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18화 (118/171)
  • 일본 정벌 - 대마(対馬)와 이키(壹岐)

    1346년 4월 13일

    [대마도 인근 바다]

    이틀 전 변산반도를 출발한 천척에 달하는 대고려 제국의 전함들이 마산 앞바다를 거쳐 대마도 인근에 도착한 후 섬 전체를 빙둘러 싸고서는 완전히 포위를 하고 있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고려의 본토로부터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일본의 본토로부터는 그 세 배에 달하는 150km나 떨어져 있는 대마도는 고려에 속하는 것이 맞는 섬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대마도의 도주조차 그러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려와 조선의 역사에서는 왜구의 주요 거점 중에 하나인 대마도를 가끔씩 정벌을 한 적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실효 지배를 한 적이 거의 없는 섬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자국의 영토로 받아들이기에는 계륵(鷄肋)과도 같은 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섬이기 때문이지. 대마도는 섬 전체가 고도 400m 내외의 산지이고, 계곡과 절벽이 험준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땅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토양마저 질이 떨어진다. 현대의 대마도가 낚시꾼들과 관광 수입으로 먹고살던 섬인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도 섬 전체의 주민들은 숯이나 굽고 표고버섯이나 재배하며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낙후된 섬이야. 특히 이 시대에는 생선을 신선하게 보관해 육지까지 들고 가 내다 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 고려와 조선은 해상 무역을 중시하던 국가가 아니라 농사가 근본인 국가이다 보니 대마도를 탐낼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야. 괜히 실효 지배를 했다가는 얻는 것도 없이 대마도 주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귀중한 쌀을 본토에서 보급을 해줘야 할 실정이다 보니 꺼렸던 것이지만 난 입장이 전혀 다르다. 대고려 제국은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대해상 무역 제국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대마도를 고려와 일본의 중간 기착지로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어. 쌀이야 만주벌판을 개간하면 고려 전역에서 남아돌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남미 아르헨티나의 팜파스(Pampa)와 북미 미시시피강 유역의 프레리(Prairie)에서 쌀농사를 지으면 그만이라고.'

    거북선의 선내에서 왕기가 대마도의 거취를 두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최영 장군이 다가와 보고했다.

    "폐하. 대마도의 도주와 협상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하옵니다.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대마도는 영원히 대고려 제국에 속해야만 하는 섬이다. 그러니 최대한 평화롭게 접수하는 것이 나을 것이야. 짐이 직접 도주와 협상을 하도록 하지. 섬의 현 상태는?"

    "먼저 상륙한 병사의 보고에 의하면 섬 전체를 통틀어 150가구에 7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지금 현재 왜구로 보이는 자들은 없다고 하옵니다."

    "지금은 해적질을 할만한 계절이 아니긴 하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대마도의 도주는 전통적으로 소씨 그러니까 고려로 따지면 종(宗)씨 집안이 대를 이어 물려받고 있으며, 지금은 '소모리쿠니(宗盛國)'란 자가 도주로 있다고 합니다."

    "잘 알겠네. 지금쯤이면 고려의 전함들이 쓰시마 인근에 도착했다는 것을 일본 본토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야. 행여 일본 본토에서 출발한 배들이 공격을 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출발하자마자 천리안을 작동시키도록. 대마도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덤벼들어도 단신으로 물리칠 자신이 있으니까 나에 대한 경호는 걱정하지 말고."

    "알겠사옵니다. 폐하."

    - 철컹. 끼이익.

    왕기가 안에서만 열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거북선 등딱지에 부착되어 있는 출입 장치를 열은 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대마도의 아소만(淺茅灣)]

    대마도를 상, 하로 나누는 아소만에서 왕기와 대마도주 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려의 지존이시자 고귀하신 황제 폐하께서 누추한 이곳 대마도까지 오신 것을 환영하옵니다."

    대마도주가 땅바닥에 엎드리며 넙죽 절을 하며 말하자 왕기가 가상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고려어를 제법 잘 하는구나?"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배를 타고 반나절이면 도착하는 곳이 고려 땅이지요. 비록 공식적인 무역은 막혀있지만 밀무역은 막을 수가 없는 법이기도 하고요. 대마도에는 고려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자들이 제법 있사옵니다."

