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11화 (111/171)
  • 일본 정벌을 준비하다 - 2

    서기 1346년 2월 6일

    [연경전의 어전회의]

    왕기가 최영 장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짐이 일본 원정군의 최소 목표를 정해줬으니 이제는 그대가 말해보시게 일본 정벌에 대한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짐이 무얼 더 도와줘야 하는지 말이야."

    그러자 최영 장군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답했다.

    "최고급 군사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이 자리에서 시시콜콜 다 알려드릴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바라시는 대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은 소신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전쟁은 정보와 보급으로 하는 것이라는 폐하의 지론에 맞춰 일본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 수집이 모두 끝났습니다. 일본의 자세한 지형과 각종 바닷길에 대한 지도가 이미 완벽하게 작성되어 있고, 일본에 배치되어 있는 군사들의 현황도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배의 건조도 계획보다 더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입이 닳도록 강조하신 규격화와 분업화를 진행했기 때문이지요. 예로부터 튼튼하기로 유명한 고려 특유의 '과선(戈船 : 뱃전에 창검을 달아 적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도록 제작한 전함. 선체가 크고 넓으며 좌우에 망루가 각각 네 곳이고 뱃머리에 쇠를 씌워 적을 들이받을 수 있는 고려 특유의 전함.)'에 전하께서 개발하신 대포를 실을 수 있도록 개조한 고려 해군식 제1전함이자 전열함인 '가'형은 이미 100척이 제작되어 있습니다. '나'형 또한 100척이 이미 제작이 완료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설계를 변경하신 '다'형도 이미 100척이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쾌속일포정' 또한 이미 100척이 제작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더 이상의 전열함은 제작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셔서 지금은 수송선과 상륙선을 제작 중입니다. 수송선과 상륙선은 비교적 제작이 간단하여 봄이 오기 전까지 모두 제작이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 최초에 명령하신 천척의 전함이 모두 건조가 끝나는 것이지요."

    최영 장군의 보고에 왕기가 빙긋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최영 장군께서 전열함을 더 건조하지 못해 많이 아쉬운 모양이구려. 일본과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최고사령관인 그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오. 하지만 전열함은 한쪽 뱃전에 20대, 양쪽을 합치면 무려 40대의 대포가 들어가고 앞뒤로도 4대가 더 들어가오. 전열함 1대에 대포가 44문이나 들어간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44 문짜리 대포를 실은 배를 천척이나 제작하려면 대포의 개수가 무려 4만 4천 대나 필요하오. 짐이 아무리 재물을 쏟아부어도 올봄이 끝나기 전에 그만한 양의 대포를 제작할 수가 없소이다. 이건 재물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력의 문제이기 때문이오. 고려는 아직 그만한 생산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소이다. 300척의 전열함에 100척의 쾌속일포정이면 일본의 해군을 박살내기에 충분하오. 자고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였소이다. 이제는 대포를 실은 전열함보다 일본에 상륙할 고려군을 실어나를 배와 그들을 먹일 식량과 각종 보급품을 공급하는 배가 더 중요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폐하. 근데... 소신이 궁금한 것이 있사옵니다."

    "물어보시구려."

    "소신이 탈 장군선이라는 거북선은 언제쯤 제작이 가능한 것입니까? 보내주신 설계도면에 따르면 대가리가 누가 봐도 용의 대가리인데 왜 이름이 거북선인지도 궁금합니다."

    "거북선은 변산반도에서 제작할 수가 없는 배라오. 조만간 개경과 가까운 예성강 하구에서 건조가 될 것이고, 짐이 직접 제작에 참여할 것이니 자세한 것은 그때 알려줄 것이오."

    말을 하며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변산반도에 있는 조선소에서는 철선을 제작할 수가 없다. 그럴만한 장비가 없기 때문이지. 거북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제대로 된 독(dock)부터 건설해야만 한다. 그런 후 기중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만들어야만 해.'

    그때였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최영 장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반드시 해결해 주셔야 할 일이 있으십니다. 현재 고려의 군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군이오나 일본 정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 숫자가 너무 부족하옵니다. 비록 폐하께서 재물을 쏟아부어 강력한 해군 3천을 따로 양성 중이기는 하오나 그 숫자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들 모두 육분의와 괘종시계를 이용해 망망대해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조타술을 습득하고 있고, 대포의 전개와 전열함의 운용방식을 전문적으로 터득했지만 절대적인 숫자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옵니다. 3천이 얼핏 많아 보이겠지만 그들을 천척의 배에 나누어 태우면 한 배에 3명밖에 탑승을 못하는 것이지요. 또한 일본의 해군을 격파한 후 지상에 상륙한 후 전투를 수행할 병사의 숫자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옵니다. 폐하께서 막강한 고려의 군사들을 북방의 고토에 주둔시키기로 결정하셨기 때문이지요."

