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39화 (139/171)
  • 마침내 인도(印度)를 정복하다 - 4

    1346년 11월 3일

    [대고려 제국 황제의 막사]

    전날 동남아 전역이 떠들썩하게 운하 완공식을 끝마친 왕기가 간부들과 정몽주를 불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인도 정벌을 위해 운하를 통과한 제1함대가 스리랑카의 좌측 해안을 향해 전속 운항하고 있다. 비록 운하를 통과해 이동 거리가 대폭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5천리에 가까운 바닷길을 더 가야만 해. 20일 가까이를 더 배를 타고 가야만 한다는 뜻이다. 제1함대가 스리랑카에 도착하기 전에 그대들이 해줘야 할 일들이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리랑카에 인도 정벌을 위한 최종 전초기지를 세우는 일이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무지와 무장은 나와 함께 비행선을 타고서 스리랑카 좌측 해안을 탐색하여 제1함대가 정박하기 적당한 곳을 찾아야 할 것이야."

    - 존명.

    왕기가 무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지금 스리랑카를 다스리고 있는 싱할라 왕국의 국왕이 주변 다른 국가나 여러 부족장들처럼 대고려 제국의 발밑으로 들어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을 수도 있어. 전초기지로 적합한 곳을 선정하면 무장이 이끄는 공수 강하 부대가 먼저 내려가 그 지역을 선점하고 주변을 정리한 후 철저한 경계에 들어간다."

    "네. 폐하. 소장이 이끄는 공수 강하 병력 2천이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좋아. 주변을 정리하고 기지를 세울 곳에 철조망을 세워 그 지역 주민들과 쓸데없는 충돌은 최대한 피하도록. 그런 후 제1함대가 도착하면 무지가 공병대를 진두지휘해 전초기지를 세울 것이야."

    "알겠사옵니다. 폐하."

    왕기가 이번에는 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지 그대는 한 가지 더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명령만 내리소서."

    "인도를 지배하고 있는 쿠글루크 왕조의 국왕이 무슨 배짱으로 전쟁을 하자고 한 건지 최대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 대고려 제국 해군의 위력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짱을 부리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야."

    "네. 폐하.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겠습니다."

    "좋아. 다 같이 스리랑카에 전초기지를 세울 곳을 선정하고 나면 짐은 잠시 고려에 다녀오겠다. 그전에..."

    왕기가 정몽주를 보며 물었다.

    "숙제는 모두 끝냈느냐?"

    "네. 폐하. 유림에서 주장하고 있는 차례와 화랑 제도에 관련하여 해결책을 생각해 왔습니다."

    왕기가 정몽주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들어 꼼꼼하게 읽어보다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물었다.

    "불교계의 차례를 없애기 보다 차라리 유림에게 동등한 권한을 주는 것이 낫다. 대도시에 유림이 운영하는 사당을 세워 불교처럼 소정의 수고비를 받고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가하며, 사당이 들어설 자리의 선정과 운영은 모두 유림에게 맡기도록 한다. 그럼 불평불만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이게 네가 생각한 차례의 해결책이란 것이냐? 짐이 보기에는 이번 기회에 유림 쪽에 힘을 실어주려는 개수작 같아 보이는데..."

    왕기의 다그침에 어린 나이의 정몽주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해다.

    "폐하. 유림은 지방에 있는 대지주들과 한 몸인 자들이옵니다. 지방에서는 아직도 유림의 입김이 강하지요. 한쪽은 권력을 제공하고 다른 한쪽은 재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머리가 두 개인 쌍두사(雙頭蛇)처럼 서로가 서로를 봐주는 뒷배인 셈이지요. 그들이 지금 저렇게 떠들어 대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과 백성들을 지배하고 싶은 권력욕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대로 유림과 대지주들은 지방에 있는 백성들의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다시피 했사옵니다. 자신들의 뜻에 거역하는 자들을 두들겨 패서 죽이고, 얼굴이 반반한 농민들의 딸을 강제로 끌고 가 첩으로 삼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요. 대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가 그런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흉년이 들면 주변 백성들이나 소작농들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지요. 살아남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꾹 참고 살았던 것이지요. 지방을 다스리는 목민관에게 호소해봐야 그들은 유림의 사람들이니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리가 만무하지요.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폐하께서 타국에서 쌀을 대량으로 수입해 오고, 고토에 대규모 경작지를 일구면서 농토의 절대적인 가치가 하락하였기 때문입니다. 고려의 백성들은 더 이상 굶주려 죽을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권위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것이지요."

    "그럼 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성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불만이라는 뜻이냐?"

    "그럴 리가요. 단지 유림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일 뿐입니다. 그들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뜻대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말입니다."