    "그렇구나. 그럼 회담을 시작해 보도록 하지."

    잠시 후 대마도주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고려와의 지속적인 교역을 정식적으로 허락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고려의 황제인 짐이 직접 약속하는 것이니라. 대마도가 고려로의 복속을 약속하면 지속적인 교역뿐만이 아니라 먹을 것이 부족하면 식량까지 지원을 해주도록 하마. 그 징표로 떠나기 전에 짐이 대고려 제국의 깃발을 내어주도록 하지. 그 깃발을 단 배는 부산포와 마산포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이야. 그것이 대마도주의 소원 아니었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문제는 고려와 교역할 만한 마땅한 물건이 이곳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쌀도 나지 않고, 포목을 만들만한 풀이나 비단을 지을 누에를 먹일 뽕나무도 없는 곳이 대마도입니다."

    "그러한 사정은 짐도 잘 알고 있느니라. 대마도의 열악한 사정을 고려해 표고버섯과 말린 생선으로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마. 만약 배신을 하지 않고 고려에 충성을 다하면 짐이 조만간 새로운 배를 제작해서 도주에게 하사까지 해주겠노라."

    "어떤 배를 말입니까?"

    "살아있는 생선을 고려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제작된 배를 말이야. 그래야 그나마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황제 폐하. 그것은 아무리 황제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대마도에서 마산포까지 반나절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바닷물에 살아 있는 생선을 담가두어도 그 정도 시간이면 모두 죽어버리고 맙니다."

    "그건 물속에 있는 산소가 다 떨어져서 그런 것이야. 짐이 개발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 달아둔 배에 실으면 며칠이 지나도 생선이 죽지 않을 것이니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야. 짐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줬음에도 불구하고 고려를 배신하고 섬에 또다시 왜구를 받아들이거나 일본의 편에 서게 되면... 병사들을 보내어 대마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모조리 태워 죽일 것이니라."

    "폐하께서 말씀하신 약속만 지켜주신다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대마도는 언제는 대륙 쪽으로 편입되기를 갈망하여 왔습니다. 이즈하라에 있는 '시라기야마(新羅山 : 신라섬)'가 그 증거이며, 북섬에 있는 '고마야마(高麗山 : 고려산)' 또한 그 증거입니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좋다. 짐이 도주인 그대의 말을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왕기가 고개를 돌려 회의장 한쪽에 시립해 있는 고려 병사들을 보며 명했다.

    "준비한 것들을 가져오너라."

    - 존명.

    병사들이 앞면에는 봉황이, 뒷면에는 고려라고 적혀있는 큼지막한 깃발 세 개와 궤짝 하나를 들고 왔다.

    "세 개의 깃발 중에 한 개는 도주의 거처에 높이 걸어두거라. 대마도주가 대고려 제국의 황제인 짐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증거로 말이야. 나머지 두 개는 고려로 오고 갈 교역선에 걸어두도록 하고. 그리고 궤짝 안에는 훈민정음해례본이라는 책자가 다수 들어있다. 대마도의 주민들이 자랑스러운 대고려 제국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익혀야만 하는 것이니 그대가 알아서 도민들을 잘 교육하도록."

    "그리하겠사옵니다. 폐하."

    "그대의 뒤를 이어 새로이 도주가 될 자는 반드시 대고려 제국 황실의 윤허를 먼저 얻어야만 할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폐하."

    [거북선의 선장실]

    대마도주와 성공적으로 협상을 끝마친 왕기가 선장실로 돌아와 최영 장군에게 물었다.

    "짐이 없는 사이에 일본 본토에서 출격한 적들의 공격은 없었나?"

    "없었사옵니다. 폐하. 아무리 바다 위라고는 하지만 천리안의 눈을 피해 적들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사옵니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최영 장군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왕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뇌까렸다.

    '하긴 이 시대에 잠수함이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적들이 무려 300장 위에 떠있는 비행선의 감시 눈길을 피해서 접근할 방법 또한 없다. '먼저 발견하고 원거리에서 먼저 타격한다'가 대고려 제국 해군의 기본 전술이라고.'

