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45화 (145/171)
  • 중화(中華)를 박살내야만 한다 - 5

    [개경의 남대가 시장]

    중앙군의 엄중한 호위를 받은 채 시장 안의 광장 안으로 들어오는 수레에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국방부 장관인 무지 다음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상령 척노리가 쇠창살로 된 옥안에 갇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모시 적삼에 삼베 바지만을 입고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자신의 수하들이었던 중앙군에 의해 목에 칼을 찬 채로 손목과 발목 그리고 온몸을 쇠사슬로 칭칭 묶여 있는 상령을 보며 수많은 고려 백성들과 교역을 하러 온 다수의 외국 상인들이 중얼거렸다.

    -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천하의 상령도 황제께서 귀국하시니 곧바로 잡혀들어가서 죄인의 신세가 되는구나.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황제께서는 신의 아들이라고. 거기에 무공도 천하제일인이시지. 상령의 무공도 제법 뛰어나다고 하지만 황제 폐하께 감히 덤빌 수는 없다고.

    - 이게 다 업보인 게야. 황제께서 안 계신 틈을 타 상령이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 상령사화 때 죽어나간 유학자들 대부분이 각 지방에서 방귀 좀 뀐다는 작자들이었다고. 그런 자들이 하루아침에 3천 가까이 죽어나갔으니 각 지방에서 난리가 났지 않은가? 그러니 황제 폐하께서 노하실 만도 하시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댈 때 수레 후미에서 다가오는 중앙군 고위 무관이 힘차게 소리쳤다.

    - 대고려 제국의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의 행차이시다. 모든 백성들은 길을 터고 머리를 조아리거라.

    그러자 수레에 갇혀있는 상령을 구경하고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다급히 길을 턴 다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고, 백성들이 갈라진 사이로 붉은 비단 차양에 날아갈 듯한 황금색 봉황이 새겨져 있는 마차 2대가 서서히 입장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마차에는 왕기와 노국공주가 사이좋게 앉아 있었고 두 번째 마차에는 젖먹이인 세영 공주를 품에 앉은 여춘옹주와 벽하옹주가 동석해 있었다.

    마차가 광장 중앙에 도착하자 가볍게 몸을 날린 왕기가 임시로 설치되어 있는 단상 위에 올라가 수후주(隋候珠)가 박혀있는 홀로 단상 바닥을 몇 번 두들긴 다음 입을 열었다.

    - 쿵. 쿵. 쿵...

    "여기 모여 있는 만백성들은 듣거라. 오늘 이 자리에서 짐의 부재를 틈 타 사화를 일으킨 상령을 공개적으로 심문하고자 한다. 만약 그의 죄가 중하다면 짐이 직접 그의 목을 칠 것이고, 그의 죄가 억울한 누명이라면 이 자리에서 그 누명을 벗겨줄 것이니라."

    그 순간 단상 쪽으로 머리가 허연 학자풍의 노인이 부리나케 뛰어오더니 목이 찢어져라 외치기 시작했다.

    "폐하. 상령의 죄는 억울한 누명 따위가 절대 아닙니다. 폐하께서 안 계시는 동안 그자의 손에 죽은 유학자가 물경 3천에 달합니다. 그들 모두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에 따른 해명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살해당하였습니다. 이는 고려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며 페하의 권력을 침해하는 월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 죄를 엄히 다스려 목을 쳐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폐하. 소인은 김문정(金文鼎)이라고 하옵니다."

    "김문정?"

    왕기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자 고려 전역의 유학자들을 샅샅이 조사한 바가 있는 안기부장인 여춘옹주가 능숙하게 전음을 보내왔다.

    [폐하. 그자는 안향(安珦)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자이며 뼛속까지 중화(中華)에 빠져있는 자입니다.]

    벽하옹주의 전음에 왕기 역시 전음으로 답했다.

