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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제국건국기-125화 (125/171)
  • 일본 정벌 - 역사는 반복된다 - 3

    1346년 4월 21일

    [국방과학연구소]

    운명의 그날 아침 국방과학연구소의 앞마당에는 야간 공습용 비행선답게 선수부터 선미까지 옻칠로 꼼꼼하게 칠해져 있어 칠흑처럼 새까만 비행선 세 대가 착륙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선 아래에 있는 짐칸에 짐을 싣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폐하. 새벽부터 서둘렀지만 짐을 다 실으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위험한 물건들이어서 안전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최무선의 보고에 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어차피 폭격은 밤에 할 거니까 말이야. 개경에서 도쿄까지는 금방이야. 괜히 서두르다가 연구소 날려먹지 않도록 안전하게 천천히 싣도록 해."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각 비행선마다 공수 낙하병들을 300씩 실으라고 지시를 내려놓았습니다만..."

    왕기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아. 한대에 100명씩만 탑승시켜. 어차피 교토를 폭격하고 나면 살아남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교토는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니라."

    "정말로 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폐허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단순한 화공(火攻)만으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짐이 따로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

    최무선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초장거리 대포인 뇌제를 개발하면서 절실히 느꼈지만 이 시대의 화약은 현대의 화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떨어진다. 영화나 TV에서 보듯 조그마한 크기의 화약만으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빌딩이 힘없이 무너지고, 인근 건물의 유리창들이 다 깨져나가는 그런 위력을 절대 보일 수가 없어. 이건 초석과 목탄 그리고 유황의 배합물로 이루어진 흑색 화약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흑색 화약의 위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18세기에 '베르톨레(Berthollet)'가 했던 것처럼 염소산칼륨을 첨가하든지 아니면 니트로셀룰로스가 발명되고, '소브레로(Sobrero)'가 발견한 니트로글리세린의 실용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 유명한 '노벨(Nobel)'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19세기나 돼야 개발되는 것들이야. 프랑스의 화학자 폴 베이유가 개발한 무연화약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장 그런 걸 개발하는 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리이지. 하지만 흑색 화약의 폭발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점심 무렵 짐을 싣는 것이 모두 끝났다.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 교토까지 빠르게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 왕기가 연구소에 도착해서 각 비행선의 선장들을 모아놓고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교토의 지도를 활짝 펼쳐놓은 상태에서 왕기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짐의 명령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지금부터 송진에서 추출한 기름을 가득 실은 비행선을 1호 비행선이라고 명한다. 체에 거른 고은 화약 가루를 가득 실은 비행선을 2호 비행선, 동물에서 짜낸 기름과 지방 찌거기들을 가득 담은 소이탄을 매단 비행선을 3호 비행선이라고 부른다."

    - 알겠습니다. 폐하.

    "지금 일본의 날씨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으며 바람도 잠잠한 편이라 비행선이 날아가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교토 상공에 도착하면 1호 비행선이 가장 먼저 지상 가까이로 내려가 싣고 있는 기름을 교토 전역에 뿌린다. 단 동서로 10리가 넘고, 남북으로 14리에 가까운 천황의 거처인 헤이안쿄에는 기름을 뿌릴 필요가 없다. 넓은 헤이안쿄의 외부는 돌로 된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 역시 돌로 된 담장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야. 황궁에 건물은 몇 채 있지도 않기 때문에 화공으로 공격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지. 보다 자세한 것은 현장에서 짐이 직접 지휘를 해줄 테니 거기에 맞춰서 비행선을 조종하면 되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지 알겠습니다. 폐하."

    1호 비행선 선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왕기가 2호 비행선 선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1호 비행선이 헤이안쿄 외각에 있는 교토 전역에 기름비를 내리고 나면 2호 비행선이 지상으로 가까이 다가가 화약 가루를 뿌린다. 단 이번에는 1호 비행선과 정반대이니라. 화약 가루는 천황이 거주하는 헤이안쿄 일대에만 뿌릴 것이니까. 그렇게 1호와 2호 비행선이 모든 것을 뿌리고 난 후 3호 비행선이 짐의 신호에 맞추어 소이탄을 떨어뜨린 후 재빨리 상공으로 올라가면 모든 작전은 끝나는 것이다. 어려울 것 하나 없다. 너희들은 교토 상공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운행을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나머지는 짐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말이다."

    - 존명.

    잠시 후 3대의 거대한 비행선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벗어나 일본 교토를 향해 출발했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1호 비행선 꼭대기에 앉아 있던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내게 주어진 찬스권을 발동하겠다.'

    [띠링. 알겠습니다. 환인께 곧바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익숙한 메시지와 함께 곧바로 새로운 목소리들이 왕기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처럼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했다.

    [난 환인의 명을 받고 온 우사(雨師)라고 하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바람처럼 경쾌한 목소리와 푸른 하늘에 둥실 떠있는 휜 구름처럼 상큼한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난 풍백(風伯)이다. 환인의 후손이여. 그대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거라.]

