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27화 (127/171)
  • 진시황릉(秦始皇陵)의 발굴 - 2

    [대고려 제국의 서안 별궁]

    서안 외곽에 있는 화청지(華淸池) 인근에 지어진 고려의 별궁이라고 해서 주변 백성들이 '고청궁(高淸宮)'이라고 부르고 있는 별궁의 심처에 있는 '제림각(帝臨閣)'. 대고려 제국의 황제가 임하는 전각이라는 뜻을 지닌 제림각의 침실은 황제의 침실답게 넓이가 넓지만, 왕기의 성정을 보여주듯 서탁과 침대를 제외한 변변한 가재도구도 없어 황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침실에서 왕기가 척무관과 무지를 불러 긴급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폐하. 진시황릉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는 구리를 발견하셨다면 어서 빨리 병사들을 동원해서 진시황릉을 발굴해야 합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기를 [궁관백관기기진괴사장만지(宮觀百官奇器珍怪徙臧滿之)]라고 하였습니다. 궁관과 백관 그리고 기이한 기물과 진귀한 것들을 옮겨서 가득 채워놓았다는 뜻이지요. 진시황릉만 발견하면 대고려 제국은 재물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사기에 적혀 있기를 진시황릉의 내부를 [상구천문(上具天文), 하구지리(下具地理)]라고 묘사해 놓았습니다. 하늘과 땅을 그대로 황릉에 옮겨놓았다는 뜻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폐하께서 발굴하고 계시는 무덤은 진시황릉이 아닐 것입니다."

    흥분해 있는 무지의 말에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사마천이 언급한 궁관과 백관이 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진시황이 사후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토용(土俑, 사람 모양의 흙인형)'을 뜻하는 것일 것이야. 현대에 이미 발굴이 된 서안의 '병마용갱(兵馬俑坑)'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니 모를 수가 없지.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그따위 진흙 인형 따위가 아니다. 기이하고 진기한 물건들이지.'

    생각을 끝마친 왕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도 잘 알고 있다. 진시황은 죽어가면서도 천하가 자신의 것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야. 설사 도굴을 당하더라도 후대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은 욕망이 컸을 테지. 하지만 발굴을 위해 병사들을 동원하지는 않는다. 주변에 우리가 진시황릉을 발굴하고 있다고 소문낼 일이 있느냐? 진시황릉까지의 땅굴은 화경에 든 나와 척무관의 힘만으로 파낼 것이니라. 20여 장만 파내려 가면 되니 어려울 것 하나 없어. 어차피 사람 하나 들락거릴 정도의 크기로만 뚫을 것이니까 말이야. 강기를 생성할 수 있는 절대고수가 둘씩이나 있다는 점이 이럴 때 유용한 것이지."

    "알겠습니다. 폐하. 하지만 조심하셔야 됩니다. 사마천의 기록에 따르면 [영장작기노시(令匠作機弩矢), 유소천근자첩사지(有所穿近者輒射之)]라고 하였습니다. 황릉을 지키기 위해 장인들에게 기계로 된 쇠뇌를 만들게 하고, 각종 기관 장치들을 잔뜩 설치해 놓아 도굴을 하려는 자들을 막게 하였다는 뜻이지요.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는다. 난 화경에 달한 절대 고수이니까. 무려 1,500년 전에 제작해 놓은 기관 장치에 당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야. 그런 기관들이 아직도 작동할지도 의문이고. 근데.. 짐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

    "그게 무엇이옵니까?"

    "사기에 나와 있기를 [이인어고위촉(以人魚膏為燭), 탁불멸자구지(度不滅者久之)]라고 되어 있다. 인어고(人魚膏)를 이용해 진시황릉 안을 영원히 환하게 밝히고 있다는 뜻이지. 난 살면서 인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물며 인어에게서 짜낸 기름이라니..."

    "아마도 인어와 유사하게 생긴 고래 종류의 동물에서 짜낸 기름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처음에는 짐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 하지만 그렇게 가정을 하더라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어. 인어의 기름을 이용해 밝힌 불. 즉 장명등(長明燈 :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쫓는 등)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는 거야. 아무리 기름을 많이 준비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유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느니라. 불이 타오르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더냐?"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지요."

    왕기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느니라. 이제는 너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제법 있구나. 사방이 막혀 있는 곳의 산소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야. 혹시 짐작이 가는 게 있느나?"

