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51화 (151/171)
  • 서역 정벌을 준비하기 시작하다 - 1

    1346년 4월 1일

    [연경전의 어전회의]

    원나라 정벌을 시작한 지 불과 단 한 달 만에 모든 걸 끝내고 돌아온 왕기가 중국 땅을 이민족들과 분할해서 나누기로 협약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어전회의를 열고 있었다. 새롭게 제작된 큼지막한 동아시아 지도를 벽에 걸어놓은 왕기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보듯이 중국이라는 나라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소이다. 고려와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하북, 산동, 강소, 절강, 복건 그리고 대만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동쪽 부분은 고려의 황실이 직접 다스리는 직할지가 될 것이오. 그리고 중국 대륙 북쪽에 있는 고비 사막과 대초원은 이전처럼 몽골족이 다스리는 땅이 될 것이고 북원(北元)이 들어설 것이오. 이번 원나라 정벌 때 수많은 정예 병력들을 희생하며 큰 공을 세운 여진이 청해와 감숙성을 가지고 '서금(西金)'을 세울 것이고, 거란이 섬서와 사천을 가지며 후요(後遼)를 세울 것이며, 일본이 신강 땅을 차지하고 왜국(倭國)을 세울 것이오. 그리고 귀주에는 서하의 후예들이 세우는 후하(後夏)가 들어설 것이며 벽하옹주가 직접 다스리는 땅이 될 것이오. 이들 모두는 고려의 종속국이 될 것이고 매년 조공을 바치기로 약속하였소. 나머지 땅인 하남, 호북, 호남, 강서성은 고려에서 파견한 총독이 다스리게 될 것이니 이 역시 다 고려 땅인 것이지. 특히 남쪽 바다와 접하고 있는 광동, 광서, 운남은 대만에 파견되어 있는 총독이 직접 다스리게 될 것이오. 수세에 몰린 한족(漢族)이 남쪽 바다를 통해 세력을 진출하려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만 하기에 대규모 함대를 수하에 거느린 대만 총독이 다스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오."

    단 한 달 만에 이루어 낸 거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결과에 신하들이 웅성거릴 때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동쪽과 남쪽은 고려가 틀어막고, 북쪽은 몽골이, 서쪽은 서금과 후요 그리고 왜국이 한족의 진출을 철저하게 막을 것이오. 이로써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던 한족은 대륙 내부에서 갈가리 찢어진 채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다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오. 따라서 앞으로는 짐의 앞에서 중화니 사대니 하는 말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대고려 제국이 중국을 정복한 지금에도 그런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는 짐이 직접 목을 칠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이까?"

    - 잘 알겠사옵니다. 폐하.

    일본과 인도에 이어 중국 대륙마저 정복하며 한민족 역사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광활한 대제국을 세운 정복왕의 말에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합창하며 대꾸하자 왕기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짐의 다음 목표는 중동과 서역을 완전히 정벌하는 것이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소이다. 서역 정벌을 나서기 이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가 있소. 가장 첫 번째가 식량이오. 고려의 본토보다 몇 배나 넓은 북방의 고토가 이미 경작이 완료되었소. 이제 날도 풀려 봄날이 본격적으로 찾아왔으니 그 넓은 농지에 씨앗을 부릴 때가 되었단 말이오. 특히 조만간 고토에 살던 여진과 거란족들이 자신들이 세운 나라로 대대적으로 이동할 것이기에 손이 많이 모자랄 것이오. 서역 정벌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북방의 고토에서 대규모 식량을 획득하여 군량미를 최대한 비축하는 일이 될 것이오. 이를 위해 짐이 몇 가지 정책을 준비해놨소이다. 그대들은 짐이 세운 정책을 잘 시행해 주길 바라오."

    - 존명.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이 짐이 이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함대의 건조일 것이오. 지금 2함대가 건조 중이긴 하나 그 속도를 더욱 올려야 할 것이고 3, 4, 5, 6, 7함대도 최대한 빨리 건조를 마쳐야만 할 것이오. 이번 원나라 정벌로 재물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상태이고, 매년 고려에 들어오는 조공 또한 엄청날 것이니 재물이 부족해 건조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러니 전국에 새로운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워 최대한 빨리 함대를 건조할 것이니 그리 아시오. 이는 고려 전역에 막대한 돈이 풀리는 일이니 백성들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실학의 융성에도 이바지할 것이오."

