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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제국건국기-153화 (153/171)
  • 서역 정벌을 준비하기 시작하다 - 3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쟁 물자를 원활하게 보급할 수 있는 보급로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보급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폐하의 성정상 보급로가 확보되지 않은 전쟁은 시작조차 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그래서 소신은 보급로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 두 가지가 무엇이냐?"

    "하나는 이미 정복이 끝난 인도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폐하께서 바다를 이용한 보급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한 번에 많은 보급품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육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폐하께서 동행하지 않으면 언제 배들이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인도 서쪽의 '뭄바이(Mumbai)'에서 아라비아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무스카타' 항구까지는 불과 6천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먼바다가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서 가는 항해이기에 함대가 침몰할 위험성 또한 낮지요. 이슬람의 가장 강대한 제국인 오스만 제국을 치기에는 인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2함대를 건조하여 안도로 보내주시면 소신이 1, 2함대를 이끌고 이슬람교도들의 핵심 세력권인 아라비아반도와 오스만 제국의 땅을 점령하여 폐하께 바치겠사옵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로군. 문제는 1, 2함대만으로 아라비아반도를 점령하고 오스만 제국까지 함락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인도에 있는 철갑 기병과 공병대원들 거기에 2함대에 실려올 보급품과 추가 병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폐하께서 개발하신 땅크를 보내주시는 것이지요. 아라비아반도를 북상하며 주변을 정복하기에는 땅크만 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라비아반도 태반이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무한궤도를 장착한 땅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막을 가로질러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럼 양동 작전의 나머지 하나는 뭔가?"

    왕기의 물음에 무지가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답변했다.

    "이곳에 철로를 까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 대륙을 점령한 폐하이시기에 폐하의 뜻을 감히 거스를 자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려 본토에서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이곳을 통과하는 철로를 깔게 되면 서역 쪽으로 막힘없는 진격로와 보급로 확보가 가능하옵니다. 그런 후 서역과의 대회전을 벌이는 것이지요. 서역까지의 신속한 보급로만 확보된다면 이미 이긴 전쟁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왕기가 무지가 손가락으로 집은 지점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짐은 무지 그대의 의견에 전적으로 반대하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라는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지르겠다는 그대의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아. 서역까지 가장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니까. 문제는 그 의견을 실천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야. 그 광활한 넓이는 일단 제쳐놓더라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에 100장이 넘어가는 사구(沙丘)가 즐비한 사막에 철도를 깐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타클라마칸 사막은 모래폭풍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닥치는 곳일세. 사구의 높이가 다른 사막에 비해 유달리 높은 이유가 거기에 있지. 모래폭풍에 철도가 유실되고 모래에 파묻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거야. 그래서는 신속한 보급로 역할이 불가능해. 그곳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짐의 생각일세. 하지만... 철도를 깔아 서역까지 신속한 보급선을 구축한다는 것은 짐의 생각과 완벽하게 일치하네. 단..."

    왕기가 지도의 한곳을 집으며 말을 이었다.

    "철도를 깔 곳은 이곳일세."

    무지가 왕기가 짚은 곳을 살펴보며 물었다.

    "거긴 얼마 전에 정복한 고토가 아닙니까?"

    "맞아. 이미 이곳에서 여진족과 거란족의 철수가 시작되었어. 그냥 놔두었다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황무지가 될 것이야. 짐이 생각하는 서역까지의 보급선은 외흥안령 산맥 북쪽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철도인 것이야. 이로 인해 세 가지 이점을 볼 수 있네. 첫째, 사막이 아닌 단단한 땅 위에 철도를 까는 것이라 빠른 시간 내에 철도를 깔 수 있다는 것이야. 둘째, 그러한 철도 건설을 위해 수많은 인력과 막대한 재물이 동원되면 북방의 고토가 자연스럽게 개발될 걸세. 셋째, 시베리아를 관통하다 보면 아라비아반도와 오스만 제국을 점령한 고려군과 자연스럽게 합류가 가능하다는 것이야. 짐의 정복 계획은 지금 이 순간 확정되었네. 먼저 그대의 의견처럼 인도를 이용하여 아라비아반도와 오스만 제국을 점령할 걸세. 그러는 동안 고려에서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건설하고, 오스만 제국의 점령에 성공한 고려군과 하나로 뭉쳐 서역으로 단숨에 진격할 걸세.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주게나."

    왕기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무지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신도 페하께서 지금 말씀하신 계획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좋아. 그럼 거기에 초점을 맞춰 세부 계획을 짜보도록 하게나. 어차피 가장 선봉에 설 것은 무지 그대와 무장일 테니까. 그럼 전쟁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

    왕기가 목은 이색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일신 교리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코란과 성경을 저술하는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냐?"

    "워낙 복잡하고 힘든 일이라 지지부진했지만 최근에 그나마 실마리를 좀 잡았습니다. 폐하 덕분에 말입니다."

    "짐의 덕분에 실마리를 잡았다?"

    "그렇습니다. 폐하. 이슬람과 가톨릭이 믿는 유일신은 본디 같은 존재입니다."