    [난 운사(雲師)이니라. 그대의 소원을 말하도록.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하마.]

    왕기가 단호한 표정으로 뇌까렸다.

    '우사께서는 돌아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비가 내려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지금 필요한 것은 풍백님의 능력이니까요. 운사께서 힘을 조금 보태주셔도 좋고요.'

    [알겠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 기대하겠네.]

    우사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 떠나자, 왕기의 눈앞에 특이한 형상의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길게 길러 풀어헤친 백발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끊임없이 흔들거리고 있었고, 입고 있는 옷 또한 쉬지 않고 펄럭이고 있는 존재였다. 마치 폭풍 속에 서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난 바람을 지배하는 능력을 지닌 풍백이네. 환인께서 거느리고 계시는 삼신(三神) 중에 하나이지. 무엇을 원하는가? 교토에 폭풍을 휘몰아치게 해줄까? 아님 거대한 회오리바람이라도 불러일으켜 모든 걸 송두리째 하늘로 날려보내버릴까?]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알기로는 소원권은 인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왕기의 말에 풍백이 자신의 옆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대에서 살다가 넘어와서 그런지 대고려 제국의 황제라는 자가 의외로 고지식한 면이 있네요.]

    그러자 홀연히 나타난 중년의 미부(美婦)가 말을 받았다. 뭉게구름처럼 틀어올린 머리에 구름이 장식된 비녀를 꼽고, 의복에도 구름 문양이 가득한 미부였다.

    [수틀리면 못할 것도 없지. 그대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네. 한민족 주변에는 수준 이하의 민족들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한족(漢族)은 한민족과 몇 천년부터 계속해서 싸워온 종족이며 문화나 의식 수준, 교육 등에서 한민족에게 계속 밀려왔던 민족이지. 그들의 장점은 머리수가 많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네. 일본 또한 마찬가지야.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미개한 그들에게 문화를 전수해 준 한민족의 고마움을 모르고 호시탐탐 이 땅을 노리고 있지. 현대에서의 동북공정이 뭔지 잘 알고 있겠지?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어.]

    풍백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한족과 오랫동안 싸워왔던 한민족을 지켜온 삼신(三神)을 중국에서는 짐승으로 격하시켜 놓았지. 난 참새 대가리에 뿔이 달려있고 뱀의 꼬리를 가진 짐승으로 묘사되고 있다네. 옆에 있는 운사는...]

    [난 사람을 잡아먹는 악신이며 날개 달린 호랑이로 묘사되고 있지. 동북공정이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네. 역사는 계속 반복되는 법이니까. 민족성이란 쉬이 바뀌지 않는 것이지. 그대가 원한다면 도시 하나쯤은 가뿐히 날려줄 수 있다네. 얼마 전에 듣지 않았는가?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특정한 신이 협약을 깨고 카빈 소총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신들끼리의 힘 싸움도 지상 못지않게 아주 치열하다네. 환인과 우리 삼신은 여태까지 보여준 자네의 행적에 아주 만족하고 있으며, 한민족 특유의 고귀한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준 자네의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네. 한민족이 세계에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지. 그러니 말만 하게나. 우사가 빠져서 살짝 아쉽긴 하지만 풍백과 나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는 손쉬우니까 말이야. 물론 거기에 따른 후폭풍과 뒷감당은 자네가 해야 하겠지만...]

    '제가 뒷감당을 해야 할 일이 벌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두 분에게 원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거니까요. 운사와 풍백께서 해주실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잠시 후 왕기의 설명이 끝나자 풍백이 물었다.

    [정말 그 정도만 해주면 되겠는가? 힘들게 얻은 소원권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한데...]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두 분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뭘 노리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자 운사가 대꾸했다.

    [그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그대의 목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 우리가 신적인 존재라고 해서 그대의 맘속을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는 없다네. 그대처럼 공학과 과학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완전히 사망한 인간이 사흘 만에 저절로 부활했다는 것을 믿지 않을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지만... 아무튼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지?]

    '네. 그렇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폭굉(爆轟 , Detonatiom)' 현상을 교토에 일으키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 순간 풍백이 입을 열었다.

    [잘 알겠네. 폭굉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가 말한 소원 정도라면 아무런 뒤탈이 없을 것이 확실해. 인세의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말이야. 필요할 때에 마음속으로 나와 운사의 이름을 크게 외쳐주게나. 그럼 그대가 원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일세.]

    [일본의 교토]

    교토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안전하게 운항을 하느라 운항시간이 길어져 밤이 깊어가는 시각 교토 인근에 비행선들이 도착하자 왕기가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운사시여. 사람들이 비행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밤하늘을 구름으로 완전히 가려주소서.'

    - 우르르릉...