    '안향은 또 누구인가?'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하여 고려에 널리 퍼뜨린 문신이옵지요. 그의 호는 회헌(晦軒)이온데... 이는 송나라의 주자(朱子)를 너무나도 존경해서 그의 호인 회암(晦庵)을 모방하여 지은 것입니다. 그 정도로 성리학을 떠받드는 자였지요. 그런 안향을 숭배하는 김문정은 안향의 명에 의해 중국으로 넘어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화상, 그리고 육경(六經)과 제자(諸子), 사서(史書), 주자서(朱子書) 등을 직접 구해온 자입니다. 본디 살생부에 올라가 있어서 죽었어야 마땅한 자이나 사화가 일어난 그날 타지로 시집을 간 딸의 집에 가 있는 바람에 운 좋게 살아남은 자이지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왕기가 김문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본인 스스로를 고려의 충신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상령은 대역 죄인이고 말이야. 그리고 중화(中華)는 당연한 것이고, 고려는 대국인 원나라를 시대(事大)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중화가 무엇이 나쁩니까? 그들은 위대한 유학을 만들었고 성리학을 만든 자들이옵니다. 문자가 없던 고려에 한자(漢子)까지 전수하고 뛰어난 문화까지 알려준 고마운 자들이지요. 중화를 비평하는 것은 고려의 학문적인 조상을 비판하는 것과 똑같사옵니다. 그리고 원나라는 대국이옵니다. 소국인 고려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절대 안 되는 나라이지요."

    "하지만 지금의 고려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려 본연의 문자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인도까지 정벌한 대고려 제국의 땅은 원나라에 비해 그리 작지도 않아서 소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을 것 같은데?"

    "입에서 소리가 나는 구조를 이용해 문자로 만든 훈민정음은 천하고 못 배운 자들이나 익힐법한 문자이지요. 글자 하나하나에 철학적으로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한자와는 그 격이 다릅..."

    신이 나서 떠들어대던 김문정이 자신이 지금 훈민정음을 직접 창제한 황제를 면전에서 대놓고 비난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조가비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그대가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는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유학자들은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에 따른 해명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고 말이야. 상령이 그리했다고 황제인 짐마저도 그리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비록 짐이 아끼는 신하이기는 하지만 지은 죄가 있다면 마땅히 짐이 직접 목을 칠 것이야. 그러니 그대는 안심하도록."

    "알겠사옵니다. 폐하."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하여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눈치챈 김문정이 얌전히 물러가자 왕기가 명을 내렸다.

    "죄인 상령 척노리를 수레에서 꺼내어 단상으로 올려보내거라."

    - 철컹. 철컹...

    온몸에 휘감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수레에서 나온 상령이 단상 위로 올라오자 왕기가 물었다.

    "무슨 이유로 수많은 유학자들을 죽였는가? 그렇게 지시를 내리게 만든 배후는 누구이지?"

    "폐하. 배후 같은 것 없사옵니다. 모든 것은 소관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지요. 그리고 소관이 처단한 유학자들은 폐하께서 중요시하는 실학과 훈민정음, 공민육헌 등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자들이었고, 오로지 유학만을 받들고 중화사상에 빠져 사대에 물들어 있어서 이 나라를 좀먹는 자들이옵니다. 죽어 마땅한 자들을 죽였을 뿐입니다."

    "그들이 죽어 마땅한 자들이라는 것은 짐도 동의하는 바이다. 고려인으로서 타국인 중국을 떠받드는 것은 민족의 배덕자들이나 행하는 짓이니까. 하지만 그대 때문에 죽은 자들 중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야. 그대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의 생사를 결정한단 말인가? 짐조차도 그리 하지는 못하는 것을. 그리고 그대의 판단과 결정에 한점의 사리사욕도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소인의 목숨으로써 하늘을 우러러 한줌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겠사옵니다."

    "좋다. 그대에게 그런 결기가 있다면 짐이 직접 그 결기를 시험해보도록 하마. 김문정!"

    느닷없이 황제가 다시 자신을 부르자 쪼르르 단상 앞으로 뛰어온 김문정이 답했다.

