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37화 (137/171)
  • 마침내 인도(印度)를 정복하다 - 2

    1346년 10월 2일

    [연경전의 침실]

    어전회의를 마치고 온 왕기가 오래간만에 자신의 부인들과 상령만이 참석해 있는 침실에서 주안상을 펴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정비인 노국공주와 후궁인 여춘옹주, 벽하옹주까지 한 방에 있어 분내가 넘쳐나는 가운데 왕기가 입을 열었다.

    "고려 전역에서 유림과 사대부들의 조직적인 반란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소이다. 이러한 이유가 무엇인 것으로 보이오?"

    왕기의 물음에 노국공주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폐하께서 권문세족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며 옥좌에 등극한 것은 유림에서도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을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권력자가 들어서면 그러한 일들이야 언제나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최근 들어 유림에서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유림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짐이 특별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폐하께서 과거를 열어 많은 유학자들이 과거처럼 조정에 등용되어서 유림의 불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데... 이번 인도 정벌에 '지공(指空)'과 '나옹(懶翁)' 그리고 '무학(無學)'이라는 승려를 대동하고 원정을 떠나자 유림에서 자신들이 소외당하고 있으며 폐하께서 지나치게 불교를 밀어준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속 좁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짐이 진정으로 불교를 밀고 유교를 박해할 생각이었다면 유림은 짐의 손에 의해 일찌감치 몰살을 당했을 것이오. 그걸 어찌 모른단 말이오?"

    한탄이 섞인 왕기의 중얼거림에 여춘옹주가 말을 받았다.

    "폐하. 그들이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지방에서 방귀 좀 뀐다는 유학자들은 피비린내 나는 100년간의 무신 정권하에서도 살아남았던 자들의 후손이고, 그들의 가문은 아차 하면 가문이 통째로 몰살을 당하는 부원배들의 집권하에서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가문들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음모와 권모술수 등에 능통한 자들만이 생존에 성공한 것이지요. 그런 자들이 절대 바보일 리가 없습니다. 소첩이 보았을 때에는 그들이 폐하의 성정을 이미 완벽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시작된 반항이라고 보입니다."

    "짐의 성정을 파악했다?"

    "그렇사옵니다. 얼핏 보면 폐하께서는 성정이 얼음처럼 차갑고, 사람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독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적절한 명분이 없다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칼을 뽑는 것을 극도로 인내하시는 성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유림에서도 그런 폐하의 성품을 이미 파악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폐하께 유림을 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아주 사소한 차례나 화랑 제도 등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유림 쪽에서 잔꾀를 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소첩이 모든 정보원들을 동원해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그러한 배후에는 두 사람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배후라. 그들이 누구요?"

    "한 명은 폐하께서도 잘 알고 있는 소년입니다. 정몽룡(鄭夢龍)이라고 기억하시는지요? 얼마 전에 이름을 정몽주(鄭夢周)로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폐하께서 옥에 가두었다가 성은을 베풀어 성균관에 편입을 시킨 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기로 이름이 난 자라 그런지 머리 쓰는 것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번에 유림이 차례와 화랑 제도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유림의 꾀주머니라고 불리고 있지요."

    "정몽주는 아직 나이가 어려 지금 건조되고 있는 제2함대는 무리이겠지만 제3함대 내지는 제4함대를 이끌고 신대륙으로 가서 설탕을 지속적으로 고려에 공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이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그래서 성균관으로 보낸 것인데... 그럼 또 한 명은 누구인 것이오?"

    "정운경(鄭云敬)이라는 자입니다. 정몽주가 꾀를 내고 정운경이 유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조정에 상소를 올리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한 왕기가 물었다.

    "정운경? 그자가 누구란 말이오?"

    "본관은 봉화(奉化)이지만 어려서 유림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영주(榮州)와 복주(福州 : 현재의 안동)의 향교에서 수학을 한 자로 검교군기감(檢校軍器監)이었던 정균(鄭均)의 아들이옵니다. 과거에 급제한 뒤 경북 상주의 상주목 사록을 시작으로 관직에 진출한 자이지요. 그러다 보니 영주, 복주, 상주 등에 아는 자들이 많아 유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전주 목사로 지내고 있다가 최근에는 병부시랑(兵部侍郞 : 무관들의 인사행정을 담당하는 자리)에 임명된 자입니다."

    "배후가 병부시랑이라고? 설마... 전체 유림이 병부시랑 하나를 믿고서 짐에게 반기를 들고 있단 말이오? 무력을 담당하는 세력이 없는 반란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모를 자들이 아닐 텐데?"