    "고토에 주둔할 병사들은 짐도 어쩔 수가 없소. 광개도, 부여도, 발해도 그리고 새로 획득한 연해도에 고려군을 주둔시켜 군사적으로 우위인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거란과 여진을 제대로 제어할 수가 없기 때문이오. 결국 군사들을 대대적으로 새롭게 징병해야만 하겠군."

    잠시 고민을 하던 왕기가 입을 열었다.

    "영의정은 지금 즉시 짐의 명령을 받들 거라."

    그러자 영의정 이제현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 대답했다.

    "예. 폐하. 소신이 폐하의 명을 받잡습니다."

    "며칠 내로 고려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병사들을 모집할 것이니라. 그 숫자는 10만으로 할 것이며, 그들은 3개월간의 군사 훈련을 거친 다음 수송선을 타고 일본 정벌에 나서게 될 것이야. 봄이 끝나기 전에 그 모든 것을 처리해야만 해니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 그대가 알아서 잘 진행시키도록 하거라."

    "존명!"

    "좌의정은 지금 즉시 짐의 명을 받들 거라."

    좌의정 이곡이 앞으로 나서자 왕기가 명을 내렸다.

    "일본 정벌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행정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이뤄줘야만 한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6일에 미뤄뒀던 과거 시험을 치를 것이니라. 과거의 종류는 행정 업무를 담당할 자원을 뽑는 '문과(文科)', 군사 10만을 지위하기 위한 새로운 장교들을 대거 뽑기 위한 '무과(武科)', 고려 무인들 중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무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무인과(武人科)' 그리고 다방면에서 재주가 뛰어난 자들을 뽑는 '취재(取才)'로 나뉠 것이니라. 문과는 좌의정이 여러 문관들과 함께 준비를 철저히 하고, 무과의 준비는 최영 장군에게 맡기겠다. 무인과는 상령에게 맡길 것이고, 취재는 짐이 직접 주관하겠노라. 어전회의가 끝나는 대로 고려 전역에 방을 내려 뛰어난 인재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거라. 단 모든 시험은 훈민정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존명!"

    "우의정은 지금 즉시 짐의 명을 받들 거라."

    우의정인 백문보가 앞으로 나서자 왕기가 명했다.

    "짧은 시간 내에 대고려 제국으로 새로운 땅이 많이 편입되었다. 토번이 그러하고, 북부 4도가 그러하며, 최영 장군이 보낸 100척의 전열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를 복속시킬 것이고, 조만간 바다로 나갈 200척의 전열함이 정복할 오키나와가 또 그러하다. 또한 며칠 전 고려의 땅으로 새로 편입된 대만과 해남도 또한 그러할 것이니라.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 또한 각각 다르니라. 이러한 땅들을 다스리기 위한 대고려 제국의 통치방식을 정리하거라. 각 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에 따른 율법의 반포, 과세와 부역의 부과방식, 고려와의 관계 정립 등 정리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니라. 그대가 그 지역을 다스리는 왕이 되었다고 가정해서 그 모든 것을 최대한 빨리 정리한 다음 짐에게 보고하거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존명!"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만 하지. 여러 중신들은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일본은 고토를 회복하기 전의 고려보다 1.7배나 더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 또한 고려보다 훨씬 많은 나라이니라. 그러한 나라를 정벌하려면 한치의 빈틈도 없어야만 할 것이야. 최영 장군은 짐을 따라오도록."

    [연경전의 침실]

    최영 장군을 부른 왕기가 연경전의 침실에서 간부 회의를 열고 있었다. 최영 장군이 간자를 보내어 입수하였다는 일본 전도를 살펴보며 왕기가 물었다.

    "일본 정벌의 총사령관인 최영 장군께서는 어떠한 전법을 쓰실 생각이시오?"

    "폐하. 일본은 마치 고려를 겨누는 활의 시위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섬들의 집합체입니다. 그 길이가 무려 5천 리 가까이 되는 나라이며, 본섬이라 할 수 있는 4개의 커다란 섬과 무려 7천여 개에 달하는 작은 섬들이 존재하지요. 한꺼번에 그 모든 지역을 정벌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고려군의 전력을 투사하여 하나씩 각개격파를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신은 폐하의 의중이 궁금하옵니다. 폐하께서는 어떤 전략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말입니다."

    "짐이 생각하고 있는 전략은 아주 단순하오. 양동(陽動) 작전에 이은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실시하여 일본군의 이목을 끈 다음 대규모 상륙에 이은 전격전(電擊戰)을 통한 초토화(焦土化) 작전을 치르는 것이지."

    "폐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사옵니다."

    "그러지.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일본은 크게 4개의 본섬으로 이루어져 있소."

