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40화 (140/171)

마침내 인도(印度)를 정복하다 - 5

"정치적인 이유로는 인도에서는 아직도 많은 백성들이 힌두교를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인즉슨 왕궁이 위치해 있는 델리와 북부 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에서는 카스트 제도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스트 제도란..."

왕기가 손을 흔들며 목은 이색의 말을 잘랐다.

"인도의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에 대해서는 짐도 잘 알고 있느니라. 승려들이 해당되는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 왕족과 무사들이 속하는 크샤트리아, 농업, 상업, 공업 등에 종사하는 평민들인 바이샤, 그리고 노예와 천민인 수드라로 나눠지지."

"역시 대단하시옵니다. 폐하. 소인도 얼마 전에야 겨우 알게 된 것인데... 방금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도에서는 대고려 제국처럼 아무나 병사가 될 수가 없습니다. 고위 군관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지요. 인도는 땅이 넓고 소수 부족의 숫자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중앙의 왕권이 인도 전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특히 농사와 면화 재배가 지배적인 산업인 인도 남부는 쿠글루크 국왕의 명보다 그 지역을 다스리고 있는 브라만과 크샤트리아들의 명이 더 위인 경우가 많습니다. 쿠글루크 국왕이 이번 기회에 그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처치하려는 것 같습니다."

"전쟁을 빌미로 이슬람교도인 국왕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힌두교도들의 우두머리들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로군. 근데... 그게 의미가 있는 건가? 성전인 지하드라고 외쳐놓고서는 힌두교도들만을 전쟁터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슬람교도들 또한 전쟁터에 투입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국왕의 세력 또한 제법 큰 피해를 볼 텐데? 그게 더 치명적이지 않나?"

"폐하. 지하드는 단순히 이슬람교도들의 이혼을 방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 수도 있사옵니다."

"지하드가 이혼을 방지하는 명분이라고?"

"그렇사옵니다. 이슬람교에서는 여자들을 아주 엄격하게 다루고 있사옵니다. 이슬람법에 따르면 여인은 그의 남편에게 절대복종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만일 복종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 가지 조치가 취해집니다. 먼저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동침하는 권리를 박탈하며, 그래도 듣지 않으면 매질을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코란 4장 34절에 나와있는 내용이지요. 또한 이슬람교에서는 여인들이 남편들에게 이혼을 요구하기가 아주 어렵게 되어 있사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경우에는 가능하지요. 남자가 오랫동안 집을 떠나있거나 해서 남자가 더 이상 여인을 책임지지 못할 경우 등에 말입니다. 전쟁을 하다 보면 집을 오래 떠나있거나 몸을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렇게 되면..."

"여자들이 이혼을 요구하겠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면제해 줄 방법이 있사옵니다. 그것이 바로 지하드이옵니다. 이슬람법에 따르면 지하드로 인한 남편의 부재와 부상 등은 이혼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혹시 서역의 십자군 원정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그 또한 잘 알고 있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왕기를 바라보고 있던 목은 이색이 왕기의 답변에 감탄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는 정말 모르시는 것이 없으시군요. 역시 신인(神人)이십니다. 소인이 몇 달에 걸쳐서 공부하고 주변 원주민들을 만나가며 어렵게 연구한 것들을 모조리 다 알고 계시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페하. 십자군 원정 때에도 동일한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 병사들을 이끌던 살라딘은 군사들의 탈영을 방지하기 위해 예루살렘 정복을 지하드로 칭하였지요. 그걸 쿠글루크 국왕이 따라 할 모양입니다."

왕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돌아가는 사정이 어떤지는 대충 알겠다. 하지만 짐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어. 전쟁을 하게 되면 국왕을 떠받들고 있는 이슬람 무력 세력이 결국 출전을 하게 될 것이야. 그 피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전쟁을 감행하는 것이지?"

왕기의 물음에 목은 이색이 말해도 되겠냐는 듯한 눈빛으로 주변 간부들을 한번 둘러본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폐하. 소인이 간부들과 그 문제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소인의 예측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쿠글루크 국왕에게는 나름의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꿍꿍이가 있단 말인가?"

"인도의 국왕은 페하에 대해서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입니다."

"아무래도 원나라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그런 걸로 보입니다. 인도의 국왕은 살육을 싫어하고 백성들을 끔직이도 아끼시는 페하의 성정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백성들의 피해가 극심해지는 소모전을 피하고 한 번의 대회전으로 승부를 보려고 들 것입니다. 안 그랬다가는 폐하께서 불같이 화를 내실 것이고, 자신의 목이 위태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대고려 제국의 인도 정벌은 인도 북부에서 발원해서 동쪽의 뱅골만으로 흐르는 갠지스 강을 따라 제1함대가 거슬러 올라갈 것입니다. 그런 후 델리로 진격해 국왕을 사로잡는 것이 기본 전략이지요. 그게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건 이미 간부 회의에서 결정된 방법이잖아? 큰 비밀도 아니고 말이야. 인도의 해군력은 대고려 제국에 비하면 형편없이 떨어진다. 비록 갠지스강이 길이가 6천리에 달할 정도로 길다고 해도 제1함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받는 피해가 극히 미미할 것이야."