    그러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척무관이 입을 열었다.

    "폐하. 유림이 믿고 있는 것은 최근에 은거를 깨고 속세로 나온 사대무맥의 무인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폐하께서도 한때는 강호인이셔서 잘 알고 계시겠지만 무인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할 능력이 없는 자들이옵니다. 누군가의 지속적인 도움을 받아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족속들인 것이지요. 사대무맥이 은거해 있을 때 도움을 준 지방의 세도가들에게 입은 은혜 때문에 유림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그럼 결론은 간단하군. 상령은 짐의 명을 받들라!"

    "존명!"

    "상령은 오늘 밤중으로 제법 큰 뒤주를 구해서 안에 두꺼운 솜 이불을 깐 다음 국방과학연구소로 가거라. 그런 후 뒤주 안에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산소통과 식량을 넣은 다음 내일 아침 성균관에서 정몽주를 잡아 뒤주 안에 가두거라. 짐이 내일 직접 뒤주를 들고 운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날아갈 것이야. 어차피 신대륙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지어야 할 정몽주이니 지금부터 미리 건설 현장에서 중장비를 조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야."

    "그리하겠사옵니다. 폐하."

    "그리고 짐이 적지 않은 재물을 내어줄 테니 사대무맥에게 전달하거라. 지방의 세도가에게 입은 은혜를 그 재물을 이용해 갚도록 하여 더 이상 유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하거라. 무인들의 인사 권한은 병부시랑 따위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 짐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주지시키고.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짐의 뜻을 거역하는 무맥은 단호히 멸문을 시킬 것이야."

    "알겠사옵니다. 폐하. 소관이 확실하게 일러두겠사옵니다."

    "마지막으로... 날이 밝는 대로 병부시랑 정운경을 사사로이 세력을 규합해 황실에 반역한 죄를 물어 잡아들이거라. 그 집안을 멸문을 시켜 백성들에게 본보기를 보일..."

    그 순간 노국공주가 다급히 외쳤다.

    "폐하. 정운경의 집안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지요. 이대로 그냥 멸문을 시키기에는 너무 아까운 집안이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왕기가 물었다.

    "짐이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소이까?"

    "폐하. 소첩이 알기로는 정운경에는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아들이 하나 있사옵니다. 이름이 도전(道傳)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이 도전이라고? 그럼 정운경의 아들이 정도전이란 말이로군.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긴 하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왕기가 입을 열었다.

    "황후의 말도 있고 하니 짐이 정운경의 집안을 멸문시키지는 않겠다. 하지만 상령 그대가 단단히 주의를 주도록 하거라.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야. 또다시 유림이 짐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분서갱유(焚書坑儒)가 고려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거라."

    "존명!"

    1346년 10월 3일

    [대운하 공사 현장]

    정도전이 갇혀있는 뒤주를 들고 다시 말레이반도로 날아온 왕기가 밤이 이슥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형광등을 잔뜩 밝힌 채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건설 현장을 둘러다 보며 뒤주의 뚜껑을 열었다.

    - 덜컹.

    뒤주의 뚜껑이 열리자 얼굴에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이제 겨우 열 살인 정몽주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이국적인 풍경에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어리디 어린 나이의 정몽주를 보며 왕기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물었다.

    "고려는 이미 가을인데 이곳은 날이 여름처럼 덥지 않으냐?"

    "아주 덥사옵니다. 폐하. 고려에서 한 여름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더위입니다."

    "그럴 것이야. 이곳이 열대지방이기 때문이지. 세상은 그만큼 넓은 것이니라. 짐이 네놈의 목을 치지 않고 뒤주를 들고 오는 수고를 해가면서까지 널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정몽주가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소인이 '정저지와(井底之蛙 :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뒤주에 갇혀 이곳까지 날아오면서 뒤주 틈으로 본 세상은 소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습니다."

    "오호... 확실히 난놈은 난놈이로구나. 무지처럼 가르칠 맛이 있겠어. 네 말이 맞다. 세상은 넓고도 넓으니라. 그대가 대국이라 생각하고 있는 중국보다 큰 나라들이 세상에는 여러 개 존재하고 있지. 중국이 몇 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신대륙도 여럿 있고. 아메리카가 그러하고 아프리카 또한 그러하다.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중국만 한 크기의 섬도 있지. 그뿐만이 아니야. 중국보다 거대한 땅이 온통 얼음으로 뒤뎦혀 있는 곳도 세상에 존재한다. 이번 기회에 눈을 크게 뜨고 많은 것들을 배우도록 하거라. 중국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유학이 이 세상의 진리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짐을 실망시키지 말거라. 너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사옵니다. 폐하."