    "소인 여기 있사옵니다."

    "그대에게도 결기가 있겠지? 본인이 고려의 충신이라는 결기가 말이야. 그렇다면 단상 위로 올라오거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단상 위로 올라와 엉거주춤 서있는 김문정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상령이 나란히 붙어 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단상 위에 서자 왕기가 검을 뽑으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촤앙.

    "지금 고려에서는 짐이 신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짐이 직접 증명을 해줄 것이야. 여기 있는 두 사람 모두 본인이 충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짐 조차도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구나. 하지만 그 진정성을 신께서 직접 증명해 주실 것이니라."

    - 쒸잉...

    밀이 끝나자마자 불문곡직하고 휘두른 검에 두 사람의 목이 숭덩 잘려버렸다.

    - 퉁. 퉁...

    바닥에 떨어진 두 개의 목이 마치 고무공처럼 튀어 다니고, 목이 잘린 몸통에서는 심장이 뛰는 리듬에 맞춰 핏줄기가 마치 재주를 부리듯 리드미컬하게 펄떡펄떡 치솟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순간 왕기가 양팔을 하늘 높이 들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신이시여. 누가 진정한 충신인지 이 아들에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 증거로 죽은 자를 다시 부활시켜주소서."

    말을 하며 왕기가 속으로 빠르게 뇌까렸다.

    '이자나미에게 전해. 신성력으로 상령을 부활시켜라고 말이야. 그리고... 하늘에 계시는 부처든 천제 환인이든 제 목소리가 들리면 도움을 좀 주시지요?'

    [띠리링. 일전에 일본의 대적자를 처치하며 얻은 소원권을 사용하시겠다는 뜻입니까?]

    '거참 빡빡하게 구네. 저번에 두 신이 공증을 선다고 나설 때 들어보니 나 때문에 신성력이 제법 올라갔다며? 거기에 대한 보상 정도로 해주라고.'

    그 순간 청명한 겨울 하늘이 삽시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몰려온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날이 훤한 대낮이 마치 밤으로 바뀐 것처럼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자 백성들이 두려움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잔뜩 낀 두꺼운 먹구름 사이로 한줄기 선명한 빛이 나타나 마치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지상을 향해 내리쬐기 시작했다. 정확히 상령의 시체를 향해서 말이다. 그러자 미동도 없이 시체 상태로 쓰러져 있던 상령의 몸뚱어리가 갑자기 양팔을 움직이며 바닥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신의 목을 찾아낸 상령이 자신의 몸통 위에 목을 올리자 순식간에 목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 엄마야. 이게 무슨 일이야?

    - 이게 말이 되나? 죽었던 시체가 되살아나고 있어.

    - 거보라고. 황제께서는 신의 아들이자 미륵의 화신인 게 분명해.

    죽음에서 부활한 상령이 자신의 목이 잘 붙어있는지를 확인하듯 단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휘이 둘러본 다음 왕기에게 다가가 무릎을 꿀었다.

    "폐하. 하늘에 계신 신께서 소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진정한 고려의 충신은 소관이오니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 황제 폐하를 죽을 때까지 성심을 다해 섬기라고 말입니다."

    말없이 부활한 상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왕기가 뇌까렸다.

    '조만간 종교전쟁이 본격화될 것이 확실해. 백성들에게 이 정도 퍼포먼스를 미리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야. 역사가 오래된 가톨릭과 이슬람 교를 상대하려면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전설과 신화가 필요하다고.'

    훗날 목은 이색이 쓴 '대고려제국사'에 이날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 '부활의 날'이라고 명명된 그날의 사건은 말 그대로 신의 기적이었고, 공민 황제가 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되는 순간이었으며, 그 일 이후로 그 누구도 감히 황제의 명을 거역하려 들지 않았다. 자신의 목이 잘린 후 다시 부활할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날의 사건은 교역을 하러 왔던 수많은 외국 상인들에 의해 목격되었고 머나먼 외국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1347년 2월 2일

    [고토의 장춘성]

    전날 상령과 함께 잘 짜인 연극 한편을 벌려 전국의 민심을 단박에 안정시킨 왕기가 상령과 함께 장춘성에 있는 한 기루의 방에서 원나라 정벌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 소인은 여진족의 통합 족장이며 여진과 거란의 연합체를 책임지고 있는 여민수라고하옵니다."

