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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제국건국기-162화 (162/171)
  • 이슬람 세력을 흡수하다 - 8

    [예루살렘 성 남쪽의 간이 막사]

    150대의 땅크와 5천 대의 장갑차로 5만의 병력을 순식간에 갈아버린 왕기가 불가항력적인 압도적인 무력에 기가 팍 죽어있는 십자군 원정대의 총사령관인 몬시뇰 프란치스코 일행과 오스만 제국의 오르한 1세의 일행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 다시 한번 진지하게 의논을 해봅시다."

    그러자 직접 링에 올라가 싸운 선수보다 옆에서 심판을 본 자가 더 객관적이듯 대고려 제국의 무력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듯 오스만 제국의 오르한 1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고려 제국의 황제가 오스만 제국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딱 네 가지 조건만 내걸 것이오. 그 조건만 들어준다면 대고려 제국은 오스만 제국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그대의 황제 자리와 혈통에 의한 계승권 또한 용인할 생각이라오."

    "그러한 조건이란 게 무엇이오?"

    "첫 번째, 여태까지의 모든 원한 관계를 묻어두고 지금 이 시간부로 이슬람과 가톨릭 간의 종교분쟁을 멈추는 게 조건이오."

    "그건... 부당한 처사 이오. 먼저 쳐들어온 것은 가톨릭 쪽이었단 말이오. 이전의 십자군 원정도 그렇고 이번 원정 또한 그들이 먼저 공격해온 것이오."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종교분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오. 만약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모인 모든 이슬람 병사들과 십자군 원정대 병사들을 다 죽여버릴 것이오. 그럼 싸울 병력이 모자라서 종교 분쟁이 종지부를 찍겠지. 짐이 사람 죽이는 걸 두려워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 같소이까? 대고려 제국이 지니고 있는 신무기라면 한 시진만에 백만이든 이백만이든 깡그리 다 죽일 수 있는 간단한 일인데 말이오.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덤벼보시던가..."

    대놓고 면전에서 을러대는 협박에 오스한 1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머지 다른 조건은 무엇이오?"

    "두 번째, 오스만 제국은 대고려 제국의 아래에 있다는 것을 공표하고 매년 조공을 바쳐야만 하오. 단 조공은 황실 수입의 1/10로 한정할 것이고 금이나 은 또는 식량을 수탈해 가지는 않을 것이오. 그랬다가는 그대가 오스만 제국을 다스리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짐은 그대를 수하가 아니라 친형제처럼 대할 것이기 때문이오."

    '아무렴. 예로부터 터키는 형제의 나라이지...'

    왕기가 속으로 뇌까릴 때 오스한 1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럼 뭘로 받아 가겠다는 거요?"

    "광물! 값비싼 금이나 은이 아닌 오스만 제국이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 광물들로 받을 생각이오. 대고려 제국이 직접 광산을 개발해서 채굴할 생각이니까."

    '오스만 제국 땅에서 크롬과 니켈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를 대량으로 찍어 낼 수가 있어. 차후에 아프리카 대륙도 점령해야 하겠지만...'

    왕기의 뇌까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스한 1세가 즉답했다.

    "그런 조건이라면... 본 황제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을 것이오. 나머지 조건은 무엇이오?"

    "혹시 철도와 전철이 뭔지는 알고 있소?"

    "들어보았고 어떠한 건지 자세한 그림으로 보고받은 적도 있소이다. 짧은 시간에 날이 갈수록 강성해지고 있는 대고려 제국의 정보는 본 황제의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이니까."

    "그럼 말이 쉽게 통하겠구려. 짐은 대고려 제국에서 오스만 제국을 지나 머나먼 서역까지 철도를 깔아 전철을 운행시킬 생각이오. 차후 철도가 깔리는 오스만 제국의 땅은 대고려 제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다스리게 될 것이오. 그걸 인정해 주시오. 어차피 철도 부지라고 해봐야 오스만 제국의 땅 넓이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을 테니까. 그리고 철도의 안전 운행을 보장해 주시오. 이건 오스만 제국 입장에서도 나쁜 조건은 아닐게요. 철도와 전철로 인해 오스만 제국도 이득을 충분히 볼테니까 말이오."

