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28화 (128/171)
  • 진시황릉(秦始皇陵)의 발굴 - 3

    "인어고는 액화 가스를 말하는 것이니라. 아마도 황릉 지하 깊숙한 곳에 천연 가스전이 있을 것이야. 지하에서는 기체상으로 존재하는 탄화수소 가스가 지표로 나오면 액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콘덴세이트(condensates)'라고 한다. 이러한 콘덴세이트는 석탄층과 석유층 모두에 존재하지. 석탄과 연관이 깊은 것은 메탄과 에탄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성 가스(Dry gas)'가 되고, 석유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은 에탄, 프로판, 부탄 등으로 이루어지며 습성 가스(Wet gas)가 된다. 석유는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있는 가스층에서 액화가스를 아주 극소량 뽑아내어 불을 계속 피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시황릉 바로 아래 대규모 유전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지. 아마도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니라."

    왕기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무지가 재차 물었다.

    "앞쪽의 말씀은 그렇다 치더라도 둘 중에 하나라는 것은 또 무슨 뜻이옵니까?"

    "이곳 지하에 천연 가스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을 이곳에 세웠든지, 아니면 무덤을 세우기 위한 공사를 하는 도중 우연히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액화 가스를 발견한 후 인어고라는 이름을 붙였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는 뜻이다. 천연 가스전을 이용해 등잔을 피우는 정도라면 천년이 아니라 만년이 지나도 계속 피울 수 있을 것이야. 사마천이 말한 인어의 기름이라는 게 그다지 과장된 말은 아니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 눈에는 아주 특별한 기름처럼 보였겠지. 보다 자세한 건 면밀히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야."

    왕기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해 아직도 멍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지의 어깨를 두드렸다.

    - 툭. 툭.

    "언젠가는 너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야. 짐 조차도 전공 분야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는 내용이니까 말이다. 일단은 좀 쉬고 싶구나."

    그때였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척무관이 입을 열었다.

    "폐하. 죄송하옵니다. 상공에 올라가 살펴보았으나 환기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소관이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괜찮다. 진시황릉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조만간 중국을 정복한 후 천천히 살펴봐도 될 일이야."

    "그리고 폐하. 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척무관이 왕기가 손에 들고 있는 북진에 박혀 있던 야명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지가 너무 흥분해 폐하께서 가지고 온 야명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야명주가 제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전력모함 한 대를 짓고도 남을 정도의 가치는 없을 것입니다. 폐하. 냉정해지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 순간 무지가 반박을 하고 나섰다.

    "폐하. 소신이 과대평가를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육국(六國)을 병합하여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천하의 보물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런 후 보물 중에 보물 3가지를 국보(國寶)로 선정하였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십이금인(十二金人)'과 '전국옥새(傳國玉璽)' 그리고 '수후주(隋候珠)'를 말하는 것이로군."

    왕기의 말에 무지가 계속 설명을 하였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천하의 병장기들을 끌어모은 후 모조리 녹여 제작한 거대한 십이금인을 아방궁 앞에 세워둔 이유는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는 한편 금속의 유통을 통제하고 통일된 도량형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 동한 말기의 동탁의 난과 오호십육국 시기의 전진의 난을 겪게 되지요. 기록에 따르면 병장기를 대량으로 제조하기 위해 동탁(童濯)이 9개의 금인을 녹였고, 부견(苻堅)이 또 2개를 녹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백성들이 강 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고 하옵니다. 또 하나의 국보는 전국옥새이지요. 진시황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얻은 화씨벽(和氏璧)을 깎아서 옥새를 만들게 하였지요. [수명어천 기수영창 (受命於天 旣壽永昌)]이라는 여덟 글자를 새긴 그 옥새는 시황새라고 불리게 됩니다."

    "십이동인은 녹아 없어졌고, 전국옥새도 결국 사라져버렸지."

    "그렇습니다. 폐하. 진시황이 정한 국보 중에 유일하게 남은 것이 바로 수후주(隋候珠)입니다. 그 이유는 진시황이 수후주를 자신의 장명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황릉에 같이 묻어버렸기 때문이옵니다. 이는 기록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이사(李斯)가 지은 [간축객서(諫逐客書 : 진나라의 치수사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간첩 사건으로 인해 외지인 출신 관리들을 모두 진나라 밖으로 추방시키라는 축객령이 내려졌다. 이에 이사는 진시황에게 외국 출신의 대신들을 진나라에서 축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거기에 진시황이 곤륜산의 명옥(明玉)을 손에 지니고, 세상의 보물인 수후의 진주와 화씨의 구슬을 소유하고 있다고 적혀있다)]에 따르면 진시황은 '수주화벽(隋珠和璧)'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순백색의 빛을 끊임없이 발광하고 있는 주먹만 한 야명주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이것이 진정한 수후주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겠지. 수어주와 관련된 [수주탄작(隨珠彈雀 : 수후의 구슬로 참새를 쏘다. 즉 작은 이익을 탐하다 큰 손해를 본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 구슬은 척무관의 말처럼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야. 이게 수후주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내가 진시황릉을 털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밝혀야만 하니까.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느냐?"