    "그렇지요. 그들이 부르는 방식에 의하면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그리고 규슈(九州)로 이루어져 있지요. 일본은 과거 율령이 반포되던 중앙집권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신들의 행정 구역을 크게 국(國)과 주(主)로 나뉘었습니다. 시코쿠는 말 그대로 네 개의 국이 있던 섬이라는 뜻이며 구주 또한 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홋카이도 역시 말 그대로 가장 북쪽 바다에 있는 섬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혼슈이지요."

    "맞소이다. 오키나와나 센카쿠 열도 같은 작은 섬들은 별문제가 되지 않소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이 집중적으로 대거 모여 살고 있는 그 네 개의 섬을 정벌하는 것이지. 고려군의 1차 공격 지점은..."

    왕기가 말을 하며 지도를 짚었다.

    "규슈가 될 것이오. 최초의 상륙지점과 상관없이 고려를 괴롭히는 왜구들의 소굴이 규슈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점령하여야만 하오. 고려군이 규슈를 치는 동안 여진족은 '포성도(包成島)를 출발하여 홋카이도를 칠 것이오. 그러기 위해 여진족에게 포성도를 점령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니까. 전형적인 양동 작전이지. 물론 여진족에게 고려군의 전열함 10여 척 정도는 보내줘야 할 것이오. 그래야만 홋카이도와 혼슈를 연결하는 '쓰가루 해협(津輕海峽)'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을 테니까. 여진족이 홋카이도를 고립시킨 후 홋카이도를 본격적으로 약탈할 것이오. 그동안 고려군은 규슈를 완벽하게 점령하여야만 하오. 그런 다음 고려군은 곧바로 시코쿠를 쳐야만 하겠지. 전열함을 총동원하여 규슈와 시코쿠 사이의 '카몬 해협(関門海峡)'을 장악하고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바다를 완전히 고려군의 수중에 넣어야만 하오. 가장 중요한 곳은 시코쿠 섬 동쪽에 튀어나와 있는 '기이반도(紀伊半島)'와 혼슈 사이의 해협인 '나루토 해협(鳴門海峽)'을 점령하는 것이라오. 그대가 짐에게 물었던 것처럼 여기까지가 고려 원정군의 최소 목표이지. 보다 정확히 말하면 혼슈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작전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오."

    "홋카이도는 여진족에게 맡기고 고려군이 규슈와 시코쿠를 점령하여 혼슈를 고립시킨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다음 작전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좀 전에 그대가 말한 것처럼 일본의 땅은 참으로 길이가 기오. 그 모든 땅을 고려군이 조금씩 진격하며 정벌을 해나가다가는 오랜 세월이 걸릴 뿐만 아니라 희생 또한 클 것이외다. 그래서는 곤란하오. 따라서 카몬 해협을 통해 고려군이 혼슈에 상륙할 듯 허장성세를 벌여야만 하오. 혼슈에 있는 적들의 이목이 카몬 해협에 팔린 사이..."

    왕기가 다시 지도를 짚었다.

    "고려군은 나루토 해협을 통해 혼슈 쪽으로 상륙할 것이오. 그쪽은 해협의 폭이 좁은 곳이라 상륙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소."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일본은 고려처럼 산지가 많은 나라이지만, 고려처럼 강을 이용한 육지 내 운송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라오. 그래서 일찌감치 바다를 이용하는 해상 운송이 발달했지. 그러한 영향으로 왜구가 바다를 건너 자꾸 고려를 괴롭히는 것이라오. 고려 쪽에서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면 일본의 북쪽 해안에 상륙하게 될 것이오. 하지만 일본인들의 다수는 남쪽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소이다. 북쪽 해안에 상륙한 고려군이 남쪽 해안으로 넘어가려면 대규모 산맥들을 넘어가야만 한다는 소리요. 대포들을 끌고 산맥을 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 따라서 반드시 고려군은 혼슈 남쪽에서 상륙을 해야만 하오."

    "나루토 해협을 통해서 말이지요?"

    "그렇소. 그래서 나루토 해협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런 후 전격전을 벌이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산맥이 아닌 평탄한 해안선을 따라 진격할 것이오. 그 해안선을 따라 일본의 3대 평야가 펼쳐져 있소이다. 오사카 강 연안에 있는 오사카 평야, 기소 강이 흐르는 나고야 중심의 노비 평야, 마지막으로 도네 강이 흐르는 도쿄 중심의 간토 평야가 있지. 그 3대 평야는 일본의 핵심 곡물 생산지라오. 그 세 곳을 초토화시키면 일본은 자연스럽게 굶어죽소이다. 바다가 가로막혀 도망갈 곳도 없고, 홋카이도나 규슈, 시코쿠 등의 다른 섬과의 교역도 일절 끊긴 상태이니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소이다. 그것으로 일본 정벌은 끝나는 것이오. 굶주림에 지친 일본인들이 어쩔 수없이 고려에게 항복할 것이니까."

    왕기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최영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훌륭한 작전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폐하. 소신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얼마든지 물어보시오."

    왕기의 허락을 얻은 최영 장군이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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