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35화 (135/171)

가자! 인도(印度)로 - 2

"...인도 정벌 3단계 중 1단계인 대만까지 이동하는 것은 전과 동일하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라. 개경에서 대만까지의 거리가 무려 3,500리에 달하기 때문이지. 고려의 배가 빨라 하루에 200리를 너끈히 간다고는 하지만 무려 이십일 가까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운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뒤에 도사리고 있다. 바로 이곳을 지나가야만 한다는 것이지."

- 툭. 툭.

왕기가 손가락으로 지도 위의 한 부분을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2단계인 말레이반도 남부 서해안과 수마트라섬의 동해안 사이를 흐르는 좁은 해협을 지나가는 것 말이야. 대만에서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말레이반도 남쪽까지 무려 9,000리를 가야만 한다. 그런 후 다시 말레이반도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4천리를 더 항해해야만 해. 남쪽 끝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까 왕복 8천리나 되는 뱃길을 더 가야만 한다는 소리야. 짐이 그런 이유로 신가포도를 중간 거점지로 만들겠다는 작전을 세웠지만... 말레이반도를 빙 둘러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과 물자를 지나치게 소모하는 일이야. 따라서..."

왕기가 손가락으로 말레이반도 한가운데를 직선으로 쭉 그으며 말했다.

"고려 해군은 말레이반도 한가운데를 관통해서 곧바로 인도가 있는 뱅골만으로 진출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운항거리를 무려 1만리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된다. 인도는 넓고도 넓은 땅이니라. 인도 정벌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니 지속적인 후발대가 출발해야만 할 것이고, 정벌 후에도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짐이 새롭게 세운 작전은 훗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야."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최영 장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페하께서는 말레이반도 한가운데에 운하를 뚫을 생각이시로군요?"

"정확하다. 말레이반도는 길이가 긴 반면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반도이니라. 대고려 제국 제1함대를 파견해서 말레이반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뚫을 생각이다. 짐이 상공에서 직접 자세히 관측을 해본 결과 운하의 길이는 불과 100리면 족해."

왕기가 다시 지도를 짚어가며 말을 이었다.

"폭이 가장 좁은 이곳에서 시작해서 서쪽의 끄라부리 강 상류까지만 뚫으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네 가지를 노릴 수가 있다. 첫째는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인도까지의 운항거리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말레이반도 운하를 건설하는 동시에 최남단에 신가포로를 건설하게 되면 운하 남쪽을 완벽하게 대고려 제국의 영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야."

"말레이반도의 동과 서는 모두 바다로 막혀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있는 남과 북을 모조리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요."

최영 장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하다. 짐은 운하를 건설하는 동시에 운하 남쪽의 모든 원주민들을 모조리 북쪽으로 평화롭게 이주시킬 계획이니라. 그렇게 되면 말레이반도 남쪽은 조만간 대고려 제국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는 고무 농장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야. 고무나무가 자랄 수 있는 기후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현지에서 자생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셋째로 서역에서 오는 모든 배들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대고려 제국이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서역의 배들이 고려로 오기 위해 적절한 통과료를 내고 대고려 제국이 건설한 운하를 건너든 말레이반도를 빙둘러 지나가기 위해 신가포도를 거쳐가든 모든 배들이 대고려 제국의 검문을 거쳐야만 한다는 뜻이지. 그렇지 않은 배는 수십만리를 빙둘러 운항을 해야만 할 테니까. 마지막 넷째는 이번 기회에 대고려 제국의 공병대가 운하를 건설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고려 제국이 바다를 통해 세계로 진출하려면 운하를 파야만 하는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그런한 일을 단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나라는 대고려 제국뿐이니라."

"하지만 폐하. 중국에서 수양제가 대운하를 파다가 나라가 망하고 중국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잊으셔서는 아니 됩니다."

최영 장군의 우려 섞인 말에 왕기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수양제가 건설한 대운하는 길이가 고려의 본토보다 길었다. 하지만 지금 팔 운하는 아까도 말했지만 길이가 불과 100리에 불과해. 그리고 수양제는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백성 1,500만 명을 동원했지만 짐이 동원할 인원은 공병대원 몇 천에 불과하니라."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무지가 입을 열었다.

