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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제국건국기-121화 (121/171)
  • 일본 정벌 -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 정벌 - 1

    1346년 4월 14일

    [거북선의 선장실]

    '이자나미'의 은총으로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는 불사의 병력들을 태워 죽이기 위해 밤이 새도록 바다 위를 수색하던 작업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밝아왔다. 거북선에서는 왕기가 일본 정벌 총사령관인 최영 장군과 국방부장관이자 일본 정벌의 보급 총책임자인 무지 그리고 상륙 작전에 투입될 병력들을 지휘할 개마 무사 및 육군 돌격대의 대장인 무장을 불러 전략 회의를 열고 있었다.

    "다행히 불로 완전히 태워 죽인 자들은 다시 부활이 되지 않는 것 같소. 이제 주의해야 할 건 딱하나요. 그게 무언지 알겠소?"

    왕기의 물음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무지가 답했다.

    "불로 태우면 부활이 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젯밤에 확인이 되었으며, 밤사이 무려 600에 달하는 자들을 태워 죽인 걸로 조사되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일본 본토에는 불과 400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지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면 비교적 손쉽게 제압이 가능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더 확인할 것이 남아있지요. 그건 죽은 불사의 병사들을 다시 재충전을 할 능력이 '이시카가 요시아키라'에게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고려군은 끝없이 불사의 병사들과 맞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힘들게 태워 죽이는 족족 다시 충원을 시킬 테니까요. 만약 그런 능력이 없다면 일본 정벌은 생각보다 손쉽게 끝날 것이고요."

    "정확한 분석이다. 불사의 병력을 다시 충원할 능력이 천황에게 없다면 비록 이곳이 적지라고 하더라도 고려군의 전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고, 일본 정벌 또한 금방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충원이 손쉽게 가능하다면... 고려군은 끝이 없는 진창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될 것이야. 끊임없이 앞을 막아서는 불사의 병력들을 계속 상대해야만 하고, 역설적으로 바다에서보다 육지에서 태워 죽이는 것이 더 힘들 테니까 말이야. 다들 그 점을 예의 주시하고 기존에 세웠던 작전을 재검토한다.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이 무엇이지?"

    최영 장군이 즉시 답했다.

    "현재 밤새 작전을 수행하느라 지친 병사들이 단체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즉시 밥을 넉넉하게 먹인 다음 상륙 작전을 감행해야만 할 것입니다. 비록 태풍이 불어오는 시기는 아니지만 바다에서는 언제 폭풍우가 불어닥칠지 모르니까요. 최대한 빨리 육지로 올라가 고려군의 거점을 마련해야만 할 것입니다."

    "좋아. 한 시진 후 하카다만으로 본격적인 상륙 작전을 시작한다. 먼저 함포 사격으로 상륙지점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 시킨 후 짐이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1만의 개마 무사가 선봉에 서고, 황후와 함께 넘어와 고려군으로 편입된 1천의 몽골 기병 연대가 후속으로 상륙한다. 기병대들이 주변을 완전히 점령하여 안전을 확보한 후 10만의 창병과 궁병들을 상륙시키도록 하고 곧바로 공병대가 상륙하여 진지를 구축하는 순으로 진행하도록."

    그 순간 무장이 물었다.

    "폐하. 함포 사격의 지원을 받으면 상륙 작전은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려에서 짠 작전대로라면 병력을 둘로 나눠야만 하지 않습니까? 기병대와 창병들을 모두 하카다만으로 상륙시키실 계획이십니까? 그들을 다시 배에 태우려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것입니다."

    "잘 지적해 주었다. 양동 작전을 펼쳐야 하니 상륙 병력을 나눠야 한다는 걸 짐이 깜빡했어. 당연히 기병과 창병을 둘로 나눠야만 하겠지. 언제까지 일본에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쯤이면 여진족들이 홋카이도 쪽을 치고 있을 것이야. 지금부터 고려 전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작전으로 나간다.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고려 전함은 물때와 풍향과 상관없이 항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 무지에게 전열함 100척과 보급선 150척에 수송선 200척을 줄 것이고, 개마 무사 3천과 몽골 기병 300 그리고 창병과 궁병 4만을 내어줄 것이니라. 무지 넌 하카타만 상륙 작전이 끝나는 대로 네게 주어진 함대를 이끌고 규슈 서부 해안을 따라 항해를 계속하거라. 그런 후 규슈 아래쪽의 오스미 제도에 속한 '야쿠시마 섬(屋久島)'과 '다네가 섬(種子島)'을 완전히 정벌하여야만 한다. 섬에 사는 모든 일본인을 포로로 잡아서 수송선에 태운 다음 사람이 살수 없도록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도록. 특히 다네가 섬은 나무 한그루 남기지 말고 깡그리 다 불태워버려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폐하. 알겠사옵니다. 한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사옵니다. 다네가 섬은 전락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섬이 아닌데 그렇게까지 초토화를 시켜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섬에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으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입니다."