    "그건 본인이 이 자리에서 승인해 주겠소. 전철이 얼마나 편리한지 철도가 깔린 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는 본인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오."

    "마지막 한 가지 조건이오. 대고려 제국이 발간한 책 두 권을 오스만 제국 황제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승인해서 사람들이 널리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오. 물론 책은 당연히 대고려 제국에서 찍어서 보급해 줄 것이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은 오스한 1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말로 그게 전부인 것이오? 오스만 제국에서 값싼 광물을 채굴하고 대고려 제국이 까는 철도의 안전보장을 해주며 본인이 책 두 권을 승인해 주는 것이 대고려 제국이 원하는 전부란 말이오?"

    "하나가 빠졌구려. 전쟁을 지금 즉시 멈추라는 것 말이오."

    "그거야 뭐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는 조건이지. 대고려 제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직접 눈으로 봤으니까.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 구려. 대규모 포로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금은을 원하는 것도 아니며 식량을 뺏어갈 생각도 없는 대고려 제국이 승인을 해달라는 책이 무엇인지 말이오."

    "하나는 훈민정음이라는 책이오. 훈민정음은 대고려 제국에 포함된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자이지. 익히기 쉽고 쓰기도 쉬워 모든 백성들을 문맹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문자라오.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코란이오."

    오스한 1세가 대뜸 되물었다.

    "훈민정음이라는 것이 뭔지는 들어봤소이다. 그런데... 새로운 코란이란 게 무엇이오? 기존의 코란과 비교해 무엇이 새롭다는 거요?"

    "새로운 코란은 기존의 코란에서 딱 한 구절만 바뀔 것이오. 알라는 위대하나 유일신은 아니다. 이 넓은 세상에는 다른 신들도 존재하고 그러한 사실을 알라께서도 인정하셨다는 것을 새로운 선지자께서 말씀하셨으니 앞으로 종교로 인한 전쟁은 알라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오."

    여태껏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로 왕기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던 오스한 1세가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며 외쳤다.

    "그건 불가하오! 알라께서는 유일하시며 최후의 예언자는 모하메드뿐이요."

    "짐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주겠소이다. 그럼 짐의 조건을 받아들이시겠소?"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것이오?"

    "그대가 마지막 선지자라고 굳게 믿고 있는 모하메드조차도 실패했던 일을 그대 눈앞에서 짐이 해 보이겠소."

    "그게 어떤 일이오?"

    "산을 불러보리다. 모하메드가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던 산을 짐이 불러오겠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새로운 코란에 대한 조건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오. 하지만 만약 본인이 해낸다면... 그대는 짐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오."

    왕기의 말에 오스한 1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날 속일 생각이구려. 보아하니 기술이 발전된 대고려 제국에서 본인을 감쪽같이 속일 속임수를 준비한 모양인데..."

    그 순간 왕기가 단호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내일 밤이오. 내일 밤중으로 '히라(Hira) 산'을 이곳으로 불러오리다. 그 정도면 어떻겠소? 시간이 촉박하니 속임수를 쓰는 게 불가능하지 않겠소? 게다가 짐이 불러온 히라 산이 진짜인지 속임수인지는 그대의 병사들이 더 잘 알 것이오. 병사들 중에 그 산을 직접 올라가 본 자가 한둘이 아닐 테니까. 그들을 시켜 알아보게 하시오. 짐이 불러온 산이 진정한 히라 산이 맞는지를 말이오."

    자신만만한 왕기의 말에 오스한 1세가 주저주저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그대가... 그대가 정말로... 마호메드도 부르지 못했던 히라 산을 본인 앞으로 불러오면 그대가 내건 조건을 알라의 뜻이라 생각하고 전적으로 들어주겠소이다. 유일신 알라께서 용인하지 않으셨다면 그러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오."

    그 순간 왕기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소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다는 거요?"

