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31화 (131/171)
  • 인도(印度) 정벌에 나서다 - 1

    [연경전의 어전회의]

    "폐하. 소신이 일전에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녹이 슬지 않는 쇠를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염료들의 출처를 알아보았습니다. 안타깝지만 폐하께서 원하시는 염료들은 특정한 광산에서 캔 것이 아니라 서역의 여기저기에서 끌어모은 것이라고 하옵니다."

    마치 본인이 죄를 지은 것처럼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설명하는 앙리의 말에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앙리의 조사에 따르면 크롬과 니켈을 대량으로 구할 방법이 당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터키와 남아프리카를 정복해야 한다는 뜻인데... 뭐 상관없겠지. 당분간은 정복 전쟁에 매진할 생각이니까.'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어전회의에 모여 있는 중신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듣거라. 대고려 제국은 짐이 바라던 대로 실사구시를 실현하고 실학을 중시하는 제국으로 나날이 탈바꿈하고 있다. 오랜 세월 경전을 공부한 유학자들도 존경받지만 기술자들과 상인 또한 그에 못지않은 존경을 받으며, 특히 백성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공학자들을 우대하는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개발에는 거기에 걸맞은 재료들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안타깝지만 그 모든 재료들을 이 땅에서 다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라. 따라서 대고려 제국은 지금 이 순간부터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통해 기술 개발을 위한 재료 확보에 나선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 존명!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함대를 이용한 정복 전쟁이 필요할 것이야. 따라서 대고려 제국은 일전에 짐이 말한 대로 8함대에 달하는 대규모 함대 조직에 발 벗고 나선다. 예성강 하구에 있는 조선소만으로는 그 많은 물량을 다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지역적인 개발 불균형이 극심하게 발생할 것이니라. 따라서 경기도에 있는 한강 유역과 전라도에 있는 영산강 유역, 경상도에 있는 낙동강 유역, 충청도에 있는 금강 유역 그리고 북방에 있는 두만강과 압록강 유역에 일제히 조선소를 건설하여 각 조선소에서 함대를 건조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8개의 대함대를 구성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균형 있는 지역 개발을 유도한다. 조선소가 들어서는 곳에서는 엄청난 자금이 풀릴 것이며 그에 따른 도시 개발과 시장들이 들어서서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될 것이니라. 또한 부족한 자금으로 인해 미뤄두었던 전국의 도로포장과 철도 건설, 전철 개발, 댐 건설 등을 이 시간부로 실시할 것이니라."

    왕기가 영의정 이제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영상은 들으시오. 방금 짐이 말한 계획들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들은 백성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아니라 짐이 보유하고 있는 재물에서 나갈 것이외다. 그래도 또다시 반대하시겠소?"

    "폐하. 소신이 감히 반대할 리가 있겠사옵니까? 일전에 소신이 반대하였던 것은 폐하의 심중은 충분히 이해하오나 자금이 부족하여 행여 고려 백성들에게 세금을 쥐어짜는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옵니다. 하지만 자금만 충분하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소신 또한 잘 알고 있사옵니다."

    "좋소. 그대도 찬성을 하였으니 모든 관리들을 감시감독하여 전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을 진두지휘하시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특히 조선소가 세워질 땅을 미리 사서 땅값을 올려 받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폐하. 걱정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공민 3헌에 따르면 모든 고려의 땅은 기본적으로 황실의 것이고, 조선소가 세워질 땅은 농토를 피하여 선정할 것이니 그런 일은 결단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신이 철저하게 감시감독하여 땅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자가 있다면 엄중히 그 죄를 물을 것이니 안심하시옵소서."

    "만약 그런 자가 색출된다면 짐이 허락할 테니 목을 치시오. 그럼 감히 두려워서라도 그런 짓을 못할 것이오."

    "그리하겠사옵니다. 폐하."

    "우상은 일전에 짐이 말한 호구 조사 결과를 보고하시오."

    그러자 우의정 백문보가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우상인 신이 보고드립니다. 대고려 제국의 총인구 수는 2천만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백성들이 흔히 본토라고 부르고 있는 옛 고려의 영토에 600여만 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으며, 고토라고 부르는 북방의 영토에 여진과 거란 그리고 토지를 개간하기 위해 보낸 일본령의 포로들을 합하여 300여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총독의 보고에 따르면 일본령에 700만, 대만 총독의 보고에 따르면 대만령에 100만, 토번 총독의 보고에 따르면 토번에 100만이 또 거주하고 있사옵니다. 이들 모두를 합하면 총 백성들의 수가 무려 1,800만에 달하며 거기에 제주와 오키나와 등 내륙이 아닌 섬에 살고 있는 백성들까지 합치면 2,000만이 훌쩍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백성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소이다. 우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소."

    "물론이옵니다. 폐하. 모든 대고려 제국 백성들의 융합과 태어난 곳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민족성 통일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사옵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이 대고려 제국으로 편입된 모든 백성들에게 훈민정음을 익히게 하고 있으며, 공민육헌과 폐하께서 추진하고 계시는 실사구시의 이념들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한편 꾸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사옵니다."

    "토종 고려인들이 아닌 백성들의 반응은 어떠하오?"

    "다들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사옵니다. 이는 대고려 제국의 백성이 되는 순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백성들의 간절한 열망에 기인한 것이며, 모든 백성들이 대고려 제국의 백성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사옵니다."

    "좋소이다. 모든 백성들이 차별 없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써주시길 바라오. 오늘의 어전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소."