    왕기의 시선이 아직 닫히지 않은 거북선 등딱지의 문을 통해 하늘 저 높이에 떠있는 일인용 비행선인 천리안(千里眼)에 닿았다. 거북선과 연결된 밧줄에 매달려 같이 이동하고 있는 비행선은 상공에서 바람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기 위해 마치 방패연처럼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형태였다.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자력으로 움직일 동력 장치가 전혀 없는 그런 비행선 아래에는 단 한 사람만이 기거할만한 조그마한 선체가 매달려 있었고, 그런 선체 사방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얼마 전에 제작한 망원경이 거치되어 사방을 빈틈없이 살피고 있었다.

    이윽고 왕기를 실은 거북선과 대고려 제국 해군의 배들이 일제히 속력을 내며 이키섬을 향해 바다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폐하. 이키섬과도 협상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없느니라. 이키는 대마도와 달리 평지가 많아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는 섬이니라. 일본 본토와 가까워 완벽하게 일본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섬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 섬에 일본 최초의 신사가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지. 어차피 일본 본토를 먹지 못하면 이키섬을 먹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마도에서 하지 못한 실전 포격 연습을 이키섬에서 실시한다. 이키섬을 완벽하게 초토화시킨 후 병사들을 백여 명 올려보내 점령하도록 해라. 전함 본단의 후미를 확실하게 정리를 해놔야 마음 놓고 일본 본토에 상륙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야."

    "알겠사옵니다. 폐하."

    '내가 아는 이키섬의 정보라고는 현대 시절에 본 '스타트'라는 육상 만화의 배경이 거기라는 것뿐이다. '동해의 질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육상에 큰 재능을 지닌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였지. 어차피 지금 당장은 고려와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섬이라는 의미밖에 없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섬이라는 뜻은 식량과 식수가 풍부하다는 뜻이야. 일본군이 우회기동을 할 때 보급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고려에 복속을 시킨 대마도와 달리 초토화 작전으로 나간다. 이키섬을 포격하여 초토화시키는 것이 일본 정벌의 신호탄이 될 것이야.'

    시간이 제법 흘러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어가는 듯 푸른빛으로 넘실거리던 사방의 바다가 조금씩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거북선에서 바다 저 멀리까지 퍼지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왜애애애애앵...

    사전에 이미 신호에 따른 행동규칙이 정해져 있는지 일본 본토인 규슈 앞바다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300척의 전열함이 일렬로 정렬하며 이키섬을 향해 대포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 왜애앵. 왜애앵.

    단락적으로 울려 퍼지는 두 번의 사이렌 소리가 거북선에서 터져 나오자 300척의 전열함에서 한쪽 뱃전에 20대씩 설치되어 있는 대포들이 일제히 포격을 개시했다. 다 합쳐서 총 6천문의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가르며 이키섬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콰과과광!

    귀가 멀 듯한 굉음과 함께 이키섬을 향해 날아간 포탄들이 블꽃을 피어 올리며 본격적인 대고려 제국의 일본 정벌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처럼 연속적으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거북선을 비롯한 각종 배들과 연결되어 있는 천리안에서 전통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망원경으로 포탄의 낙하지점을 관측하며 좀 더 정밀한 포격을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기를 일각 정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거북선에서 새로운 사이렌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왜앵. 왜앵. 왜앵...

    짧고 연속적인 긴박한 단락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 울려 퍼졌다. 적들의 배가 고려 전함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요시아카라의 명에 의해 일본 전역에서 가장 빠른 배들로만 천척을 징발해 규슈 앞바다에 모여있던 선단이 저 멀리에서 바다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천리안에 의해 발견된 것이었다.

    그 순간 최영 장군이 천리안이 보내온 전통을 읽어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천척에 가까운 적들의 배가 정남(正南) 방향 5천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적들을 격파하기 위해 거북선이 가장 선봉에 나선다. 거북선 전속 전진!"

    - 정남으로 전속 전진!

    병사들의 복명복창과 함께 납축전지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엔진실에서 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는지 거북선이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300척의 전열함이 학익진 형태로 넓게 포진한 채 남쪽을 목표로 바다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대고려 제국과 일본과의 공식적인 제1차 해전이 발발한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