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42화 (142/171)
  • 중화(中華)를 박살내야만 한다 - 2

    1346년 12월 27일

    [연경전의 침실]

    "...폐하께서 서양에서 들여오신 후 고려 전역으로 퍼지게 만든 젖소에서 발생하는 두종(痘腫), 그러니까 소의 젖통에 난 고름과 피딱지들을 조심스럽게 채취하여 황실로 보내라는 방이었습니다."

    "소의 두종을 채취해서 모은다? 황후께서는 지석영(池錫永) 선생님의 종두법(種痘法)을 실시하려고 한 모양이구려. 젖소의 젖통에서 발생되는 두종을 침에 발라 어린아이의 팔 위에 접종하고, 그 자리에 '우두가(牛痘痂 : 소의 종기에서 생긴 딱지)'로서 마찰을 시키면 천연두를 자연스럽게 예방 접종할 수가 있지. 호환과 더불어 이 시대에서 가장 무섭다는 마마를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신첩이 얼마 전 폐하께서 개발하신 전기모터를 이용한 원심분리기를 사용하여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Penicillin)을 추출하는데 성공하였지요. 항생제 개발 성공에 고무되어 본격적인 천연두 예방 접종을 실시하려고 그러한 방을 내렸습니다만;.. 황후인 소첩이 미쳐 소의 고름을 고려 전역의 어린아이의 몸속으로 집어넣어 죽이려 든다는 소문이 퍼져버렸지요. 이러다가는 종두법을 시행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짐이 전력을 다하여 종두법을 강력하게 밀어줄 테니까. 종두법을 이용한 예방 접종을 가장 먼저 맞는 아기는 세영 공주가 될 것이고, 짐과 황후를 비롯한 모든 황실과 문무백관들이 시범을 보일 것이며, 고려의 모든 병사들 또한 황명에 의해 의무적으로 맞게 될 것이오. 그렇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백성들이 종두법을 당연시하게 여길 것이오. 예방 접종을 맞은 자는 절대 마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증명될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예방 접종이 뭔지도 모르는 이 시대라면 그럴만한 반응이 나올 법도 하지만 아직 접종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황후가 미쳤다는 소문이 나돈다는 것은 너무 과한 것 같소. 아까 그대가 말했었지? 황제는 정복 전쟁에 미쳐서 유학의 근본인 중국을 치려 하고, 황후는 미쳐서 고려의 백성들을 죽이려고 든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이오. 이번에 유림에서 아주 작정을 하고 나선 모양이구려."

    잠시 고민을 하던 왕기가 침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 누가 있느냐? 지금 즉시 상령이 어디 있는지 알아오거라."

    - 알겠사옵니다. 폐하.

    [황성에 있는 상령의 거처]

    - 쪼르륵...

    왕기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는 상령의 거처로 찾아가 술잔을 들고서는 상령이 따라주는 술을 받고 있었다.

    "짐이 인도로 가기 전에 알아보라고 말한 것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폐하. 폐하께서 말씀하신 3가지가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첫째, 유림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안기부 요원들의 모든 힘을 기울여 정리를 끝마쳤사옵니다."

    "얼마를 죽여야 하는 것으로 나왔느냐?"

    "최하 500은 죽여야 할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못해도 3천은 죽이셔야 할 것입니다."

    상령의 보고에 왕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3천이라. 짐의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구나. 거기에 무지도 없고 무장도 없으니..."

    "폐하. 어찌 보면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지와 무장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들의 핏줄이 비록 고려인이라고 하나..."

    "원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놈들이지."

    "그러하옵니다. 폐하. 고려인들의 눈에는 중국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관은 다르지요. 태어날 때부터 고려인이었으니까요. 유림을 정리하는 문제는 무지나 무장보다 고려인인 소관의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맡겨만 주시지요.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둬야 원나라를 칠 때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구름 위에 계셔야 하는 존귀한 분이십니다. 비는 소관이 다 맞겠습니다. 유림을 피로 씻은 비난과 원망은 소관이 맞을 테니 폐하께서는 짐짓 모른 척하고 계시지요."

    "그 문제는 좀 더 고민을 해보도록 하자.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폐하의 말씀처럼 소관이 원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았사옵니다. 대고려 제국이 자신들을 칠까 봐 걱정하여 몇 가지 준비들을 하고 있더군요."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더냐?"

    "첫째, '임유관(臨渝關)'을 말 그대로 철옹성으로 만드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성벽을 정비할 뿐만 아니라 쇳물을 부어 그 높이를 더욱 키우고 두께를 더욱 두텁게 하고 있사옵니다."

    "임유관? 고구려 영양왕 때 수(隋)나라 문제(文帝)의 오만한 국서에 반발하여 장군 강이식(姜以式)이 선제공격했던 곳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지금은 보통 만리장성의 산해관(山海關)이라고 부르고 있는 곳이지요. 고구려 때나 지금이나 고려에서 중국을 치기 위해서는 그 좁은 지역을 돌파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원나라 황제의 명령으로 산해관 앞쪽의 넓은 벌판을 밭고랑처럼 만들고 있다고 하옵니다."