"피해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코란 2장 190절에 따르면 알라의 길에서 너희를 공격하는 자와 싸워라. 하지만 먼저 공격하지는 말라. 알라께서는 먼저 공격하는 자를 사랑하지 않으시느니라고 하였으니까요. 인도 쪽에서 선공을 해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더욱 좋고..."

"하지만 갠지스강에서는 함대에 실려있는 대포의 사정거리가 델리까지 닿지를 않습니다. 남은 것은 결국 육상전이지요. 철갑 기병과 박격포대가 상륙해 적들과 교전을 벌일 것입니다. 그때 대고려 제국을 상대할 인도의 병력은 3천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희생자 수가 3천에 불과하다면 인도 국왕 입장에서는 대단한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지요."

"3천의 병력으로 대고려 제국 군대를 막겠다고?"

"코란의 8장 65절에 따르면 선지자여, 믿음으로 싸움에 임하는 자들에게 힘을 북돋우라. 너희 가운데 20명이 인내한다면 200명을 물리칠 것이고, 너희가 100명이라면 1,000명의 불신자들을 물리치리니 그들은 우매한 백성이니라고 하였습니다. 폐하. 제1함대의 병력 수는 3만 정도 됩니다. 그걸 인도의 국왕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소인이 조사해본 결과 인도 국왕이 운하 개통식 때 대고려 제국 제1함대에 탑승해 있는 병력의 숫자와 종류들을 세세히 알아갔다고 하니까요."

"그건 문제 될 게 없느니라. 최대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짐이 여러 나라의 국왕들에게 알려주라고 명했으니까. 여유분이 별로 없는 화약을 소모해가며 무력시위를 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지. 그래서? 3천으로 1만에 달하는 철갑 기병과 박격포대를 상대할 방법은 있고?"

"인도 국왕에게 나름의 노림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하드를 표방한 이상 전쟁을 안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추종세력을 날려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니까... 코란에 불신자들과 1 대 10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하였으니 3천이면 성전의 생색은 다 냈다?"

"그렇사옵니다. 그런 후 대회전에서 패하면 페하에게 전격적으로 항복을 할 심산일 듯합니다. 물론 이기면 더욱 좋겠지요.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들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비장의 무기?"

"인도에는 고려에 없는 특이한 짐승들이 많다고 하옵니다. 그중 하나가 '하티(हाथी )'이지요. 그 크기가 공병대원들이 모는 삽차만 하고, 그 힘 또한 삽차에 못지않은 거대한 짐승이라고 하옵니다. 인도에서는 그런 짐승들을 길들여 군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 짐승은 특이하게도 코가 엄청나게 길고, 믿기지는 않지만 코를 사람의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코끼리를 말하는 거로군. 짐도 잘 알고 있다.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는 놈이지."

말을 끝낸 왕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목은 이색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짐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을 때 한번 본 적이 있어서 아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 그래서? 코끼리를 사용해서 철갑 기병들을 막겠다는 것인가?"

"소인의 예측은 그러하옵니다. 대규모 코끼리 군단을 이용해 대고려 제국 군대의 철갑 기병들과 육지에서 한판 붙어볼 심산인 것 같습니다. 가기에 인도의 철은 예로부터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지요. 박격포탄 정도는 코끼리에게 씌운 철갑옷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겁니다. 게다가 본격적인 접근전이 벌어지면 아군에게도 피해를 줄 수가 있기 때문에 박격포는 곧바로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까요."

"만약 그 일전에서 지게 되면 인도 국왕이 주저 없이 항복을 해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생각이로군. 생색은 이미 다 냈으니까 말이야."

"그럴 걸로 예상됩니다. 물론 더 쉽게 항복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사옵니다. 페하께서 단신으로 왕궁으로 날아가..."

그 순간 왕기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방법을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짐이 원하는 것은 대고려 제국 군대의 위용을 인도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지 나의 무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야만 정복 후에도 백성들을 다스리기가 편해."

"알겠사옵니다. 폐하."

왕기가 목은 이색을 칭찬하였다.

"그대가 분석을 아주 잘 했군. 아주 그럴듯해.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지금처럼 계속 적들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그리하겠사옵니다. 폐하."