    "잘 알고 있다. 유태인들이 믿는 신도 같지. 야훼, 알라, 하느님은 각기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존재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리의 내용 또한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였고 자신과 닮은 형상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나와있지요. 이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코란에 따르면 그분께서 실제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너희에게 형상을 주어 가장 아름답게 빚으시니 그분에게 향하는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나와있으니까요."

    이색의 말에 왕기가 고개를 끄덕일 때 이색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소인이 두 종교의 교리를 비교해보면서 발견한 것이 있사옵니다. 그 두 종교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교리 한 가지와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강조하는 교리가 하나씩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교리가 무엇인가?"

    "재물에 대한 욕심이지요. 가톨릭에서는 십일조(十一租)를 내세워 교인들로부터 수입의 1/10을 징수합니다. 이는 야훼를 믿는 유태인에게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식이지요. 고대 유태인들에게는 신에게 수확의 1/10을 바치는 관습이 있었고, 유태인 족장들이 그것을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리고 이슬람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절이 있사옵니다. 코란에 나오길 너희가 많은 몫을 알라께 맡긴다면 알라께서는 너희를 위해 그것을 곱절로 만들어 주실 것이며, 너희를 사하여 주실 것이라고 나와 있으니까요. 물론 신이 직접 명령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종교가 재물을 탐닉하고 있으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짐이 그래서 그러한 종교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야."

    "폐하께서는 신도들에게 재물을 바칠 것을 강요하는 종교는 사이비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거기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었지요. 이슬람교인들과 가톨릭교인들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재물을 지속적으로 바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럼 그들 종교가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무엇이더냐?"

    "가톨릭에서 하느님이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동정녀 마리아가 무염시태(無染始胎)를 통해 탄생시킨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할 때 언제나 반드시 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독생자(獨生子)'라는 것이지요. 이는 전지전능하다는 하느님의 아들은 오로지 단 한 명뿐이여만 자신들의 정통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둘만 되어도 입장이 곤란해지니까요.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알라가 보낸 선지자 중에 한 명으로 봅니다. 즉 예수 외에도 또 다른 선지자가 있을 수 있으며, 세월이 많이 흘러 예수 때 말한 하느님의 말씀은 시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선지자인 마호메트를 내려보내어 최신판으로 개정된 말씀을 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러한 이슬람에서도 주장하는 바는 똑같습니다. 마호메트는 알라께서 내려보낸 마지막 선지자라는 것이지요. 가톨릭에서 예수를 독생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두 종교에서 유일신 교리를 없애는 것은 지극히 난해한 일입니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1,300년 전의 예수도 아니고 700년 전의 마호메트도 아닌 가장 최근에 하느님이나 알라가 내려보낸 새로운 선지자를 등장시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최신판 선지자의 입을 통해 새로운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지요. 유일신 교리를 철폐하라고 말입니다."

    "그게 짐이란 말인가? 하지만 짐은 하느님이나 알라의 명을 받고 이 땅에 내려온 것이 아닌데?"

    "실제로 그러한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선지자와 관련된 내용을 꾸미기 나름이니까요. 가톨릭의 성경과 이슬람의 코란 모두 예수와 마호메트와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전설과 신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광신도들의 눈앞에서 기적을 행하여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모세가 홍해를 갈랐고, 마호메트가 불러 모은 새떼가 메카를 공격하는 예멘군을 물리쳤듯이 말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만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며... 페하께서 바라시는 종교분쟁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여주셨듯 땅을 갈라 바다를 부르고 화산을 터뜨리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녀 운하완공식에 참석했던 사람들로부터 라술툴라라고 불렸던 페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흐음... 사람들 앞에서 믿기지 않는 기적을 보여줘라 이거로군. 그러면 광신도들에게 짐이 최신판 선지자로 받아들여질 테고 그렇게 되면 짐의 내뱉은 말에 절대적인 힘이 실리게 된다는 뜻이로군?"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러는 동시에 폐하께서 보여주신 기적들을 문장과 그림으로 실은 새로운 코란과 성경을 널리 퍼뜨려야만 하겠죠. 수많은 증인이 있으니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적장 중요한 문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구나. 짐은 모세처럼 홍해를 가를 능력도 없고, 마호메트처럼 새떼를 불러 모아 적들을 물리칠 능력도 없다. 짐의 무공이 뛰어나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신약을 개발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도 있으며, 목이 잘려 죽은 후에 부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빨도 안 먹힐 것이야. 이미 다른 선지자들이 행했던 기적들이니까."

    왕기의 말에 목은 이색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소인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지요."

    자신에게 책임을 모조리 떠넘기는 이색의 말에 헛웃음을 지닌 왕기가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짐이 고려로 돌아가 최대한 빨리 2함대를 건조하는 한편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깔도록 하지. 2함대 건조가 끝나는 즉시 인도로 보내줄 테니 무지 그대는 이슬람부터 치도록 하거라. 그동안 짐이 철도를 완공시킬 테니까 말이야. 이색 그대는 좀 더 고민을 해보도록 하고."

    잠시 후 왕기가 다시 고려로 돌아가기 위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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