    "밭고랑이라. 기마병이 제대로 달릴 수 없도록 할 심산이로군."

    "그뿐만이 아닙니다. 산해관 위에 수천 문의 대포를 올려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항주를 점령할 때 사용한 청동 대포를 말하는 것이냐? 수천 문에 달하는 청동 대포를 제작하는 것은 아무리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라도 힘들 것인데?"

    "크기를 대폭 축소시켰다고 하옵니다. 하지만 소문으로는 그 거리는 제법 길다고 하옵니다. 자체적으로 기술 발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전열함에서 대포를 쏠 수 없는 육지이기도 하거니와 고려의 박격포탄을 대비한 준비도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하옵니다. 게다가 기마병이 돌격을 하지 못하게 밭고랑을 잔뜩 만들어 놨으니 대고려 제국 군사들이 덤벼들더라도 성벽 위에 올려놓은 대포로 막아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사옵니다."

    "그게 얼마나 허망한 기대인지 짐이 몸소 깨닫게 해줘야 하겠군. 마지막의 것은?"

    "소관이 은밀히 고토로 날아가 거란족, 여진족의 부족장들과 합의를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폐하의 말씀처럼 이번 원나라 정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그들에게 원나라의 성 한 개씩을 그들의 영토로 내어주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북방의 고토는 완전히 비워 고려에게 완전히 넘겨야만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동시에 고려와 가까운 하북과 산동 그리고 강소성은 대고려 제국의 영토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성들을 제외하고 선택을 하라고 말했지요. 아마도 옥토가 많은 강남의 성들을 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척무관의 말에 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다. 한족의 숫자는 많아도 너무 많아. 고려인만으로 그 많은 숫자의 한족을 다스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짐이 제위(帝位)에 있는 지금이야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짐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적으로 밀리는 고려가 세력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족의 힘이 두 번 다시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게 만들면서 그들의 민족성을 여러 개로 갈라놓는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을 그 옛날 오호십육국 때처럼 갈기갈기 찢어놔야만 한다. 거란과 여진 그리고 몽골족도 끼워줘야 하겠지. 짐이 약속한 것처럼 서하도 다시 재건해야만 할 테고 말이야. 한족이 아닌 그러한 민족들이 각각 자신들이 맡은 성을 다스리면서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오게 되면 한족의 힘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어. 동시에 인도와 가까운 토번과 짐의 처갓집에 해당하는 서하 그리고 고려와 가까운 하북과 산동, 강소를 대고려 제국의 직영지로 두면서 견제를 끊임없이 해야 할 테지. 그렇게만 되면 이 세상에서 두 번 다시 중화(中華)라는 개소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야. 남은 건 실천뿐이로군."

    - 꿀꺽.

    술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비운 왕기가 다시 물었다.

    "평양과 신의주를 잇는 평신선은 언제 개통이 된다고 하더냐?"

    "소관이 며칠 전 최무선에게 듣기로는 앞으로 두어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두 달이라. 잘 되었군. 인도에 있는 공병대가 갠지스 강 진흙밭에서 초석을 캐서 고려로 되돌아오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좋아. 내년 2월 말에 전격적으로 원나라를 쳐서 4월이 지나가기 전에 잡아먹는다. 고토에 개간한 고려의 본토보다 몇 배나 더 넓은 농지에 씨를 뿌리려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 여진과 거란의 공과는 전쟁이 끝난 후에 의논하면 될 일이고."

    왕기의 설명을 듣고 있던 상령 척무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근데...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현재의 고려에는 제1함대도 없고 철갑 기병도 없습니다. 아무리 여진과 거란이 한 팔 거든다고 해도 당장 산해관을 뚫는 것조차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걱정 가득한 상령의 얼굴을 바라보며 왕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아직 모르고 있겠구나. 인도 정벌에 참여하지를 않았으니..."

    "소관이 무얼 모른다는 것입니까?"

    "땅크의 진정한 위력을 모른다는 말이야. 뭐 나중에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니라. 개평선에 이어 평신선마저 개통이 되면 전차로 땅크를 고토로 손쉽게 실어 나를 수 있게 된다. 포탄과 식량 등을 포함한 각종 보급물자 또한 신속하게 전차에 의하여 공급될 테지. 이번 전쟁인 이미 이긴 거나 다름없느니라."

    -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왕기가 말을 이었다.

    "이번 전쟁의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최무선이니라. 최무선이 얼마나 짐의 명령을 잘 이행했는지 알아봐야 하겠군."