    "짐에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야. 넌 내 명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잊지 말아라. 다네가 섬을 초토화시켜 영원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무인도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 후 다시 규슈 동부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 시코쿠의 '마쓰야마시(松山市)'에 전 병력을 상륙시키도록. 무지 네가 얼마나 빨리 규슈를 돌아가는지에 따라 일본 본토 공략이 얼마나 빨라지느냐가 달려있다. 그 점을 명심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항해를 끝마칠 수 있도록 하거라."

    "존명!"

    각오가 단단히 서린 표정으로 대답하는 무지를 보며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나로 인해 역사가 기존과 완전히 달라졌지만 만사 불여 튼튼이라고 했다. 조선이 임진왜란의 수모를 겪은 것은 다 조총 때문이야.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의 조총은 난파를 당한 포르투갈의 배가 다네가 섬에 도착하여 전수한 것이다. 그런 일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아. 다네가 섬은 고려군이 철수하더라도 계속 무인도인 상태로 완전히 비어있어야만 한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왕기가 간부들을 보며 말했다.

    "최영 장군이 이끄는 본진은 하카다만에 상륙한 후 하카타만 바로 뒤에 있는 '후쿠오카시(福岡市)'를 점령하고 곧바로 온가강이 흐르는 '나카마시(中間市)'를 거쳐 '기타큐슈시(北九州市)'로 쾌속하게 진격을 한다. 굳이 규슈 전체를 다 점령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일본의 주력 군대를 격파하고 천황만 잡으면 이번 전쟁은 끝날 테니까 말이야. 그런 후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혼슈의 시모노세키가 바로 앞인 기타큐슈시에서 진을 친 다음 무지가 이끄는 제2진이 규슈를 빙 둘러 시코쿠에 상륙하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야. 무지는 시코쿠의 마쓰야마시(松山市)에 상륙한 후 지체 없이 시코쿠 서쪽의 '나루토시(鳴門市)'까지 일직선으로 진격을 하도록. 그렇게 본진과 2진의 포진이 모두 완성되면 곧바로 혼슈 공략에 나설 것이니라. 혼슈에 발을 디디면 교토까지는 금방이다. 해안선을 따라 일본의 대도시들이 줄지어 서있기 때문에 길이 비교적 잘 나있기 때문이지. 히로시마, 오카야마, 고베, 오사카를 차례대로 격파하고 교토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면 일본의 천황도 항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야. 다들 고려에서부터 작전을 숙지한 상태이고, 진격로에 대한 연구 또한 충분히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일본 정벌을 시작할 것이니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 존명.

    시간이 제법 지난 후 거북선에서 사이렌이 울리며 본격적인 상륙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은 300대의 전열함에서 쏴대는 무자비한 함포 사격이었다.

    - 콰과과광.

    혹시 모를 일본 전함의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쾌속일포정을 하카다만 입구에 배치시킨 고려의 전함들이 하카다만 안으로 모조리 투입된 후 천리안의 정찰을 통해 하카다만에 있는 '노코노시마 섬(能古島)'에 적군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해안선을 향해 일렬로 선 다음 일제 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천리안의 보고로는 해안선에 있는 장벽 뒤에 '단코(短甲 : 단갑. 철판을 리벳으로 연결하여 몸에 맞게 제조한 철판 갑옷으로써 기본적으로 몸통만을 방어하는 갑옷임)'를 착용한 2만의 병력과 '게이코(掛甲 : 괘갑. 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찰갑)'를 착용한 6만의 병력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며 궁수들도 제법 많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개마 무사의 돌격을 막을 수가 없어. 상륙을 한 기병들이 장애물 없이 곧바로 적의 본진까지 달릴 수 있도록 해안선에 있는 장벽들이 모조리 무너질 때까지 함포 사격을 가하도록. 그래야만 장벽 뒤에 있는 일본군들을 손쉽게 물리칠 수가 있다."

    왕기의 명령이 전함에 통보되며 지속적인 함포 사격이 계속되었다.

    [일본의 규슈군 사령부]

    요시아키라의 명을 받고 고려군을 상대하기 위해 규슈에 있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하카타만에 잠복 중인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 규슈군 총사령관이 귀청을 찢을 듯한 폭음에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수하의 장수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고려군의 포격이 몇 시간째이지?"

    그러자 이시바시 단잔 수하의 부장인 '미키 다케오(三木武夫)'가 즉답했다.

    "포격을 시작한 지 세 시진 가까이 되어 갑니다. 그 정도면 포탄이 떨어질 법도 한데 도통 멈추지를 않고 있습니다."