"폐하. 아무리 운하의 길이가 100리로 짧다고는 하지만 불과 몇천 명의 인원으로 운하를 건설하려면 앞으로 몇 십 년 또는 몇 백년의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은 왕기가 반박했다.

"무지 그대는 최근에 새로 개발되어 공병대원들이 한창 조종기술을 익히는 있는 삽차와 짐차의 진정한 위력을 모르고 있구나. 삽차 한 대면 백 명의 인원이 한 달간 파낸 넓이의 땅을 단 하루 만에 파낼 수 있느니라. 그런 삽차와 짐차가 각각 200대가 넘게 준비되어서 제1함대의 전력모함에 실려 있느니라. 지금 그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공병대원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운하를 건설할 수 있느냐와 운하의 통행료를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 가이다. 그대가 운하 건설의 총책임을 맡게 될 테니까. 운하의 폭과 넓이는 전력모함에 맞추어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에 따른 보상으로 운하의 이름을 그대가 직접 짓도록 해주지."

그 순간 침실 밖에서 내관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폐하께서 찾으신 목은 이색이라는 자가 도착했사옵니다."

"들라 하거라."

- 드르륵.

문이 열리며 아칙 채 스물도 되지 않은 청년 시절의 목은 이색이 머리를 박박 깎은 중년의 승려 2명과 아직 파릇파릇한 나이의 젊은 중과 함께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왕기가 이색을 보며 물었다.

"짐이 그대를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겠지?"

"네. 폐하. 얼마 전에 개경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같은 일들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종교분쟁을 없애기 위해 유일신 교리를 삭제한 새로운 성경과 코란 등을 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대가 쓴 사도신경을 짐도 읽어보았다. 제법 글재주가 있더구나. 하지만 중동인들이 믿는다는 이슬람교의 코란과 서역인들이 믿는다는 가톨릭의 성경을 새로 집필하는 것은 단순한 글재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라. 그들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의식 구조 등을 통찰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지. 자고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였다. 그대도 이번 인도 정벌에 참가하여 외국이들의 생활상과 의식과 관습 등을 몸소 느껴보도록 하거라. 좋은 경험이 될 것이야."

왕기의 말에 이색이 고개를 조아린 후 자신이 데려온 일행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그리고 소신이 폐하의 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저와 함께 인도로 같이 가서 도움을 줄 두 대사와 한 명의 젊은 승려를 데리고 왔습니다. 한 명은 '지공(指空)'이라는 법명을 쓰고 있으며, 또 한 명은 '나옹(懶翁)'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젊은 승려는 지공대사의 제자인 '무학(無學)'이라고 하옵지요. 이들은 모두 얼마 전까지 원나라에 머물고 있었으나 폐하께서 고려에서 더없는 선정을 펼치시는 동시에 불교계를 그 어느 때보다 청빈(淸貧)하게 만드신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고려로 넘어온 자들이옵니다."

그 순간 왕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짐이 불교계를 청빈하게 만들었다고?"

"공민육헌에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사옵니까? 백성들에게 재물을 뜯는 자들은 사이비라고 말입니다. 지금 고려의 불교계는 그 어떤 시절보다 청빈을 중요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 못한 사찰과 승려들은 곧바로 사이비로 몰리며 백성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게 되지요.'

이색의 설명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이국적인 외모의 지공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지공이로군. 그대의 법명은 짐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있을 때 익히 들어보았지. 인도 태생이라고 하였지?"

"그러하옵니다. 폐하. 소승의 본명은 인도어로 '다이나바드라(dhyāna-bhadra)'라고 하옵니다. 인도 중부에 있는 마갈타국왕(摩竭陀國王)의 셋째아들이었지만 뜻한 바가 있어 원나라로 건너가 불법을 설파하다가 고려로 넘어오게 되었지요. 폐하의 침실에 이렇게 직접 와보니..."

사방을 빠르게 한 바퀴 둘러본 지공이 말을 이었다.

"황제의 몸으로 이런 검소함이라니... 인도는 물론 원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놀라운 일이옵니다. 폐하께서 불교의 가르침인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겠사옵니다. 이색이 소승에게 찾아와 청하기를 함께 인도로 가서 그 나라의 풍습과 문화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길래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황제 폐하를 위해 소승이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이번에는 나옹대사를 보며 물었다.

"나옹이라는 법명은 짐이 처음 들어보는군."