    잠시 후 상령의 거처를 나온 왕기가 최무선의 연구 성과를 알아보기 위해 하늘로 솟아올라 국방과학연구소를 향하여 날아갔다. 한편 그 시각 서역에서는 위고 교황 역시 자신 밑에 있는 기술자들의 연구 성과를 알아보기 위해 교황청이 있는 로마를 떠나 베니스에 도착해 있었다.

    [수상도시 베니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어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가 되는 독특한 시가지를 이루어 흔히 ‘물의 도시’라고 부르는 베니스. 그곳에 얼마 전 페르이센 마저 함락시켜 서유럽 전체를 일통시키며 교황의 위세를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게 정립시킨 위고 교황이 십여 명의 추기경들을 뒤에 거느린 채 전함과 전함이 맞붙는 수상전을 관람하기 위해 베니스의 한 항구에 나와있었다.

    "성하(聖下)시여. 바다에서의 함대전이 그렇게나 중요하옵니까? 이렇게 몸소 보러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바티칸 공식 서열 3위에 해당되는 교황청 재무원장의 말에 교황인 위고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중요하다. 그대는 이번 함대전을 시연하는 것에 재물이 많이 들어간 것을 걱정하는 모양인데 이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라. 유럽의 모든 가톨릭 교인들은 조만간 성스럽고 존귀한 유일신 주님을 위해 중동에 있는 이교도들을 정벌하기 위한 십자군 원정을 시작할 것이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보급품을 중동으로 안전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빠르면서도 적재량이 뛰어난 선박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성한 도시인 예루살렘이 바닷가와 가깝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이교도들의 배를 단박에 물리칠 수 있는 배가 반드시 필요해. 마지막으로... 영국 국왕이 최근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잊었느냐?"

    "얼마 전에 영국 국왕이 '국왕지상법(國王至上法 : 영국 국왕을 영국 교회의 최고 수장으로 하는 법률)'이라는 것을 공포하였지요. 이는 성하와 교황청의 감독권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뜻이옵니다."

    기존의 역사보다 100여 년 앞선 영국 국왕의 국왕지상법 공포에 분노했는지 위고 교황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맞느니라. 영국 국왕이 주님의 사자이자 교황인 나의 명을 감히 거역하려 드는 것이야. 거기에 최근에는 영국 곳곳에서 기존의 가톨릭 대신 새로운 종교를 믿자는 종교 개혁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국교회니 영국 성공회니 부르면서 말이야.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 전에 영국부터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함대가 반드시 필요해."

    "알겠습니다. 성하시여."

    정중이 허리를 숙인 재무원장이 물러가자 교황청에서 기술 개발 고문을 맞고 있는 자가 교황 앞으로 다가갔다.

    "성하시여. 이제 곧 수상전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는 모두 실전이며 사용하는 무기 또한 실전에 사용하는 무기들이옵니다. 자신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니 허투루 싸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알겠노라. 수상전을 시작하거라."

    교황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술 개발 고문이 어딘가로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항구에 있는 건물 첨탑에서 거대한 깃발이 휘둘려졌고 바닷가에서 함선 네 척이 항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술 고문이 입을 열었다.

    "익숙한 형태의 세 척은 영국이 주력함으로 사용하고 있는 갤리선이옵니다, 나머지 한 척은 베니스의 조선소에서 최근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신형의 배이지요. 승리(Victory)라는 단어와 존귀하신 교황 성하의 이름에서 따와 '빅토리 위고'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빅토리 위고함에는 철제 대포 40문이 실려있지요. 갤리선과 3 대 1로 붙어도 가뿐히 이기는 장면을 보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교황이 물었다.

    "철제 대포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 텐데?"

    "소인이 개발한 것이 아니지요. 이는 오로지 하늘에 계신 주님의 능력이시며 주님의 사자이신 교황께서 직접 개발하신 거나 진배없습니다.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카빈 소총을 개발하기 위해 장인들이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초기에는 모두 실패작들만 나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 교황께서 주님께서 알려주셨다는 방법을 일러주셨잖습니까?"

    "그랬지. 단순히 주물을 부어 총신을 만들면 총신이 터지기가 쉽다. 하지만 얇은 철판 두 장으로 총신을 감싸준 다음 열처리를 하게 되면 총신이 터지거나 압력에 의해 부푸는 현상을 방지할 수가 있지. 마치 여자들이 코르셋을 착용하듯이 말이야. 이는 주님께서 본 교황에게 직접 일러주신 비법이니라."

    "철제 대포 또한 그러한 방법을 똑같이 차용했을 뿐입니다. 그 위력을 직접 한번 보시지요."

    - 콰과광.

    그 순간 빅토리 위고함에서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철제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갤리선의 나무로 된 선체를 손쉽게 박살 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조만간 막강한 함대를 지녀 바다 위에서는 최강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영국이 교황이 보낸 대선단에 의해 단 한 달 만에 손쉽게 정복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한편 그 시각 국방과학연구소에 도착한 왕기가 최무선을 면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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