    "사마천도 황릉을 직접 보고 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과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여산 어딘가에 공기가 드나드는 환기구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발견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럼 내가 황릉에 들어가 있는 동안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겠구나. 황릉에 구멍이 뚫리면 반드시 환기구에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것이야. 그걸 찾아내야만 한다. 진시황릉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지금 짐이 파내려 가고 있는 곳 말고도 환기구가 있는 쪽에 황릉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야. 그걸 반드시 찾아내도록."

    "알겠사옵니다. 폐하."

    "병사들의 음식은 짐이 미리 말한 대로 조심하고 있겠지?"

    "네. 폐하. 식량은 고려에서 가져온 통조림만으로 해결하고 있고, 식수는 화청지까지 병사들이 가서 직접 떠와 사용하고 있습니다."

    "잘 하였다. 사마천이 진시황릉을 설명한 내용 중에 [이수은위백천강하대해(以水銀為百川江河大海)]라는 구절이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진시황릉을 만들 때 수은을 이용해 왕릉 안에 수많은 개울과 강과 바다를 만들었다는 구절이지요. 엄청난 양의 수은을 왕릉 안에 가두어 놓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물 대신 수은이 흐르는 수로를 만들고 곳곳에 둑을 세웠을 테지요."

    "그럴 것이야. 짐이 수은에 대해서 설명해 준 것을 기억하고 있느냐?"

    "물처럼 흐르는 은과 같다고 해서 수은이라고 부르지만 수은은 엄연한 금속의 일종이라고 하셨습니다. 쇠가 무겁듯 금속인 수은 또한 질량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수은은 독(毒)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흡입하거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피부에 닿아서도 아니 된다고 거듭 당부하셨지요."

    "잘 기억하고 있구나. 처음 몇 백 년간은 진시황릉 안에 있는 수은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을 것이야. 수로나 둑을 아주 튼튼하게 지었을 테니까.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기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게다가 수은은 물보다 무려 14배나 무거운 놈이지. 그런 수은이 강과 바다로 표현될 만큼 많은 양이었으니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니라. 진시황릉이 세워진 후 1,5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황릉 안에 있던 수은이 밖으로 흘러나와 인근의 땅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이 별장 주변에서 나는 작물이나 물은 수은으로 오염되어 있어서 독과 다름없느니라. 병사들이 중독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만 한다. 그럼 지금부터 진시황릉까지 이르는 땅굴을 파는 작업을 시작하자. 짐과 척무관이 강기를 이용해 2교대로 파고 들어갈 것이야. 무지 그대는 여기서 먹고 자며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잘 지키고 있으면 된다."

    "그리하겠사옵니다. 저하."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양손 가득 강기를 일으킨 다음 바닥에 힘차게 내리꽂았다. 그러고는 강기를 삽처럼 사용하여 양손 가득 단단한 바닥의 흙을 듬뿍 퍼올렸다.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 것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쏜살처럼 흘러갔다.

    1346년 5월 28일

    [고청궁의 제림각]

    허리춤에 단단히 밧줄을 묶은 왕기가 무지가 건네주는 산소호흡기를 받아들어 등에 울러 매었다. 일전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왕기가 입을 열었다.

    "땅굴이 진시황릉까지 거의 다 도착했어. 구리로 된 외각에 구멍을 뚫게 되면 천년이 넘도록 안에 머물고 있던 수은 증기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뛰쳐나올 것이야. 위험하니 다들 산소호흡기를 써고 있도록 하고, 제림각 인근에는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라."

    왕기의 말에 밧줄을 움켜쥐고 있는 무지가 물었다.

    "저하. 갱도를 받칠 동발이 정말로 필요 없겠사옵니까?"

    허리에 가죽으로 된 수통 하나만을 딸랑 차고 있는 왕기가 밧줄이 허리춤에 잘 묶여있는지를 점검하며 대꾸했다.

    "땅굴에 동발을 받칠 필요는 없다. 뚫고 들어가면서 강기로 사방의 흙을 단단히 다져놨으니까 말이야. 굵기도 허공답보가 자유롭게 시전 가능한 화경의 고수만이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만 뚫어 놓았으니 갱도가 무너질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느니라."