    [연경전의 침실]

    바닥에 세계 지도를 활짝 펼쳐놓은 침실에서 왕기가 간부 회의를 열고 있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재고량이 바닥나고 있는 화약을 확보하는 것이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일전에 말한 것처럼 인도에 있는 갠지스강의 진흙밭을 확보해야만 한다. 인도를 정벌하면 또 다른 효과를 볼 수가 있다. 후추를 비롯한 계피, 정향, 육두구 등 인도의 각종 향신료와 함께 대규모 목화 재배가 가능한 땅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니라. 인도는 목화 재배에 아주 적합한 기후와 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다들 알다시피 비단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얻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힘들다. 삼베는 여름에 입기에는 좋지만 겨울을 나기에는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 대고려 제국 백성들의 의식주 중에 하나인 의를 값싼 면화를 이용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니라."

    '기원전 3천 년경부터 면화를 재배한 인도의 면직물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그 옛날 로마인들이 바람으로 짠 직물이라고 평가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거기에 뛰어난 방직, 방적 기술과 함께 염색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따로 특별한 기술을 전수할 필요도 없을 정도야. 인도의 '칼람카리(kalamkari : 면위에 붓으로 그린 그림)'는 현대에서도 유명했으니까. 화약, 면화, 향신료 뿐만 아니라 인도에는 갤리온 선박을 만들기에 적합한 나무까지 대량으로 자생하고 있지. 거기에 풍부한 인구로 인해 상품을 팔아먹기 좋은 거대한 시장까지 갖추고 있고. 정복하기만 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똑같은 거라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보니 영국을 비롯한 각종 열강들이 인도에 목을 맨 이유를 알 것 같아.'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있는 간부들은 오늘부터 인도 정벌을 위한 전시체제로 돌입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함대를 꾸린 다음 막대한 보급품을 실어 대만으로 보내는 것이야. 대만을 인도 정벌을 위한 보급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언제쯤 가능하겠느냐?"

    왕기의 물음에 최무선이 답했다.

    "새로운 조선소에서 건조될 함선들은 아무리 빨라도 1년은 족히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예성강의 조선소에서 이미 전력모함을 생산해 놓았기 때문에 대만으로 갈 제1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늦어도 3개월 이내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3개월이라. 9월이나 되어야 출발할 수 있다는 뜻이로군. 잘못하면 가다가 태풍을 만나기에 딱 좋은 시기야. 하지만 상관없다. 짐이 직접 친정을 나설 것이니 태풍을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러니 9월에 인도 정벌을 위한 대고려 제국의 제1호 함대를 구성해서 대만으로 보낸다. 대만 총독에게 미리 전령을 보내어 확실하게 일러두도록. 보급기지 역할을 할 준비를 제대로 갖춰놓으라고 말이야. 동시에 토번 총독에게도 통보를 해두거라. 조만간 대고려 제국의 비행선들이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 정벌에 나설 것이니 거기에 따른 준비를 착실하게 해두라고 말이야."

    "알겠사옵니다. 폐하."

    "보급품이 부족할 일은 없겠느냐?"

    왕기의 물음에 무지가 답했다.

    "당장 인도 정벌에 나서기에는 부족함이 없사옵니다. 아직은 식량, 식수, 화약 등의 비축분이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인도 정벌이 실패로 돌아가면... 화약뿐만이 아니라 식량도 여유분도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백성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만큼 식량의 소비가 극심해졌지만 고토의 개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걱정할 필요 없다. 인도 정벌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니까. 만약 인도 정벌에 어려움이 있으면 모든 함선은 곧바로 인도차이나반도로 선수를 돌려 참파 정벌에 나설 것이니라. 식략을 확보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왕기가 세계 지도를 차분히 짚어가며 말을 이었다.

    "인도 정벌은 삼 단계로 나누어서 진행할 것이니라. 대고려 제국의 본토에서 인도까지는 해상으로 너무 멀고, 인도 자체가 워낙 땅이 넓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일 단계는 대만까지 무사히 제1함대가 진출하여 보급품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이 단계는 말레이반도 남부 서해안과 수마트라섬의 동해안 사이를 흐르는 좁은 해협을 지나가기 위해 말레이반도 최남단 쪽에 일단의 병력을 상륙시켜 중간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간기지의 이름은 신의 아들인 짐의 군대가 지나갈 잘 포장된 길이라는 뜻의 '신가포도(神街鋪道)'라고 지을 것이니라. 마지막 삼 단계는 신가포도를 출발하여 좁은 해협을 통과한 제1함대가 인도 남부에 있는 '싱할라섬'에 전격적으로 상륙해서 인도 정벌을 위한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이다. 전초기지의 이름은 그 지역 말로 위대한 섬이라는 뜻을 지닌 '스리랑카'라고 부르도록 한다. 싱할라에 스리랑카 전초기지가 세워지면 본격적인 인도 정벌을 시작한다. 다들 잘 숙지해서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 존명!

    인도 정벌의 세부계획을 밝힌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들에게 짐이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 있느니라. 대규모 종교전쟁이 조만간 발생할 것이야. 그러한 분쟁을 잘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다 쳐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야. 각자 좋은 생각이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왕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장이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왕기가 무장을 보며 물었다.

    "무장 그대에게 종교 분쟁을 해결할 좋은 방법이 있느냐?"

    "당연히 있사옵니다. 폐하. 종교로 함은 신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의 원천은 자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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