그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은 왕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 인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1346년 11월 20일

대고려 제국의 제1함대가 스리랑카의 콜라 시에 도착해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346년 11월 25일

전초기지 건설을 끝마치고 며칠간 휴식을 취한 제1함대가 뱅골만을 지나 갠지스 강을 향하기 위한 운항을 시작했다.

1346년 12월 25일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길이 또한 길어서 갠지스 강을 타고 상류로 올라간 제1함대가 델리 인근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1346년 12월 26일

새로운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시각 델리 인근의 평원에서는 대고려 제국의 철갑 기병 1만과 3천에 달하는 인도의 코끼리 군단이 마주 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쿠글루크 국왕이 후방에 배치되어 있는 천막에 놓여 있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알라께서 말씀하셨다. 코란 22장 39절에 나와있듯이 부당히 침략 받은 자들에게는 싸우는 것이 허락되느니라고 말이다. 또한 알라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가주(Ghazu : 약탈을 의미함)'를 허락한다고 말이다.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본 왕이 약탈을 허락할 것이다. 고려의 배들에는 진기한 보물들이 가득하니라. 그 모든 것들이 너희들 것이 될 것이야. 그러니 저들을 쳐부수어라."

- 우와아아...

- 뿌우우. 뿌우우...

병사들과 코끼리들의 함성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 1만에 달하는 대고려 제국의 철갑 기병대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발생했다. 자로 잰 듯 오와 열을 맞추고 있던 철갑 기병들이 중앙을 기점으로 좌우로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뭔가가 기병대 중앙을 뚫고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 그르릉...

강철로 된 거대한 몸체를 피처럼 새빨간 붉은색으로 도색을 하였고, 포탑에는 날아갈 듯한 봉황이 그려져 있는 왕기 전용의 땅크가 땅 위를 이동하면서 거친 소리를 내뿜자 코끼리 군단에서 동요가 발생하였다. 그때 쿠글루크 국왕이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처음 보는 무기라고 두려워하지 마라. 어차피 하티로 짓밟으면 야자수 잎처럼 납작해질 것에 불과하다. 모두 돌격!"

그때였다.

- 크르르릉...

마치 성난 야수와 같은 굉음을 터뜨리며 붉은색의 땅크가 비호처럼 지면을 박차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코끼리 군단을 향해 코끼리의 코처럼 길게 튀어나와있는 포신에서 불꽃을 피워올렸다.

- 콰아앙...

또다시 황금을 물 쓰듯 할까 봐 왕기의 집중적인 지도 감독 아래 최무선과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날개 안정 분리 철갑탄'이 선두에 서서 달리고 있는 코끼리를 정확히 명중하며 코끼리가 입고 있는 철갑옷을 두부처럼 가볍게 뚫고 들어가 몸 안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핏물과 코끼리 사체가 날아가는 도중에 땅크가 연속적으로 포탄을 발사하며 순식간에 코끼리 군단 가까이로 접근했다. 그러자 코끼리들이 앞다투어 땅크를 밟아댔지만 강철로 제작된 땅크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코끼리 군단이 혼돈에 빠지며 코끼리 위에 올라타 조종하고 있던 자들의 입에서 새된 비명들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 으악. 다들 도망쳐.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고.

- 저건 불의 신 '아그니(Agni)'의 환생이자 파괴의 신인 '시바(Shiva)'가 보낸 사자라고.

- '링가(linga : 인도에서 숭배되는 남근상(男根像))'처럼 생긴 곳에서 끊임없이 불꽃이 터져 나오고 있어. 저건 신이 우리에게 보낸 붉은 악마가 틀림없어.

왕기가 모는 땅크가 코끼리들을 이리저리 들이받으며 연신 포탄을 쏘면서 후방에 있는 쿠글루크 국왕을 사로잡기 위해 종심 돌파를 시도하고 있을 때 철갑 기병을 이끌고 있는 무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께서 미리 명령하신 대로 다들 코끼리를 노리지 말고 코끼리 위에 타고 있는 조종사들을 노린다. 너희들의 활 솜씨라면 식은 죽 먹기일 것이야. 전군 돌격!"

- 하압.

- 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혼돈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는 코끼리 군단을 향해 1만의 철갑 기병들이 일제 돌격을 감행했다.

- 끼이이익...

잠시 후 왕기가 모는 땅크가 3천에 달하는 코끼리 군단 중앙을 뚫고 나가 종심돌파에 성공하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도망도 가지 못한 쿠글루크 국왕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곧바로 해치를 열고 튀어나온 왕기가 국왕의 앞으로 뛰어내리며 옆구리에 찬 삼삼이를 잡아가려고 하자 쿠글루크 국왕이 곧바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항복이오! 항복!"

왕기가 힘들게 함대를 꾸려 원정을 떠나온 인도 정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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