    "첫째 산을 부르되 그대 앞으로 부르지는 않을 것이오. 내가 산을 부를 곳은 예루살렘이오. 자꾸 쓸데없는 종교분쟁만 야기하는 예루살렘을 히라 산으로 완전히 덮어버려 영원히 이 세상에서 묻어버릴 생각이니까. 둘째, 산을 예루살렘 쪽으로 옮기는 것은 알라가 아닌 다른 신들이 할 것이오. 알라만이 유일한 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오. 내일 밤 직접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오."

    말을 끝마친 왕기가 몬시뇰 프란치스코를 보며 말했다.

    "그대들의 목숨을 살려줄 테니 지금 즉시 교황에게 돌아가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시오. 짐이 교황에게 내거는 조건 역시 오스한 1세에게 내건 것과 똑같으니까 말이오. 단 코란 대신 새로운 성경이 들어갈 뿐이오."

    그러자 몬시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루만 더 머물면 안 되겠습니까? 내일 산을 부르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만..."

    "하루 정도 늦어지는 것은 상관없겠지. 단 좀 전에 들었듯이 예루살렘 성을 완전히 비워야만 할 것이오. 그 안에 있다가는 짐이 불러온 히라 산에 깔려서 모두 죽고 말 테니까 말이오."

    "이슬람 측에서 선공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들과 같이 벌판에 머물며 대기하지요."

    그러자 통역을 전달받은 오스한 1세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걱정 마시오. 우리 쪽에서 선공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1347년 11월 15일

    운명의 날이 밝아왔다. 해가 뜨자마자 왕기가 공병대원들을 시켜 삽차로 거대한 구덩이를 파게 하고 몬시뇰과 오스한 1세에게 부탁해 이슬람과 가톨릭 병사들을 시켜 전날 밤 사망한 5만의 시체를 정리하도록 명했다. 병사들의 눈으로 직접 대고려 제국의 신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 크르르릉..

    삽차의 엔진 소리와 함께 땅이 푹푹 파지는 곳으로 온몸에 구멍이 난 시체들을 들고 오는 병사들이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 처음 보는 신무기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한걸? 갑옷이 그냥 종이짝처럼 다 뚫려버렸어. 카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 그러니 살아남은 자가 단 한 명도 없지. 땅을 파고 있는 저 신기한 물건은 또 어떻고? 난 앞으로 대고려 제국의 군대와는 절대 싸우지 않을 거야.

    - 어제 못 봤냐? 불과 차 한잔 마실 시간에 5만이 죽어나가는 것을 말이야. 오스만 제국의 황제와 가톨릭의 교황이 제정신이라면 대고려 제국과는 절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야.

    어느덧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예루살렘 앞쪽에는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고려 제국의 보급품으로 차린 엄청난 양의 음식들과 술들이 잔뜩 풀렸기 때문이었다. 처음 맛보는 음식의 맛에 감탄하며 술을 마신 양쪽의 병사들이 예루살렘 앞쪽의 평원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서 즐겁게 한바탕 잔치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왕기가 은밀하게 무전을 날렸다.

    [특수연출팀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작전을 실시하도록.]

    명령을 내린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자고로 쇼는 화려할수록 좋은 법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음향효과와 조명효과를 제대로 내는 것이 좋아. 신들에게 연락해라. 일전에 내가 말한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이야.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가혹한 피바람이 불어닥칠 거라는 말도 전하고. 난 이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니까. 이 방법으로도 안 되면 모조리 죽여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띠리링. 전달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다들 준비 중이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예루살렘 상공의 하늘로 사방에서 구름들이 몰려와 밤하늘의 별과 달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그러자 왕기가 자신의 양옆에 서있는 몬시뇰과 오스한 1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시작될 것이오. 짐이 산을 불러오리다."

    왕기의 말이 삽시간에 양쪽 진영으로 퍼져나가고 있을 때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며 핀 조명이 무대 위에 떨어지듯 하늘에서 한줄기 밝은 빛이 내려와 왕기가 있는 곳을 환하게 밝혔다. 그러자 양손을 하늘 높이 치켜든 왕기가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하늘에 계신 신들이시여. 천상에 알라와 하느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히라 산이여. 이곳으로 오거라. 그리고 저 죄 많은 도시를 완전히 뒤덮어버리거라."