    "그런 상식적인 말들을 줄줄이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이지?"

    "소인이 폐하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지요."

    "짐의 마음을 읽었다?"

    "그렇사옵니다. 소인은 폐하께서 유림을 멸문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러기에는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부담이 너무 크지요. 또한 폐하께서 진정으로 유림을 멸문시킬 생각이 있으셨다면 유림은 진즉에 피로 씻겼을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소인을 통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계십니다. 이는 폐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유림을 피롯 씻는 것이 아니라 유림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백성들을 위하는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계신다는 확고한 증거이옵니다. 따라서..."

    자그마한 주먹을 불끈 쥐며 막힘없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는 정몽주를 보며 왕기가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

    "따라서?"

    "각 지방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 유림의 인물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으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유림에 속해있다고 해서 모두가 썩은 자들은 아니니까요. 그들을 한자리에 모아 옥석(玉石)을 가리는 일이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썩을 대로 썩어서 가망이 없는 자들은 죽여서 도려내고 쓸만한 자들로만 살려둬야 유림이 제대로 설 것입니다."

    "그걸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한 곳이 네놈이 말한 사당이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혹시 가책(呵責)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하다가 잘못을 저지르면 여러 스님들 앞에서 잘못을 낱낱이 고하고 거기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을 일컫는 말이지.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는 표현이 거기에서 유래된 것이고."

    "사당에 옥석을 모아두면 자신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거기에 사당이 들어설 자리와 운영권까지 유림에 주게 되면 욕심에 찬 쥐새끼들끼리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겠지요. 그럴 때 진정한 옥석이 가려질 것이고, 페하의 말씀처럼 양심에 가책을 느낀 유학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그럼 폐하에게 명분이 생길 것입니다. 같은 유학자들조차 썩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처단할 명분이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부터 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일단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던져서 옥석을 잘 가린 다음 명분을 손에 쥔 후에 유림의 썩은 자들을 처단하라는 뜻이로군. 듣기 그럴듯해. 짐이 참고하도록 하지. 근데... 화랑 제도의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은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화랑도를 뽑는 기준을 학문적인 지식보다 육체적인 능력을 우선으로 해서 뽑으면 해결될 것이다..."

    "폐하. 그 나이 때의 어린 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끈끈한 유대감과 그 숫자에 있사옵니다. 유림의 힘이 아직 막강하다고는 하나 그 숫자는 일반 백성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수인 자들이지요. 소인이 말한 기준으로 뽑게 되면 더 많은 숫자의 일반 백성들이 화랑도로 뽑히게 될 것입니다. 절대적인 숫자에서 앞서니까요. 그런 후 화랑도의 손으로 자신들의 지도부를 선출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네놈의 말은 지도부를 투표로 뽑게 하자는 것이로군?"

    "그렇사옵니다. 폐하. 화랑의 지도부에 막강한 권력을 주는 대신에 일반 백성들로 채우는 것이지요. 누가 봐도 공정한 화랑도들의 투표로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화랑제도가 유림을 위해 악용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방지될 것이며 유림에서도 감히 뭐라 시비를 걸지는 못할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나 듣던 정몽주의 뛰어남을 알게 된 왕기가 중얼거렸다.

    "이제 겨우 열 살인 놈이 낼만한 의견들이 아닌 것 같은데... 듣던 대로 제법 머리가 좋구나."

    왕기의 칭찬에 정몽주가 얼굴을 활짝 피며 물었다.

    "페하. 소인이 이제 숙제를 다 끝마친 것이옵니까?"

    "그래. 제법 잘 풀었다. 숙제를 다 마친 것으로 해주마."

    1346년 11월 4일

    [스리랑카 서해안의 한 해변]

    왕기가 비행선을 타고 인도를 정벌할 전초 기지를 세우기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 스리랑카 좌측 해안쪽을 둘러 보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비행을 하던 왕기가 망고 나무가 우성한 해변을 발견하자 비행선을 착륙시켰다.

    "이곳이 좋겠군. 공병대를 동원해 나무들을 벤 다음 바닷가에 항구를 세우고 뒤쪽 평야 지역에 각종 보급기지를 세우도록 해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자신이 내린 곳이 싱할라어로 망고 나무가 무성한 해안이라는 뜻을 지닌 'Kola-amba-thota'라는 것을 알게 된 왕기가 이곳을 '콜라시(현대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Colombo) 지역'라고 명명하고 인도 정벌을 위한 최종 전초기지를 세우라고 명령하였다. 그런 후 고려를 향하여 몸을 날렸다.