    왕기가 허리에 묶은 밧줄을 팽팽히 몇 번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

    "황릉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내가 밧줄을 길게 또는 짧게 연속적으로 잡아당길 것이다. 고려 부호로 연락을 할 테니 지체 말고 내 지시에 따르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아무쪼록 조심하소서."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바닥에 뚫려잇는 사람 몸통만 한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지하 갱도]

    어느새 반시진이 꼬박 지났다. 왕기가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가며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산소통의 눈금이 바닥을 향해가고 있어. 시간이 더 지체되면 다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지금쯤이면 거의 다 왔을 텐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는군. 나도 모르게 조심하느라 전진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그런가?'

    왕기가 과감하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고청궁의 제림각]

    긴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무지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손목에 감아쥐고 있는 밧줄이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지며 연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지가 척무관을 보며 외쳤다.

    "폐하께서 신호를 보내셨소. 이곳은 조만간 수은 증기로 가득 찰 것이오. 모든 창문을 열고 잠시 제림각 밖으로 빠져나가서 주변의 통제를 철저히 해야만 할 것이외다. 그리고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척무관은 하늘로 날아올라 환기구를 찾으셔야만 하오."

    고개를 끄덕인 척무관이 빠르게 방을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지하 갱도]

    - 텅. 텅.

    왕기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시뻘건 벽을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기고 있었다.

    '금속이지만 쇠는 아니다. 진시황릉의 외곽을 두르기 위해 쏟아부었다는 구리임에 틀림없어. 지금쯤이면 다들 피신을 했겠지? 뚫고 들어간다.'

    왕기가 강기를 두른 손을 구리로 된 벽에다 박아 넣었다.

    - 푸우욱.

    더 이상 저항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최대한 깊숙이 박아 넣은 왕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이 안쪽은 비어 있는 공간이다. 구리도 흙도 없는 텅 빈 공간. 마침내 진시황릉을 찾았어.'

    왕기가 오른손으로 원을 한 바퀴 빠르게 그린 후 왼쪽 주먹으로 힘차게 구리 벽을 때렸다.

    - 깡!

    원형의 구리가 텅 빈 허공으로 떨어지며 자유낙하를 하기 시작했고, 안쪽의 공기가 지하 갱도 속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 쏴아아아..

    호신강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한 왕기가 수은 증기로 가득 찬 공기의 흐름이 약해지길 기다렸다가 구멍이 뚫린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진시황릉(秦始皇陵)의 내부]

    자기부상신법을 이용해 공중에 둥실 떠있는 왕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명히 지하에 위치한 죽은 자의 무덤에 불과하건만 고개를 한껏 젖혀 올려다 본 천장에는 칠흑처럼 새까만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기가 뭇별이 총총한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뜨렸다.

    '끝내주는구나! 수많은 별들에 은하수까지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어. 은하수의 꼬리가 위쪽에 있는 걸 보니 북반구의 은하수가 확실해.'

    잠시 지하 세계에 펼쳐진 밤하늘의 은하수를 감상하던 왕기가 더 높은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밤하늘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전갈자리, 오리온자리, 북두칠성에 북극성까지 다 묘사되어 있어. 설마 이게 다...'

    왕기가 별들이 강을 이룬 은하수 쪽으로 날아갔다. 손바닥으로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자세히 살펴보던 왕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시황은 정신이 나간 자가 확실하구나. 흑운모(黑雲母)를 기본으로 은하수를 만들기는 하였지만 빛이 유달리 밝은 것들은 대부분이 금강석이야. 이 많은 금강석들을 자신의 무덤에 박아놓다니...'

    - 뽁. 뽁. 뽁..

    비교적 크기가 큰 금강석 몇 알을 시험 삼아 강제로 뽑은 왕기가 가장 환하게 빛나고 있는 북극성 쪽으로 날아갔다.

    이윽고 자신의 주먹보다 큰 야명주를 손에 쥔 왕기가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별자리들은 다 야명주를 박아 넣었군. 사기에 적혀 있기를 [상구천문(上具天文)]이라고 하더니 말 그대로 자신의 무덤에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았어. 그렇다면..."

    왕기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축구장 10배만 한 크기의 평평한 땅에 천하가 담겨 있었다.