그러자 이색이 나서서 답변했다.

"나옹대사는 경전에 조예가 깊으신 분으로 고려로 돌아오자마자 폐하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으로 된 '서왕가(西往歌)'와 '승원가(僧元歌) 등을 지어 일반 백성에게 염불을 통해 서방 극락세계로 가자는 정토신앙을 고취하고 계시는 고승이옵다. 원나라에 오래 계셔서 고려 백성들이 비록 나옹 대사의 이름은 잘 몰라도 그가 지은 시는 알고 있을 정도로 글재주가 뛰어나신 분이시지요. 소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그런가? 나옹이 지은 시가 무엇이길래 고려 백성들이 다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러자 나옹이 고려가사에 가까운 형식의 시를 읊기 시작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그러자 왕기가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즉각적으로 받아 이어 읊조렸다.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대고려 제국의 황제가 자신이 지은 시를 알고 있는 것이 기꺼운지 밝은 표정의 나옹이 다음 구절을 읊조렸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왕기가 대꾸했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그대가 누군지 짐도 이제는 알 것 같군. 아무쪼록 짐의 명을 잘 완수할 수 있도록 그대을이 이색을 잘 도와주길 바라네. 그럼 마지막으로..."

왕기가 젊은 승려를 보며 말했다.

"그대가 무학이로군?"

"그렇사옵니다. 폐하. 원나라에 있는 혜근(惠勤)대사과 이 자리에 있는 지공(指空)대사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는 무학이라고 하옵니다."

'역사가 많이 바뀌긴 했구나. 고려 말 퇴락하는 불교를 비판하며 이성계를 만나 그가 새로운 왕이 될 것이라 예견하였던 무학이 원나라에서 고려로 넘어오는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일 텐데 말이야. 뭐 상관없겠지.'

"짐이 그대에게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폐하."

"대고려 제국의 수도를 천도하자는 말은 짐에게 하지 말거라."

어리둥절한 표정의 무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소승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있겠사옵니까? 개경은 풍수지리적으로도 뛰어난 땅이며, 얼마 전에 폐하께서 수복한 북방의 고토와도 멀지 않아 수도로 아주 적합한 곳이옵니다."

"그거면 되었다. 법력이 뛰어난 고승들이 다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기회도 드물 것이야. 이왕 이렇게 모였으니 종교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도록 하자."

왕기와 간부들이 밤이 새도록 고승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1346년 9월 1일

[예성강 하구의 조선소]

빠르게 이틀이 흘렀다. 인도 정벌을 위한 대고려 제국의 제1함대가 출항하는 날이 되자 제1함대의 가장 중추가 되는 전력모함이 정박해 있는 예성강 하구는 모여든 백성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있었고, 사람들이 하구에 떠있는 산처럼 거대한 전력모함을 보며 연신 탄성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 이야. 저렇게 큰 쇳덩이가 물 위에 뜨다닌다고? 폐하께서는 재주가 참 대단하신 분이야.

- 나도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못 믿겠구먼, 저게 요즘 유행하고 있는 형광등을 밝히는 전기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배라며?

- 맞아. 전력항모라고 부른다고 들었네. 햇빛을 받아 동경(銅鏡)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는 저 배의 갑판 전체가 태양광 전지라고 하더군, 배의 옆쪽에 줄줄이 설치되어 있는 바람개비 같은 것들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라고 들었네. 폐하께서는 사람이 아니라 신의 아들이니까 민들 수 있는 것들이겠지.

- 그뿐만이 아니야. 내가 아는 지인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배 위에 보이는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접시 모양의 장치가 보이지? 저게 전선 없이도 바다 위에서 전통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무선 통신 장치라고 하더구먼. 폐하께서는 이미 배 안에 들어가 계신대.

- 당. 당. 당..

그때였다. 맑고 청아한 편경 소리를 시작으로 각종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되며 전력모함에 탑승할 대고려 제국 해군들이 군중들 사이에 나있는 길로 절도 있게 입장하기 시작하며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 바다의 왕자 고려 해군. 푸른 바다 위에서 잘도 싸우는...

그러자 수많은 백성들이 열렬히 손뼉를 치며 그들을 환영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대고려 제국의 해군이 본격적인 인도 정벌의 닻을 올리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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