    "고려에서 출발할 때 보급을 충실히 하고 왔다는 뜻이겠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최초의 포격에 담장 뒤에 있던 병사들이 7천 가까이 죽고 말았습니다. 즉시 뒤로 물려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안선에 깔아놓은 화약들이 포격에 다 터져버렸고, 담장이 거의 다 무너진 상태입니다. 조만간 고려군의 상륙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시. 적들의 포격 사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아냈으니 앞으로도 그 사거리를 잘 계산하면 될 것이야. 적들이 상륙을 가하는 즉시 궁수들에게 활을 쏘라고 명령하고 후방에 돌려놓은 2만의 기병대를 해안가로 돌격시켜라. 상륙을 막 시작했을 때가 가장 약할 때이니까 말이야. 우리가 여기서 시간을 끌어주지 않으면 곤란해. 죽을 각오로 최후의 1인까지 고려군을 막아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본인이 사령관임을 증명하듯 투구 앞쪽에는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반달 모양의 화려한 쇠 장식이 달려 있고, 몸통, 어깨, 팔, 무릎, 정강이 등 신체 전부를 갑옷으로 완전히 보호하고 있으며, 목 뒤편에도 철판을 빙둘러 완벽하게 보호를 하고 있던 이시바시 단잔이 회의를 끝내기 위해 새빨간 차양이 쳐져 있는 아래에서 막 몸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그 시각 거북선에서는 왕기와 천리안과의 전통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적들의 지휘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고 있는 것이 망원경에 잡혔습니다. 그들을 한 번에 소통하면 상륙 작전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지의 전통을 받은 왕기가 즉각적으로 최영 장군에게 명했다.

    "무지에게 명해서 지휘 본부의 좌표를 정확히 계산해서 내려보내달라고 해. 그리고 거북선은 지금 이 시간부터 장거리 포격 태세로 전환한다."

    "존명!"

    곧이어 해안선을 향해 옆으로 비스듬히 서서 옆구리에 장착되어 있는 대포로 포격을 하고 있던 거북선이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후 선수를 해안선 쪽으로 향한 거북선의 용두(龍頭)가 마치 턱뼈가 없는 뱀처럼 상하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안쪽에서는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길쭉한 포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열함에 장착되는 '고려 해군용 대포 제1식'과 쾌속일포정에 장착되는 '고려 해군용 대포 제2식'에 이어 개발된 초장거리포인 '고려 해군용 대포 제3식' 일명 '뇌제(雷帝)'가 발사 모드에 들어간 것이었다.

    다른 대포들의 두 배에 달하는 무려 6천장에 이르는 사거리를 자랑하는 초장거리 대포답게 포탄의 무게 또한 엄청나 병사들 수십 명이 달라붙어 끙끙거리며 포탄을 들고 오자 왕기가 명했다.

    "포탄을 일일이 인력으로 들고 옮겨 장착할 시간이 없다. 다들 포탄을 바닥에 내려놓거라."

    -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포탄이 바닥에 얌전히 내려지자 왕기가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포탄에 자기장을 걸었다. 그러고는 포탄을 허공에 띄운 다음 뇌제 후방으로 옮겨 순식간에 장착을 끝마쳤다.

    - 두구웅...

    기존의 대포 소리와 달리 폭음이라기보다는 마치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와 함께 포탄이 무지가 알려준 좌표를 향해 발사되었다. 그러고는 대포의 사정거리 훨씬 밖에서 차양을 치고서 마음 놓고 회의를 하고 있던 지휘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명중했습니다. 폐하.

    "좋아. 일제히 상륙을 시작한다. 수송선을 해안으로 출동시켜라."

    "존명."

    - 왜애애앵...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열함 뒤에서 병력을 가득 싣고 대기하고 있던 고려군의 수송선들이 하카다만 해안으로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 덜컹. 덜컹.

    - 위이이잉.

    200척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수송선 앞부분이 해안가 가까이서 일제히 열리며 모터가 구동하는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소방차의 고가 사다리가 길게 뻗듯이 수송선에서 앵글로 짜인 사다리 위에 철판이 깔린 것이 점차적으로 뻗어 나와 해안가 모래사장에 걸쳐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마가 모두 쇠 갑옷으로 보호받고 있는 개마 무사들이 철판 위를 날듯이 뛰어가며 해안가로 상륙하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잠망경으로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아쉽다는 눈빛으로 뇌까렸다.

    '고무바퀴나 무한궤도가 개발되어 있다면 사다리 따위는 필요 없이 곧바로 육지에 배를 댈 수 있는 수륙양용의 상륙정을 만들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7천에 달하는 개마 무사가 질풍처럼 적들의 본진을 향해 달려가며 손에 든 각궁의 시위를 잡아당겨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해전에 이어 고려와 일본의 본격적인 육상 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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