    수은으로 제작한 강과 바다는 이미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에메랄드와 비취(翡翠)로 제작된 산과 숲들은 여전히 생생한 녹음(綠陰)을 이루며 빛나고 있었고, 화산을 표시한 듯 용암처럼 새빨간 홍옥(紅玉)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지역도 드문드문 보였으며, 방대한 넓이를 자랑하는 황토(黃土)는 지하에 무수히 밝혀져 있는 등잔의 불빛을 받아 황금(黃金) 특유의 누런 광택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하구지리(下具地理)]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구나. 각종 보석과 황금보다 더 신기한 건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저 등잔들이야. 아마도 사마천의 기록처럼 인어고(人魚膏)를 이용한 등잔일 테지. 1,500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등잔이라니...'

    - 쉬이웅.

    빠르게 몸을 날린 왕기가 눈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보석들과 황금을 무시한 채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등잔 쪽으로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간 왕기가 등잔 위에 손을 올려보았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 빛을 발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타오르고 있는 불꽃이야. 황릉 어딘가에 환기구가 뚫려 있을 테지. 그렇지 않다면 산소가 부족해 계속 타오를 수가 없을 테니까. 척무관이 잘 찾아냈으면 좋으려만. 인어의 기름을 태운 불꽃이라. 만약 내 가설이 맞는다면...'

    산소호흡기를 벗은 왕기가 등잔 위에 코를 처박으며 냄새를 맡았다.

    "킁. 킁킁.."

    '기름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상식적으로 인어의 기름이란 게 말이 안 되는 소리이지. 당장은 건들기가 힘들겠군. 잘못하면 황릉이 대폭발에 휩싸일 수도 있을 테니까.'

    다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왕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대단해. 아득한 그 옛날에 이런 기술력이라니. 왕릉을 설계한 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살아있다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야."

    [고청궁의 제림각]

    다시 반시진이 지났다. 척무관과 무지가 이제나저제나 하며 동굴 입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산소통이 다 되었을 텐데 왜 나오지 않으시는 거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척무관이 중얼거릴 때였다.

    - 불쑥.

    왕기의 머리통이 땅굴 밖으로 튀어나오더니 전신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러자 척무관처럼 초조한 눈빛으로 기다리던 무지가 왕기에게 다가가 다급히 물었다.

    "폐하! 몸은 괜찮으십니까? 수은 증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제림각 바깥에 있는 풀들이 삽시간에 누렇게 변해 죽어버렸습니다."

    "괜찮아. 산소호흡기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독에 강한 체질이기도 하고."

    "다행입니다. 폐하. 진시황릉을 찾은 게 맞습니까?"

    무지의 물음에 말없이 빙긋 웃은 왕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수통 입구를 꽉 조여매고 있는 끈을 풀었다. 그러고는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 촤르르르..

    손톱만 한 금강석들이 바닥에 쏟아지며 수북이 쌓였다. 일행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때, 왕기가 바지 밑단을 붙잡고 힘차게 털었다.

    - 우두두두..

    주먹만 한 야명주들이 흔한 돌멩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나뒹굴기 시작했다.

    "극히 일부만 가지고 온 것이니라. 워낙 넓어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이만한 보물들이 있을 곳이 세상 천지에 또 어디에 있겠느냐? 진시황릉이 분명히 맞을 것이다."

    왕기가 바닥에 떨어져 휘황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는 야명주 중에 가장 큰 놈을 집어 들고서 넋이 나간 채 서있는 무지에게 물었다.

    "그놈은 북극성.. 아니 북진(北辰)이라고 해야 알아듣겠구나. 북진의 위치에 박혀 있던 놈이지. 어떠냐? 그 정도 크기의 야명주라면 전력모함 한대 정도는 건조할 수 있겠지?"

    "폐하. 세상에 이렇게 큰 야명주가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이것 하나면 전력모함 한 대를 만들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래? 나쁘지 않구나. 며칠 여기에 머물면서 부피가 작고 값이 나가는 보석류로만 챙긴 다음 비행선을 타고 떠난다. 각자의 행랑에 넣을 정도로만 해서 말이야. 괜히 많은 짐을 들고나갔다가는 의심을 살 수도 있어. 나머지는 시간이 나는 대로 들려서 조금씩 빼가면 될 것이야. 이제는 함대를 건조하거나 고려 전역에 철도와 도로를 깔 자금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때 무지가 다급히 물었다.

    "저하. 인어고의 비밀은 푸셨습니까?"

    "풀었다."

    "무엇이옵니까?"

    왕기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인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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