    1346년 11월 5일

    [연경전의 어전회의]

    왕기가 한 달에 한 번 고려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려로 돌아와 어전회의를 열고 있었다. 왕기가 문신들이 모여있는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짐이 고려에 오자마자 차례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소. 제사를 절에 맡기는 가격은 일 년에 삼베 한필이고 고려 돈으로 따지면 5원 정도라고 조사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소이다. 불교계에서 백성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유림에서 상소를 올린 것이 있으니 짐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겠소. 전국의 주요 도시에 유림에서 운영하는 사당을 짓고 유림 역시 돈을 받고 백성들의 차례를 지낼 권리를 주겠소. 또한 화랑 제도는 그 이름을 바꿀 것이오. 나이가 어린 소년들 위주로 뽑을 생각이기에 아직은 꽃을 활짝 피운 화랑이 아니라 평상시에는 집단적으로 모여 심신을 수련하다가 유사시에 자신들의 동네를 지키는 어린 풀과 같다는 의미에서 '동방위(洞防蔿)'라고 할 것이오. 그리고 그 선출 기준은 다음과 같소....."

    정몽주가 낸 의견을 십분 반영하여 유림에게 차례를 지낼 권리를 주고 동방위 제도를 시행하도록 한 왕기가 마음이 급한지 어전회의가 끝나자마자 다시 스리랑카를 향해 날아갔다.

    1346년 11월 7일

    [콜라시에 위치한 대고려 제국 황제의 막사]

    공병대가 탑승한 제1함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안 허름하게 지어진 임시 막사에서 왕기가 간부들을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

    "최영 장군이 이끄는 제1함대가 늦어도 보름 후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오. 전초기지를 새우는 것에는 하루면 충분할 것이니 곧바로 인도와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오. 이곳에서 인도까지는 뱃길로 이틀이면 가니까. 그러니 이번 회의가 인도 정벌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될 테지. 하고 싶은 말이나 의견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개진하시오."

    다들 각오 어린 표정으로 침묵을 꾹 지키고 있자 왕기가 무지를 지명했다.

    "다들 조용하니 특별한 의견이 없는 걸로 알겠소. 그럼 무지 그대부터 말해보시오. 인도가 무리하게 고려와 전쟁을 치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소?"

    "네. 폐하. 소인이 최선을 다해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오?"

    왕기의 물음에 무지가 자세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종교적인 이유가 있고, 그다음으로는 정치적인 이유와 군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는 무엇이오? 대충 짐작은 가오만..."

    "폐하. 현재 인도를 다스리고 있는 쿠글루크 왕조는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습니다. 국왕의 권력도 막강하지만 이슬람법인 '샤리아(Sharia)'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제아무리 국왕이라도 말입니다. 샤리아는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그 첫 번째가 코란이고, 두 번째가 예언자 마호메드의 삶을 통해서 규정한 하디스(Hadīth) 이지요. 세 번째가 이즈마(Ijmā‛), 즉 코란과 하디스에서는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슬람 교리에 반하지 않도록 당대의 법학자들이 모여서 합의한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가 끼야스(Qiyas)입니다. 법학자들이 유추하여 해석한 것을 일컫는 것이지요. 인도의 왕은 현재 이슬람교에서 가장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코란에 의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코란에 의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고려 제국과의 전쟁이 '지하드(jihād : 聖戰)'라도 된단 말이오?"

    그 순간 목은 이색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이슬람교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지하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고려인들이 극히 드문데 말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이번 전쟁이 지하드가 맞습니다. 대고려 제국은 '카피르(kāfir)'들이 세운 국가에 불과하니까요."

    "카피르?"

    "쉽게 말해서 이슬람교를 믿지 않아 지옥에 떨어질 불신자(不信者)나 배교자(背敎者)라는 뜻입니다. 제아무리 인도의 왕이라고 해도 대고려 제국은 카피르들이 세운 국가이기 때문에 성전을 치르지도 않고 항복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코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알라를 위해 불신자들과 싸우는 전투에 나선 개개인에게는 알라의 보상이 약속되며, 전사할 경우 곧장 낙원에 들어간다. 또한 코란의 4장 95절에 이러한 구절도 있지요. 아무런 장애도 없이 남아 있는 자와 성전에 출전하여 재산과 생명을 바치며 알라를 위하여 싸우는 자들과 같을 수 없거늘, 알라께서는 남아 있는 자들보다 재산과 생명을 바쳐 성전에 임하는 자들에게 더 큰 은혜를 베푸신다라고 말입니다."

    "흠... 인도가 굳이 전쟁을 하려는 종교적인 이유는 짐도 잘 알겠소. 그럼 정치적인 이유와 군사적인 이유는 무엇이오?"

    "정치적인 이유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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