    "아..."

    무지가 실망스러운 탄식음을 내뱉을 때 왕기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황릉 안에는 그 양을 가능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황금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누구의 소유였는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 황금이 말이야. 대고려 제국은 그러한 황금을 이용해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봉황처럼 전 세계로 진출할 것이니라."

    말을 하며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진시황릉의 보물은 일종의 치트키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에서 'Show me the money'를 치는 것과 똑같은 것이지. 내가 가진 재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이때 획득한 진시황릉의 재물은 고려가 전 세계로 진출할 시간을 줄여줄 것이야. 또한 제 삼자가 찾아낸 천연 가스전과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것이 중요해.'

    생각을 끝마친 왕기가 무지와 척무관을 독려했다.

    "다들 빨리 한 명씩 황릉으로 들어가서 본인의 행낭에 집어넣을 만큼의 재물을 가지고 오도록 하거라. 진시황릉을 발굴했다는 것은 우리 셋 만의 비밀인 것이야. 그런 후 곧바로 고려로 되돌아간다."

    1346년 5월 29일

    [연경전의 침실]

    고려로 돌아온 왕기가 노국공주와 뜨거운 밤을 보낸 후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폐하. 오늘따라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십니다."

    "진시황릉을 발굴해 짐이 막대한 재물을 얻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소?"

    "재물이야 예전에도 많았지 않으셨습니까? 앞으로도 계속 많을 것이고요.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만..."

    "천연 가스전과 석유가 있는 곳을 발견해서 그런가 보오. 그대도 알다시피 짐은 이 세상의 환경 오염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소. 하지만 도자기를 굽고, 철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대기 오염이 발생하고 있소이다. 이는 짐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니 틀림없소. 하지만 천연가스를 화력으로 이용하게 되면 대기 오염이 극도로 줄어들 것이오."

    "그렇긴 하겠지요. 현대에서도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CNG 차량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였으니까요."

    "더 중요한 것이 있소이다. 내가 천연가스를 사용해도 세상의 비틀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오. 내가 직접 발굴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발굴해 놓은 것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획기적인 두 가지 일이 가능해지오."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하나는 화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지.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천연 액화가스가 있으면 그걸 이용해 다양한 화학 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오. 이 시대에도 이미 에탄올은 존재하고 있소. 13세기부터 서역에서 포도주를 증류하여 얻고 있으니까. 이 시대의 화학기술과 증류기술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라오. 하지만 문제가 있소. 포도주를 증류하여 얻는 에탄올은 가격이 너무 비싸오. 하지만 천연가스를 이용하면... 화학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할 것이오. 천연가스에서 벤젠을 얻으면 나일론을 이 시대에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라오."

    "폐하의 말씀처럼 나일론을 만들 정도로 화학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의 효과는 있겠지요. 다른 하나는 또 무엇입니까?"

    "중국만 먹게 되면 요 근래 내가 계속해서 꿈꾸던 최종 병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

    "최종 병기?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내가 최무선에게 무한궤도를 개발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럼 그다음에는 무엇이 나오겠소이까?"

    "무한궤도를 이용한 트랙터나 불도저 등이 나오겠지요."

    "민수 쪽으로는 그렇겠지만 군수 쪽으로는 탱크(Tank)가 등장할 차례라오. 배터리로 구동되는 탱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오만 너무 비효율적이오. 배터리를 가득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전함과 달리 탱크에는 배터리를 일정 개수 이상 싣는 것이 불가능하오. 그 크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전체가 쇳덩어리인 탱크의 무게를 생각해 보시오. 어지간한 파워로는 탱크 본연의 구실을 못할 것이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지.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엔진을 개발하면 육지전의 최강자인 탱크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외다."

    "대포가 이미 개발되어 있는데 굳이 탱크를 고집하실 이유가 있사옵니까?"

    "서역에 있는 대적자 때문이지. 그자가 믿는 신이 대적자에게 카빈 소총을 개발하게 해주었소.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라오. 소총이 등장한 이상 기관총이 개발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오. 대고려 제국이 서역으로 진출하게 되는 날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서역 세력과 대규모 전쟁을 벌여야만 할 것이오. 십자군 전쟁에서 봤듯이 서역에 있는 대적자가 믿는 신은 자신 이외에 다른 신을 믿는 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할 정도로 잔혹한 신이니까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소.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자들을 대포만으로는 상대하기에는 기동력이 너무 떨어져서 비효율적이오. 고려군의 피해도 막심할 것이고.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대포이면서 소총과 기관총을 든 자들에게 무적의 사신으로 군림할 탱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외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사옵니다. 안 그래도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소첩이 드릴 말씀이 있었사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고려에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벌어진 것이오?"

    "특별한 일이라면 일이겠지요. 개경에서 종교 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사옵니다. 이미 몇 명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지요."

    "평화로운 개경에서 난데없이 종교분쟁이 일어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자세히 설명해 보시구려."

    "소첩이 알기로는 종교 분쟁의 시초는 개경에 있는 한 도자기 상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사옵니다. 그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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