    "그럼 네놈의 숙소부터 잡아주도록 하마. 하루 종일 뒤주에 갇혀 있어서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말이야."

    [대고려 제국 황제의 막사]

    공사 현장 옆에 지어져 있는 황제의 간이 막사는 거대했다. 막사에 딸려 있는 회의실에서 왕기가 간부들과 이곳까지 같이 온 승려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짐이 자리를 비운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소?"

    왕기의 물음에 무지가 답했다.

    "없었사옵니다. 폐하. 공사는 잘 진척되고 있으며 지금의 속도라면 한 달 이내에 운하가 개통될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운하의 이름은 대고려 제국 제1운하라고 간결하게 지었습니다."

    "이름이야 뭐가 중요하겠느냐? 앞으로 한 달이라. 빠른 것도 좋지만 공병대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진행을 하거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무지가 대답을 하자 오래간만에 모습을 보인 목은 이색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폐하. 소인은 최근까지 사람들을 두루 만나보고 왔사옵니다. 그들의 생활상과 문화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지요. 운하를 건설하고 있는 이곳 말레이반도 남쪽에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자들이 제법 있더군요. 소인이 새로운 코란을 저술하기 위해 그들을 제법 만나보았습니다."

    '그럴 테지. 말레이반도 남쪽은 15세기 동양 최대의 무역항이자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말라카를 중심으로 하는 말라카 왕국이 들어서게 되는 곳이니까. 말라카 왕국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해상왕국이었다고. 지금쯤이면 주민들에게 이슬람교의 영향이 조금씩 미치고 있을 테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왕기가 물었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니 도움이 좀 되더냐?"

    "네. 폐하. 그들은 원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슬람교도인 회교도(回敎徒)와는 사뭇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좀 더 코란의 교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고려 제국의 황제이신 폐하에게 이미 새로운 별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더군요."

    "짐에게 말이야? 뭐라 부르고 있더냐?"

    "폐하를 동방에서 온 '라술룰라(Rasulullah : 신의 사도라는 뜻)'라고 부르고 있사옵니다. 선지자 내지는 예언자라는 뜻이지요."

    "나를 그리 부른다고?"

    "네. 페하.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드와 관련된 일화들은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유일신인 알라의 사도로 여겨지던 마호메드에게 이슬람교도들은 그대가 진정한 예언자라면 기적을 보여봐라는 요구가 많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마호메드에게 저 앞산을 움직여 마호메드의 앞으로 가지고 와 보라고 하였습니다. 마호메드는 당연히 산을 움직여 자기에게 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하여 수많은 군중을 모이게 하였지만... 마호메드는 끝내 산을 움직일 수 없었지요."

    "당연하지 않느냐? 인간이 어떻게 가만히 앉아 산을 움직인단 말인가?"

    "하지만 폐하께서는 멀쩡한 육지를 갈라 바다를 부르고 계십니다. 이슬람교도들에게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요. 이러한 일화는 홍해를 갈랐다는 모세의 기적과 버금가는 것이며, 새로운 코란과 성경을 저술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땅을 가른 것은 내가 아니라 공병대원들이야."

    "하지만 공사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슬람교도들은 없으며, 지금 이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에 100리나 되는 육지를 가를 수는 없지요. 신의 사도만이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왕기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되었다. 뭐 어차피 신화는 과장되고 부풀려지기 마련이니까 넘어가고... 이제 스리랑카를 점령할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군. 말레이반도 남부가 고무 농장이라고 하면 스리랑카는 고려 제국에게 지속적으로 홍차를 공급할 홍차 농장이 될 것이니라."

    왕기의 말이 끝나자 지국이 입을 열었다.

    "페하께서 차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 소승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인도는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인종마다 주특기가 조금씩 다르지요."

    "그래서?"

    "차와 관련된 것은 인도의 타밀(Tamil)족이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를 건의드립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왕기가 입을 열었다.

    "좋은 의견이기는 하지만 짐은 그리하지 않을 것이니라. 쓸데없는 민족분쟁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운하가 개통될 즈음에 주변 국가의 사람들을 대거 초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야. 사람들의 눈앞에서 양쪽의 바다가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짐을 정말로 라술룰라로 여길지도 모르니까. 그러한 일화는 짐이 인도와 스리랑카를 정벌하는데 제법 많은 도움을 줄 것이야. 그럼 인도 정벌을 위한 본격적인 작전을 의논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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