    "여민수라고? 이름이 마치 고려인 이름 같은데?"

    "여진족과 거란족들은 모두 고려의 백성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사옵니다. 날이 갈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지요. 어찌 그리하지 않겠사옵니까? 뛰어난 문화와 문자 그리고 믿기지 않는 신기한 물건들이 즐비한 고려의 백성이 되면 삶이 더없이 편해집니다. 이제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자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에 따라 자신의 이름을 고려식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입니다. 하지만 여진에서 따온 여씨와 진씨는 일부만 사용이 가능하옵니다. 거란족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부족장 같은 지배계급만 가능하다는 뜻이로군?"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놈의 계급 나누기는 절대 없어지지가 않는구나. 아무튼 그래서? 짐의 뜻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더냐? 상령과 일전에 의논을 했었겠지만 짐은 원나라를 정벌하여 한족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생각이니라. 그대들이 원나라 정벌에 참여하면 여진에게는 청해를, 거란에게는 감숙을 줄 것이고, 몽골에게는 섬서를 내어줄 것이야. 여진과 거란 몽골은 신강을 차지하기로 한 일본 놈들을 견제해 줘야 할 것이다. 영원히 말이야."

    "알겠사옵니다. 폐하. 여진과 거란은 폐하의 뜻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며, 각기 20만의 정예 병력을 선발하여 원나라 정벌에 참여할 것입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울 것이니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짐은 입박으로 내뱉은 말을 반드시 지킨다. 여진과 거란이 중국 땅 일부를 차지해 생활이 안정이 되면 고려에게도 나쁠 것이 없어. 짐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그대들이 충심으로 짐을 따르면... 여진과 거란의 땅에 발전소를 세워 고려처럼 밤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고, 철로를 놓아 전철을 다니게 해줄 것이니라. 고려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철을 말이야. 그리되면 고려와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해지겠지. 거기에 기름진 사천의 땅도 내어줄 용의가 있느니라."

    그 순간 방안에 모여있던 모든 여진과 거란의 부족장들이 무릎을 꿇으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 충심을 다하여 섬기겠습니다.

    "좋아. 그럼 지금 이 순간 짐에게는 충성스러운 40만의 병사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구나."

    말을 끝마침 왕기가 상령을 보며 물었다.

    "원나라 정벌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는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어찌 되었느냐?"

    "현재 장춘에 3만이 모여있사옵니다."

    "단체로 모여 있다고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네. 폐하. 그들에게 아직 병장기를 보급하지 않았고, 이곳은 사납기로 이름난 여진족과 고려의 정예 병사들이 다스리고 있는 땅이기에 감히 난동을 피울 생각을 못 하고 얌전히 페하의 명만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좋다. 다들 짐의 말을 잘 듣거라. 각기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가 원나라 정벌에 나설 정예 병사들을 뽑고, 병기를 점검하며, 말을 잘 먹이거라. 이달 말경에 전격적으로 원나라를 칠 테니까 말이야. 불과 25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남은 시간 동안 다들 전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야."

    - 존명!

    상령이 협약을 맺어놓은 여진과 거란족을 찾아가 최후의 협상을 벌인 왕기가 장춘성을 나와 개경으로 날아갔다.

    '이제 최무선이 짐이 말한 대로 그동안 병사들을 잘 훈련시켜 놓았는지만 확인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조만간 원나라를 정복해 어쭙잖은 중화(中華)를 박살 내고 고려혼(高麗魂)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일만 남았어.'

    - 쉬이잉...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왕기의 이동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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