    "으음... 그리스의 불 말씀이시로군요."

    "그렇소. 주님께서 내려주신 선물이자 바다 위에서도 불타오르며 물로도 끌 수 없는 불 말이오. 대고려 제국에도 없는 것이니 그에 대한 대비책 또한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오. 바다 위에서 그리스의 불을 피울 곳으로 적들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적들을 한방에 전멸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오. 그 옛날 이슬람 병사들을 물리쳤듯이 말이오."

    그 순간 누군가가 반박했다.

    "성하시여. 훌륭한 작전이기는 하지만 적들의 배는 쇠로 제작된 철선이옵니다. 이슬람 배처럼 목재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에 타지를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교황이 회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본 교황이 주님께 그리스의 불 제조법을 전수받았을 때 그 사용법 또한 자세히 알게 되었소이다. 그 옛날 이슬람 병사들이 모두 불에 타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시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적의 배가 철선이든 목선이든 상관없다는 뜻이오. 그러니 지금부터 그대들이 해야 할 것은 적들을 어떻게 유인하느냐는 것을 의논해야 할 것이오. 유인에만 성공하면 그들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오."

    교황의 말에 희망에 가득 찬 장군들이 다시 작전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1348년 1월 20일

    홍해에 머물고 있던 대고려 제국의 제1함대와 제2함대가 지금의 수에즈 운하이자 대고려 제국 제2운하가 개통되자마자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 홍해의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대고려 제국이 세계를 일통하기 위한 마지막 해전이 마침내 그 막을 연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