    마치 구름으로 이루어진 전차들이 맹렬하게 달려들듯 교토의 밤하늘로 사방에서 먹구름들이 빠르게 달려와 달빛과 별빛을 모두 가렸다. 하지만 인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평상시보다 밤이 좀 더 어두워졌을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느덧 교토 상공에 위치한 왕기가 1호 비행선 선장에게 다가가 명을 내렸다.

    "나를 따라 교토 상공을 빙 돌아라. 기름의 투하가 모두 끝나면 내가 신호를 보내줄 테니 곧바로 지금보다 더 높은 상공으로 올라가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폐하."

    양손에 수백 개의 침(針)을 든 왕기가 비행선 밖으로 뛰쳐나가며 속으로 외쳤다.

    '풍백이시여. 비행선이 싣고 있는 것들을 정확히 떨어뜨리기 위해 바람을 멈추어 주소서.'

    그 순간 교토 일대의 바람이 급속히 잦아들더니 교토가 순식간에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無風地帶)가 되어 버렸다. 이 또한 인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이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봄날치고는 날이 조금 더워진 것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 피비비빅...

    왕기의 손에서 떠난 침들이 1호 비행선 밑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가죽 주머니에 수백 개의 구멍을 뚫었고, 구멍에서 졸졸 새어 나온 송진에서 추출한 기름들이 비가 내리듯 교토 전역에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교토 가옥들은 대부분이 목조 가옥들이다. 대화재가 일어나면 손쉽게 전소될 것이야.'

    1호 비행선이 기름을 모두 투하하고 상승하자 2호 비행선이 내려와 헤이안쿄 일대에 곱게 갈린 화약 가루를 대량으로 투하하고 올라갔다. 그러자 3호 비행선이 내려와 왕기의 지시에 맞추어 소이탄을 투하했다.

    - 쉬이잉.

    교토 상공에서 떨어지는 소이탄을 향해 스파크를 잔뜩 튀기고 있는 칠칠이를 어검술로 날려보낸 왕기가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뇌까렸다.

    '핵 폭탄의 위력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수백만 도가 넘는 고열과 그에 따른 폭풍과 방사능이다. 이 시대에서 방사능은 구현할 방법이 없지만 수천 도가 넘는 고열과 폭풍은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가 있지. 물론 핵폭탄 본연의 위력에는 어림도 없겠지만 말이야.'

    - 쿠과과광...

    칠칠이가 정확히 소이탄의 선두를 꿰뚫고 지나가 순식간에 선미 쪽으로 빠져나가자 거대한 소이탄이 대폭발을 일으키며 교토 상공에서 터져버렸다. 그에 따라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발생하여 교토 전역을 뒤덮었으며. 미리 뿌려놓았던 기름과 반응하여 교토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 날벼락을 맞은 교토 시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다들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화염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로 인해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뇌까렸다.

    '조그만 참으시오. 그대들의 고통을 짐이 없애줄 테니까 말이오. 일본 정벌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대규모 살상 작전을 준비했지만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주는 것이 짐의 자비외다. 지금쯤이면 시작되었을 텐데...'

    왕기의 시선이 소이탄이 폭발한 상공 쪽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소이탄이 터져나가며 한순간 진공 상태에 빠져버린 폭심(爆心)에서 엄청난 흡입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화재로 인해 발생한 상승기류와 합쳐져 발생한 흡입력이 믿기지 않는 힘으로 사방의 공기들을 죄다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 부우우웅...

    새까만 눈처럼 사전에 대규모로 뿌려졌던 흑색 화약 가루가 흙먼지와 불타는 목재 가루들과 함께 흡입력에 의해 공중으로 동시에 빨려올라가기 시작하며 거대한 먼지 구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기둥 같은 먼지구름이 발생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 쿠과과과광...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던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흑색 화약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분진폭발(粉塵爆發) 현상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러한 폭발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이 발생해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사방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왕기가 바라던 화염의 전파속도가 매질 중의 음속보다 빠를 때 발생하는 폭굉 현상이었다. 폭굉과 함께 항상 동반되는 거대한 충격파가 교토 전역을 직격했다. 헤이안쿄의 성벽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고, 교토 시내의 모든 건물들이 거대한 충격파를 버티지 못하고 장난감처럼 박살이 나버렸으며, 기침을 하고 있던 교토 시민들의 몸뚱어리가 산산이 터져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으로 인해 분진운(粉塵雲)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끝도 없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중얼거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흑색 화약을 이용한 분진폭발의 효과가 더 뛰어나군. 비록 핵폭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정도면 일본 천황도 어쩔 수 없이 항복할 것이야."

    호신강기에 감싸인 왕기가 좀 전까지 일본 천황이 머물고 있던 황궁답게 화려하기 짝이 없던 헤이안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단순한 폐허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천마 교주 때처럼 대적자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들려오지 않았어. 천황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이지. 산 채로 사로잡아서 일본 병사들이 항복을 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마음이 급한지 폐허로 변해버린 헤이안쿄로 향하는 왕기의 이동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고, 대고려 제국의 일본 정벌도 그 종막(終幕)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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