    - 존명.

    "세 번째가 고려 본토와 북쪽의 고토 그리고 중국 동쪽에 있는 황실의 직할지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철도를 깔고 전차를 운행하는 일이오. 이는 대고려 제국 전역에 물자를 신속하게 보급할 뿐만 아니라 고려 백성들의 자유로운 상행위를 가능케 할 것이오. 가장 먼저 고토와의 철도를 까는 일이 진행될 것이오. 고토에 매장되어 있는 풍부한 철광석이 있어야만 제철소를 돌리고 철도를 깔 수 있기 때문이오. 그다음으로는 경기와 경상, 전라, 함경도를 잊는 철도를 깔 것이오. 그대들은 각 철도가 지나갈 지역과 전차가 서게 될 역(驛) 선정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바라오. 특정 지역이 소외받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이오."

    - 존명.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이 전 고려 백성들에게 마마를 예방하기 위한 종두를 접종하는 일이오. 황실이 가장 먼저 솔선수범할 것이고, 여기 있는 문무백관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충성스러운 고려의 병사들과 그 가족들이 시범을 보일 것이오. 3개월 이내에 모든 고려 백성들이 예방 접종을 끝마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 주시오. 어깨에 예방 접종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흉터 자국이 남을 것이니 이는 흠이 아니라 본인이 자랑스러운 고려 백성이라는 증표가 되어 줄 것이오. 차후 그러한 증표가 없는 자는 고려에서 진행되는 모든 공적인 일에 참가할 자격이 박탈될 것이니 짐의 뜻을 명확히 알려 백성들이 예방 접종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구려."

    - 존명.

    "짐의 말은 이 정도로 하고.. 짐에게 따로 건의할 사항은 없소이까?"

    그러자 영의정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페하. 대고려 제국 전역은 폐하의 통치로 태평성대를 맞이하고 있사옵니다. 그에 따라 특별한 문제가 없긴 하지만 예상 못 한 말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말의 품귀 현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본디 고려 본토에는 말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사옵니다. 그런데 지금 인도에 머무르고 있는 철갑 기병들이 쓸만한 말들을 모조리 다 가지고 가버렸지요. 그리고 고토에 살던 여진과 거란이 키우던 말들도 원나라 정벌을 핑계로 다 공출해간 상태이며 자신들이 세운 서금과 후요로 이동시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차가 고려 전역을 돌아다니며 철도가 방방곡곡에 깔리기 전까지는 비상시에 빠르게 출동할 수 있는 기마부대가 반드시 필요하옵니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현재 고려에서는 새롭게 기마병으로 키울 병력들이 훈련을 받을 말의 숫자조차 부족한 상황입니다."

    "흐음... 영의정의 말처럼 문제가 되겠군. 이민족으로부터 말을 조공으로 받으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할 테인데 말이오."

    "폐하. 승마(乘馬)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며 특히 말을 탄 채로 활을 쏘는 기사(騎射)는 더욱 어렵사옵니다. 설사 조공으로 말을 받더라도 병사들의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지요. 거기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겠소이다. 짐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보도록 하지."

    [연경전의 침실]

    어전회의를 끝마치고 침실로 온 왕기가 서탁에 앉아 무언가의 설계도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침구를 정리하며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던 노국공주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 무얼 그리도 열심히 그리고 있는 중이시옵니까?"

    - 턱.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내려놓은 왕기가 설계도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병사들을 훈련시킬 말이 없다는 소리에 제작할 것이라오. 다른 자들은 설계도를 봐도 모르겠지만 그대라면 한눈에 알아볼 것이오."

    잠시 설계도를 살펴보던 노국공주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폐하. 이것은 'Merry-go-round'가 아닙니까?"

    "맞소이다. 회전목마의 설계도라오. 전기가 있고 모터가 있으니 못 만들 이유가 없지. 회전목마를 Merry-go-round 말고 영어로 다르게 뭐라 부르는지 아시오?"

    "'캐러셀(Carousel)'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공항에서 빙글빙글 도는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도 그리 부르지요. 잊으셨습니까? 신첩이 폐하보다 토플 점수가 더 높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럼 캐러셀의 어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아오?"

    "그것까지는..."