    그 순간 하늘에서 마치 천사들의 합창 같은 성스러운 분위기의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욍기가 자신보다 음악적으로 더 뛰어난 노국공주에게 부탁해 이러한 분위기에 적절한 음악을 작곡해서 최무선에게 녹음을 시키게 한 곡이 특수연출팀이 타고 있는 비행선에 실린 축음기에서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었다.

    양손을 치켜든 채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새까맣게 옻칠을 한 칠흑 같은 비행선에 잔뜩 붙어있는 확성기에 의해서 틀어지고 있는 음악을 감상하고 있던 왕기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뇌까렸다.

    '라~ 샤~ 끼오 삐앙기... 노국공주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Rinaldo)' 중에 울게 하소서를 작곡해서 최무선에게 넘겨준 모양이로군.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리는걸?'

    핀 조명이 왕기에게 떨어지고 하늘에서는 성스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자 이슬람과 가톨릭 병사들이 모두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쿵. 쿵. 쿵...

    지진이라도 난 듯 지축이 뒤흔들리고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천지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누군가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모두 남쪽을 봐! 산... 산이 이동하고 있어."

    백만이 넘어가는 병사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조리 남쪽으로 향하자 그게 신호탄인 양 남쪽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엄한 빛 속에서 사람 다리 형상으로 보이는 제법 굵은 기둥들이 보였다. 단지 그 크기가 너무나 거대해서 다리 위쪽은 하늘의 구름 위로 솟아있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다리들의 아래에는 거대한 손들 십여 개가 무언가를 힘겹게 떠받들고 있었다. 마치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무거운 짐을 옮기듯 왕기의 부탁에 신들이 합심해서 히라 산을 들고 예루살렘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왕기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다들 자신들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말거라. 신들께서 여러분들을 피해 알아서 이동해 주실 테니까 말이다."

    그러자 모든 병사들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쿵. 쿵. 쿵...

    그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단 몇 걸음만에 다가온 히라 산을 들고 있는 수십 개의 손이 지척으로 다가오자 왕기가 다시 한번 외쳤다.

    "신들이시여. 히라 산으로 저 죄 많은 예루살렘을 완전히 뒤덮어주소서."

    - 쿠웅...

    강력한 진동음과 함께 신들의 손에 의해 들려온 히라산이 예루살렘에 안착하며 도시 하나를 완전히 묻어 버렸다.

    - 스르르...

    이윽고 거대한 손도 사라지고 다리도 종적을 감추자 왕기가 양옆에 엎드려 있는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오르한 1세에게 물었다.

    "짐은 약속을 지켰으니 병사들을 시켜 저 산이 거짓인지 속임수인지 한번 확인해 보시오."

    그러자 오르한 1세가 정신없이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대꾸했다.

    "믿습니다. 믿고말고요. 그대의 말이 진실임을 믿고 그대의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습니다."

    흡족한 표정을 지은 왕기가 이번에 몬시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경에 나와 있기를 인간은 신의 형상을 본받아 창조되어 있다고 나와있는 걸로 알고 있소이다. 방금 전 본 것이 하느님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지요? 산을 들고 옮겼던 손과 다리가 수십 개나 되었으니까 말이오. 인간에게는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다리밖에 없다는 것을 그대도 잘 알 것이오. 따라서 천상에는 하느님과 알라 외에도 여러 신들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일 테지. 그러니 돌아가서 교황에게 전하시오. 다시 한번 인간의 사악한 욕심으로 종교 분쟁을 일으킨다면... 짐이 직접 신들에게 부탁해 타보라 산을 옮겨 교황청을 완전히 땅에 파묻어버릴 것이라고 말이오."

    "그...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암요. 그렇게 하고 말고요. 저와 같이 직접 눈으로 본 병사가 20만이 넘는데 어찌 감히 거짓을 전달하겠습니까?"

    그렇게 훗날 목은 이색이 쓴 대고려제국건국사와 왕기의 명에 의해 유일신 교리를 지운 네오 성경과 네오 코란에 적힌 종교분쟁의 완전한 종식을 가져온 '대화합의 날'이라고 불린 날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은 두 손 두 발 다 들은 오스한 1세가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와 대고려 제국이 이슬람 세력을 무난하게 흡수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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