    "본디 캐러셀은 기사들이 말을 탄 상태에서 벌이는 마상 창 경기를 뜻하는 말이었소. 그것이 변형되어 회전목마라는 뜻이 된 것이지. 가마병이 주력 병력이었던 중세 유럽에서는 심하게 요동치는 상태에서 적을 향해 정확히 창을 찌르거나 활을 쏘는 훈련이 필요했소이다. 그러한 훈련을 위해 제작된 것이 회전목마의 기원이오. 귀족들이 자신이 타고서 훈련을 받을 목마에 화려하게 치장을 하면서부터 현대의 회전목마가 유래된 것이지. 그리고 회전목마를 제작할 수 있다면..."

    "대관람차나 바이킹, 청룡열차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겠지요. 폐하께서는 놀이동산을 만드실 생각이시로군요?"

    "그렇소. 짐의 이미지가 너무 전쟁에 미친 정복 군주로 보일까 봐 우려되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하지 않소? 병사들에게 기마병이 되기 위한 훈련을 시키는 장비를 제작하는 한편 이번 기회에 전국에 놀이동산을 만들어 백성들의 환심을 좀 사볼까 하오."

    "폐하. 고려 백성들 중에 그 누구도 폐하를 그리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놀이동산을 만드는 것은 소첩도 적극 찬성하옵니다. 근데... 나머지 설계도들은 또 무엇이옵니까?"

    "중동과 서역을 정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오. 특히 서역 정벌은 더욱 어려울 것이오. 그들의 무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이미 서역을 일통한 거대한 제국이 등장한 것이 그 두 번째 이유라오. 적들의 힘이 하나로 뭉쳐진다는 뜻이니까 말이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노국공주가 입을 열었다.

    "소첩도 얼마 전에 안기부를 맡고 있는 여춘옹주로부터 서역과 관련된 정보를 들었사옵니다. 카빈과 철제 대포로 무장한 신성 프랑스 제국이 영국을 단 한 달 만에 정복을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들이 제작한 대포가 고려의 대포와는 성능 차이가 제법 날 것이오. 하지만 총기는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무서운 법이지. 총을 들 힘만 있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장에 투입할 병사들을 단 시간 내에 무한으로 찍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라오. 서역을 손쉽게 정복하기 힘든 세 번째 이유가 거기에 있소이다. 조만간 있을 중동과 서역과의 전쟁은 '질럿(Zealot : 광신도)'과의 전쟁이 될 것이오. 그들 대부분은 이슬람과 가톨릭 종교에 의거하여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니까. 그러한 광신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이다. 그대도 잘 알 것 아니오? 질럿은 시즈 탱크의 포격을 받으면서도 마인 밭을 뚫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말이오. 그게 광신도들의 무서움이라오."

    "폐하께서 즐겨 하시던 스타크래프트를 인용하신 말씀이로군요. 그럼 어떻게 서역을 정복하실 것입니까?"

    "질럿을 가장 잘 잡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동 속도를 가진 벌처와 사거리 업과 스팀팩 업을 끝마친 마린의 일점사지. 대고려 제국의 가장 강력한 병기인 땅크는 더 이상 제작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오. 벽력공을 익힌 자들의 숫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만들어봤자 운용할 병력이 없기 때문이지. 일반인들로 운용하기에는 효율이 너무 떨어지오. 이번 원나라 정벌에서도 드러났지만 150대의 땅크만으로는 한계가 있소이다. 숫자가 너무 부족해서 제법 많은 여진과 거란의 병력들과 사무라이들이 관도 대전에서 죽었소. 물론 짐이 그들의 힘을 빼기 위해 그리 유인한 면도 있긴 하지만 그 희생이 너무 많았소이다. 하지만 서역의 정벌은 고려군만으로 할 것이기에 그리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래서 벌처와 마린의 특성을 조합시킨 새로운 병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생각이라오."

    고개를 갸웃한 노국공주가 물었다.

    "페하.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소첩도 테란 유저이긴 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왕기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오."

    1346 4월 2일

    [국방과학연구소]

    아침 일찍 신무기의 설계도를 들고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은 왕기가 연구소 상공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왕기의 날카로운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가 연구소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편경을 두들기는 맑은 소리에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아쟁과 경쾌하게 뜯어대는 가야금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소고의 규칙적인 장단에 맞춰 울려 퍼지는 아기 상어 노랫소리에 왕기가 뭔가에 홀린 듯 그 근원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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